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정말 다사다난했다. 여러 좋은 걸 보고, 읽고, 들었으며 많은 창작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책 읽기는 언제나 중요했다. 많은 책 중에서 재미있고 의미있는 책을 선택하고 읽어야 했기에. 예전엔 인문 사회 분야를 즐겨 읽었는데, 나이가 드니 문학과 미술 분야를 찾아 읽게 된다. 어쨌거나 23년에도 가장 의미 있는 책은 문학에서 나왔다. 의외로 역사 분야에서도 두 권이 추가가 됐긴 했는데, 한 권은 아직 완독하지 못해 좀 아쉽다.

 

영화보랴 드라마 보랴 그림 그리랴...시간을 독서에 할애하기 어려웠긴 했다. 물론 핑계지만 한 해 50권 미만을 읽으니 책만 줄창 쌓이는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 23년 구입한 책은 530여 권 정도이다. 알라딘에서 177권 샀고 에스24에서 그 비슷한 분량을 샀으며, 여타 헌책방을 돌면서 사들인 책이 180여 권이다. 빌려서 본 책도 있긴 한데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여기 읽었다고 정리된 것들은 생각난 책들이며 완독한 책들이다. 빌려본 책들이나 완독하지 못한 책들은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아 정리조차 할 수가 없었다. 왜 기록을 해 놓지 않는지 모르겠다. 넷플 드라마나 영화는 보고 하루 지나면 모두 제목이 잊혀져 본 즉시 메모를 해 놓기에 나중에 뭘 봤는지 검색하면 알 수 있는데, 책은 그러질 못해 많이 아쉽다.

 

어쨌거나 올 해 읽었던 책을 정리해 봤다. 23년 읽었던 최고의 책은 윌리엄 트레버의 <마지막 이야기들>이다. 이 책에 대한 상찬은 이미 리뷰를 썼기에 생략하겠다. 다만 이에 버금가는 책이 역사분야에서 나왔다. <압록와 고려의 북계>가 바로 그 책. 사실 오래 전에 사서 논문 2편 읽고 책장에 넣어 뒀다가 김상태의 <한국 고대사와 그 역적들>을 읽고 다시 꺼내어 완독한 책이다.

 

사실 드라마 <고려 거란 전쟁>이 방영된다는 사실을 11월에 접하고 읽어서인지 더 착잡했다. 드라마 역시 거란과 고려의 전쟁은 청천강 유역에서 싸웠다는 교과서 내용을 드라마로 옮겨 놓은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모든 역사적 문헌과 지리서 그리고 전쟁사 연구가 요하 일대임을 가리킴에도 불구하고 학계는 요지부동이며 연구성과들은 묻혀 있었다. 2017<압록과 고려의 북게>가 나오기 전까지 말이다. 학술 보고 대회에서나 간간히 발표될 뿐.

 

하지만 연구 성과는 쌓이고도 남았다. 소수설을 넘어 통설을 위협할 정도의 증거가 넘침에도 주류고대사학계는 절대 연구를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명확할 것이다. 자기들 밥줄이 끊기기에. 그만큼 우리 사학계는 고인물이 많다는 증거다. 어느 나라 사학계도 새로운 이론이 나왔을 때 무시하거나 연구할 가치가 없다고 치부하지 않는다. 그 증거와 논문의 질이 충분히 검토 가능하다면 공동연구를 하는 게 당연하고 상식적이다. 하지만 우리 주류고대사학계는 절대 그렇지 않다. 그것은 이미 김상태의 저서로 충분히 판명되었다고 본다.

 

요즘 드라마에서 감강찬의 귀주대첩이라고 불리는 곳은 청천강 유역이 아니다. “993년부터 1018년 사이 거란의 3차에 걸친 고려침략 당시의 주요 전쟁지역인 통주와 귀주 등이 평안북도 지역이 아니라 요령성 철령과 개원 일대였다는 연구도 발표되었다.”(126-127) 이 연구는 2017년 남주성 교수의 <고려와 거란 간 전쟁지역에 대한 재고찰-주요 전투장소 지명을 중심으로-><고구려의 평양과 그 여운>이며 이밖에 남의현, 복기대, 윤학택 교수 등이 비슷한 연구 성과를 발표한 바 있다.

 

내가 올 한 해 읽은 책을 되돌아 보면서 이 책을 올해 가장 의미깊은 책으로 언급하는 이유는 대중들이 우리 고대 강역을 제대로 모르고 있으면서 안다고 착갂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과서의 통설이 진리는 아닌데 우리가 잘못된 사실을 진리로 받아들이고 이를 당연시 한다는 데 있다. 일본이 위안부 문제를 사실과 다르게 왜곡하여 교과서에 실어 놓아 일본인들이 잘못된 역사적 사실을 배운 것과 결이 비슷하다. 충분히 연구하여 통설을 바로 잡을 수 있는데 주류 고대사학계가 이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첫 번째 책임일 것이다대중을 탓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압록과 고려의 북계>2017년에 나왔다. 이 책을 읽은 사람이 다수였다면 아마도 고려거란 전쟁 방영 전이나 후에 전쟁의 강역 위치에 대해서 비판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몇몇은 있어야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고려의 북계>를 읽은 사람들은 극소수였나 보다. 그러니 아무도 강역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는 대중이 없었겠지. 알라딘에서도 이 책을 읽은 나만 덧글과 페이퍼로 떠든 게 다다. 그래서 최소한 우리 강역에 대한 관심은 갖자는 의도에서 이 책을 내가 읽은 올해의 책으로 꼽았다. 역사에 관심 있는 분들은 꼭 읽독하셨으면 한다.

