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양식·새 양식 열린책들 세계문학 284
앙드레 지드 지음, 최애영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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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지드와 헤르만 헤세, 알베르 카뮈는 비슷한 연도의 출생 때문에서가 아니라 왠지 모르게 한 세트처럼 세 문학인의 작품들을 주로 읽었던 때가 있었다. 현재 세계문학작품하면 떠올리게 되는 다양한 작가와는 달리 내가 학창시절만해도 이 세 작가가 가장 먼저 떠올랐고 이들의 책을 중심으로 읽어보았는데 그런 와중에도 앙드레 지드의 작품은 『좁은 문』이 다인것 같은 느낌이라 사실 이번에 만나 본 『지상의 양식·새 양식』도 상당히 낯설게 느껴진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이 작품이 『좁은 문』보다 10년도 더 훨씬 전에 출간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앙드레 지드 역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로 이 작품은 상당히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치 회고록이라고 할지, 독백서라고 해야 할지... 처음 책장을 펼치고선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수필이나 회고록이 아닐까 싶은 생각까지 했을 정도이니 말이다. 

 

 

엄연히 문학장르 중에서도 소설로 속하는 이 작품 속에서는 지상에서 누릴 수 있는 쾌락과 행복을 최대한도로 누리겠다는(여기까지만 보면 굉장히 통속적이고 타락적인 느낌까지 들 정도인데) 포부를 담아낸 작품으로서 그가 이 작품을 주장하고자 하는 바 역시 세상으로부터의 탈주이다. 

 

무조건적인 탈주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뚜렷한 탈주의 목적과 대상이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쾌락이 아니라는 점도 의미있을 것이다. 통속적으로 보이던 주장은 결국 자신을 옭아매는, 개인의 자유를 억누르는 것들에서부터,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가 따르던 도덕과 가치로부터의 탈주이며 이러한 탈주를 통해 진정한 자유를 얻는 것, 그것이야말로 앙드레 지드는 지상에서 누리는 최고의 행복이자 쾌락이라고 표현한 것이 아닐까 싶다. 

 

 

작품 속에서는 예수의 최초 제자들 중 한 명이라고 알려진 나타나엘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화자가 등장하고 마치 앙드레 지드 자신이 이 나타나엘에게 이야기를 전하는 느낌으로 책이 진행되는데 문득 이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이 말을 전하는 나타나엘의 스승과 나타나엘은 어쩌면 앙드레 지드 그 자신의 분신들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이는 책 속의 내용들이 그 누구보다도 작가 자신의 바람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내면, 열정, 타락, 우정과 사랑 등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다소 두서없어 보이는 순서로 이야기하고 이야기가 쓰여진 장소로 표현된 곳도 여기저기라 의식의 흐름에서 차곡차곡 쓰여진 기존의 작품들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인것만은 확실하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이런 독특한 서술 방식이 이 작품 속에서 작가의 주장이 반영된 다분히 의도한 것이라면 이 또한 상당히 멋진 표현의 장치라고 여겨진다.

 

행복이나 타락을 주장한다고는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추구하는 삶이란 결국 독자적인, 기존에 정해진 수순의 삶이 아니라 자신만이 창조해낼 수 있는 삶을 의미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 작품은 묘하게도 소설이지만 마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처럼 삶의 지표를 제시하고자 하는. 진정한 의미의 인생이란 어떻게 사는 삶인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생각도 들어서 새삼 문학 속에 철학을 담았음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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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캣 식당
범유진 지음 / &(앤드)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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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있어서 욕망과 질투만큼 솔직한 감정이 있을까? 이 감정들이 때로는 나를 강하게 하고 나를 더 나은 모습으로 발전하게도 만드는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사실 이런 경우보다는 그 반대로 질투와 욕망에 사로잡혀 그 사람을 시기하거나 아예 그 사람을 망치려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범우진 작가의 『카피캣 식당』은 인간의 이런 질투와 욕망, 그리고 탐욕이 빚어낸 이야기를 만나볼 수 있는데 총 다섯 편의 이야기는 판타지 장르를 표방하고 있긴 하지만 어떤 특별한 인물의 감정이라기 보다는 누구나 한번쯤 느껴보았을수도 있는 감정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오는 작품이기도 했다.

