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비리그의 빛과 그늘 - 능력주의 사회와 엘리트의 탄생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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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본격적인 얘기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아이비리그라고 불리는 대학을 2010년 학생 정원이 많은 순서대로 소개해 보면, 컬럼비아대학교, 하버드대학교,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코넬대학교, 예일대학교, 브라운대학교, 프린스턴대학교, 다트머스대학교이다. 아마도 이 전체를 제대로 다 알고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 같다. 그 정도로 우리에겐 하버드나 예일이라는 대학교가 마치 아이비리그를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 기억으로 내가 처음으로 아이비리그라는 단어와 그중에서도 하버드대학교라는 단어를 들어 본건 <7막 7장>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이비리그의 파워를 잘 알지도 못했거니와 입학과 졸업이 그렇게 대단한 일인지도 몰랐다.

 

하지만 해를 거듭해 갈수록 아이비리그에 입성한 우리나라의 학생이 있다 싶으면 언론매체는 앞을 다투어 그 사람을 보도하고, 그 사람의 수기는 어느새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대열에 오른다. 심지어 어떤 이는 지속적으로 자신의 행보를 담은 책을 펴내기도 한다. 이렇듯 어느새 아이비리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선망의 대상이자 호기심의 대상을 넘어서서 글로벌 엘리트를 위한 하나의 단계처럼 여겨지게 된 것이다.

 

책의 제목에서도 미리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책은 아이비리그의 설립에 대한 역사적 배경에서부터 현 주소까지의 거의 모든 내용을 다양한 통계 자료와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비교적 객관적인 논점에서 들여다 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비리그에 입학한 국내 학생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어렴풋이나마 수박 겉핥기 식으로 들을 수 있었던, 잘 포장된 이미지의 아이비리그가 아니라 진짜 아이비리그를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아닐까 싶다. 그리고 미국내의 대학들에 대한 솔직한 내용도 읽을 수가 있다. 물론 주된 이야기는 아이비리그에 초점을 맞추고는 있지만 아이비리그의 현재 상황과 여러 문제점, 동시에 강점 등에 대해서 논할 때 미국 내의 여러 대학 자료들을 함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아이비리그가 어떻게 능력주의 사회와 엘리트의 탄생에 기여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파생된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이야기까지가 아이비리그의 설립과정에서부터 자세히 나온다. 이 책이 설립 연도에서부터 시작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가 결코 지루하지 않고 오히려 그 어느 소설책 못지 않게 흥미로운 것은 다가오는 것은 아마도 재산과 마찬가지로 교육과 학벌 마저도 유산되는 한국의 사회의 단면을 공정성의 롤 모델이라고 자부하는 미국의 아이비리그의 진화 과정에서 고스란히 볼 수가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더 이상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이 크게 현실감있게 다가 오지 않는다. 여러 통계 자료에서도 보여지듯이 부모의 자산과 아이비리그 입학생의 성정이 정비례하고, 나아가 그나마 공식화할 수 있는 SAT 이외의 것들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아이비리그의 빛이 일부 상류층 그들만의 잔치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저자가 중간 중간에 희망적인 해석이나 의도를 눈물겨울 정도로 끼워 넣기도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교육의 대물림이 씁쓸하게 다가온다. 아이비리그라는 말이 왠지 그들만의 리그로 들린다면 괜한 망상일까.

 

하버대의 학부 학장 해리 루이스는 2006년에 출간한 <영혼 없는 수월성>이란 책에서 "부자들은 하버드를 '쇼핑몰'로 여기고 저소득층은 신분 상승을 위한 '구명 보트'로 여긴다"고 썼다고 한다. 물론 누군가에겐 아직도 아이비리그가 확실히 신분 상승의 수단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당시 그와 그의 아내 미셸이 아이비리그 학력이 대다수의 미국인들에게 상당히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 일으킨 것처럼 말이다.