 

다음은 올 해 내가 읽었던 책들이다. <잘못 들어서 길에서>와 같은 좋았던 책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책들도 있었다. 리뷰는 10개를 썼다. 리뷰 쓰지 못한 책들은 나중에 짧은 리뷰로 인상을 대신할까 한다.





















정리하고 보니 너무 저조하다. 내년엔 조금 더 분발해야겠다. 


아무쪼록 올 한 해 내 서재에 오신 모든 알라디너 분들에게 감사한다. 더군다나 좋아요와 댓글로 나눔해 주신 이웃분들과 그 외의 분들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특히 내 그림을 응원해 주시고 격려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내년 한 해 운수대통하시길 기원드린다.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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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12-31 22: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그래도 제법 읽으셨는데요?
트레버의 책을 최고의 책으로 꼽으셨군요. 조금 지루하다는 평이 많던데...
고려 거란 전쟁 아직 안 보고 있는데 언제고 보긴 해야하는데 왜 마음이 안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ㅋ
암튼 올핸 야무님 덕분에 그나마 미술에 대해 실눈이라도 떠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내년에도 기대하겠습니다.
야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좋은 일만 가득한 한 해되시길 기원합니다!
댓글 일빠 찍어드립니다.ㅋㅋ

yamoo 2024-01-02 09:22   좋아요 1 | URL
이 페이퍼 올리고 다시 생각난 책도 있긴 한데...그건 재독 및 삼독 한 거라 리뷰를 쓸 요량으로 제외했습니다..ㅎㅎ

흠...이게 제법 읽은 건가요?? 모르겠습니다. 30여권 읽은 건 참 이도저도 아닌 건 같았는데...그래도 제법 읽었다고 하시니...그나마 좀 낫네요..ㅎㅎ

드라마보단 스텔라 님에게 <고려의 북계> 추천드립니다! 많이 건조하게 서술되어 있지만 통설을 뒤집는 여러 기록과 증거를 보면 나름 신선할 거라 생각됩니다..ㅎㅎ

감사합니다. 스텔라 님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가하시길 빕니다!

그레이스 2023-12-31 23: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림 그리시면 시간이 많지 않으실텐데 언제 이렇게 읽으셨나요?!
대단하십니다
2024년에 건강하시고, 좋은 작품 많이 그리세요~~~

얄라알라 2024-01-01 00:11   좋아요 2 | URL
시간을 쪼개고 쪼개고 어떤 틈에서도 책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시는 알라디너분들이 많으셔서 ! 놀라고 자극 받습니다^^

야무님만큼이나 그레이스님께서도 정독다독하시잖아요^^


yamoo 2024-01-02 09:24   좋아요 1 | URL
그림 그리기 위해 여러 도록과 미술관련 책을 본 건 읽은 게 아니기에 제외했습니다. 이것까지 포함하면 50권은 가뿐히 넘을 듯합니다..ㅎㅎ

아침 시간 매일 활용하니 한 달에 두 권 정도는 읽는 거 같아요. 나머지 시간에는 그림그리고 자기 전에는 드라마 봅니다...ㅎㅎ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님두 새해 건강하시고 즐거운 나날 되시길 빕니다!!

루피닷 2024-01-01 05: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yamoo 2024-01-02 09:2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루비닷 님두 새해 늘 건강하시길요~!!ㅎㅎ

새파랑 2024-01-02 05: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매량이 엄청나네요~!! 저의 몇년치이신듯~! 트레버 좋으셨다니 트레버 팬으로써 뿌듯합니다 ㅋㅋ24년에는 더 많이 읽으시길 바라겠습니다~!!

yamoo 2024-01-02 09:28   좋아요 1 | URL
흠...4-5년 전에 비해서는 많이 줄어든 수치입니다. 그땐 700권 이상 구입했었던 듯합니다..ㅎㅎ

트레버는 항상 좋았습니다. 까먹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재독했던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가 너무 좋았더랬습니다. 오래 전에 읽었을 땐 감흥이 없었는데, 베르그손 읽고 다시 보니 더없이 좋았는데, 기억이 나지 않아 페이퍼에는 빼먹었네요..^^;;

