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도새는 아마도 영화 <UP>에 등장했던 새로서 많은 사람들이 더 잘 알게 된
경우가 아닐까 싶다. 영화 속에서 도도새는 이미 멸종된 것으로 그려지고 사람들로부터 망신을 당했던 전직 비행사가 이 도도새를 데려가 자신의
억울함을 풀겠다며 칼 할아버지와 러셀을 따라다니는 캐빈(도도새)를 생포했던 에피소드 말이다.
영화를 보면서 문득 영화 속처럼 신비로운 공간이, 아직까지 인간에게 발견되지 못한 땅이 있다면
그곳에 꼭 도도새가 아니더라도 이미 멸종된 것으로 알고 있는 동물이나 식물종이 존재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봤다. 어쩌면 그렇게라도 살아있었으면
하는 바람, 그래서 영원히 인간의 눈에 띄지 않고 그들만의 세상 속에서 안전하게 살길 바라는 마음이 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지구상에는 인류가 존재하기 이전부터 존재했거나 인류와 함께 살아온 동식물들 중에서
그들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알아차리지도 못하는 사이에 멸종한 종이 상당수이며 이미 지금도 멸종 위기에 놓여 있는 경우도 허다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어렵지 않게 자료를 검색해 볼 수 있고 때로는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사람들을
노력, 공익 광고 등을 만날 수도 있는데 어쩌면『내 이름은 도도』는 그런 노력의 일환으로서 사람들로 하여금 멸종 위기종에 대한 경각심과 함께
여러 생명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생태계에서 어느 한 종의 멸종이 가져오는 전체 생태계의 교란과 위기, 아울러 이런 종의 멸종과 위기가
인류의 생존과도 무관하지 않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딸과의 일화에서 시작된 이 책의 제작은 전세계에서 멸종된 다양한 생물종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아마도 이야기 속에 가장 먼저 '도도새'가 등장하는 것은 그 만큼 상징하는 바가 클 것이며 아울러 사람들이 “As dead
as a dodo(도도새처럼 죽은).”이라는 말을 ‘잃어버린 모든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음’(p.26)을 비유하는
숙어로 사용하는 것처럼 마치 관용구가 되어버렸을 정도로 도도새의 멸종과 오직 도도새만이 열매를 먹어 도도새의 변으로 나와 싹을 틔웠던 카라비아
나무의 연관성을 통해서 한 생명의 멸종이 결코 그 생명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기 위함이 아닐까 싶다.
책에서는 이외에도 한 때는 아메리카 대륙에 살았떤 여행비둘기의 수가 전 세계 인구의 5.5배로
무려 50억 마리에 달했으나 사람들의 탐욕과 이기심으로 인해 이제는 완전히 멸종되어 마지막 여행비둘기만이 박제된 채 미국의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볼리비아의 티티카카 호수에 살았던 오레스티아라는 물고기는 당시 그곳의 원주민들로부터 티티카카가
신성한 호수로 여겨졌던 것만큼이나 황금을 닮은 그 신비로운 모습 때문에 신성한 물고기로 여겨졌디만 1930년대 미국인들이 이 티티카카 호수에
북미산 식용 송어를 방류한 이후 외래종인 송어가 티티카카오레스티아의 터전을 빼앗고 심지어는 잡아먹기까지 하면서 결국 1950년대에 멸종하고
만다.
이 사례를 보면서 지금 우리나라의 하천이나 늪지에서 배스나 뉴트리아 등의 외래종이 토종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는 모습이 자연스레 떠오르는데 우리 주변에 널리 존재했던 생물종들이 어느 날 갑자기 그 종적을 감춰 이제는 도감이나 박제,
그조차도 없을 경우 그 생물종을 직접 보았던 이들의 말로써만 들을 날이 오지 않을까하여 안타까워진다.
책에서는 이외에도 멸종 위기에 처했거나 이미 그 종적을 찾을 수 없는 위기종들에 대한 이야기를
좀더 길게 담고 있기도 한데 그들의 생애 전체를 통해서 얼마나 힘겹게 살아남고자 하는지, 그들을 위협하는 것이 비단 비와 바람, 천적 등과 같은
자연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 무관심이 어쩌면 더 위협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사라져간 동물들의 슬픈 그림
동화'라는 부제와도 잘 어울리는 동시에 지금부터라도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들을 위해 우리들은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보여야 할 때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