 

설립 당시를 생각한다면 확실히 아이비리그는 기회균등과 평등의 이념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비록 현재에 와서는 대학에 기업 윤리가 작용하고 있음을 무시할 순 없지만 이런 부작용의 이면에도 사회에 기여한 바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저자의 바람처럼 아이비리그의 빛이 어둠과 그늘을 양지로 이끌어 주는 역할을 잊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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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카페에서 시 읽기
김용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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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접하고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이란 바로 "난 언제부터 시를 읽지 않았을까?"하는 것이였다. 그와 동시에 돌이켜 생각해보면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론 아마도 내 손에서 시집은 어쩌다 한번 선택되는 기분 전환용 도서일 뿐이였단 것이다.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시가 내게서 떠난 것이 아니라 내가 시를 떠나보낸 것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흔히들 말하는 사는데 도움되는 자리관리서나 실용서를 읽고, 외국어 공부를 위한 책들을 읽는 사이 나의 감성과 시는 동시에 내게서 사라진 것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보통 시라는 것은 문학 장르 중에서도 가장 함축적이고, 가장 감각적이라고 여겨도 좋은 분야이다. 하지만 과거 시대에 항거하고 시대의 아픔을 얘기할 때 주된 분출구가 되었던 것이 또한 시이다.

<철학카페에서 시 읽기>는 그런 점에서 상당히 눈 여겨 볼 만한 작품이 아닌가 싶다. 왜 우리가 시를 읽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왜 우리에게 시가 필요한지에 대해서 저자는 허심탄회하게 그리고 흥미롭게도 시를 예로 들어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있다.

책속에서는 국내외의 다양한 시인들의 시가 소개되고 있는데, 놀라운 점은 어쩜 그리고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상황에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는가이다.

고단한 삶의 쳇바퀴 속에서 멈추어 서는 것은 곧 퇴보하는 것과 같아진 상황을 경험하는 모든 현대인들, 특히 청춘들에게 저자는 시에서 그 답을 찾을 것을 권한다.

우리가 학창시절 열심히 배웠던 시람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시에 대한 원론에서 부터 시작해서 연애와 사랑의 기술,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 그리고 현대의 소비 만능주의에서 자기애와 자존감을 잃지 않는 방법과 급격히 증가하는 위험의 시대에 대한 대처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부분에 대해서 저자는 시를 통한 치유를 돕는다.

어느 때부터인가 시라는 것과 시인이라는 것이 지나치게 철학적, 감상적 이미지로 굳어져 버리는 이때에 저자는 우리들의 삶 속으로 그 철학과 시를 끌어들였다고 보면 될 것이다.

누군가 특별한 사람들만이 공유할 것 같은 시가 사실은 우리의 일상생활과 전혀 무관하지 않음을 이 책을 통해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이데거는 현재 우리가 처한 시대적 상황에 딱 맞아 떨어지는 우리의 시대를 궁핍한 시대(diedrftige Zeit)라고 불렀다고 한다. 동시에 하이데거는 신이 우리 인간에게 하려는 말씀을 시인들의 시를 통해서 전달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인간들의 삶의 치유와 궁핍한 시대적 아름다운 세계로 만든 데에 바로 시가 제몫을 해낼 것이라는 것이 저자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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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도 바람난다 - 위험한 관계의 덫에 걸린 당신을 위한 극복의 심리학
미라 커센바움 지음, 김정민 옮김, 김병후 서문 / 라이프맵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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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면 누군가는 딱 "이거 확마 궁디를 또 주 차삐까!" 하는 심정일테고, 또다른 누군가는 "그래 나도 원래는 착한 사람이라니까. 전부 내 잘못만은 아니라구!" 할 것이다.

 

이 책 배우자의 바람으로 뼛속깊이 한(恨)에 사무친 사람들에겐 돌 맞을 각오로 썼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그동안 바람난 배우자로 인해서 심리적, 육체적 고통을 당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많이 들어 왔다. 그들의 심경고백을 비롯해서 다른 유사 사례자들의 경험을 모아서 유형별 외도를 소개하고 그에 대처하는 방법과 관계 회복법, 이도 저도 안 될때에 대비한 이혼에 대처하는 현명(?)한 방법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완전한 역발상의 책이다. 바람의 피해자가 아닌 바람핀 사람들의 입장에서 책을 저술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의 우리들 상식으로 따져보면 뭐 이런 책이 다 있나 싶다. 이 책의 저자 미라 커센바움 역시 바람의 피해자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남편의 정신적 외도(보통 남자는 육체적 관계를 했을 경우에 비로소 바람이라 여기지만 여자는 정신적 교감만으로도 충분히 바람의 기준을 잡는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들이 자신들의 외도에 대해서 조금 가볍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실제 저자도 책에서 외도의 기준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당신의 파트너가 당신이 벌인 일로 상처를 입고 배신당했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부정이다."라고)에 비참함, 정신적 충격 등 보통의 피해자가 겪었을 경험을 했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그리고 이 책을 저술하는 이유는 가해자들을 비난하기 위해서도 피해자를 위로하기 위해서도 아니라고 말한다. 진짜 목적은 바로 바람에 대한 제대로된 해결을 통해서 모두가 행복한(이 상황에서 어찌 행복할까마는) 최선의 결론을 짓도록 하기 위함이란다.