감사합니다! 새파랑님, 새해 늘 건강하시고 즐독하시길 빕니다!ㅎㅎ

자목련 2024-01-02 1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야무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좋은 그림도 많이 그리시고요^^

yamoo 2024-01-02 17:49   좋아요 0 | URL
자목련 님두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감사합니다!^^

transient-guest 2024-01-03 0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여러 가지 하시면서 깊이 열심히 읽으신 것 같아요 책은 읽는 것보다 사들이는 속도가 빠른 것이 저같은 장년 사람의 독서일상이라서 언제 다 읽을지는 몰라도 그렇게 두는 것만으로도 좋아서 책을 계속 사들이게 됩니다 ㅎㅎ

yamoo 2024-01-03 09:2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트랜스 님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들이는 속도는 읽는 속도를 50배 쯤 앞서있습니다..ㅎㅎ 100권 사면 1-3권 읽는다는..--;; 사 두고 보는 것만으로도 책보는 효과를 톡톡히 봐요...100권을 볼(?) 수 있으니까요!!ㅎㅎ

감은빛 2024-01-05 2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야무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공감이 가는 대목이, ˝영화 보랴, 드라마 보랴, 그림 그리랴˝ 독서에 시간을 할애하기 어려우셨다는 말씀입니다. 저도 바쁜 일들 틈틈히 책을 읽으리라 늘 다짐을 하지만, 실상은 영화나 드라마는 보면서 책에는 손이 잘 안 가더라구요.

책도, 영화도, 드라마도 정리를 해놓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자주 하는데,
제가 워낙 정리 같은 것과 거리가 먼 성격이라 늘 생각만 하네요.
그나저나 작년에 책을 많이 사셨네요. ㅎㅎ

[압록과 고려의 북계]는 관심 가네요.
예전에 야무님 서재에서 본 다른 역사책들과 함께 찜 해두었어요.
고맙습니다!

yamoo 2024-01-07 20:12   좋아요 0 | URL
저는 항상 책은 많이 삽니다. 처치 곤란할 정도로...그리곤 후회하고 자책하죠. 무한반복입니다..^^;;

저도 정리하는 거 질색인데 정리를 해 놓지 않으면 하나도 생각이 안나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하려고하는데 잘 안돼요..

고려의 북계.. 강추드입니다!!

페크pek0501 2024-01-07 13: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림을 그리는 분들 중에 독서광이 많죠. 문학과 미술의 접점이 있을 거라고 짐작됩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 중에 글을 잘 쓰는 이들이 많다는 것도 어떤 공통점이 있어서라고 짐작.
한쪽은 글로 쓰는 그림, 또 한쪽은 그림으로 쓰는 글, 이 될 것 같네요.(이건 어느 책에서 읽은 것 같음)
책과 그림의 두 마리 토끼로 새해에도 행복하시길 응원합니다!!!

yamoo 2024-01-07 20:21   좋아요 1 | URL
그림 그리는 분들 중 일부는 책을 많이 읽고 일부는 전혀 읽지 않아요. 읽지 않은 부류의 공통점은 주로 자기 얘기를 그립니다. 자기 삶의 감정과 경험 등...책 많이 읽는 분들은 대부분 추상미술이나 행위예술 또는 조각 등을 하더군요. 제가 최근 안 바로는 화가 중 상당수가 책을 전혀 읽지 않고 작품활동을 한다는 거..또한 화가 중 상당수가 글쓰는 거에 부담을 느낀다고합니다. 화가들에게 직접들은 내용이어서 첨으로 의외였다고 생각했더랬습니다.^^
 

2023년 올 한 해는 내게 있어 정말 역사적인 해였다. 크리에이티브한 삶을 살기 위해 그림을 그려보겠다는 결심을 한 후 어쩌다 보니 화가가 됐다. 물론 초짜이고 아직도 정말 갈 길이 멀지만 그 한 걸음을 내 디딜 수 있다는 사실이 내겐 중요했다. 내 생애에 있어 터닝포인트 이자 새로운 인생의 출발을 알리는 한 해였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더욱이 올 한 해 신기록을 썼는데, 경매에서 낙찰 받은 그림이 20점을 돌파했다는 점! 50호에서부터 10호에 이르기까지 정말 다양한 그림들을 낙찰받았다. 개중에는 북한의 인민예술가 작품도 있었고, 걸출한 그림이지만 작자가 미상이라 저렴하게 낙찰 받은 횡재한 작품들도 있었다.

 

책은 많이 사도 그리 돈이 많이 나가는 느낌이 안 드는데, 그림은 몇 점만 사도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그래도 그림 한 점 당 갤러리에서 사는 가격의 1/10도 안되는 가격에 데려올 수 있어 나름 뿌듯함을 느낀다. 걸어 놓고 감상하다 보면 잘 샀다는 느낌이 볼 때마다 드니 구매 아이템들 중 최고였지 않나 하는 생각을 덤으로 하게 된다.

 

어쨌거나 여기에 사는 족족 소개한다고 해 놓고 여러 점을 귀찮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소개할 그림들이 너무 많아졌다.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내 그림과 더불어 컬렉션한 그림도 얼른얼른 업데이트 해 보겠다. 물론 마음에 드는 그림 순대로 포스팅하기 때문에 구매 시차는 바뀌겠지만.

