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 이 모작
채털리 부인 정리

책 읽기

<파친코>의 노아가 묘지 지기에게 선물했다던 그 책 <데이비드 코퍼필드>
노아가 좋아하는 작가 (책에선 엔간한 19세기 소설가 이름이 다 나와서 별 감흥이 없었지만)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에 노아의 인생과 연결 지점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의 최애작은 더 두꺼운 책이었다.

아니면 며칠전 덮어둔 Our Missing Hearts 를 이어서 읽을까 싶다. 12살 주인공 이름도 노아Noah다. 중국계 엄마와 백인 아빠를 둔 소년은 9살 때 “반체제 인사”인 엄마가 집을 나간다. 디스토피아 가상 미래의 미국이 배경인 이 소설은 차별과 국가 통제 상황을 보여준다. 속상해서 덮었지만 셀레스트 잉의 올해 신작인데다 평도 좋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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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2-12-13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킨스의 최애작이 뭐였나요? 궁금궁금궁금......

유부만두 2022-12-13 19:06   좋아요 1 | URL
파친코의 노아에게 디킨스 최애작은 바로 “데이비드 코퍼필드”였어요. 포스팅 문장이 애매했네요.

유부만두 2022-12-15 23:20   좋아요 0 | URL
데이비드 코퍼필드, 읽기 시작했는데요.

와우! 정말 첫장부터 강렬하네요. 이 자신감, 이 말솜씨, 정말 이제 디킨스 안 읽으려고 했는데 끊을 수가 없네요. 이런 탄생부터 들고 나오는 거 성어거스틴님이랑 맞장 뜨는 거잖아요?

저 ‘황폐한 집‘도 사뒀어요. 괜찮아요. 겨울밤은 길고 돋보기도 새로 맞췄어요.

단발머리 2022-12-13 1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our missing hearts 장바구니에 넣습니다. 이전 작품도 못 읽었지만.... 일단은요 ㅎㅎ

유부만두 2022-12-14 04:37   좋아요 0 | URL
난 큰글씨 책이에. 이젠 작은 글씨 못 봐요.

공쟝쟝 2022-12-14 09: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파친코 보고 데이비드 코퍼필드 읽고 싶었는 데.... 히히.

유부만두 2022-12-18 08:49   좋아요 0 | URL
그쵸? 책 속에 책 이야기 나오면 너무 궁금하잖아요? ㅎㅎ

psyche 2022-12-20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our missing hearts 어때? 도서관에 홀드해 두었다가 한국에 있을 때 차례가 되는 바람에 그대로 반납되었는데.... 다시 홀드하니 내가 482번이라고... ㅜㅜ

유부만두 2022-12-20 02:33   좋아요 0 | URL
중반부 읽는중인데 좋아요. 아시안 차별 범죄가 내용이라 맘이 힘들긴힌데 좋아요. 파친코 보다 문장도 만배 낫고요. 1부는 아들 얘기로 청소년 디스토피아 소설 (the giver) 느낌 2부는 엄마 얘기에요. 전체 3부 구성이고요. 코로나 때 작가가 작정하고 구상한듯해요. 근데 작가의 울분이 넘쳐서 호불호 갈릴듯 (아마 인종별로) 해요. 전 추천요. 근데 맘이 무거워요. I told you.
 

펭귄판 사냥터지기 레메즈는 충청도 사투리를 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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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12-12 16: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구수하네요. 너무 구수해서 집중이 안 되네요 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2-12-13 14:08   좋아요 1 | URL
민음사 남자랑 펭귄 남자랑 다른 사람인거라고요. ㅋㅋㅋ

공쟝쟝 2022-12-12 16: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얽ㅋㅋㅋㅋㅋㅋㅋㅋ 이리와보슈 ㅋㅋㅋㅋ

유부만두 2022-12-13 14:09   좋아요 0 | URL
불렀슈?

Falstaff 2022-12-12 18: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계를 제패한 충청도 사투리..... 아녀유? 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2-12-13 14:09   좋아요 1 | URL
그쵸. 요즘 많이 보이는 백 아저씨 떠올라서 .... 힘들었어요. ㅋㅋㅋ

persona 2022-12-12 18: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민음사 톰 소여도 그랬던 거 같어유…

유부만두 2022-12-13 14:10   좋아요 1 | URL
아이고. 전 문학동네 세계문학 번역에 사투리 있다는 얘기만 들었는데 정말 충청도가 세계를 재패했나봐요.

