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바다 위로 뛰어오르는 이유. 심오한 비유일 책 제목이 책 내용과 인물로는 잘 설명되지 않는다. 나만 못 알아먹은건가.
생생한 인물과 박진감 넘치는 자전거 추격전으로 시작부터 흥미진진했다. 과하게 친절한 설명 대신 암시를 하거나 필요한 설정들을 미리 뿌려 놓기도 한다. 복선. 아이들은 선악의 분리 대신 다양한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세련된 것 처럼 보였던 이야기는 중반부터 늘어지면서 여기 저기 깔린 의미들을 연결시키기에 버겁다. 주변 인물들은 어쩐지 의도적이고 자전거는 진즉에 사라졌다. 학교의 주먹왕, 갑작스런 사건과 떠나버린 친구, 이민 간 자식들을 감싸는 이발소 노인, 서점에 대한 고집을 부리는 책방 노인, 가족과 친구 사이의 선을 긋는 사람들, 천연덕스레 남학생을 좇아다니는 말괄량이 옆집 여학생, 강원도, 바다, 지하실, 말많아 사고와 설명을 도맡아 하는 아이,.... 익숙한 설정에 익숙한 갈등과 관계들이 보인다. 하지만 유치한 어린이 활극으로 빠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마지막엔 처연히 날아가는 나비와...아, 맞다, 고래.
연재되었던 소설일까, 각 챕터들은 그 안에서는 긴장을 불러오기도하지만 전체를 끌고가는 힘은 보이지 않는다. 화자 원섭과 푸름이 사이의 문제, 각자가 달리 바라보는 우정은 무엇이었을까. 진정성이 있으니 표현이 서툴러도 이해하시라...는 말은 아무것도 해결해 주지 못하는데. 가족들 사이의 끈끈함 혹은 지겨움을 희화하지 않고, 엄마들 모습이 억척스런 빠마에 학원 타령, 혹은 쇼핑 타령이 아니고 덤덤해서 괜찮았지만 그만큼 '가족' 대신'친구' 관계를 더 들여다 보는 것 같다. 자신이 보여주고 싶은 모습으로 만드는 관계. 선택적으로 잊거나 잊힐 수 있는 관계. 어느정도 거리와 예의가 필요한 관계. 그러다가 ... 오래된 친구 관계에 금메달을 걸어주며 결말은 뻔하게 정리된다. 노인들은 다른 자리로 떠났고 원섭의 형 한섭은 여전히 싸늘하게 존재감이 없고, 아이들은 얼렁뚱땅 화해를 해버렸다. 이리 저리 복잡한 마음의 원섭. 고래가 뛰는 이유는 여전히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