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뉴욕 수업 - 호퍼의 도시에서 나를 발견하다
곽아람 지음 / 아트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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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감상을 좋아하다보니 직접적으로 관람이 다소 어려운 상황 속에서는 관련 도서들을 주기적으로 꽤 많이 보는 편인데 좋아하는 화가를 떠올려보면 세계적이고도 대중적인 빈센트 반 고흐가 있지만 최근 들어 좋아지는 작가가 있다면 바로 에드워드 호퍼이다. 그의 그림은 분명 사람이 등장하는데도 불구하고 정제된 느낌, 마치 사람이 정물화 속의 사물들처럼 살아 움직이나 고요한것 같은 느낌이 들어 묘하다.

 

게다가 그림 속에서 한 명의 인물만 그려져 있을 때의 정적, 고요함은 묘하게 외로움을 자아내는것 같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외로움에 잠식된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그 외로움을 가만히 느끼고 있는 고요 속의 정적을 편안하게 즐기는것 같은 휴식 같은 모습이기도 해서 눈길이 갔던것 같다. 그림의 색감도 참 마음에 들었고...

 

 

그렇기에 호모아카데미쿠스의 전형이라고 불리는 곽아람 작가님의 뉴욕 생활기, 단기 이민과 비슷한 뉴욕으로의 해외연수 기간 동안 호퍼의 도시에서 어떤 일들을 경험했을지 궁금했다. 책속에는 실제로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들이 소개되는데 그중에는 마치 고흐가 아를에서 지내는 동안 아를의 이곳저곳을 그림에 담았던 것처럼 호퍼 역시 뉴욕의 이곳저곳을 그림으로 담아낸 것 같은 그런 그림들을 만나볼 수 있었던 점이 참 좋았다. 

 

물론 다른 화가의 그림들도 있고 뉴욕의 유명 관광명소이자 문화 항유의 장(場)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전시나 공연도 함께 담고 있어서 세계적인 도시 뉴욕에서 해외연수를 통해 뉴욕의 이모저모를 경험한 것도 참 부럽지만 이런 문화를 체험할 수 있었던 부분이 너무나 부럽게 느껴졌던것 같다.  

 

 

책속에는 카네기 홀에서 연주를 했던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이야기도 담겨져 있는데 그 장면이 묘하게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과 매칭되어 신기하기도 했다. 정말 뉴욕이라는 도시는, 적어도 이 책에서만큼은 호퍼의 도시가 된 기분이다. 

 

관람이나 투어 등의 정보를 소개하기도 하고 작품, 인물 등에 대한 언급할 경우 그들에 대한 관련 정보도 함께 실고 있어서 『나의 뉴욕 수업』은 여러모로 흥미롭게 만나볼 수 있는 에세이다. 그러면서 책의 제목이 왜 수업이라 표현했을까 싶었는데 보고 있노라면 뉴욕은 곽아람 작가님에게 거대한 교육의 장인 동시에 배움의 장이였던 것이다. 

 

스스로가 뉴욕에서 어떤 생활을 할 것인지 그 생활 방식을 많이 고민하셨다는게 보이는 것이 끊임없이 배우고자 그리고 더 많은 것을 흡수하고자 하는 모습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기회가 있다고 해도 이렇게나 부지런히 그리고 열정적으로 스펀지처럼 많은 것을 흡수하고자 하는 모습은 분명 노력이 필요해 보이고 그 이상으로 본인도 즐겨야 그 행위가 더욱 의미있게 다가올텐데 작가님에게 많은 배우고자 하는 자세에 지적 호기심이 더해지며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고 그렇게 자신의 지적 호기심을 채우는 배움의 시간을 기꺼이 공유하고자 이 책을 출간했으니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뉴욕의 매력에 더욱 빠져들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였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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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게스트
김찬영 지음 / CABINET(캐비넷)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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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표지가 상당히 특이하다. 매주까지는 아니더라도 살면서 로또 한번 이상 해봤거나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단박에 알아차릴 바로 그 로또 용지이기 때문이다. 발행일에 추첨일, 지급기한까지 있는 용지로 수동이라는 표시까지 상당히 디테일하게 적혀 있다. 

 

책은 바로 이 로또를 둘러싼 이야기가 그려진다. 로또는 45개의 번호 중에서 6개가 일치하면 1등이 된다. 누군가는 자동으로 하고 누군가는 수동으로 한다. 어찌됐든 1등 당첨은 엄청난 확률로 인해 음모론에 휩싸이기도 하는데 그중에서도 수동으로 번호를 선택해 1등이 되신 분들의 이야기는 더욱 화제가 되는 것이다.

 

그래도 일부는 항상 같은 번호를 끈기있게 찍는 분도 있을텐데 이 작품에서는 '1, 3, 5, 7, 9, 11', 바로 이 6개의 숫자가 그렇다. 사실 한 자리수 내지는 10번대처럼 그 대의 번호가 연속으로 나올 때가 없진 않은데 이 번호는 11을 제외하면 모두 한 자릿수 번호다. 이게 진짜 가능할까? 1번부터 홀수가 순서대로 6개라니...