책읽는나무 2022-12-12 2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펭귄판 믿기지 않네유~ㅋㅋㅋ
아니...근데 펭귄판 표지 부인 등은 좀 야하다!!

유부만두 2022-12-13 14:10   좋아요 1 | URL
다들 벗은 등으로 어필하고 있더라고요.

공쟝쟝 2022-12-12 2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기 댓글 다 충청도 사투리을 하시네유 ㅋㅋㅋㅋㅋㅋ 아부지이이이이 도오오오올 굴러가아아아유우우우우우

유부만두 2022-12-13 14:10   좋아요 1 | URL
근데 그 돌이 두 개 유우우우

반유행열반인 2022-12-12 2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펭귄판으로다 읽었구만유 이 사투리보다도 사드 밀실에서나 하는 철학에서 지기미-구만유 하는 게 더 웃겼어서 내성이 생겨 이 책은 무난하고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ㅋㅋㅋ

유부만두 2022-12-13 14:11   좋아요 1 | URL
그 장광설 부분에서 사투리라니!!!! 정말 대단하겠는데요?!?!
 

제인 에어 재해석이라는데요? .. 홍보글이 좀 불안하기도 합니다만..


“가난한 여성이 <손필드> 고급 주택단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잘생기고 부유한 남자와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시작되는 ‘신데렐라 스토리’의 외형을 띤 소설이다. 그러나 완벽한 줄로 알았던 남자에게 아내가 있었으며, 그 아내가 의문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두 사람의 로맨스는 위협과 긴장이 가득한 스릴러의 모습으로 전개를 바꿔간다.

고전 명작 《제인에어》를 현대적 이야기로 재해석한 《기척》은 영민하면서도 욕망으로 가득 찬 여성 인물의 활약에 목마른 독자들을 만족시킬 페미니즘 심리 스릴러다. “ 알라딘 책소개






잘 알려진 <제인 에어> 재해석 작품으로 이런 책들이 있다. 




이런 책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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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2-12-12 1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욕망으로 가득 찬 이 조금 불안하긴 한데 ㅎㅎ 궁금하네요!

유부만두 2022-12-12 12:28   좋아요 1 | URL
좀 그렇죠?;;;

책읽는나무 2022-12-12 14: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기도 버사가????

유부만두 2022-12-12 17:09   좋아요 1 | URL
원제가 윗층의 부인이니까 버사가 등장하겠죠?
 

한 여자의 자유는 다른 여자의 노동과 시간으로 만들어진다, 고 들은 적이 있어요. 기혼 직장 여성은 남편보다 가정 노동 시간이 더 길고, 자녀를 보살피는 것은 친척 여성들이나 도우미 등의 존재를 필요로 하니까요. 코니 같은 귀족 여성도 남편의 수발을 혼자 들자니 몸이 상해갑니다. 친정 언니의 간섭/도움으로 이 상황을 바꿔보기로 합니다. 수소문해서 지역의 간호사 자격증이 있는 볼턴 부인을 고용합니다. 40대의 볼턴 부인은 클리퍼드가 성홍열을 앓을 적에 간호한 적도 있어서 그나마 좀 낫게 여깁니다. 


클리퍼드는 부인이 자신을 내버려둔다고, 어느 날은 굿나잇 키스를 안해준다고 섭섭해 합니다.(응? 프루스트?) 차츰 볼턴 부인의 보살핌에 익숙해지고 편안함을 느끼는 그는 점점 수다스러워지고 볼턴 부인에게 이런 저런 교양을 가르치고, 감탄을 받고, 또 "아기처럼" 몸 전체를 내맡깁니다. 볼턴 부인과 새벽 2-3시 까지 푼돈을 걸고 카드 놀이를 하는데 늘 그가 이깁니다. 그는 이럴 때 아주 편안해서 "멍한 상태"가 되는데 그걸 코니는 혐오하죠. 은근 볼턴 부인은 고매한 귀족 나으리, 이땐 이미 문학으로 유명세와 경제적 성과도 이뤄낸 클리퍼드를 자신이 다룬다는 것에 흡족함도 느낍니다. 간병인이 환자, 특히 노인 환자에게 갖는 특이한 종류의 친밀함과 권력 관계에 대해 생각했어요.