 

 

「거짓말쟁이의 초코파이」는 연예인 현아와 동명이인, 나이도 같은 정현아라는 인물이 여러모로 자신과는 너무나 다른 삶을 사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최애와 열애설이 터진 연예인 현아라는 인물에 질투를 느끼게 되면서 겪는 이야기이며 「부치지 못한 달걀말이」는 자신과는 입사동기로 외모는 물론 능력도 출중한 정기상이라는 인물을 애증하는 변만진라는 인물이 정기상의 인생을 훔치고 싶어하는 이야기다. 

 

「회복의 레몬 꿀차」는 모든 것을 타고난 천재라고 생각했던 이만도가 사실은 그렇지 않을수도 있다는 것을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김수아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고 「돌고 도는 짜파게티」는 회복 불가능에 희망이 없다고 봐야 할 췌장암 3기 진단을 받게 된 최진혁이라는 인물의 이야기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후 자신과는 달리 건강한 누군가의 삶을 훔쳐서라도 삶을 살고픈 욕망을 그려낸다. 마지막 「감자밥과 주먹밥」은 주비단이라는 인물을 통해 젊음을 향한 갈망으로 나이들어간다는 것과 그렇게 노인이 되었을 때 세상이 얼마나 가혹한가를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누군가, 훔치고 싶은 인생이 있다면 자신이 이뤄 줄 수 있다고 말하는 카피캣 식당, 조건은 훔치고 싶은 상대의 영혼의 레시피를 알아오면 된다. 식당의 주방장이 그 영혼의 레시피로 음식을 만들면 손님은 그 사람의 영혼을 훔치고 주방장은 그 레시피를 얻게 된다. 

 

여기서 영혼의 레시피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음식과 관련된 기억으로 마음에 새겨진 음식 이야기인 셈이다. 어떻게 보면 소울 푸드라 불러도 될까 싶기도 하고 평생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는 인생에서 가장 의미있는 음식과 관련된 소중한 추억일지도 모른다. 

 

이는 그 사람이 지금에 있기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기억일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단순한 미각을 의미하는게 아니라는 주방장 로키의 말이 이해가 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과연 이 다섯 명은 자신이 훔치고픈 사람들로부터 영혼의 레시피를 가져올 수 있을까? 톡특하고 흥미로운 설정이 옴니버스 형식의 영화로 만들어도 참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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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의 나라 조선 - 그 많던 조선의 모자는 왜 그렇게 빨리 사라졌을까?
이승우 지음 / 주류성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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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우리나라 양반들이나 쓰던 갓이 외국에서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갓이라는 것이 참 묘하게 생겨서 은근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도 사실인데 이번에 만나 본 『모자의 나라 조선』은 그런 갓은 물론이거니와 의외로 지금은 실생활에서 사용이 거의 안된다고 봐야 할 것 같은 조선의 모자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러게 참 신기한 것이 의복사나 역사적으로도 상당히 의미가 있을 조선시대의 다양한 모자들이 현재에 과연 얼마나 남아 있을까 싶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전통 모자를 평소 우리가 쓸일은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건 아마도 이 당시의 모자는 다른 의복과 갖추어 입어야 오롯이 완성되는 것이여서가 아닐까 싶다. 

 

이 책에서는 조선의 모자에 대해 알아보면서 의복이나 장신구, 다양한 패션 소품들이 당시의 신분과도 직결된다는 점을 고스란히 보여주는데 이런 부분은 역사적 관점에서도 충분히 의미있는 내용이였으며 또 이런 조선의 모자를 우리의 관점이 아닌 외부인의 시선에서 바라보았을 때는 어떤 느낌이였을지를 만나볼 수 있었던 점도 꽤나 의미있는 시간이였다. 

 

굳이 조선의 모자를 테마로 왜 글을 썼을까 싶은 이유는 바로 조선이 모자 왕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로 성리학, 다양한 의식, 500년 동안 한 나라의 지속성과 존속성에서 볼 수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였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기대했던 내용은 바로 조선시대에 있었고 사용했던 다양한 모자들에 대한 이야기, 앞서 언급했던 갓에 대한 좀더 자세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어서 나조차도 알지 못했던 우리나라의 모자들 그리고 갓의 매력과 특징, 역사를 만나볼 수 있어서 좋았던것 같다. 

