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밤이라고... 시밤, 이라는 제목을 붙인 시집도 있지.

난 그거 싫었는데

문학을 갖고말야, 응? 이렇게 싼티나게 놀아도 되는거야?!

화도 났지만

사실

시는 말로 탑을 쌓고 기도하고 노래하고 함께, 혹은 따로 노는 일인데.

 

시인이 별거야. 다 같은 사람인데.

서로 예의 지키고, 하지 말아야 할 짓은 하지 말고, 했으면 혼도 나고 그래야지.

그런다고 문학 안 망하고

시도 안 없어져

나쁜 시인만 없어지면 돼.

 

어른시집은 어려워서 못 읽으니 동시집이라도 찾아 본다.

더 즉각적인 반응. 나도 알고 너도 아는.

인맥 자랑, 왕년 자랑, 지식 자랑에 혼자 다 해본 거 자랑이 없거든

읽기전에 겁먹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 어, 이거 봐라....

시집에서도 엄마를 '책상 치우는 여자'라고 하면

함께 읽는 엄마가 기분이 좋겠니 아니겠니

 

 

 

 

 

 

 

문장을 엇나가게하는 행갈이, 비트가 살아있

구나

 

청소하고 밥해 먹이는 거

다 사랑 때문

은 아니지

 

더러우면

냄새 나

병 나

 

랩 박자를 연상시키는 운동화 시도 있고

선생님 호령이 비몽사몽 섞이는 시도 읽고

 

먹이사슬

심오하고 무섭고

짧고 굵기도 하지

거꾸로 읽어보면

더 무섭지 

 

압권은 아래시

읽지 말래 그래도 읽는

건 내 마음

이거슨 청 개

구리 구리 구리

 

 

시 읽고 돌아서니

밥 to the 때

쑥쑥 크는 성장기 막내

를 위해 엄마는

무친다

고기

빨간

제육   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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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8-02-10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오랜만에 보는 참신한 동시집이네요.

(저희집은 저렇게 세개로 소분해놓은걸 결국엔 한끼에 다 먹는 일이 잦아요 ㅠㅠ )

유부만두 2018-02-10 21:20   좋아요 0 | URL
저희집도 마찬가지에요. (소분이라지만 한통에 600g, 한근 담았고요;;;)

동시집이 재미있어요. 작가마다 아이들 생활과 마음을, 또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시를 담았는데 여러 새로운 시도도 보이네요. 그림도 재미있었고요.

psyche 2018-02-10 1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 서재에 오면
나는 침을 흘리네
고기 빨간 제육
나도 먹고 싶다네
시쓰는 그녀는
완전 멋져 부럽다네

유부만두 2018-02-10 21:2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 언니, 이렇게 칭찬만 하시면

제가 ....기분이 좋지요. ^^
 

모든 게 타이밍이다. 서로 친구가 되거나 연인이 되려고 해도 타이밍, 바로 그 순간 서로가 좋은 감정으로 만나서 서로를 향해 손을 내밀어야 한다. 시간이 어긋나면 난감하다.

 

타이밍을 놓쳤다. 하루 늦게 주문한 '핫팩'이 오기전 막내는 투덜대며 빈손으로 등교했다. 도서관 책 반납을 제 때 하지 못했다. 벌금은 오백원, 사서 선생님께 민망했다. 처음도 아니라서. 책을 다시 몇 권 더 대출하면서 그냥 나올까 하다가 따뜻한 열람실에 잠깐 앉았다. 조용한 어린이책 열람실이라니.

 

전학 온 낯선 아이, 낡고 큰 옷만 입고 낡은 장난감을 갖고 오는 아이, 같이 놀자고 하지만 껴주기 싫은 아이. 그런데 그 아이가 다시 떠났다. 매몰차게 '내 친구 아니야' 라고 소리지르지만 않았어도 이렇게 마음이 서늘하지 않았을텐데. 선생님께서 보여주신 작은 물결 만들기에 나는 끼지 못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혼자서 호수에 돌멩이를 던지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해본다. 잘해줄걸 그랬지.

