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똑 융합과학씨, 물을 생각해요 똑똑 융합과학씨 4
조현권 지음, 이지현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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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융합과학씨 물을 생각해요/조현권/스콜라]물에 대한 모든 것, 존재감은 있는 물 이야기…….

 

HO, 수소 두 알과 산소 한 알의 만남인 물. 물 같은 사람이란 주관이 없고 결단력이 없는 사람을 말하지만 물이 없는 세상은 죽은 세상이다.세상 모든 일이 너무 모자라도 안 되고 너무 지나쳐도 안 되지만 지구 표면의 70%도 물이고, 인간의 70%도 물이 책임지고 있다. 그러니 물이 없는 인간이란 상상할 수 없는 존재다. 물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은 이야기를 만나니, 새삼 물이 고마워진다.

 

 

예전부터 인간은 물의 소중함을 알았나 보다. 제주도에 천지신화가 있는 줄 처음 알았다.

제주도의 무속 신앙 중에 본풀이 열두 거리는 대표적인 굿거리라고 한다. 하늘과 땅, 왕들이 처음 시작할 때의 이야기다.

 

천지왕본풀이는 태초에 우주가 생겨나고, 이어서 인간을 비롯한 세상 만물이 만들어지고 질서가 바로잡혀 나가는 과정을 담은 아주 오래된 이야기야. 그런데 천지왕본풀이를 보면 세상 만물은 하늘에서 내린 푸른 이슬과 땅에서 솟아난 검은 이슬이 합쳐져 생겨났다는 구절이 있어. (11)

 

세상만물이 물에서 시작했다고 믿은 제주도 사람들의 천지창조 설화는 해와 달이 각각 2개씩 이어서 혼란스러웠다는 이야기, 땅의 총명 부인과 하늘의 천지왕의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마치 천지창조같기도 하고 잭과 콩나무이야기 같다.

 

단군신화에 나오는 비(우사), 바람(풍사), 구름(운사) 신하에서는 물은 강조되고 있고, 삼국의 건국신화에서도 물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박혁거세의 부인인 알영이 알영정이라는 우물에서 태어난 이야기도 있다.

 

서양 신화에서 물에서 태어난 아프로디테는 미의 여신다. 우라노스의 피가 떨어져 생긴 거품 속에서 태어난 아프로디테가 로마 신화에서는 비너스다.

 

종교적으로 물은 깨끗하게 하는 도구였다. 천주교에서 미사를 올릴 때 물을 뿌린다거나 기독교에서 물로 세례를 주는 것, 힌두교에서 거룩한 강에서 목욕하는 것, 맑은 물인 정화수를 떠서 장독간에 놓고 기도하는 것 등은 모두 죄를 씻는다거나 정성을 모은다는 의미다.

물이 만물의 근원이라고 했던 탈레스는 약 2600년 전의 사람이다. 그는 물이 우주 모든 것의 기본이고 모든 물질은 물이 형태를 달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자는 물의 부드러움을 칭송했다. 물이야말로 가잘 선한 것이라고 하여 상선약수(上善若水)라고 했다.

 

물의 양면성을 갈파한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물의 흐름과 성질을 연구했다.

 

물은 때로는 날카롭고 때로는 강하다. 상처나 병을 주기도 하고 건강을 주기도 하며, 때로는 독성을 가지기도 한다. 빠르게 달리다가 잔잔하게 멈추기도 한다. 시간과 물로 모든 것은 변화한다. - 다빈치 (42)

    

물이 강둑을 부수고 재해를 남기는 것을 목격한 다빈치는 물을 통제하고 이용하는 연구를 해서 물을 길어 올리는 기계를 연구하기도 했다.

 

지구는 태양과의 거리가 적정하게 떨어진 이유로 인간에게 적장한 액체 상태의 물을 보존할 수 있다고 한다. 만약 물이 있는 외계 행성이 있다면 생명이 존재할 수 있다고 한다. 지구처럼 지구 표면의 70%가 물로 덮인 물의 행성이 어딘가에 존재할까.