 

가장 마음에 든 작품은 방춘기 화백의 풍경이다. 15F(64.5cm×63cm) 사이즈의 유화 그림인데, 보는 순간 이걸 낙찰 받아야겠다는 결심을 굳게 했다


아마도 올 9월 경이었을 거다. 입찰을 하고  마감 시간이 가까올수록 마음이 조마조마 했었다. 나는 3번까지 응찰할 계획이었다. 3번이면 시작가의 2배인데, 그 정도까지 감수할 요량이었다.

 

헌데 어찌 된 일인지 추가 입찰 없이 마감됐다! 이걸 아마도 갤러리에서 구입했다면 400만원은 가뿐히 넘겼을 거다. 하지만 시작가는 1/10도 안됐다. 1주 후에 그림을 받았는데, 실물은 이미지가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멋졌다. 올 해 건진 그림 중 최고의 그림 탑3에 들어갈 정도.

 


좋은 그림인데 시작가가 낮았던 이유는 아마도 작가 방춘기의 정보가 부재하기 때문이었을 듯하다. 이런 작가들은 부지기수로 많은데 공부를 하고 이력을 찾으면 가격은 원래의 가격을 회복한다


작가 미상 이라든가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작품을 사 모으는 매력은 여기에 있다. 경매 시장에 나오는 이들 그림들은 정말 말도 안 되는 시작가로 상정된다. (정말 싸다!)

 

시작가로 낙찰 받으면 그것 자체로 장땡이다. 어디 가서 원화 20호 짜리를 100만원 미만에 데려올 수 있는 곳은 정말 드물기 때문. 아무리 알려지지 않은 화가라 할지라도 그 그림이 자신의 눈에 좋은 그림이고 타인들도 좋아하는 그림이라면 다른 어떤 장식품보다 뛰어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원화가 워낙 비싸다 보니 경매에서 알려지지 않은 화가나 작자미상의 저렴한 작품들을 저렴하게 낙찰 받는 자체가 돈 버는 거다. 환금할 수 없는 그림이라도 집 꾸미기 최고의 아이템이기에 돈 버는 거라 말할 수 있겠다.

 

요즘 집꾸미기 사이트 등에서 원화를 팔기도 하는데, 여기에는 중국화가들의 프린팅 그림도 있지만 우리나라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무명으로 작업하는 무수한 화가들이 있다. 이들 화가들과 계약하여 이들의 그림을 원화로 파는 사이트가 몇 곳 된다. 이곳의 그림 가격을 보면 대충 10호 기준 30~100만원 정도 한다. 물론 작가 경력 중 미전에 입상한 작가는 없다시피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원화들은 꾸준히 팔리고 있는 듯하다. 사무실이나 병원 또는 레스토랑 등에서 수요가 있다고. 그렇기에 원화는 인테리어용으로 그만이다. 앞으로는 원화시장이 조금씩 확장될 거라 하니 원화 수요는 없어지지는 않겠지.

 

어쨌거나 원화 걸어 놓고 감상하는 재미는 책 읽고 느끼는 재미만큼은 된다고 본다. 물론 내 생각이다. 그러니 이런 짓을 계속 하것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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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28 2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2-29 1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Falstaff 2023-12-29 05: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올해 소품 하나 샀습니다. 낙찰 받으신 방춘기 화백 그림이 매우 좋네요. 부럽습니다.

yamoo 2023-12-29 10:43   좋아요 0 | URL
오~~~뽈 님두 하나 구입하셨군요! 어떤 그림인지 궁금합니다..ㅎㅎ
소품이시라니 10호 미만이신거 같은데....그림이 아무리 좋아도 3호 미만이면 좀 거시기하더라구요..^^;; 방에 걸 수 있는 건 10호가 가장 적절한 듯해요. 거실은 크기에 따라 좀 다르긴 하지만 20호 이상이 무난한 거 같구요.

감사합니다!^^ 저두 경매에 나온 저 그림을 보고 살 작정을 했는데, 실물은 훨씬 더 좋더라구요..ㅎㅎ 액자값도 안되게 낙찰받아 횡재한 그분입니다요...ㅎㅎ

호시우행 2023-12-29 06: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의 40대 초반 시절을 떠올리게 하네요. 난 돈벌이 수단으로 그림을 사모았다가 실패했어요.ㅠㅠ

yamoo 2023-12-29 10:46   좋아요 0 | URL
저는 절대 돈벌이 수단으로 그림을 사진 않아요.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삽니다요...보고 감상하는 즐거움이 환금성보다 더 커서 내가 볼 때 좋지 않지만 비싼 그림은(환금성 좋은 그림) 절대 사지 않아요. 그래서 작자미상이나 무명 작가의 그림들 중 내 맘에 쏙 드는 저렴한 그림만 삽니다. 그렇게 해서 작가를 발굴하는 재미도 커요. 작자 미상이어서 매우 저렴했었지만 작자를 알아내면 그림 값은 회복이 되거든요~~ㅎㅎ 그 차액은 실로 큽니다..ㅎㅎ