 

떠난 아이는 그 아픈 경험이 처음이 아닐텐데. 낡고 몸에 큰 옷을 입고 계절에 맞지 않는 신발을 신은 그 아이의 마음엔 언제쯤 따뜻한 물결이 일까. 꽁꽁 얼지나 않았으면. 시원한 느낌의 수채화로 아이들 표정이 솔직하다. 얼굴 각도에 따라서 머리 모양과 키가 달라 보여서 옷 색으로 아이들을 구별했다. 이렇게 바라보면 다 같은 아이들인데. 낡은 옷은 그림에선 티가 나지 않는데, 혼자 노는 아이는 저 만큼 쓸쓸하게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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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2-07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볼래요!

유부만두 2018-02-07 18:04   좋아요 0 | URL
추천해요.

책읽는나무 2018-02-07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금을 내나요??
ㅜㅜ
저도 요즘 상습 연체를 하고 있어 벌금 내야 마땅하네요ㅜㅜ
지금 집에 또 연체된 도서가 있는데 빨리 반납해야겠어요.
뜨끔합니다^^

책 표지의 그림이 넘 예쁘네요^^

유부만두 2018-02-07 18:06   좋아요 0 | URL
연체일수만큼 대출을 못해요. 벌금내면 대출 할 수 있고요. 벌금, 이란 말을 하니까 사서쌤이 웃으시긴하시더라구요. ;;;
표지가 시원하죠?

단발머리 2018-02-07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습 연체자 등록하는 시간이예요?
저예요, 저... ㅠㅠ

유부만두 2018-02-07 18:09   좋아요 0 | URL
날씨 탓이라고 해봐요, 우리.
책보따리 이고 고개를 넘으려니 엄동설한에 해는 짧고.....

북극곰 2018-02-07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책이었군요.ㅜ.ㅜ 표지가 왠지, 자기계발서?같은 느낌이라서 선뜻 손이 가지 않던 책이었는데.

유부만두 2018-02-07 18:08   좋아요 0 | URL
막 가르치는 그림책 같죠? 제목이요.
이야기는 가만 생각할수록 슬프고 또 어쩌면 따뜻해요. 마야가 새동네에선 친구들을 사귀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psyche 2018-02-07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머리모양이나 그런걸로 아이들 구별이 안되서 옷으로 구별했었어. 마야가 이사간 동네에서는 손을 내밀어준 아이가 있었기를... 아 맘 아프다.

유부만두 2018-02-07 18:09   좋아요 0 | URL
그쵸... 애 표정이 냉대에 익숙해서 체념한듯 보여서 슬펐어요. ㅠ ㅠ
 

따뜻한 말 한 마디, 다정하게 불러주는 이름이 그리운 아홉살 아이.

보, 라고 혹은 보쎄, 라고 불러주는 건 단 한명의 친구 벤카와 그애의 아빠, 그리고 과일 가게 룬딘 아줌마가 고작이었다. 친부모 대신 양부모집에서 구박 받으며 기죽어서 사는 아이는 학교에서도 동네서도 천덕구러기다. 그러는 아이가 일년 전 실종된다.

 

아니, 그랬다고, 본인 보쎄가 말했다. 낭기열라로 떠난 소년들 생각이 났지만 이건 다른 이야기. 그 실종의 상황과 그 이후 이야기가 이 책의 줄거리다. 건달이라고 막말을 들었던 친아버지가 실은 머나먼 나라의 임금님이었어! 내 진짜 이름은 미오! 내가 들고있던 황금사과가 내가 적통 왕자라는 증거가 된대! 칼과 샌들을 들고 아버지를 찾아가는 테세우스 같지!