 

물에 대한 과학 이야기, 물의 표면장력과 응집력,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미국의 레이우드 세콰이어(115m), 고체·액체·기체의 물의 상태 변화, 물의 여러 가지 성질, 바다와 강, 물 없이 버티는 선인장, 물 없이 사막을 횡단하는 낙타의 고향이 북극이라는 사실, 석회 지형과 동굴, 화산 폭발과 온천, 물과 문명, 물과 산업화, 물과 건축, 물 부족, 가장 비싼 물은 우주 정거장의 생수병(생수 1리터에 6,000만 원, 물 한 컵에 1,200만 원 정도) 등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금 물의 소중함을 깨치게 한다.

 

 

인류 문명의 시작은 큰 강에서 시작했다. 물을 통해 양식을 얻을 수 있었고, 생명을 유지할 수 있었으며 물을 이용해 자신의 터전을 지켜낼 수 있었다. 인간의 삶과 밀접한 물에 대한 이야기에는 신화와 예술, 과학과 환경, 수학과 역사, 자연과 공학이 담겨 있다. 많이 알수록 더 즐길 수 있는 과학 이야기다.

 

좋은 물은 건강한 나라로 데려다 준다. 흔한 물이지만 존재감은 있는 물이기에 소중하게 다뤄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생명의 원천인 물 이야기에서 생명의 신비를 느끼게도 된다. 초등학생을 위한 융합과학책이다. 물에 대한 세상의 모든 이야기다.

 

* 스콜라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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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홀의 싱크홀 연구소 와이즈만 환경과학 그림책 8
최영희 지음, 이경국 그림, 와이즈만 영재교육연구소 감수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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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홀의 싱크홀 연구소/최영희/이경국/와이즈만북스]마른하늘에 날벼락, 싱크홀을 조심해!!

 

길을 가다가 갑자기 땅이 아래로 저절로 푹 꺼진다면 얼마나 놀랠까요?

운전하다가 갑자기 도로에 커다란 구멍이 펑 뚫린다면 굉장히 위험천만한 상황이겠죠.

이러한 싱크홀(sinkhole)은 무분별한 개발의 후유증일까요? 아니면 자연 현상일까요?

 

요즘 서울의 곳곳에서는 싱크홀이 많이 나타나고 있기에 시민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는데요.

이런 싱크홀이 서울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니, 정말 무서운데요.

 

 

과테말라의 과테말라시티에서는 침대 밑에 생긴 구덩이가 갑자기 생겼고, 인천광역시에서는 6차선 도로 한가운데가 지름 12m, 깊이 27m의 구덩이가 생겼고, 포르투갈의 리스본, 영국의 맨체스터에서는 도로에 싱크홀이 발생해 자동차가 추락했어요. 20142월 미국 국립 콜벳 바물관에서도 싱크홀이 발생해 전시하고 있던 쉐보레 콜벳 자동차 8대가 추락했다고 해요. 미국의 시카고, 중국의 쓰촨성, 중국의 후난성, 중국의 광둥 성 광저우 시 등 세계 어디에서나 일어나다니, 언전지대는 더 이상 없는 걸까요?

 

대형 버스나 아파트가 추락할 정도의 엄청 큰 땅 구멍도 생겼다는데, 도대체 씽크홀은 왜 생기는 걸까요?

 

닥터 홀의 구덩이 연구소에서는 닥터 홀과 슈퍼 로봇 드그륵이 씽크홀의 발생 현황 파악, 원인 분석, 해결책 등을 연구하고 있군요. 그 결과가 기대 되는데요.

 

바다에도 블루홀이라는 싱크홀이 있지만 아무래도 걱정되는 건 육지겠죠. 인간은 육상동물이니까요.

 

 

싱크홀은 땅 속에 있던 빈 공간이 무너지면서 일어났다는데, 그런 빈 공간은 왜 생기는 걸까요? 광물을 캐던 갱도가 원인일까요? 석회암 지대의 석회동굴이 원인일까요? 지층사이의 틈새가 원인일까요?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을까요?

