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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트
에르난 디아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2월
평점 :

어떤 책을 선택할 때 있어서 장르는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어떤 장르인지에 따라 그 작품 속에 진행되는 이야기에 대한 픽션과 논픽션의 정도도 달라지겠지만 독자들의 입장에서도 이 작품은 받아들이는 어느 정도의 선입견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겠지만 이 장르에는 대략 이런 분위기의 내용이겠지라는 기대감을 갖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한 명(커플)의 인물에 대해 총 4부에 걸쳐 소설, 자서전, 회고록, 일기라는 형식을 차용하고 있는 작품이 있다면 그 자체로 상당히 흥미롭게 느껴지지 않을까?
바로 에르난 디아스의 『트러스트』가 그러하다. '2022 미국 매체 최다 선정 올해의 책'이라는 문구가 눈길을 끈다. 이는 곧 화제성에 있어서만큼 최고였다는 셈인데 이미 첫 번째 작품인 『먼 곳에서』을 통해서 퓰리처상 최종후보에 올랐던 작가였던만큼 아마도 그의 다음 작품에 대해 많은 기대감이 있었을텐데 두 번째 장편소설에서 이렇게나 흥미로운 구도를 보인다는 점에서 대단하게 느껴지며 무엇보다도 문학, 특히나 소설이라면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이 작품은 앞선 평가가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재미있다.
작품 속의 주요 밀드레드 베벨이라는 인물은 20세기 초에 미국의 월스트리에서 일명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며 막대한 부를 쌓아올린 앤드루 베벨에 대한 이야기가 1부 채권이라는 타이틀 하에 소설로 먼저 등장한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헤럴드 베너라는 소설가가 앤드루 베멜과 밀드레드 부부에 대한 이야기를 쓰면서 앤드루의 성공과 그들의 부부의 결혼생활이 어떠했는지를 그리고 있으며 이어 나오는 2부 나의 인생에서는 소설 속 장본인인 앤드루 베벨이 헤럴드 베너의 소설에 대해 일종의 반박의 목적으로 쓴 자서전 성격의 글이다. 역시나 어느 정도 자신들 부부에 대한 미화가 그려질 수 밖에 없는 이야기다.
세 번째로 나오는 회고록을 기록하며에서는 사실 자서전은 앤드루 베벨이 직접 쓴 것이 아니라 대필 작가가 썼다며 바로 그 대필 작가가 쓴 일종의 회고록으로 그 주인공은 앤드루의 비서이다. 세간에 알려진 베벨 부부의 진짜 모습을 둘러싸고 고발, 반박, 재반박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의 전개가 아닐 수 없다. 그렇기에 3부의 회고록에서는 대필 작가가 다시금 앤드루 베벨에 대한 일종의 고발을 하는 이야기다. 그의 추악한 모습을 폭로하는 것일수도 있겠다.
마지막 선물에서는 그동안 비교적 이야기의 초점이 앤드루 베벨에 머물러 있었다면 드디어 그의 아내인 밀드레드 베벨의 육성(고백)을 들어볼 수 있는 순서로 이리저리 회자는 되었지만 그동안 앤드루에 비해 전면에 나서지 않는 것 같았던 밀드레드가 일기라는 형식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점에서 과연 폭로와 반박, 재반박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속 월스트리트 성공 신화의 주인공으로 여겨지던 앤드루 베벨에 대한 진짜 모습은 무엇일지를 알 수 있을지, 아울러 왜 그녀는 마지막에 이르서야 이 진흙탕 같은 싸움에 등판하게 되었는지도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20세기 초 월스트리트의 전설적인 성공 신화 속 인물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진실찾기는 마치 현재의 모습을 보는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사람들 사이에서 대단한 인물로 여겨지는 존재에 대한 추악한 모습, 일종의 진실 폭로가 갑작스레 일어나면서 이를 둘러싼 당사자와 관계자들의 반박과 재반박, 측근의 이야기까지 곁들여지는 최근 만나볼 수 있는 여러 사건들과 너무나 닮아 있기 때문이다.
한 편의 소설로만 이야기가 그려졌다면 이런 생각이 들진 않았을것 같고 작품 전체의 임팩트나 몰입감도 낮았을것 같은데 이 묘한 4단계에 걸친 마치 검증 절차 같은 이야기가 신선하면서도 더욱 재미있게 느껴졌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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