 

하지만 미오는 어린이. 아름다운 걸 보면 '아, 내 친구 벤카에게 보여주면 뭐라고 할까' 라며 계속 옛생각을 한다. 아름다운 나라에도 그림자는 있는 법. 나쁜 기사 카토가 아이들을 망아지를 납치하고 계속 위협한다. 그를 해치우러 가야하는 건, 미오 왕자님이란다. 이미 몇 천년 전 부터 정해진 거라서 '넌 몰랐니?' 라며 다들 미오가 액션을 취해주길 바라본다. 미오는 그래도 어린이라네. 슬픈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아파지고, 흰말을 빼앗기고는 '기사는 울지않아' 라고 하지만 곧 엉엉 우는 자신을 고백한다. 계속 겁나고, 무섭고, 자신의 작고 외로운 상태를 알지만 용기를 낸다. 미오 (보쎄) 옆에는 벤카를 닮은 새친구 윰윰이 있으니까. 별과 나무, 땅을 위해서 피리를 불고, 다정하게 다른이와 음식을 나누고, 슬픈 이야기를 들어주고, 두려움에 떨지만 주문 같은 단 한마디 '미오, 나의 미오' 이름을 불러주면 씩씩해지는 어린이. 이 재미있고 아름다운 (해피 엔딩) 모험담이 그래도 참 쓸쓸한건 왜일까. (제발 뒷표지에 스포 좀 쓰지마세요! 출판사님들아!)

 

따져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아빠, 손을 잡아주고 키 표시를 해주고 웃어주는 아빠 임금님은 미오 없이는 그 큰일을 해내지 못했지. 미오가 다 한거야. 그래도 미오에겐 아빠가 필요하고, 친구가 필요하고, 엄마도 필요하지 않겠니? 엄마 이야기를 더 들려줘봐, 미오.

 

 

.....

 

정의의 칼을 쓰는 미오 처럼, 나도 어젠 칼 좀 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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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2-03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지하게 읽고 내려오다 빵 터졌잖아요!! 유부만두 나의 유부만두 님! ㅎㅎㅎㅎ

유부만두 2018-02-04 09:32   좋아요 0 | URL
하하하 저는 칼잡이였습니다만

프레이야 2018-02-03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아까는 없던 사진이. 저건 아보카도에요?? 김밥이라면 완성된 사진 기대합니다요. 미오 미오는 아이들과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고 글을 쓰던 시절에 좋아하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작품 중에서도 아주 좋아헸던 거에요. 아련한 추억이. 토요일 좋은하루 보내시길.

유부만두 2018-02-04 09:34   좋아요 1 | URL
처음엔 글만 올리고 정리하면서 사진 합쳤는데 (넉 장 함께 붙이기 하느라) 시간이 걸렸어요. ;;;

이책 좋네요. 모험담을 펼치는 아이의 절실한 현실이 더 찡하고요.
오늘 일요일, 다시 추워서 어디 못나갈 것 같아요. 프레이야님 께도 따뜻한 일요일 되길 바랍니다.

잠자냥 2018-02-03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아침부터 아보카도 먹고 싶어집니다;;; @_@

유부만두 2018-02-04 09:34   좋아요 0 | URL
아보카도 고소하고 부드럽고 맛있습니다.
자꾸만 먹고 싶어집니다..... (다 먹었....)

단발머리 2018-02-03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놀라운 칼솜씨, 아보카도~~~
오늘 아보카도 김밥인가요 아님 아보카도 샌드위치인가요~~

from 완성사진을 기다리는 단발머리

유부만두 2018-02-04 09:35   좋아요 0 | URL
작게 썰어서 1/4 크기 김에 각자 손김밥 말아 먹었어요.
완성사진은 없네요. 만들어 먹기 바빠서요.

psyche 2018-02-04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어제는 없었던 사진이. 각자 싸먹는 캘리포니아롤이었을까? 갑자기 나도 먹고싶다 아보카도.

유부만두 2018-02-04 09:36   좋아요 0 | URL
손김밥 (손마끼) 만들어 먹었어요. 썰기만 다 해놓으면 밥에 김에 각자 먹으니까 쉬워요.

