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모자와 가족 간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이야기들도 있었다. 인노첸티의 그림책도 여동생을 둔 언니 소피아를 보여주었다. 빨간 모자는 이 책에서도 여동생을 둔 언니다.
여동생의 이름은 카를로타. 이야기는 이미 빨간 모자 '사건' 이후 꽤 시간이 흐른뒤다. 유명해진 빨간 모자와 할머니는 돈도 벌고 땅도 샀다. 인기 연예인 처럼 선그라스를 끼고 이제는 숲속에서 풀이나 꽃에 관심을 쏟지도 않는다. 그러다 '빨간모자 랜드' 개발을 위해 숲을 밀어버릴 계획을 세운다. 이를 들은 동생 카를로타는 숲속에 사는 동물들과 기존 동화의 인물들, 그리고 작가 샤를 페로를 구해내기로 결심한다. 이들이 다가오는 불도저를 피해 섬으로 안전하게 이주할 것인가?!?! (여러분이 요정을 믿는다면 박수를 쳐주세요, 팅커벨이 살아날 수 있게!....우리 동화를 믿어야 해요.... 내 나이는 묻지 말아요)
상상해 봄직한 물욕의 인물, 동화속 인물의 변절을 귀여운 그림들로 표현했다. 언니를 해쳤던 왕년의 늑대는 이제 이빨 빠지고 늙은 과거의 캐릭터. 동화가 낡고 먼지 쌓인 틀이니 쓸어버리고 재미있는 놀이동산으로 만들자,....는 이미 이 책으로 실현한 건 아닐까, 생각도 들었다.
빨간 모자에겐 그 누구보다 먼저 '엄마'가 있다. 혼자 아이를 숲속에 보낸 매정한 엄마. 아이 심부름을 시켜야하는 바쁜 엄마. 아이에게 당부를 거듭하는 걱정많은 엄마. 알고 보니 숲속 할머니는 시어머니가 아니라 친정 어머니였다는 설정의 희곡이 있다. 조엘 포므라가 딸을 생각하며 쓴 작품으로 2006년 아비뇽 연극제에서도 공연되었다.
빨간 모자는 엄마와 둘이 산다. 엄마의 관심을 받고 싶어서 애쓰는 아이, 하지만 엄마는 바쁘다. 엄마의 엄마, 숲속에 사는 할머니와 엄마는 가끔 만나지만 서로 아무말을 나누지 않고 그저 앉아만 있다. 아이는 엄마와 놀고 싶은데 엄마가 하는 괴물 놀이는 무섭고, 또 재미있다. 두렵지만 사랑하는 엄마. 엄마가 파이를 혼자 구울 수 있을 만큼 크면 할머니댁에 혼자 갈 수 있다고 했는데, 드디어 빨간 모자 혼자 해냈다. 이럴줄 엄마는 몰랐지.
할머니 댁에 가는 길은 무서워서 그림자를 친구삼아 걸었다. 늑대는 무섭지만 이야기를 나눠준다. 자기 이야기, 엄마 이야기, 할머니 이야기. 할머니 댁에 누워있는 늑대에게 아이는 계속 말한다. 엄마는 걱정이 너무 많아요. 난 크면 그러지 않을거에요. 엄마도 어렸을 땐 겁이 많았을까요. 엄마를 사랑해요. 엄마가 보고 싶어요. 날 먹지 말아요.
빨간 모자 마저 삼킨 늑대가 뒤뚱거리며 걸어가자 '지나가던 남자'가 늑대 배를 갈라 빨간 모자와 할머니를 구해준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빨간 모자가 어른이 되었을 때, 빨간 모자와 엄마는 가까운 곳에 살며 자주 만나서 이야기도 많이 나눈다. 엄마, 나도 이제 어른이에요. 아직도 내 걱정을 하나요? 엄마. 우리 애 좀 봐줘요. 얘가 너무 말을 안들어요. 아우, 걘 너 어릴적이랑 판박이구나. 혼자 촐랑거리며 숲속에나 가지 않게 해라. 엄마, 김치 좀 가져가도 돼요?. ... 엄마, 오늘이 어버이날이라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