 

석회암 지대인 중국 쓰촨 성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석회암 동굴이 무너진 경우랍니다. 충북 음성군 꽃동네 소망의 집 마당이 푹 꺼진 경우는 일제강점기의 갱도가 원인이랍니다. 지층 틈새를 메우던 지하수가 바닥나서 생기는 싱크홀은 인간이 무분별한 개발이 원인이고요. 낡은 하수관에서 새어 나온 물 때문에 지반의 무게가 무거워져 생긴 경우는 과테말라시티에서는 침대 밑에 생긴 싱크홀이래요.

 

지나친 도시 개발로 지반이 불안정해지는 경우는 인간이 막을 수 있는 싱크홀이겠죠.

그런 싱크홀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하수관이 고장 났는지 자주 살펴야 하고, 지하수를 무분별하게 퍼내지 말고, 땅을 파는 공사는 주변의 지반을 고려해서 신중히 계획해야 하겠죠.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싱크홀 이야기가 무시무시하네요. 무서운 지하 구덩이지만 원인을 알고 그 대책을 잘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싱크홀 발생원인에 인재도 있고 천재도 있기에 늘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책은 와이즈만북스 출판사의 환경과학그림책시리즈 여덟 번째 이야기랍니다. 환경문제를 통합적으로 볼 수 잇도록 해주네요. 스스로 질문을 끌어내고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도록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군요. 더 좋은 세상을 위한 책이기에 추천합니다.

이 책은 2014년 환경책 큰잔치에서 어린이환경책 권장도서 로 선정되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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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바이처, 지렁이를 애도하다 탐 철학 소설 12
황영옥 지음 / 탐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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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바이처, 지렁이를 애도하다/황영옥/]인류에 직접 봉사하는 삶의 표본, 인류의 양심, 슈바이처~

 

 

어릴 시절 위인전으로 처음 만났던 슈바이처 박사의 이야기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고 헌신하기가 그리 쉽지 않기에 그저 놀라웠다. 그는 자신이 가진 부와 명예, 행복을 뒤로한 채 질병과 싸우던 원시 아프리카로 걸어 들어갔고, 그곳에서 의사로서 헌신적인 인류애를 보여주었다. 그의 존재는 아프리카인들에겐 하늘이 보낸 성자였으리라. 그 당시만 해도 유럽인들이 아프리카를 보는 시선은 그들의 지배대상이었고 탐욕의 땅이었기에, 유럽인인 슈바이처의 헌신과 사랑은 평범한 것이 아니었으리라.

    

 

 

어릴 적부터 슈바이처의 삶은 부족한 것이 없는 생활이었다. 그는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대학에서는 신학과 철학을 공부하며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가 행복하고 안정적인 미래가 보장된 유럽을 떠나 가난과 질병의 땅 아프리카로 온 이유는 21살 때의 결심 때문이었다고 한다.

 

 

 

서른 살까지는 학문과 예술을 위해 살고, 그 이후에는 인류에 직접 봉사하는 삶을 살리라.”(6)

 

물론 어릴 때부터 그는 이웃의 불행과 가난을 마음 아파했지만 스물한 살 때의 결심이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서른 이후에는 인류에 직접 봉사할 곳으로  적도 아프리카를 정했고, 그곳에서 봉사하고자 서른의 나이에 자신이 강의하던 대학의 의과 대학을 다녔다. 의학 공부를 하는 와중에도 음악 연주와 교회 일, 대학 강의까지 병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의사 자격증을 취득한 그는 프랑스령 적도 아프리카의 랑바레네로 가서 진료를 시작했다.

    

 

 

낡은 닭장을 개조한 첫 진료실은 아프리카의 열악한 현실을 대변하지 않을까. 제대로 된 병원, 제대로 된 의사, 제대로 된 약조차 없던 아프리카 오지인들에게 그의 존재는 희망의 등불이었으리라. 질병에 시달리고 가난에 지친 아프리카 인들에게 그는 태양 같은 존재였으리라.