 

외도한 행위로 인해서 죄책감에 시달리다 아무런 결정을 내리지도 못하는 사이 오히려 배우자와  외도 상대자, 나아가 다른 가족(대표적으로 자녀들)이 더 큰 상처를 입을 수 있으니 외도의 상대와 마무리를 짓고 가정으로 돌아와 용서를 빌고 다시 관계회복에 노력하든지 아니면 더 큰 고통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배우자와의 결별을 하든지 양단간에 결정을 내리는 것이 가장 최선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철저히 가해자의 입장에서 미래를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하는 외도의 상황을 정리하는 방법, 아이들과의 관계를 위한 방법, 더 나아가 이혼에 대한 이야기까지 많은 것들을 말하고 있긴 하지만 난, 저자의 장황한 설명과 그들의 행동에 대한 여러 근거와 이유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들이 비겁한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착한 사람도 바람이 나면 배우자는 그 착한 사람 바람나게 한 하나의 요인이란 말인가? 저자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알겠다. 전혀 다른 입장에의 말도 들어 보고 싶겠지. "처녀가 애를 배고 할 말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건 재론의 여지가 없다. 모든 가족, 친지 앞에서 서로에게 신의와 성실을 약속한 사람이(심지어 둘은 법적으로도 인정받은 사이다.) 외도의 근거로 들기엔 어불성설이라는 말이다.

 

저자 역시 외도의 피해자였다 하더라도 같은 경험을 한 사람들의 마음을 전부 헤아일 수는 없는 것이다. 왜냐면 애초에 서로 다른 존재이기 때문에 같은 경험을 했다고 해서 그 충격, 배신감, 모멸감까지 같을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난 그들의 주장이 "비겁한 변명"으로 밖에는 안 들린다.

 

나라마다 다르기도 하겠지만 그저 외도의 당사자에 대한 집중 연구 분석에 대한 참신성 정도는 높이 산다.

 

만약 지금도 일탈을 꿈꾸거나 일탈이 주는 쾌감에 빠져 있는 사람이라면 "외도는 주변 사람 모두를 다치게 한다" 는 말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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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아, 그 위대한 반전의 역사
주레 피오릴로 지음, 이미숙 옮김 / 시그마북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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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타계한 스티브 잡스가 생각이 난다. 현재 스티브 잡스의 유일한 전기를 읽기 시작했지만, 그 자신 역시도 사생아로 태어났고, 그후 입양을 거치며 그다지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내지 못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자신도 한 여자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여자 아이를 사생아로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고아이거나 편부, 편모보다 어쩌면 더 사회적으로 약자일 수도 있는 신분이 사생아라는 존재인데 특히 지금보다 신분제도가 철저했던 시대에 이러한 자신들의 핸디캡을 당당히 벗어나서 '마침내 권력의 자리에 올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 15명'의 이야기가 묘하게도 지금 스티브 잡스와 맞물려 더욱 <사생아, 그 위대한 반전의 역사>에 매료되게 하는게 아닌가 한다.

 

이름만 들어도 충분히 알만한 사람들의 사회적 편견과 개인적 불운함을 넘어서는 인생역전, 인간 승리의 이야기이기에 진정으로 궁금해진다.


 

이 책이 돋보이는 점은 그 사람의 일대기를 이처럼 두페이지에 걸쳐서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펼쳐 두었다는 것입니다. 중요 연도와 그 연도 당시에 주인공의 역사적 사실- 탄생과 업적, 중요 사건, 죽음에 이르기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소 생소한 인물에 대한 이야기라 할지라도 이 연대표를 먼저 보고서 본론으로 들어간다면 이해하기가 훨씬 쉬울 것 같다.

 

엘리자베스 1세

 

개인적으로 특히 흥미로웠던 인물들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엘리자베스 1세, 제임스 스미스슨, 에바 페론이였다. 물론 나머지 주인공들도 충분히 독자들로 하여금 읽고 싶도록 한다.