"남자들이란 자기 밑바닥 속까지 다 내보이게 되면, 결국 다 아기처럼 된답니다. [...] 그러니까 그저 몸집만 커다란 아기가 되고 마는 거예요." [...] 처음에 볼턴 부인은 신사 계급, 즉 클리퍼드경처럼 진짜 신사 계급의 남자에게는 뭔가 다른 점이 정말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그가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몸집만 어른 크기로 자란 아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만 이 아기는 묘한 기질과 세련된 태도와 권력을 지니고 있었고, 그녀가 결코 꿈도 꾸지 못한 온갖 종류의 이상한 지식을 지니고 있어 그걸로 여전히 그녀를 위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실은 그녀의 남편이 22년 전에 바로 이곳 광산의 사고로 죽고 제대로 된 사후 보상이나 진실 규명이 이루어 지지 않았기에 볼턴 부인 마음 깊은 곳에는 귀족/산업주에 대한 적대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녀도 클러퍼드가 그토록 멸시하는 노동자 계층, 볼셰비키 쪽인 겁니다. 이 소설에는 자궁 만큼이나 볼셰비키 라는 단어가 많이 나와요. 시대 정신으로, 폭력적 대중으로, 비인간적인 기계 중심 사상으로, 새로운 정신으로, ... 무섭고 나쁜 것으로요. 클리포드에겐 굿나잇 뽀뽀해주지 않는 엄마, 아니 부인 코니도 "볼셰비키적"입니다. 


그런데 이 볼셰비키적인 채털리 부인이 볼셰비키 책을 읽는 사냥터지기 멜라즈를 만납니다. 


(투 비 컨티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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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2-12-11 17: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채털리 부인에서 이런 생각도 다뤄지는군요. 채털리 부인... 이라고 할 때 저의 추측은 상당히 협소한 거였네요. (뭘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유부만두님! 서둘러 주세요!

유부만두 2022-12-11 18:33   좋아요 1 | URL
굉장히 다양한 이야기와 묘사를 (뭘까요?) 담고 있는 소설이에요. 광산 이야기, 결혼 이야기, 역사 이야기, 자부심 영국뽕 이야기 등등 ... 그런데 여자 주인공은 참 편협하게 그리는 게 한계죠. 로렌스가 약하네요. 아직 2권 완독 전인데요, 흠... 약해요.

책읽는나무 2022-12-12 0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볼셰비키!!! 광산!!!
프루스트적인 굿나잇 키스?
다이여 쪽 소설과는 완전 다른 쪽이군요?
채털리 부인이라고 해서...그쪽 계열이겠거니?했는데 제가 로렌스 작가를 잘 몰랐네요^^
근데 책 표지 채털리 부인인가요?
운동 전혀 안 한 아기 등이네요ㅋㅋㅋ

그렇게혜윰 2022-12-12 10:30   좋아요 1 | URL
등까지는 자세히 안 봤는데 좀 안으로 굽은 듯도 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12-12 11:08   좋아요 1 | URL
그러고 보니 어깨가 굽었네요. 어깨는 쫙 펴야 좀 더 젊어지는 비결이라고 들었어요. 채털리 부인님!! 어떡하죠..ㅋㅋㅋ

유부만두 2022-12-12 17:12   좋아요 2 | URL
꼿꼿한 탕웨이 허리가 생각납니다. ^^

그렇게혜윰 2022-12-12 1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채털리부인 읽은 책인가 안 읽은 책인가 막 헷갈리기 시작하네요. 다른 부인을 읽었나? 암튼 이 글을 읽으니 읽었던 안 읽었던 2023년에 채털리부인을 만나야겠어요!

유부만두 2022-12-12 17:11   좋아요 1 | URL
전쟁 후 하반신으로 돌아온 남편을 둔 젊은 마님이 고용인 사냥터지기와 연인이 되는 줄거리에요. 이 관계가 어떻게 발전하고 드러나고 더 큰 혼란/갈등을 불러오는가 하는 거죠.

그렇게혜윰 2022-12-12 17:34   좋아요 0 | URL
보바리 부인이었네요 제가 읽은 건. 채털리 2023 계획에 넣어야겠어요!!
 

2권이란 뜻 아니고요, 2번째 감상문입니다. 


영화에서 코니는 사냥터 관리인 (채털리 가의 넓은 영지 중 숲부분 이겠지요) 멜러즈의 오두막에서 아일랜드 작가의 책을 들고 와서 읽어요. 그걸 두고 남편 클리퍼드는 심한 경멸을 드러냅니다. 자기가 소설을 쓰거든요. 질투와 시기를 감추질 못하는데 소설 안에선 아일랜드 출신 희곡작가 마이클리스가 등장합니다. 영화에선 배우 대신 책으로 나온 셈이죠. 이 아일랜드 작가는 미혼인데 성공을 얻었지만 클리퍼드와 그 친구 무리들에게선 반영국적인 상놈의 결정판으로 취급당합니다. 그래도 예술계에서 유명한 그는 초대에 응하고 코니와 가까워집니다. 글쓰기에 몰두하는 남편 수발들기에 지쳐가는 코니는 문득 문득 흥분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묘사가 ...