 

10년 동안 매주 이 번호로 로또를 산 영철이라는 한 청년이 제주의 수도원에 나타나 헌금으로 거낸 로또, 그것이 그 로또가 1등에 당첨된 것이다. 번호도 특이한 로또, 게다가 물욕없이 살아야 할 수도원에 당첨 1등의 로또 등장이 과연 어떤 결과를 불러올까? 당첨금이 무려 60억이나 되는 로또인데 말이다. 

 

최근 수사님이 소천하시고 수도원이 폐원이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이들 앞에 놓인 60억. 돈 앞에 장사없다고 물욕이 생기는 건 수사도 결국 한 명의 인간이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면서 과연 남겨진 다섯 수사와 궂은 날씨에 굳이 이곳으로 찾아 온 영철, 그리고 그런 영철을 찾아온 수빈까지 더해지면서 정말 한적하고 평화롭기 그지없었을 에덴 수도원은 마치 영철과 함께 몰려 온 태풍과 호우 경보의 동반을 직격으로 맞는 같다는 생각이 들고 한편으로는 이것은 주님의 시험일까 싶은 생각까지 들게 할 정도로 유쾌한 웃음을 자아낸다. 

 

돈과 인간의 욕망이 얽히고 설키지만 유쾌 통쾌할 수 있는 이야기, 결코 쉽지 않은 그 일을 김찬영 작가님이 해내신걸 보면서 성스러운 공간에서 벌어지는 극강의 대조를 이루는 이야기에 더욱 재미있게 느껴지는 『더 게스트』를 추천해주고 싶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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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미궁
전건우 지음 / 북오션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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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미스터리, K-공포소설을 좋아하거나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낯설지 않을, 아니 좋아할만한 작가님인 전건우 작가님의 신작이 바로 『안개 미궁』이다.

 

제목부터 뭔가 이중 장치가 느껴지는데 사실 안개라고 하면 시야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는 다소 위험한 상황이 떠오르고 여기에 미궁이라고 하면 아예 미로를 떠올리게 될텐데 이 책은 '안개 같은 미로게임'이라는 문구가 딱 어울리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미 미로 같은 공간에 안개까지 있다면 얼마나 답답하고 동시에 생존이 걸린 문제라면 공포는 배가 될만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마치 영화 <쏘우>를 떠올리게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사실 이런 도입부는 아마도 여러 공포/미스터리 작품에서 낯선 장소에서 자신의 위치를 발견하게 되면서 당혹감 속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필연적으로 그렇다면 이 낯선 곳에서 벗어나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할텐데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싶은 (작품적) 기대감을 갖게 하는 부분이 더 크다. 

 

작품 속에는 낯선 상황에서 깨어난 인물이 무려 9명이다. 과연 이들은 왜 어딘지도 제대로 알 수 없고 자신의 이름 정보만 기억날 뿐인 공간에서 결국 살아남아야 하는 생존을 건 서바이벌이 시작되는 것이다. 

 

정말 극한의 공포가 아닐 수 없다. 과연 그들이 사라진 걸 누군가 알긴 할까? 일단은 자신들이 이 미로 같은 곳에서 벗어나는 것도 우선이지만 누군가 외부에서 그들의 실종을 알아차리고 돕기 위해 애쓴다는 걸 알면 그만큼 희망도 커질 수 있을테니 말이다. 

 

바로 그런 인물로 그려지는 존재가 도희다. 그녀는 원래 강력계 형사였지만 권력 앞에 조직마저 희생되는 현실에 환멸을 느껴 스스로 조직을 박차고 나온 인물로 자신의 능력을 민간탐정으로 바꾼 케이스이다. 그런 도희가 우연한 기회에 이들의 실종에 접근하게 되고 각기 다른 사건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그 가운데 극한의 생존 게임에 놓인 사람들은 어떨까? 그들은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서로가 기억하는 것들을 모아가던 중 이들 모두에겐 부작위든, 무의식적으로든, 누군가의 삶을 파탄냈적이 있음을 깨닫게 되고 그런 아홉 명 중 유일하게 민욱이라는 인물만이 나머지 인물들과는 결을 달리한다는 것을 그들과의 이야기 속에서 알게 됨과 동시에 자신이 뭔가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 역시 알게 된다. 