아마도 내 개인적으로 이 사람들에 대해 많이 접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인물들에 대한 사진과 고전적 자료들도 함께 실려 있다. 특히 마돈나가 주연을 맡아 영화화 되기도 했던 에바 페론의 이야기는 사뭇 흥미롭다. 가난과 사생아라는 멸시, 천대에 굴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을 퍼스트 레이디로 만든 그녀의 집념과 인간승리는 가히 놀라울 따름이다. 암으로 사망하고 모든 국민들에게 2주에 걸쳐 추모를 받고 새로운 정부의 위협으로 부터 보존되기 위해서 시신이 외국에 나갔다 다시 고국으로 돌아오기까지 그녀의 삶은 정말 한편의 영화다. 
 

그외에도 이 책의 매력은 주인공들과 관련된 사료와 회화 작품들을 다수 수록함으로써 독자의 충분한 이해를 돕고 있다는 것이다. 그 외양과 내실이 모두 기대되는 그리고 그 기대를 만족시켜주는 책인 것 같다. 

15명의 삶과 인생에 대한 모든 것을 한권의 책에 담고 있는 <사생아, 그 위대한 반전의 역사>는 사생아이기에 오히려 그들이 삶을 더 치열하게 살고자 했던 게 아닐까 싶다. 그저 평범한 사람들 중 한 명이였더라면 그들 중에 더욱 자신의 처지를 바꾸려하고 자기 스스로를 더 높은 곳으로 올려 놓으려고 했던 사람이 과연 몇명이나 되었을까.

세상은 그들에게 사생아라는 시련을 주었지만 그들은 그 세상에서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역전시킨 진정한 위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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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 보는 남자, 로맨스 읽는 여자 - 이성의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성적 신호의 비밀
오기 오가스 & 사이 가담 지음, 왕수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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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참 솔직하다. 그래서 그 내용이 더 궁금했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여자들 중에서도 포르노를 보는 사람이 있을테고, 남자들 중에서도 로맨스 소설을 읽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남녀의 대비되는 성(性) 적 심리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것 같다.

 



 

Watch Out! 이라는 경고문이 재미있다. 이런 책 궁금하긴 한데 솔직히 공공장소에서 대놓고 읽지는 못하겠다. 여러분들의 말씀처럼 북커버가 필요한 책이 아닐까 싶다.

 

남자는 'OR'로 작동하고, 여자는 'AND'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라는 문구의 의미가 무엇을 뜻하는지 궁금해지는 책이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각주가 참 많다. 책의 뒷편을 보면 각주에 대한 페이지만 무려 100여 페이지에 달한다. 이것은 저자들이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 자료들을 참고했는지에 대한 반증이 아닐까 싶다.

 

죄가 아님에도 차마 입에 올리기 쉽지 않았던 주제들에 대한 과감한 접근이 무엇보다 기대되는 책이다. 표지가 기발하다. 이보다 더 제목과 적합할 수가 없지 싶다.

 

이성의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성적 신호의 비밀이라는 부제 역시도 결코 만만치 않은 타이틀이다. 남자, 여자 그리고 게이에 이르기까지. "왜 그걸 보느거야?" 라고 눈을 치켜 뜨지 말고 이 책을 보자. 그러면 내 남자가 포르노를 보는 이유와 내 여자가 로맨스를 읽는 이유를 알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말이다.

 

킨제이 보고서가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는 몰랐다. 하지만 이 책은 확실히 뭔가 다르다. 일단 내용은 너무 솔직하고, 단어 선택은 적나라하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주위를 둘러 본다. 마치 선생님 몰래 19금 책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성에 관련된 생소한 단어들이 제법나와서 인터넷으로 검색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책의 곳곳에 수록된 설문에 대한 표는 진짜 솔직한 표현의 극치다. 그래서 한편으론 속 시원하다.

 

죄가 아니며, 잘못된 것이 아님에도 우리들 사회는 여전히 성(性)에 대해서는 보수적이고, 보수적이어야 한다. 속마음은 어떨지라도 일단 겉으론 "어떻게 그런 말을?" 이라는 리액션은 필수다. 그래서 이 책이 궁금했고,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남녀 차이에 따른 성(性)적 호기심과 심리 등에 대한 접근 방식이 인터넷 검색과 웹서핑에 기초한 자료라는 것 또한 특이했다. 가장 은밀하면서도 가장 개인적인 접근법을 공론화 시키고, 그것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분석한 것에 저자들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은밀하지만 솔직하고, 개인적이지만 동시에 대중적으로 분석을 제시한 새로운 형식의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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