 

이후 그는 그곳에서의 생활과 생각을 담은 책 <물과 원시림 사이에서>를 출간했고, <문화철학>를 써서 생명에의 외경사상을 주창하면서 인류의 각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 책은 탐 출판사의 탐 철학소설시리즈 의 12번째 책이다.

슈바이처가 나오지만 약간의 각색이 된 소설이다. 슈바이처가 말년을 한국의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 한다는 설정이다.

 

주인공은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종호라는 아이에게 늘 괴롭힘을 받는 아이다. 빵 셔틀, 기절놀이, 노트 필기, 폭력 등으로 괴롭히는 종호가 우산마저 빼앗아가자 하굣길에 호수 쪽으로 발을 옮기면서 무지막지하게 지렁이를 밟아 죽인다. 마치 자신의 분풀이 상대를 만난 것처럼 무자비하게 밟아 죽인다. 그리고 아이는 우산을 든 노신사를 만나게 된다. 은발의 노신사는 무얼 찾는지, 누굴 기다리는지 시시콜콜한 것을 물으며 우산을 주고 간다.

 

다음 날 유일한 가족인 할머니가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간다. 그곳은 적도 아프리카에서의 헌신적인 의료 활동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슈바이처 박사가 말년에 의술을 펼치려고 세운 사랑의 병원이었다. 그곳에는 호수에서 만난 은발의 노신사가 일하고 있었다.

 

알고 보니 은발의 노신사가 바로 그 슈바이처 박사였다. 박사님은 투계장에서 피범벅이 되도록 싸우는 싸움닭 두 마리를 사가지고 와서 기르고 있었다. 닭의 모이로 지렁이를 주면서 생명에 대한 고민을 털어 놓게 된다. 모든 생명 의지에는 생명의 존속과 쾌락에 대한 동경도 있고, 파괴와 고통에 대한 불안도 있다며 생명의 외경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사고하는 인간은 다른 생명을 대할 때도 자신의 생명을 대할 때와 똑같은 생명에의 외경, 즉 생명을 존중하고 그 파괴를 두려워하는 마음을 갖지 않으려야 갖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일세. 그는 자신의 생명 속에서 남의 생명을 체험하고, 남의 생명 속에서 자신의 생명을 체험하지.(138)

 

나는 사람들이 그런 이기심을 버리고 생명에의 외경심으로 모든 생명을 끌어안을 때만 인류는 현재의 비극에서 참된 문화를 건설할 수 있다는 것으로 내 생각을 정리했네. 이상이 내가 말한 생명 외경 사상의 요지이고, 나의 <문화철학>을 이루는 내용일세.(140)

 

철학과 신학 박사이면서 음악과 저술에서도 재능을 보였던 슈바이처가 서른 살에 의학공부를 시작했고 의사가 되어 과감히 아프리카로 떠난 이야기, 아프리카에서 그가 느낀 생명에의 외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들은 생명 존중을 생각하게 되는데......

    

책을 읽으며 온 우주를 대상으로 하는 사랑의 윤리인 생명에의 외경을 생각하며 이젠 고민에 빠지게 된다. 개미와 지렁이, 무당벌레, 집게벌레에게도 생명의 외경으로 대해야 할 텐데......모기를 죽어야 할까, 바퀴벌레를 죽여야 할까.

 

인류에 직접 봉사하는 삶의 표본을 보여준 슈바이처 박사의 이야기다. 인류의 양심인 슈바이처 박사에 대한 소설형식의 이야기다. 읽는 맛과 감동이 함께하는 글이다. 역시 탐 철학소설은 참신하고 매력 있다.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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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
윤신영 지음 / Mid(엠아이디)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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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 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윤신영/MiD]멸종에 대한 재미난 인문편지

 

가을에 어울리는 책 한 권이다. 노랫말처럼 가을은 편지를 하는 계절이니까. 동물이 다른 동물에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릴레이 편지를 쓴다면 어떨까. 멸종 위기의 동물들이 편지를 남긴다면 누구에게 어떻게 남길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기에 언젠가는 멸종하겠지만 막상 닥친다면 유서를 남기듯 편지를 쓰지 않을까.