호시우행 2023-12-29 1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하시는 것 같네요. 전 처음부터 재테크차원에서 배워서 말이죠.ㅠㅠ

yamoo 2023-12-29 16:13   좋아요 1 | URL
첨부터 재테크 차원에서 그림을 사면 반드시 후회할 날이 온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림으로 재테크를 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에요. 그림은 환금성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최소한 3-4년은 갖고 있어야 하는데...30퍼 오르면 본전이에요. 수수료 빠져서뤼..그래서 40퍼 이상 되어야 수익이 나는데... 그림 값이 40퍼 오르는 게 매우 더뎌요. 재테크를 하려면 주식을 해야합니다.
보통 그림으로 큰 돈을 번 분들 보면 그림이 좋아서 구매하고 작가 공부하고 하다가 자식 결혼 때 그림 가격이 많이 올라 환금해서 이익보는 경우가 많아요. 이 그림이 요즘 핫하다고 해서 구매했다가 낭패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제가 아주 저렴하게 요즘 득템하고 있는 그림들은 2000년대 초반과 10여 년 전에 그림 경매 시장이 뜨거울 때 높은 가격으로 구매했던 그림들이에요. 이땐 정말 그림이 잘 팔리던 시기였거든요..당시 1000만원에 산 그림들이 지금은 100만원 줘도 안팔리기에 아주 저렴하게 그림을 내놓을수밖에 없는 거...제가 경매에서 낙찰 받은 그림 주 일부는 당시 5-6백 했던 그림들입니다.

호시우행 2023-12-29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그림으로 재테크하는 건 저도 적극 말리고 싶어요.
 

실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것을 평면에 구현해 보고자하는 게 내 작업의 요체다. 대표적인 것이 시간. 사람의 몸은 시간을 통과하는데 그때 몸과 정신에 쌓이는 게 기억이다. H.베르그손은 인간의 전 생애기억을 순수기억이라고 명명했고, 순간순간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을 이미지-기억이라 정의했다. 그에 따르면 순수기억은 무의식의 영역이라 사람이 만날 수 없지만 집중하면 가능할 수 있다고 했다. 매우 어렵지만 순수기억(무의식)은 이미지 기억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고 상호 중첩되는 과정을 통해 발현될 수밖에 없기에, 나는 순수기억이 발현되는 그 찰나적 이미지-기억을 평면에 표현해 보고자 했다.


(헌데, 사실 이건 지금 생각해도 좀 무모한 시도였다. 이게 아마도 내 첫 전국공모 응모작이다. 도대체 시대상을 담을 수가 없었고, 이걸 낼 당시에는 대상과 주제 탐구에 급급했던 때다.ㅎㅎ 같은 주제를 표현을 약간 다르게 하여 2개 대회에 냈는데, 아래 20호는 창작미술대회 입상작이다.)


(순수기억의 발현이미지-기억1, 종이보드에 아크릴혼합, 72.7×50cm, 2023)


순수기억은 전 생애에 축적되어 온 기억이기에, 우리가 일상에서 이미지로 기억해 낼 수 없다. 일종의 무의식의 영역이다. 그래서 나는 전 생애에 축적되어 온 무의식의 영역을 푸른색의 그라데이션을 통해 거칠게 표현했다. 그 위에 관입된 거친 갈색 층은 우리가 기억할 수는 없지만 과거의 잠재적 기억들이 불규칙하게 축적되어 있는 상태를 구현해 본 것. 오른편 상단의 선명한 3개의 사각형은 아주 특정한 상황에서 이미지-기억을 통해 발현되는 순수기억이다. 베르그손이 집중하면 아주 예외적으로 만나볼 수 있다고 한 바로 그 순간을 조형적으로 구성해 본 작품이다.

 


덧. 아마도 이걸 올 5월에 그렸을 거다. 시대성을 담보하지 못해 본상 수상에 실패했지만, 그래도 표출된 전경 자체는 만족하는 편이다. 사실 11월까지 창작한 작품 중에서 지인들에게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고, 실제로도 팔렸던 작품이다. 지인들 왈 이걸 주력으로 그리라는데, 개인적으로는 참 망설여진다. 난 4작품 그리고 이 시리즈를 더 이상 그리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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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 2023-12-24 11: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023년 알라딘 서재에서 화가의 탄생을 지켜보다 연말이 되었네요. 축하드리고 응원합니다.

yamoo 2023-12-26 09:3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어쩌다 보니 화가의 길로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올해 감개가 무량한 한 해였습니다..^^ 지켜봐 주셔서 거듭 감사드립니다!

