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어떤 길을 가다가 맞은편에서 같은 길을 걸어오고 있는 사람과 만났다고 할 때, 우리는 다만 우리가 걸어온 쪽의 길만 알 뿐 상대편이 걸어온 쪽의 길은 알지 못한다. 우리는 다만 그와의 만남에서 그가 걸어온 길을... 말하자면,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나와 너’라는 완전한 관계의 과정에 있어서도,우리는 다만 우리가 살아온 양상에 따라서 우리가 살아왔다는 것, 우리가 걸어온 길을 알 수 있을 뿐이다. 상대편이 걸어온 길은 다만 우리에게 마주쳐지는 것일 뿐이고, 우리는 그 길을 알지 못한다. 우리는 만남 속에서 그것과 마주치게 된다. 그런데도 우리가 그것을 마치 만남 저편의 어떤 것인 양 말한다면 그것은 잘못을 저지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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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치는 밤 읽기책 단행본 9
미셸 르미유 글 그림, 고영아 옮김 / 비룡소 / 200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무한의 끝은 어딜까?
다른 별에도 생명체가 살고 있을까?
우리는 어디에서 왔지?
도대체 누가 맨 처음 인간의 생김새를 생각해 냈을까?
우리가 만일 채소처럼 땅에서 솟아 자란다면..
나는 누굴까?
이 세상에 나는 오직 나 하나밖에 없을까?
만약에 우리가 몸을 서로 바꿀수 있다면...
아니면 우리 몸 가운데 우리가 싫어하는 부분이라도 감출 수 잇다면!
우리가 자기 마음에 드는 몸을 고를 수 있다면, 누군가가 내몸을 가지고 싶어할까?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게 될지는 처음부터 미리 정해져 있는 걸까?
아니면 정말 내 앞날을 나 혼자서 헤쳐 나가야 하는 걸까?
내가 언제나 옳은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그런데 내가 결정한 것이 옳은지 아닌지 어떻게 알지?
나는 불행한 일을 겪지 않고 살 수 있을까?
운명- 그게 도대체 정확하게 뭘까?
그리고 우연은 뭐지? 누가 그걸 정하지?
내 머릿속에 있는 이 많은 생각들은 다 어디서 왔을까?
그리고 그것들이 내 머리를 떠날 때에는 어디로 가는 거지?
우리가 지금 사는 게 사실은 꿈이라면?
그리고 우리가 꾸는 꿈이 진짜라면?
이 세상의 끝이란게 있을까?
내가 언제 죽을지 미리 알 수 있을까?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영혼을 볼 수 있을까?
도대체 무한은 어디에서 끝나지?
혹시 내가 죽은 다음에 모든 것이 내가 태어나기 전과 똑같지 않을까?
어쩌면 죽음이 우리 기억을 싹 지워 버리는지도 몰라, 우리가 다른 곳에서
다시 태어날 수 있게!
우리는 아마도 사람이 아닌 완전히 다른 존재로 이 세상에 태어나게 될지도몰라!
죽은 다음에 아무것도 없다면 어떡하지?

 
이 동화책에 나오는 물음들이다. 책을 한 시간 만에 볼 수 있지만 다시 그림과 글을 매치시
켜서 보니 거의 매장을 멈춰있게 된다. 하나 하나의 물음들이 심오한 철학적 물음들이기 때
문이다. 돌아버리겠는건...천둥치는 하룻밤 사이에 한 아이가 자기의 개와 함께 침대에서 이
런 물음을 던지는 것이다...도무지 잘 것 같지 않은 아이는 이런 심각한 물음들을 던져놓고는...
 

우리가 영원히 산다면?
그러면 모든 신비를 이해할 수 있을 텐데
지구의 신비와
우주의 신비를
그리고 난 어디에서나 친구를 사귈 수 있을 텐데!
그려면 정말 신날거야!

 

 "그러면 정말 신날거야!"라는 말로 마무리 하면서 침대속 속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나에게는 머리를 쥐어 뜯으며 도리도리 머리를 좌우로 흔들면서 잠을 설치게 하는 난제를 던져주고는 정말 무책임하게도 잠이 든다.  