    

 

 

 

 

 

 

 

 

 

 

이 책에는 생태계의 먹고 먹힘에 대해 다루다가 <주역>의 구절을 등장시키기도 하고, 호르몬 반응을 언급하다다 시를 인용하기도 하며 멸종을 이야기하다가 영화장면을 불러오기도 합니다. (7)

 

이 책은 생물학, 생태학 등의 내용을 담은 멸종에 대한 경고들이다. 문학과 철학을 담은 생존에 대한 사유이기도 하다. 동물이 종이 다른 동물에게 보내는 안부편지 같은 인문서다. 13종의 생명들이 서로 연결되어 릴레이 식 문안 편지를 나눈다. 각자의 관점에서 이야기할 기회를 준책이다.

 

세상은 복잡계 물리학, 복잡계 경제학, SNS처럼 모두 망으로 연결되어 있다. 지구촌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 모든 생물들도 하나로 연결된 세상이다. 그러니 이렇게 릴레이 문안 편지를 나누다 보면 전 생태계가 연결될 것이다.

   

개체 수가 많은 인간, 최고의 포유류로 군림하는 인간이 같은 포유류인 물윗수염박쥐에게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을까. 환경부가 정한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인 물윗수염박쥐는 강원도 석회암 동굴의 구멍에 서식한다는 박쥐라고 한다.

   

당신이 떠난 텅 빈 동굴을 생각하며 이 편지를 씁니다. 당신이 아직 동굴에 머물고 있던 시절에 방문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합니다. 당신의 몸은 아직 냉기를 유지하고 있었고, 그 냉기는 곧 동굴의 냉기였습니다. 체열을 스스로 생산할 수 있는 포유류의 일원임에도, 겨울이면 몸의 온도를 낮춰 겨울잠을 자는 당신, (19)

 

당신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제 머리에 떠오른 것은 한 편의 시였습니다. 이성복 시인의 파리도 꽤 이쁜 곤충이다라는 제목의 재미난 시지요. 사람들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은 대상에 대해 막연히 편견을 가지고 있을 때가 많습니다.(21)

 

인간이 박쥐에게 보낸 편지엔 오마주의 성격이 강하다. 박쥐는 영화나 만화에서 나쁜 악당으로 나오거나 사람의 눈을 파먹는다거나 피를 빨아 먹는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지만 이는 인간들의 편견이기에 인간의 입장에서 애써 나서주고 싶을 정도라고 표현한다. 지구의 중력을 거부하며 거꾸로 매달리는 박쥐의 꼿꼿한 자존심, 생존을 위해 온도가 안정적인 곳인 동굴을 찾는 박쥐의 현명함, 체온을 낮춰 겨울잠을 자기에 최적인 장소로 동굴을 고른 탁월한 안목 등 구구절절이 똑똑한 박쥐에 대한 찬사의 나열이다.

 

동굴의 안쪽이 그 지역의 연평균 기온과 맞먹다니, 처음 듣는 말이다.

김선숙 박사는 붉은 박쥐(황금박쥐)220일을 잔다는 사실과 박쥐가 겨울잠을 자는 온도와 시기, 그리고 분포 사이에는 절묘한 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 박쥐가 동면에 이르는 온도는 약 13°C이다. 그렇게 그는 붉은 박쥐의 동면 시기와 외부의 최저기온 변화가 직접적인 연관이 있음을 밝혀냈다. 그러니 박쥐의 분포와 동면 온도, 시기를 알면 기후변화를 추적할 수 있다는 얘기다.

    

편지엔 박쥐의 초음파 발사 능력, 비행능력, 몸집이 작은 종일수록 초음파의 주파수가 높다는 사실, 동굴 같은 곳에 있을 때가 숲 같은 곳에 있을 때보다 주파수가 높다는 사실 등이 나와 있다.

덤으로 판코박쥐, 관박쥐, 검은집박쥐, 황금박쥐(붉은 박쥐), 토끼박쥐의 흰코증후군 등도 세세하게 편지에 적었다.