 

작품을 보면서 문득 무심코 했던 나의 행동들이 상대에겐 그 순간을 넘어 삶 전체를 좌지우지 할 수도 있는 일이라면 어떨까? 그것이 돌고돌아 만약 어느 순간 나에게 온다면...? 이보다 더 무서울 수 있을까? 이런 류의 이야기들이 영화나 소설의 소재로 희소하지 않다는 것은 분명 사람의 연(인연이든 악연이든)이라는 것을 가볍게 볼 수 없기 때문일텐데 그래서인지 미스터리 장르로서의 상당한 흡입력도 작품을 재미를 더하지만 이와는 별도로 평소 부지불식간이라도 타인에게 조심해야 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리뷰를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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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월드
야즈키 미치코 지음, 최고은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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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의 성 역할이 역전된 가상의 세계, 가부장의 세계가 아닌 완전히 그 반대의 세상 속 남녀는 어떤 모습으로 그려지고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궁금하고 기대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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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인간
알도 팔라체스키 지음, 박상진 옮김 / 문예출판사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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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도 이탈리아 문학은 많이 접해보지 못했던것 같은데 20세기의 이탈리아 문학가는 더욱이 날섳게 느껴진다. '20세기 이탈리아 미래파 환상문학의 수작'이라 평가받는 알도 팔라체스키의 작품, 『연기 인간』이 그러한데 작가도 작품도 모두 나에게 처음 같다. 그래서 봤더니 실제로 이 작가는 한국 독자들에게 이 작품을 통해 처음으로 선을 보이는 경우라고 한다. 

 

흔치 않은 이탈리아 작가, 특히나 환상문학이라는 장르는 SF 장르 못지 않게 작품의 경계성을 뛰어넘는 픽션 중에서도 완전히 비현실로 넘어가지 않고 교묘하게 현실과 비현실을 오가는 그 경계선에 있는 경우가 많아 흥미를 자아내는 장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이 갔던 것이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연기 인간』을 선보였던 알도 팔라체스키는 이후 여러 차례의 개정판을 거치게 되는데 작가 자신에게도 큰 의미를 지닌 작품인만큼 이 시대의 이탈리아 문학이 생소하신 분들은 이왕이면 이런 평가의 작가가 쓴, 작가 스스로도 높이 평가가는 작품을 만나보는것도 좋을것 같다. 

 

온몸이 연기로 이루어졌기에 어떻게 지극히 단순하게 그 외양 그대로를 묘사하고 있는 인간인 연기 인간. 그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났고 그가 생겨나게 된 일종의 모태라고 해야 할지, 생명의 탄생지라고 해야 할지... 아무튼 그를 태어나게 한 것이 페나, 레테, 라마라는 세 명의 노부인이 피웠던 불에서라고 하니 여러모로 신기하다. 

 

그렇기에 자신에게 존재를 창조해낸 그 노부인의 이름을 따서 페렐라가 된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창조주가 자신의 창조물에게 이름을 붙인 셈인데 일단 페렐라가 인간 세상에 나오게된 경위부터가 환상 문학의 절정이라고 볼 수 있겠다. 

 

만약 세상에 이토록 기묘한 존재가 나타난다면 예나 지금이나 궁금하지 않을까? 존재하지 않던 기이한 존재의 등장이 때로는 두려움을 몰고 오기도 하지만 그 저변에는 분명 호기심과 궁금증이 존재할 것이다. 결국 그는 존재의 신비로움과 행동과 말투의 특이성으로 인해 왕의 초대를 받기에 이른다. 

 

기막힌 부분은 이후 그가 왕의 초대를 받아서 왕궁으로 간 뒤 정말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로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의외로 그가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점이다. 무려 왕으로부터... 게다가 왕은 그에게 새로운 법전을 만드는 일까지 맡기는데 이쯤되면 도대체 뭘 믿고 이런 중차대한 일한 시키는 거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인데 아니나 다를까 페렐라가 이런 대접을 받다보니 놀랍게도 그와 같이 되려는 사람까지 생겨난다. 애초에 태생부터가 다른데 자신의 몸에 불을 지른다고 페렐라처럼 연기가 나올 수 있는가 말이다.  

 

의외로 많은 이들이, 특히나 소위 사회의 지배계층에 있는 사람들이 페렐라에게 우호적이고 높이 평가하고 중요한 직책까지 맡기지만 정작 작가는 연기 인간이라는 특수한 탄생에서 시작된 페렐라의 신체적 특징이나 말투 등을 통해서 오히려 그의 가벼움을 통해 세상을 비판하고 있다는 점이 기막힌 반전이라면 반전인 작품이다.  

 

알도 팔라체스키는 어떻게 이런 존재를 탄생시킬 수 있었을까? 그것도 20대 중반의 나이(책이 처음 출간된 나이가 26살이라고 하니 놀랍다)에 말이다. 게다가 사람들로부터 높이 평가받는 페렐라가 어떻게 보면 전혀 변하지 않은 원래 그 모습 그대로일 뿐인데, 또 그의 특성상 연기 인간이라는 것이 어디에도 갇힐 수 없는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본성을 마주하게 되는 어느 순간 대중이 순식간에 돌변하여 그를 향했던 우호적인 시선이 바뀌는 모습 또한 한편으로는 알도 팔라체스키로서는 지극히 의도된 풍자의 한 단면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마냥 쉽다고는 할 수 없는 작품이나 의외로 철학적인 면모가 돋보이면서도 은근히 재미있는 풍자와 비판이 담긴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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