 

이렇게나 다양하고 의미있었던 모자들이 사라진 이유는 어쩌면 변화하는 시대, 앞서 언급한 대로 모자가 신분의 상징과도 같았던 시대에 신분제가 폐지되고 새로운 문물이 들어오면서 점차 그 설자리를 잃어갔던게 아닐까 싶다. 

 


모자 하나에 이렇게나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다는 사실, 그속에는 우리의 역사와 문화, 시대의 변화까지 담아내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흥미로웠고 특히나 실제 다양한 모자의 모습을 실물 사진으로 보면서 그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어서 더욱 의미있었던 책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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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에디터스 컬렉션 13
다자이 오사무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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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패망 후 사양족을 둘러싼 그 시대의 사회와 사람들의 삶을 잘 묘사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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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 에디터스 컬렉션 13
다자이 오사무 지음, 오유리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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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이 오사무라는 이름이 마냥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꼭 일본문학을 즐겨 읽지 않는다고 해도 세계문학전집에서 빼놓지 않는 일본소설인 『인간실격』은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양』은 바로 그 작품을 쓴 작가의 소설로 순서로 따지자면 『인간실격』보다 앞서서 세상에 소개된 작품이기도 하다. 

 

일본 근대문학의 대가로 불리는 다자이 오사무라는 명성에 걸맞게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2차 세계대전 직후이다. 일본의 패망으로 일본 내의 사회도 혼란스러웠을 것이고 그와 몰락하는 가문도 많았을텐데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몰락한 가문과 사람을 지칭하는 ‘사양족’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다고 하니 때로는 말과 언어가 시대의 표상이라 여겨지기도 한다지만 이보다 더 그 시대를 보여주는 단어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특히나 이 책의 작가인 다자이 오사무 역시 이 사양족과 무관하지 않았는데 실제로 그가 꽤나 부유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패망으로 그 영광은 과거 속으로 사라진걸 보면 작가가 자신의 경험을 반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이겠다.

 

 

어린시절 귀족이라는 지위를 가지고 부유함과 권력을 누리며 살았던 사람들의 전형인 가즈코와 남동생 나오지. 그러나 전쟁이란 시대적 격변 속에서 가문이 몰락하고 결혼을 했던 가즈코도 남편과 헤어진다. 그 과정에서 아이까지 잃은 굴곡진 삶을 살고 있는데 결국 이혼을 하고 어머니와 함께 살기로 한다. 

 

원래라면 남동생이 있었겠지만 그는 현재 전쟁에 나간 상태. 하지만 일본의 패망 이후에도 남동생인 나오지의 소식을 들을 수 없고 동생이 남긴 빚을 포함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집안 사정에 결국 어머니와 가즈코는 시골로 거처를 다시 옮긴다. 

 

이후 나오지가 돌아오고 이들의 곤궁한 삶은 더욱 힘들어지는 가운데 가즈코는 우연한 기회에 소설가 우에하라를 만나게 된다. 사람의 인연이라고 해야 할지, 오롯이 가즈코만의 맹목적인 연정이라고 해야 할지... 길지 않았던 만남에도 우에하라는 가즈코에게 큰 인상을 남긴다. 

 


하지만 어릴 적 영광도 스러진 가운데 나오지는 결국 자신에게 존재했던 많은 것들, 잃어버린 것들 그 사이의 괴리와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에 대한 한탄 등으로 괴로워하 결국 죽음에 이르고 만다. 그렇게 이미 몰락해버린 가운데에서 가즈코는 보이는 결심은 과연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까?

 

미래에 대한 희망일까, 아니면 이제는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게 되어버린 찬란했던 옛 영광에 대한 자조 섞인 미련일까... 유독 힘들게 다가오는 굴곡진 삶의 한 가운데 놓이게 된 가즈코는 자신이 임신한 우에하라의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것이 도덕적 혁명이라 말하는데 과연 가즈코의 삶은 그 이후로 어떠했을지 궁금해지는 그런 작품이였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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