페크pek0501 2023-12-26 13: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실제로 팔린 그림도 있다니 화가 님이 맞습니다.
님의 글을 읽어 보니 고차원적 사고력을 요구하네요.
앞으로도 설명의 글을 부탁드립니다. 잘 읽었습니다.(그림 공부의 맛을 보고 감.)

yamoo 2023-12-27 10:35   좋아요 2 | URL
팔려도 뭐 몇 점 안되요~~
제 그림은 제가 잘 알아요. 팔릴 수 있는 그림으로는 많이 부족하죠..^^;;
페크 님 덕택에 그림 포트폴리오를 올릴 있게 됐어요~
봐 주셔서 감사드려요!ㅎㅎ
 

올해 마지막 전시가 한창입니다. 직장 내 미술동호회인데, 올해로 10회 째를 맞이했습니다. 저는 올해부터 참가하게 됐어요. 약 30여점 출품됐는데 제 그림에 반응이 좋아 여기 올려볼까 합니다.


저는 3작품은 냈어요. 회장님이 미술대전 상받은 사람이 저 혼자라 수상작품 위주로 출품해 달라고 해서 3점을 냈는데, 그 중 한 작품입니다. 제목 그대로 '인간본성의 완전한 발현을 향하여'라는 바람을 담은 작품. 얼마 전 페이퍼에도 이 그림을 첨부했었습니다. 


여기서는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된 동기와 작품에 대한 해설이 주가 되는 페이퍼입니다. 



이 주제를 구상하게 된 게 책 읽는 모임에서 어느 지인의 발언 때문이다. 지인은 수전 손택(<타인의 고통>)의 책을 읽으면 언제나 정신이 성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말에 모임 사람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들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모임 이후, 나는 문제의 그 발언을 곰곰 생각해 보았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정신이 성장한다는 말은 너무 이상했다. 정신이 성장을 해? 그러면 천부인권도 성장해야 하고 자유도 성장해야 하며 절대정신도 성장해야 한다. 이건 말이 되지 않는다헤겔이 말한 대로 절대정신은 있는 것이지 성장하는 게 아니다. 자유도 그렇고 정의도 그러하며, 인간의 본성 또한 그렇다. 모두 있는 것인데 그 발현 정도에 따라 그 수준이 다른 것 뿐이다


하지만 지인들을 포함해서 다수의 사람들은 정신이 성장한다는 막연한 통념에 빠져 사는 듯하다. 나는 이런 통념을 회화를 통해 제거하고 싶었다. 단순한 조형언어 일수록 의도한 효과는 강력할 것이라 생각되어 최대한 미니멀한 접근을 하고 싶었고 사각형과 검은색-흰색 면을 통해 표현하고 싶은 지점을 명확히 하려고 노력했다.


(인간본성의 완전한 발현을 향하여; 暗-濁-明, 캔버스 보드에 아크릴 혼합, 100×80.3cm, 2023)


구현된 이미지를 보면 왼편부터 검은 공간이 점점 흰 공간으로 바뀌어간다. 중간 단계를 더 두어 변화 양상을 부가할 수 있겠지만 세 부분으로 분할해도 의도는 충분히 전달된다고 본다. 금색의 사각형은 사람이 본래부터 갖고 태어나는 인간본성이자 순수한 정신의 완전체다. 사람이 나이를 먹고 세파에 시달리면서 순수한 본성은 점점 탁해진다. 처한 환경이 나쁠수록 순수한 정신은 탁한 기질로 인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된다. 결국 범죄자가 될 여지가 높게 된다. 맨 오른편은 순수한 본성이 완전히 발현한 것으로 성인의 영역이라 할 수 있겠다. 중간의 탁한 점이지대는 순수한 정신이 어느 정도는 보이지만 불순한 기질로 인해 온전히 보이지는 않게 된다. 우리 보통 사람들이 위치한 부분이 여기이고 우리는 오른편으로 가기 위해 부단히 우리 자신을 수양해야 한다. 작품은 이 과정을 조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써 순수한 우리의 본성이 나아갈 방향을 염원하며 평면에 담아본 것이다.



* 사실 위 그림은 아주 오래 전부터 구상하고 있었다. 한국사상사 중 혜강 최한기 선생의 기일분수설 설명을 보고 위 그림을 착상하게 됐다. 원래 기일분수설은 임성주로부터 시작됐지만 당시 나는 최한기 선생의 책에서 이를 처음 접했었다. 당시는 비이커에 먹물을 떨어뜨리는 걸로 형상화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붓을 들어 색면추상으로 표현하니 그냥 작품이 만들어졌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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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12-06 1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술하는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하던데
야무님은 그 덕을 많이 보시는가 봅니다.
그림 심오하네요. 올해는 야무님껜 그 어느 때 보다
보람있고 뜻 깊은 해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수고하셨고, 내년에도 더 좋은 작품 많이 펼치시기 바랍니다.

타인의 고통 예전에 가지고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네요. ㅠ

yamoo 2023-12-07 09:25   좋아요 1 | URL
현대미술은 철학이 된 지 꽤 되었답니다. 그래서 철학을 전공한 이우환이나 김환기의 후기 작품들이 다시 조명을 받고 한국 추상미술의 대가로 대접받고 있는 듯합니다.

