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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채널을 바꾸다 우연히 보게 된 <지식채널ⓔ>. 5분 남짓한 시간동안 전해지는
강렬한 이미지와 메시지는 상당히 놀라웠다. 순식간에 몰입하게 만드는 두 요소가 짧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지식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획기적이면서도
유익한 프로그램이였다.
그리고 이런 <지식채널ⓔ>를 벤치마킹해서 한국사에서 발생한 주요한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 소개하고 있는『역사채널ⓔ』가 탄생한 것이다. 이 책은 2011년 10월부터 기획 편성된 프로그램인 EBS <역사채널ⓔ>의 방송
내용들을 일부 모은 책이다.
학창시절 역사를 배웠지만 이는 시험 점수를 위한 경우로 주로 시험에 잘 나오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학습했을 것이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기 나라의 역사를 좀더 심도있게 배우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최근 각종 방송 프로그램이나 서점가에서 한국사를 주제로 한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데 어느 한편으로는 역사를 시험점수가 아니라 좀더 근원적인 관심을 가지고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좋은 시도라고 봐도 좋을것
같다.
이런 흐름에서 볼때 『역사채널ⓔ』는 역사를 흐름의 전테로 보는건 아니지만 주요 사건과 인물에
대해 적어도 심도있게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있고 무엇보다도 시청자에게 강한 임팩트를 선사했던 만큼 짧은 시간동안 역사적 사실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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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인상적인 이미지와 짧지만 강력한 텍스트라는 방송과 같은 포맷을 띄고 있지만 이 둘에서
모두 담을 수 없는 해설로서 역사적 사실과 내막, 자세한 이야기를 포함한다. 총 3부에 걸쳐서 소개되는 이야기의 포문을 여는 것은 '콩나물 팔던
한 여인의 죽음'이 신문에까지 실린 사연이다.
과연 누구길래 그런 것일까? 일제 강점기 시절 남자가 공부를 많이 하기도 쉽지 않던 그때
여자가 고등교육을 받았고 중국 유학을 거쳐 동양인 최초로 스웨덴 스톡홀름대학에서 정치경제학을 전공했던 장본인, 최영숙.
지금으로봐도 엘리트인 그녀는 조선으로 돌아오기도 전에 “경제운동과 노동운동에 몸을 던져 살아
있는 과학인 경제학을 현실에서 실천”, “공장 직공이 되어 그들과 노동운동을 할 마음”(p.30)이라고 포부를 밝힌다. 실제로 그녀의 금위환향을
대서특필 한다.
하지만 돌아온 그녀 앞에 기다린 것은 사업 실패로 가세가 기울어 이제는 집안을 책임져주길
바라는 가족들의 바람이였고 세계경제 대공황으로 인해 남자들도 일자리를 얻기가 힘든 상황에서 국내출신 인재를 선호하던 기업들이 인텔리 신여성은
오히려 꺼려했다는 것이다.
결국 돈을 융통해 콩나물을 포함해 다른 것들을 팔았던 그녀는 건강악화 등으로 27년의 짧은
생을 마감한다. 자신의 배움으로 사회를 변화시키고 싶었던 그녀는 여자라는 그 사실 때문에 꿈을 펼치지 못했고 죽음 이후에는 그녀 자신보다는
외국인 연인에 더 주목받게 된다.
이외에도 을미사변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조선인 무관 우범선, 그는 뛰어난 능력에도 불구하고
중인 출신이라는 이유로 현실에 좌절하게 되고 결국 을미사변의 중심에서 매국노가 되어 일본으로 떠나고 같은 조선인이였던 고영근의 손에 살해된다.
그 당시 우범선의 큰 아들이였던 우장춘. 곤궁한 시간을 보냈던 그가 조선인으로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농학부. 이후 「종의 합성」을 발표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해방 이후 심각한 식랸난에 빠진 대한민국이 우장춘에게 한국농업과학연구소 소장직 제안하고 조국으로 오게 된다. 그리고
사망직전 ‘대한민국 문화포장’을 받으며 그를 평생 따라다녔을 친일매국노라는 아버지의 그림자로부터 마음의 짐을 덜었을지도 모르겠다.
역사가 주가 된 이야기이지만 그속에는 국제 정치, 사회 문화, 경제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내포되어 있고 지금도 일본의 억지와 탐욕의 대상인 독도와 관련해서 왜 독도가 우리 땅인지에 대한 증거로서 일본이 보유하고 있던
<태정관 지령>의 부속문서에 첨부된 죽도(울릉도)와 송도(독도)에 대한 설명, <태정관 지령>의 첨부지도
<기죽도약도>에 그려져 있는 표기를 통해서 두 섬이 조선의 땅이라고 일본 스스로가 밝히고 있음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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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역사는 단지 과거에 일어난, 지나간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역사를 통해서 현재를 살아가는데 있어서의 지혜를 얻게 되는 것이며 앞으로도 일어날 일들에 대한 경각심으로서도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역사채널ⓔ』는 그저 감정에만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에 근거해 다양한 측면에서 이를
뒷받침 해주고 있고 이와 관련한 자료 출처도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강렬한 이미지와 텍스트를 통해서 역사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킨 다음 본문
해설편에서 보다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에 보다 친숙하게 다가가되 가볍게 다루지 않아서 참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