"그녀는 뭔가 무서운 매력이 그로부터 자기에게 다가오는 것을 느꼈는데, 그로 인해 그녀는 거의 침착성을 잃을 지경이었다." [...] 그(마이클리스)는 모든 것을 보고 모든 것을 기록하여 새기는 그 가득 찬 시선으로 코니를 쳐다보았다. 그 순간, 깜깜한 밤에 울고 있는 어린애와 같은 것이 그의 가슴으로부터 그녀를 향해 울며 불러대었다. 그녀의 자궁 바로 그곳을 사로잡아 뒤흔드는 울음소리였다.[...] 그는 거의 최면술과 같은 마력으로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 그녀의 자궁을 곧장 뒤흔들어 사로잡는 매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코니가 흥분할 때, 자궁이 흔들린답니다? 남자의 시선을 받고 매력에 사로잡혀 볼을 붉히거나 가슴이 빠르게 뛰거나 숨이 막히거나 명치가 뜨거워지는 대신 아랫배도 아니고 허리께도 아니고 (이들 묘사는 이 소설에선 남성들에게 할당됩니다) 코니는 '자궁'으로 느낍니다. 생리통이 아니라 흥분의 자궁통. 갑자기 불안+ 스트레스가 높아지면서 "자궁 안 어딘가 계속 떨리는 곳이 있어 물 속으로 뛰어들"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로렌스에게 여자는 자궁입니까? 


이렇게 마력을 뿜어내던 희곡작가가 두어번 밀회를 갖자 은근 코니의 기에 눌립니다. 자기 맘대로 시간 페이스 조절을 못해요. 그녀가 '응 아직 아니야'라고 하면 가만히 기다려 주어야 합니다. 그녀가 베드신에서 주도권을 갖는걸 마이클리스가 비난하자 아, 이제 코니의 맘이 쎄하게 식어버립니다. 마이클리스는 쫄보거든요. 그는 영국여자는 물론 아일랜드 여자랑도 결혼하기 힘들거 같으니까 동양 여자를 찾아본다는 말을 한 사람이에요. 겁많고 눈치 보는 남자에요. 


코니는 어느 날 산책을 하다 사냥터 관리인 멜러즈의 목욕하는 장면을 봅니다. 훔쳐 봅니다. 몰래. 그리고 도망칩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그 사내가 몸을 씻고 있었다. [...] 날씬하니 하얀 등은 커다란 대야 위로 구부리고 있었는데 [...] 날씬한 하얀 두 팔을 들어올려 귓가로부터 비눗물을 씻어 내리고 있었다. 물장난 치는 족제비처럼 재빠르고 섬세하면서, 또 완전히 혼자인 듯한 모습이었다. [...] 뭔가 묘하게 그것은 하나의 환상 같은 경험이었다. 그녀는 몸 한가운데를 한 대 얻어맞은 듯했다. 그녀는 그 깨끗하고 섬세한 하얀 허리 아래로 바지가 어슬프게 흘러내려서 엉치뼈가 살짝 드러난 모습을 보았고, 고독한 존재에 대한, 그야말로 순전히 혼자인 한 사람의 존재에 대한 의식이 그녀를 압도했다. 홀로, 내면까지 홀로 존재하며 사는 한 인간의 완전하고 순수한 한 존재의 어떤 아름다움. [...] 그것은 부드럽게 빛나는 어떤 하나의 불꽃이었다. [...] 코니는 이 환상의 충격을 바로 자궁 속으로 받아들였으며, 그녀도 이를 꺠달았다. 그것은 그녀의 몸 안에 들어와 있었다."


코니는 스트레스도 매력도 충격과 환상도 모두 자궁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이 타인을 그리는 방식이 어딘가 익숙한듯 낯설어서 두 번을 읽었어요. 이건 선녀탕을 훔쳐보는 나뭇꾼의 대사 같잖아요. 하얀 허리! 날씬하고 섬세하고 순수한! 그걸 보는 코니는 아랫도리가 묵직...아니 자궁이 떨렸대요. 