 

편지 속에는 박쥐의 습성, 종류, 특징들이 구구절절하게 담겨 있다.

영화 <매그놀리아>에서 개구리가 하늘에서 비처럼 내린 이야기, 20141월 호주에서 10만 마리 박쥐가 하늘에서 떨어져 죽은 사연, 2012년 미국에서는 풍력발전소 때문에 60만 마리의 박쥐가 죽었다고 한다.

 

풍력기 앞에서의 바람의 압력 때문에 박쥐들의 장기가 파열되고 귀나 폐에 심한 상처를 받다니. 풍력발전소가 그 지역의 동물들에게는 치명타를 주다니. 조력발전소가 물범들에게 치명적이라니. 인간을 위한 친환경적인 발전소가 동물에겐 재앙이었다니, 에너지 문제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정리해 보자.

박쥐는 전 세계 포유류 종의 20%를 차지하는 포유류다. 한국에는 23종이 살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1200여 종이 살고 있다. 팔과 다리, 꼬리가 연결된 날개막 구조를 이용해 새처럼 난다. 초음파를 이용해 어둔 곳에서도 먹이를 찾아내고 날 수 있다.

 

인간이 박쥐에게 보낸 편지에는 조해진의 <새의 종말>,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김경주 시인의 시도 소개되어 있다.

 

찬물에 종아리를 씻는 소리처럼 새 떼가

날아오른다.

 

새 떼의 종아리에는 능선이 걸려 있다.

새 떼의 종아리에는 찔레꽃이 피어 있다.

 

새 떼가 내 몸을 통과할 때까지

 

구름은 살냄새를 흘린다.

그것도 지나가는 새 떼의 일이라고 믿으니

 

구름이 내려와 골짜기의 물을 마신다.

나는 떨어진 새 떼를 쓸었다

 

-김경주 새 떼를 쓸다전문(44~45)

 

모든 생물은 기온의 차, 환경의 차에 적응하기도 하지만 때론 적응 못하기도 한다. 적자생존, 자연도태설이 지배하는 세상이지만 때론 약자가 살기도 한다.

저자는 박쥐를 보호하는 방법을 이야기 하면서 생태계의 약자에서 사회적 약자로 옮겨가며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이 책은 인문편지다.

인간이 박쥐에게, 박쥐가 꿀벌에게, 꿀벌이 호랑이에게, 돼지가 고래에게, 고래가 비둘기에게, 비둘기가 십자매에게, 십자매가 공룡에게, 버펄로가 사자에, 사자가 네안데르탈인에게, 네안데르탈인이 인간에게 보내는 안부편지 형식의 인문편지다.

형식도 새롭고, 내용도 참신하다. 과학과 문화가 만나고, 생태계와 철학이 만나니까. 멸종에 대한 인문서 같다. 지구를 스쳐갔던 지난 생물들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일까. 그들 사이에 오간 편지가 있다면 이럴까. 발칙하고 참신한 발상에다 내용은 진국이기에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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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특허 표류기
이가라시 쿄우헤이 지음, 김해용 옮김 / 여운(주)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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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특허 표류기]유전자 특허, 유전자 비즈니스, 이대로 괜찮을까?

 

특허는 전쟁이다. 더구나 유전자 특허는 더욱 뜨거운 전쟁이다. 유전자의 특허전쟁, 이대로 괜찮을까. 인간의 유전자가 물건처럼 거래될 수 있다. 더구나 본인의 면역세포에 대한 유전자 특허권은 본인이 아니라, 그런 사실을 밝혀낸 연구소가 가진다.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 줄기 세포등 유전자 특허는 시간이 갈수록 뜨겁게 달아오를 이슈일 텐데......

 

지금 세계는 유전자 배열 연구의 각축장이다. 세계 각국의 연구 기관, 대학, 제약회사들이 염기서열을 해독하는 기술 혁신을 이뤘기 때문이다.