저도 이런 현대미술의 기류가 도움이 된 듯합니다..ㅎㅎ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무모한 용기가 저를 작가의 세계로 안내한 듯합니다. 5월부터 시작된 공모전 응모가 주마등처럼 스쳐가네요.

cyrus 2023-12-07 06: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분이 정신을 어떤 의미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했으면 수긍할 수 있어요. 저는 책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자신도 모르게 정신 성장이 멈춰 있거나 후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yamoo 2023-12-07 09:30   좋아요 0 | URL
음....아마도 정신을 좀더 구체적으로 표현했더라도 저는 좀 의심했었을 거에요. 절대정신이 성장한다, 천부인권이 성장한다, 자유가 성장한다....너무 이상하지 않나요?? 물론 정신적 성장이 멈춰있다란 표현을 우리가 많이도 사용해서 이런 이상한 점을 못 느꼈을 수도 있습니다만...정신의 자리에 다른 관념을 넣어보면 매우 부자연스럽다는 걸 알게됩니다. 어떤 의미로 말했는지니 대충 알겠지만 말입니다..^^

정신의 성장이 후퇴할 수도 있죠. 발현이 잘 되다가 어느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다시 안 될수도 있는데...이를 후퇴로 표현가능해서 그런가 봅니다..ㅎㅎ

페크pek0501 2023-12-07 15: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그림을 해석해 주는 것 너무 좋습니다. 그런 깊은 뜻이 있는거군요. 흥미롭네요.
저도 예전 30대 초반에 책에 미쳐 지냈는데 하루하루 제가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것 같다고 느꼈어요. 책을 읽을수록 나의 사고 영역이 넓어지고 정신이 쑥쑥 자란다고 느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닌가 봅니다. 타인의 고통을 읽고는 그런 생각을 안 했는데 마르크스, 페미니즘 독서를 하면서 느낀 거였어요. 아직도 저를 성장시켜야 할 무엇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며 책을 읽는데 그게 아닌가 봅니다.ㅋ
아무튼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위한 작업 하시고 해석을 곁들인 페이퍼 작성을 부탁드립니다.^^

yamoo 2023-12-09 09:54   좋아요 0 | URL
와~~~ 그렇군요! 이런 시도가 흥미로울 수도 있군요! 저는 미처 모르는 지점이었네요..ㅎㅎ 제 그림을 설명해 주는 게 좋다고 하시니 계속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마도 기질이 정화되어 원래 갖고 있던 고매한 정신이 점점 잘 드러나게 돼서 그런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전에 그랜트 헤프너 그림이 우리나라 책 표지에 등장해서 깜작 놀라 페이퍼를 썼더랬다. 물론 명화에 대한 책 표지는 꾸준히 있어왔지만 현대 미국 작가 그것도 그림 한 점당 수천만원에 달하는 작품이 아닌 그림이 우리나라 책 표지를 장식해서 꽤 놀랐기에. 사실 그랜트 헤프너는 나만 알고 싶은 작가 중 하나였다.



그런데 현대문학에서 편내고 있는 시인선 시리즈에 내가 눈여겨 보는 젊은 신진작가의 그림이 떡~ 하니 표시그림으로 들어가 있었다. 하나도 아닌 여러 점이. 요즘 책 디자인 부서는 현대 미술작가들의 작품도 꽤고 있는 듯해서 좀 놀라고 신선하다. 우리나라 책, 그것도 시집에서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그림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좀 믿기지 않는다. 



아마도 대부분 미술에 관심이 없는 분들은 모를 것이다. 채지민 작가. 나도 2년 전에 처음 알았다. (물론 미술모임의 내 지인들도 모른다..ㅎㅎ) 젊은 신진작가의 작품이 마음에 들어 도록을 구입한 최초의 작가였다. 도록도 50여 페이지가 안됐는데 5만원이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난 구입했다. 내 인생 최초다..ㅎㅎ 그만큼 채지민 작가의 작품은 뛰어났다. 현대문학 책표지 담당자도 아마 나와 같은 취향이었나 보다.



















현대문학 핀 시인선 시리즈는 청년 작가 중 잘나가는 일부를 선별해서 책 표지 계약을 한듯한데, 그 의도가 매우 신선하다. 이런 기획 아주 좋다. 위 두 이미지 외에도 채지민 작가 작품이 두어 점 더 있지만 위 그림이 그의 대표작들 중 일부이기에 여기 가져와 봤다. 


르네 마그리트 그림을 좋아하는 분들은 채지민 작가의 그림을 좋아할 듯하다. 주로 선명한 색면에 오브제들을 배치하는데 오브제들은 서로 따로 노는 듯 서로 관련성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가 궁금해져서 그림을 오래 보게 된다. 데페이즈망 기법을 자신만의 개성으로 잘 녹여내어 공간의 초현실성을 잘 구현해 내기 때문인 듯하다.