하지만 이 순수하게 혼자라는 존재, 멜러즈는 그러나 고독하게 빛나는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실은 읍내에 어머니가 자신의 딸을 데리고 사는데 (별거중임. 부인이 외도를 했기에 슬픈 사연남 역할을 하고 있음) 그 어머니가 일주일에 한 번씩 멜러즈의 오두막으로 살림을 해주러 오십니다. 나는 자연인이다! 라고 외치는 K숲속의 많은 수염남들 처럼 그도 어머니의 반찬과 빨래 청소 수발을 받고 있는 '하얀' 존재인 것입니다. 


많이 썼네요. 실은 오늘 마님과 돌쇠, 아니 하얀 영혼의 뜨거운 장면을 읽었는데... 그건 다음 시간에. (나 혼자 신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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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2-12-10 08: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궁이요….
장르가 코미디인 줄 알았습니다;;

어디에 어떤 느낌이 느껴지면
아 이게 내 자궁에 느낌이 오는구나 하는 걸까요?;;;

공쟝쟝 2022-12-09 18:07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2-12-11 16:45   좋아요 0 | URL
채털리 부부의 관심은 ‘차세대 건설‘ 이에요. 진정한 영국과 진정한 가문. 그러니 여자는 자궁으로 치환되는 것 같아요. 잘해봐야 생명력? 그 역시 아기 낳는 거죠.

그런데 그 자궁의 존재를 여자가 늘 의식하는 걸로 나오잖아요. 기쁨과 흥분이 몸 내장에서 튀어나는 거에요. 생각이나 말이 아니고요. 아우 정말 갈수록 더 심해집니다.

공쟝쟝 2022-12-09 18: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랫도리가 묵직….ㅋㅋㅋㅋㅋ 해지는 느낌을 나는 모르지만 얘야 자궁의 느낌은 그 느낌이 아니란다? ㅋㅋㅋㅋㅋ

건수하 2022-12-09 19:49   좋아요 3 | URL
아니 자궁 느낌 대장 느낌 소장 느낌 다 구분이 되는지 궁금… 감각 세포가 다 있긴 있을까요 ㅎㅎ

유부만두 2022-12-11 16:47   좋아요 0 | URL
자궁과 내장 이라고 써놓은 데도 있어요;;;;

그런데 그에 대조되는 건 이성적인 존재가 아니라 ‘기계 같은‘ 사람들이에요. 바로 볼셰비키적 인간들이라고 합니다. 나쁜건 빨갱이라고. 이런 욕(?)을 사냥터지기 멜라즈랑 코니의 남편 둘 다 합니다.

단발머리 2022-12-09 2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궁이라면 생리통이죠. 생리통 모르는 사람들은 좋겠어요. 저도 반찬 서비스 받고 싶거든요. 번호 좀….. 부탁드려요.

유부만두 2022-12-11 16:48   좋아요 0 | URL
반찬 서비스 소중하죠. 저 얼마전에 시어머니댁에 김치 해서 보내드림. (큰애 시켜서요) 너무 장하지 않습니까? 대신 고추가루 받아왔음. 제가 이득이에요.

잠자냥 2022-12-09 2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궁자궁 ……. 잘글잘근 씹어주고 싶네요. 그놈의 자궁타령ㅋㅋㅋ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2-12-11 16:48   좋아요 0 | URL
정말 지겹도록 나와요. 그넘의 자궁.

책읽는나무 2022-12-10 07: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궁통????ㅋㅋㅋㅋ 그게 뭐지??
자궁있는 사람은 정작 못느끼는 자궁통?
생리통은 늘상 겪곤 있는데...ㅋㅋㅋ

유부만두 2022-12-11 16:49   좋아요 2 | URL
떨림, 뜨거움 ... 그런거라는데 아니, 멋진 거 보거나 감동할 때 그런 반응 온다고 상상하는 남자 작가가 너무 어이없어요. 여자 경험도 많다더만...

라로 2022-12-10 17: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저는 이 책과 영화는 패스할게요. 하지만 만두님의 연재는 재밌으니 쭈욱 가기를!!

유부만두 2022-12-11 16:50   좋아요 0 | URL
ㅋㅋㅋ 네 패스하셔도 괜찮을거 같아요. 1권 초반엔 괜찮다 싶었는데 (영화에 비해 재미있으니까요, 비록 흉 보고 있지만요) 2권에 오니까 너무 남자들 사연 챙겨주느라 여주인공이 멍충하게 굴어서 싫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