북극곰 2018-02-06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오에서 깁밥 칼잡이로 이어지는 부분이 압권이네용~!! ㅎㅎㅎ

유부만두 2018-02-07 09:04   좋아요 0 | URL
ㅎㅎㅎ 김밥 칼잡이 하니까 유해진의 영화 ‘럭키‘ 생각이 나요.
킬러도 김밥집에서 칼을 현란하게 쓰죠! ㅎㅎ
 

소양이네 엄마는 어린이 연주회용 드레스를 대여하거나 판다. 바쁜 일정과 수지타산 때문에 엄마는 직접 옷을 디자인해 만들기보다 공장옷을 손질하는 편. 그런데 특별주문이 들어오자 엄마는 드레스를 만들기 시작한다. 건물주의 딸을 위한 연주회용 드레스 제작을 고급 원단과 함께 의뢰 받았다.

초등학교 입학후 한달 서양이도 엄마도 새로운 미션이 버겁다. 소양이는 감기 몸살로 오래 결석을 하고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는다. 엄마의 드레스 작업은 근무 외 시간을 차지해서 퇴근 후에도 엄마는 건물주의 특별주문에 매달리고 소양인 엄마의 열정에 흥분한다. “이 재미 있는 걸 왜 그만 뒀는지 모르겠다”고 엄마는 말한다. 돈 때문이겠지. 살아야하니까. 소양이 아빠가 안보이는데 얼마나 더 힘들까. 그래도 아름다운 진주드레스!

여러 재료를 갖고 아름다운 드레스를 만드는 장면이 좋았다. 하지만 엄마랑 소양이 둘다 저마다 ‘나의 진주 드레스’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해서 불안했다. 드레스 장례식 꿈과 건물주의 등장은 너무 과한 ‘문학적 포장’같다. 이미 평상복이 아닌 드레스여서 꾸민 얼굴이었는데 꿈(소망/소양)을 이뤄주기 위해 비극을 꼭 넣어야만 했는지.... 건물주 아저씨의 구두 이야기에 릴라네 체룰로 구두가 생각났고 소양이가 아저씨에게 드레스 자랑을 하는 장면은 앤 셜리의 사랑스런 수다가 겹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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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8 0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18 0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18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1-18 1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미크는 ‘멀어도 얼어도 비틀거려도’ 씩씩하게 살아간다. 미크에겐 고모와 이웃들이 있기에 마음이 놓인다. ‘소나기밥 공주’에게도 이웃 아줌마와 돌아올 아버지가 있다. 하지만 송미경 작가가 보여준 ‘1분에 한번씩 엄마를 기다린다’의 어른은 너무 멀리 있는 엄마뿐. 이웃들은 쥐를 보듯 아이를 차갑게 대하고 그나마 주어지는 사회보장의 손길은 최소한이라 이야기 중반에서 사라진다. 그 도움을 악착같이 챙겼던 엄마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택배 상자 만큼의 사랑이라도 가졌을까. 함께 있는 어른인 아빠마저 아이의 어깨를 짓누른다.

‘쿠폰왕’의 야무진 주인공 영미도 어른들의 도움 대신 어린이 선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든다. 부모가 없는 조손가정의 어린이가 선을 넘나드는듯 보여 불안하다. 친구들의 도움이 과연 도움으로 부를만한 것인가, 어룬인 공부방 선생님은 문제를 알 수도 있을텐데 멈춘다. 담임 선생님의 일방적인 판단과 냉담함은 더없이 잔인하다.

이 단편집의 앞부분에 실린 풍자나 비유 같은 이야기는 엉뚱한 상상이나 장난이 스며들 틈이 충분하다. 하지만 이 두 편의 슬프고 어두운 그리고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는 견고해서 어린이가 달리 움직일 공간을 주지 않는다. 아이의 시선이라고 흉내 내보려다 어른인 나는 그저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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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8-01-15 15: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ㅠㅠ

유부만두 2018-01-16 08:39   좋아요 0 | URL
읽으면서 계속 속상했어요. 왜 애들을 내버려두지? ㅠ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