(뉴스핌에 소개된 채지민 작가와 그의 작품)




위의 작품을 보면 알겠지만(책 표지 그림도 함께) 작가의 작품들은 한결같이 강렬한 색채와 인위적인 공간의 배치가 돋보인다. 자세히 보면 색면이 만들어 내는 평면성과 입체감이 혼재한다. 그래서 처음 볼 때는 좀 의아하다. 입체적이어야할 부분을 평면으로 처리하고 평면이어야 할 부분을 입체로 처리하여 시선을 분산시킨다. 이는 의도적으로 배치한 오브제로 인해 한결 두드러진다.


평론가들은 이를 두고 2차원과 3차원의 경계를 허문다고 표현하는데, 어쨌거나 이 모든 구도가 작가의 철저한 의도와 계산에 따른 결과물이라니, 그의 치열한 작가의식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세계 주요 아트페어에서 모든 작품이 매진되는 기록을 쓰고 있는 게 아닐까.


컬렉터들과 평론가들이 그의 그림을 두고 데이비드 호크니의 그림을 떠올리고 작가 자신도 호크니에게 영향을 많이 받았다(호크니를 동경한단다)고 했지만, 내가 채지민 작가의 작품을 보고 처음 비슷하다고 느낀 건 마그리트였다. 아마도 의미의 상징성 때문이지 않을까 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작가가 포토샵과 3D프로그램으로 작업하여 작품이 컴퓨터 그래픽과 같은 느낌이 강하다는 점이다. 물론 이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는 그래도 유영국 화백처럼 손으로 대작을 그리는 작가를 보고 싶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채지민 작가의 작품들이 현대문학 시인선 책표지로 등장해 반갑다. 작가를 몰랐던 분들이라면 이 페이퍼를 통해 알았으면 한다. 구글에 채지민으로 검색하면 바로 이미지와 작가 정보를 알 수 있으니, 찾아보면 좋을 듯하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잘나가는 핫 한 작가 중 하나..^^


우리나라 책 표지 디자인이 나를 계속 놀라게 한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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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12-02 2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놀랍네요~! 이국적인 느낌이 드는데 우리나라 화가님의 작품이군요~!! 다시봐도 그림이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채지민 작가님 암기해야 겠습니다~!!

yamoo 2023-12-04 09:25   좋아요 1 | URL
2년 전 외국에서 핫하다는 신진 작가 전시회에서 채지민 작가를 알게 되었죠. 채 작가 그림과 두어 명의 작가들 그림이 매우 좋았습니다. 이후 채 작가 그림 도록을 구해서 보게 되었죠. 그의 다름 작품들이 궁금하고 기대하게 합니다. 이후 전시 소식이 없어 잊혀졌는데, 책 표시에서 보고 다시 소환했네요..^^

stella.K 2023-12-02 21: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도 책표지에 공들인 출판사들이 많긴하죠. 표지 디자인이 반 아니겠습니까? 근데 일케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쓰면 로얄티 꽤 들겠는데요? 우나라가 괜히 출판강국이 아닌가 봅니다. 그런데 출판사 안 된다고 울고 있으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지 모르겠습니다.ㅠ

yamoo 2023-12-04 09:29   좋아요 1 | URL
채지민 작가는 아직 유명세를 타는 작가가 아닙니다. 막 뜨고 있는 중이니, 유명한 작가가 되려면 이런 기세를 계속 이어가야되겠지요. 아트페어에서 완판되는 작가라고 해서 모두 김환기와 같은 유명화가가 되는 건 아니니까요. 예컨대 고재권 작가같은 경우 전시회 했다하면 완판됩니다. 호주에서 그림이 없어 못판답니다. 근데 우리나라에서는 인지도가 거의 없다시피 하죠. 채지민 작가도 계속 좋은 활동 이어가면 언젠가는 홍경택 작가처럼 작품에 로열티가 꽤 나가는 작가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현재까지는 신진작가에게 로열티는 미미하죠. 그래서 출판사가 마케팅을 잘하는 듯해요.

페크pek0501 2023-12-05 16: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손으로 그린 작품이 좋습니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여 아주 새로운 작품을 내놓을 수 있더라도
손으로 그린 것만 못하다는 생각이에요.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좋은 작품은 책 표지에 실어 많은 이들이 감상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yamoo 2023-12-06 18:15   좋아요 1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아이패드나 디지털미디어 작품을 보면 아무리 잘된 작품이라도 손으로 그린 그림 만큼 좋아지진 않더라구요. 요즘 대세는 디지털미디어라는데 저는 좀처럼 동감을 못하고 있어요..ㅎㅎ

그래서 저도 기획의도가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그레이스 2023-12-15 18: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호크니와는 분위기가 다른데요?!
말씀듣고 보니 마그리트!
벽과 벽이 만나 입체를 이루지만, 평면처럼 보이는 기법은 호크니 같지만

입체와 평면이 무너진 그림 안의 세상은 마그리트를 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yamoo 2023-12-18 09:57   좋아요 0 | URL
저도 호크니와 화풍과 분위기가 완전히 다른데 왜 평론가들이 호크니를 언급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작가 자신이 호크니에 경도됐다고 하니, 그런 쪽으로 몰고간듯합니다. 개인적으로 말씀하신 것에 완전 동감합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