 

 

저자는 에이즈 감염 여부를 결정짓는 유전자인 CCR5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CCR5가 조금이라도 다른 형태를 가지고 있으면 HIV가 침투하고 싶어도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결국, 이 유전자의 형태가 정상적이지 않다면 쉽사리 에이즈에 걸리지 않을 겁니다. (13)

 

HIV가 세포 표면에 있는 CCR5와 정확하게 들어맞으면 에이즈가 감염된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HIV에 노출되어도 에이즈에 걸리지 않는 유전자가 있다. 이런 경우에 제약회사들은 엄청난 이익을 가져다 줄 특허소동을 일으킨다. 에이즈에 걸리지 않는 사람의 유전자, HIV 변이형을 지닌 유전자에 대한 특허는 당연히 이런 사실을 발견한 연구소가 가지게 된다. 본인의 유전자에 대한 특허가 본인도 모르게 연구소에서 취득하게 된다니, ~

 

미국의 대형 유전자 검사 기업이 검사비를 99달러로 인하했다. 유전자 검사가 보다 쉬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2013년은 인체특허가 새로운 전환점이 된 해라고 한다. 유방암 유전자의 특허권이 취소가 되었지만 디자이너 베이비(인간의 수정란을 배아·변형시켜 만든 유전자 변형 아기)는 특허가 인정된 해이다.

 

유전자를 발견하여 특허를 취득하면 새로운 진단법과 약 개발로 직접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또한 다른 기업에 그 유전자를 연구할 권리를 주어 특허 사용료를 받아낼 수도 있죠. 따라서 유전자 특허권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연구에 투입하는 자금도 노력도 막대합니다. 자금을 제공한 투자자는 이익을 원합니다. 우리는 특허로써 그 기대에 부응해야만 합니다. (51)

 

일본에서는 유전자를 특허의 대상으로 할 수 없다가 지배적이고, 미국 의학계는 유전자 특허가 에이즈 등의 연구를 해하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개인의 유전자가 개인의 것이 아니라니. 자신의 유전자에 대한 특허가 생겨도 특허권은 기업이 가지는 현실을 어떻게 봐야 하나.

 

의사의 손이든 신의 손이든 사람의 생명이 우선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것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특허의 덫이 그것을 방해하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입니다. (32)

 

저자는 인간게놈지도, 유전성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는 유전자 검사, 희귀난치성 질환의 유전자 진단, 유전자 검사와 과학 기술의 진보, 생명특허에 대한 위험성, 유전자 치료법도 발명품인가, 기본특허와 독점권의 문제, 유전자 해독에 대한 과학 기술과 공익 사이의 고민들 등을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

 

이 책은 NHK 스페셜 <인체특허>가 방송된 이후에 휘말린 여러 질환의 유전자 특허 문제들, 그 대응방법을 담은 책이다.

 

인체 특허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된 책이다. 유전자 특허, 유전자 비즈니스라는 말이 거북스럽다.

 

거대 제약회사들이 유전자 특허에 투자해서 막대한 이익을 거둬가고 있다니.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일은 없을까. 자연에 소속된 유전자를 해독하는 것까지 특허로 내는 현실을 접하니, 상당히 우려스럽다. 제약회사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현실을 보며 유전자 해독의 특허. 좀 더 신중하게 논의되었으면 좋겠다.

 

현재 야마나카 신야 교수가 소장을 맡은 교토대학 iPS세포연구소에서는 단독으로 보유한 iPS세포에 관한 특허 기술을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유도 다능성 줄기 세포인 iPS세포를 만들어 노벨상을 탄 야마나카 신야의 말처럼 어차피 특허를 할 수밖에 없다면 공공특허가 한 방법일 수도 있다. 공공특허는 취득한 특허를 인류에 이익이 되도록 한다는 합의가 필요하겠지.

 

인간의 존엄성이 먼저일까, 아니면 기업의 이익이 먼저일까. 희귀성 질환의 치유가 먼저일까, 아니면 자연의 질서에 따르는 게 먼저일까. 인체 특허 문제는 위험하고 어려운 문제다. 일반적인 특허와 다르게 신중하게 취급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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