그리고 해가 뜨는 그림과 함께 더 넘길 책장이 없어진다. 이런이런이런~~ 아이다운 무책임한 마무리에 어안이 벙벙해진다.

책 읽는 내내...얘야, 잠 좀 자라...넌 잠도 없니? 애가 왜 이리도 어려운 것만 무책임하게 묻고 나서...어른이 심각하게 고민하게 해 놓고 그제서야 자는 거니...니가 던져 놓은 물음들을 생각하느라 나는 밤잠을 설쳤는데..개하고 먹을 것을 먹으면서 하나도 심각하지 않게 어떻게 그런 물음들을 던질 수 있는 거니?  

아~ 넌 정말 무책임한 애구나. 어쩌자구 나는 천둥치는 밤을 나기 위해 아이가 하는 이런 말에 넋을 놓고 읽게 되었을까. 

아이가 던지는 철학적 질문들을 형상화하는 그림들은 세상을 새롭게 보는 아이의 세계였다. 하지만 이 그림들은 어른들의 머리가 얼마나 굳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상상력의 빈곤을 들어내는지 단박에 알 수 있게 해 주는 바로미터 역할도 해 주고 있다.   

천진하지만 난해한 질문들을 표현하는 그림들은 우리세계의 희로애락과 애오욕을 상상력있게 펼쳐보이는 삶 자체였고, 색다른 차원의 재미를 선사해 주고 있다.  

지금까지 배워왔던 진리라는 체계, 당위, 상식 그리고 통념을 뛰어넘어 어렸을 때 막연히 생각했던 '진리의 원형'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간 느낌이다.  

어른이 아이의 눈으로서 사물을 보고 이해한다는 것은 투박하지만 삶에 직관적인 통찰을 주는 것 같다. 성경에도 있지 않은가. 너희가 어린아이가 되지 않는한 결단코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고.  

때묻지 않은 삶의 순수함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고 느낄 수 있는 진귀한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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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력을 몸으로 느낄 수 없는 것처럼 궁극적 실재를 우리의 언어로 파악한다는 것은 가망이 없는 일이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잉크로 쓰인 텍스트이다 ;

나는 다음과 같은 비류로 세월 보내기를 좋아한다. 선장은 주머니 속에 먼 바다로 나아가야만 열어 볼 수 있는 봉인된  항해지령서를 넣고 출항했다. 그는 불안감이 사라지는 순간을 고대했다. 그러나 그러한 순간이 왔을 때 봉투를 열어보니 거기에는 온갖 화학처리를 해보아도 글씨가 나타나지 않는 지령문이 있을 뿐이었다. 간혹 가다 글씨가 나타나기도 하고 자오선을 표시하는 숫자가 보이기도 하다가는 다시 사라져 버린다. 그는 지령문을 정확하게 알 도리가 없었다. 지령문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그의 임무를 저버릴 것인가마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주머니 속에 지령문이 들어 있다는 의식은 그것을 해독할 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선장을 유람선이나 해적선 선장과는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게 끔 만들었다.(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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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kuppe 2011-05-29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십니까입니다. ^±^/
재미있을 것 같은 책이네요. ^±^
꿈과 모험의 책, 어렸을 때는 좋아했습니다.
「삼총사」, 「15소년표류기」등···.
 

 

 

 

 

 

 

 

나는 말할 수 있는 것 만을 말하겠다..(책의 첫 페이지 첫줄)
.
.
.
말할 수 없는 것에는 침묵해야 한다.(책의 마지막 페이지 마지막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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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것은 팽팽한 아름다움의 줄위로 한글자 한글자씩 나아가는 일이야
가장 어려운 것은 땅에서 몸을 띠워 언어의 줄위에 올라서는 것도
평행봉과도 같은 붓에 의지해서 균형을 잡는 것도 아니지 
그래, 시인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글이라는 팽팽한 줄 위에 한없이 머무르는 것
꿈의 고도에서 삶의 매 순간을 살아가는 것 
단 한 순간이라도 상상의 줄에서 땅으로 내려오지 않는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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