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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기독교 - 어떻게 공적 신앙을 실천할 것인가
미로슬라브 볼프 & 라이언 매커널리린츠 지음, 김명희 옮김 / IVP / 2017년 4월
평점 :
표지가 청량감을 주는 파란 색으로 제작된 이 책은, 거의 같은 디자인에 컬러만 빨간 색으로 되어 있는 앞선 책 “광장에 선 기독교”와 함께 읽어야 하는 책이다. 사실 원제부터가 앞선 책이 "A Public Faith"이고, 이 책은 “Public Faith in Action"으로 후속편이라는 느낌을 물씬 준다.
앞선 “광장에 선 기독교”가 공적 신앙의 의의와 정당성, 그리고 필요성 등에 관한 이론적 검토였다면, 이 책은 공적 신앙이 실제로 다양한 영역에서 어떤 모습으로 표현될 수 있을지를 제안하는 내용이다. 2부는 좀 더 구체적인 삶의 정황을, 3부는 그리스도인이 갖춰야 할 성품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는 차이가 약간 있고.
물론 여기에 제안되고 있는 내용도 어느 정도는 원리적인 차원이긴 하지만, 그것이 제시되는 맥락이 워낙에 실제적인 상황이기에 각각의 사안에서 우리가 어떤 판단을 해야 하는지 충분히 구체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다. 확실히 이 책보다 이론적인 성격이 더 강했던 전작에 비해 읽는 데도 훨씬 수월하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교회는 확실히 위축된 것 같다. 물론 이런 상황이 단지 지난 2년 동안 새롭게 나타난 건 아니고, 그보다 앞서 최소 십 수 년 동안 서서히 형성되었지만 확실히 사회 전방위적으로 이렇게 적대적인 반응을 마주한 건 최근의 일이다. 어떤 이들은 언론 탓, 정권 탓을 하지만, 그게 그렇게 중요한 요인이었을까?
로마 제국의 핍박을 받는 와중에도, 기독교인들은 버려진 아이들을 데려다 기르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자선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들을 죽이려 달려드는 로마의 군대들에 맞서 반란을 일으킨 적도 없었고, 묵묵히 자신들이 운명을 받아들였다. 오죽하면 일부 총독은 이들을 잡아 죽여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고 말할 황제에게 편지를 보낼 정도였다.
결국 중요한 건 우리가 무엇을 믿느냐만이 아니라, 우리가 무슨 행동을 하느냐다. 우리 안에 담긴 것을 보여주는 건, 우리의 손과 발이 행하는 일이니까. 하지만 이 일이 쉽지만은 않다. 악을 피하고 선을 따르라는 단편적인 조언으로는,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수많은 복잡한 사안들에 적절히 대응하기가 어렵다.
이 책에 실려 있는 저자들의 결론이 절대적인 해답이라고 할 수도 없다. 사실 일부 내용들의 경우 약간 애매한 느낌도 준다. 예컨대 평화주의에 관한 저자의 의견은, 러시아의 침략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시민들에게 어떤 느낌으로 와 닿을까. 물론 여기에 제안된 논의는 저자도 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개략적이고, 좀 더 깊은 논의로 들어가는 마중물에 해당할 것이다.
주의할 점은 ‘단지’ 이런 논의에만 머물면 안 된다는 점이다. 우리에겐 좀 더 많은 힘이 있고, 그 힘은 생각보다 많은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