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꽃님이 가장이 이번에는 택배업에 뛰어들었다. 아쉽지만 사업가가 아니라 배송담당이다. 하지말라면 더 하고 몰라도 된다면 묻고 캐내는 메리. 보일러 방 뒤쪽에서 택배사무실을 찾아냈다. 초대형 사이즈의 공벌레, 돈벌레, 노린재들이 거미줄, 곰팡이 손들과 정신없이 박스를 분류하고 송장을 찍고 쌓는다. 바쁘고 바쁘고, 나누고 나누고.... 고양이 손이라도 빌린다더니 천방지축 메리와 아빠 병호씨의 손을 빌리다 황천쪽 비밀의 문을 연다. 쫘쫜. 택배 상자를 받아본 적 없는 메리는 이 모든 물건, 쇼핑 세계에 빠져들다 그 정점에서 대형 장삿꾼 혹은 사기꾼을 만난다. 한바탕 난리법석!

사람들과 영물들은 황천이나 이승이나 물건을 사고 쌓고 버린다. 금세 잊고 또 주문한다. 멀쩡한 물건을 버려 쌓인 것들은 산을 이루고 무너져 길을 덮는다. 1부의 (따져보면 끔찍한 호러용품인) 인두겁에 이어 ‘요지경’이 혼을 빼앗을 지경이되는데 의외로 수배범 까마귀들에게 도움을 얻는다. 잠깐 웅얼거리는 꽃님이의 과거는 슬픈 생각도 조금 들지만, 정신을 바짝 차려야한다. 여긴 이승이 아니여! 2부는 사람의 세상을 훌쩍 넘어서서 벌어지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저쪽으로 가버리기 때문이다. 괴물 혹은 저승사자 등에도 적응이 되었는지 덜 놀라지만 현실의 끈은 한 손으로 꼭 잡고 있어야 한다. 메리 친구들은 이 모든 구경거리를 그저 꿈으로 기억하겠지. 아빠 병호씨의 노래솜씨는 하나도 나아지지않고 메리의 숨겨진 농부 재능이 빛난다. 어쩐지 아침을 알리는 '수탉'이 3권에선 큰 일을 해낼 것만 같고 같고, 기대가 크고 크고.

마루에 쌓여있는 내 물욕의 상징, 택배 박스들과 책들... 내가 꽃님이 2권을 읽었다고 지난날을 반성할 날이 올까...? 뭐 꼭 반성을 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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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03-30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성 안 하셔도 되요, 암요, 암요, 그럼요.
저도 어제 저녁에 두 박스를 받았고, 오늘 한 개의 책박스가 있고... ㅎㅎ 그렇습니다.

택배 아저씨라면 일전에 건너건너 아는 동네분이 남편보다 얼굴을 더 자주 보는 사람이라고 ㅎㅎㅎ
그런 얘기가 생각나네요.

고양이 가장들의 기묘한 돈벌이는 계속 이어집니다^^

유부만두 2018-03-31 08:21   좋아요 0 | URL
고양이 가장 3권까지 다 읽었어요! 물욕의 극한 부동산과 생산 유통업을 읽고 나니 그저 이 세상은 답이 없다 싶기도 하고요. 이 시리즈 은근 철학책 같기도 하고요 (아, 단발머리님께 감히 철학을 ....)

택배는 어제도 오늘도 왔습니다만 (다 책은 아니에요!) 이런 습관 택배 덕에 배부른 사람 (공공씨) 따로 있고 택배원들은 허리가 무너진다는 기사를 봤어요. 이래저래 물욕이 세상을 망칩니다. ㅜ ㅜ 반성.

토요일이라 혼자 일어나서 책읽고 있어요. 단발머리님 ‘건강한‘ 주말 보내세요~
 

재밌습니다. 기침을 콜록 쿨럭 커어어억 하면서 쇼파에 앉아 동화책을 읽는 내 모습이 참 찌질하지만 그래도 재미있습니다. 기침하느라 수고한 목을 위해 복숭아캔 대신 아이스크림 떡을 먹어줍니다. 아, 맛있지만 내가 알던 그 맛이 아니네. 감기 걸리면 이게 제일 속상합니다. 내 입맛을 돌려줘.

 

 

<고양이 가장의 기묘한 돈벌이1>은 부동산, 제조 유통업, 신분 도용 이야기입니다. 곰팡이도 많고 냄새도 나고 어두운 반지하 방 하나짜리 집에 메리랑 아빠랑 삽니다. 하나도 안 메리하고 그저 새드하고 글루미한 집. 고양이도 삽니다. 고양이는 이사오던 4년전에 이 집에 먼저 들어와 있었습니다. 어둡고 눅눅하고 음침...하지 않습니다. 그럴 틈을 주지 않아요. 아, 얘는 엄마가 없네, 얘는 가난하고 아빠도 철이 없네, 아빠가 회사 관두고 아이 부양을 포기하네? 노래도 못하는데 뭐 음유시인? 꼴깝. 고양이가 뭐 이래, 뻥이 심하네....라고 생각할 틈이 없어요. 지금 쓴 건 다 오늘 아침에 그래도 어른이라고 생각해서 쓴거구요. 막상 읽을 땐 그냥 막 등을 떠밀고 앞에서 약올리면서 작가가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정신이가 없어요. 그런데 이거 .... 맞다, 어딘지 '장화 신은 고양이' 생각도 나요. 사기쳐서 주인 신분상승 시켜주는 고양이. 그런데! 여기선 그 고양이가 혼자가 아님. 여우를 끌고 들어옴. 다행히 여우 호호씨는 메리랑 아빠의 간을 빼먹으러 들지는 않지만 혼을 빼먹을 지경을 만듭니다. 그럼 고양이 꽃님이는 (이름 센스 봐봐요. 을매나 웃겨. 이런게 바로 대조법? 극적이지요.) 누구 편일까요. 안알랴줌. 하하하 재밌어라. 아, 그런데 이야기 중간중간 세상을 비트는, 하지만 엄근진으로 빠지거나 교훈 날리는 촌스러운 일은 생기지 않아요. 그래도 나는 어른이니까 그런거 다 파악하고 열심히 읽었지요. 걱정 말아요. 재밌다고 정신 없이 읽으면서 빨래는 밀려도 (아니야, 나는 아파서 투병중인거야, 콜록 콜록) 책 속에서 이런 저런 의미들 다 알아서 챙겨 먹고 있어요. 아 그런데 이 책은 은근 스릴러 호러 요소도 있다요? 우리 전통 귀신이야기도 떠오르게 하고요. 그것도 알랴드리기 귀찮음. 뭣보다 일단 책이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뭐....그런거 아니겠냐는 의식의 흐름이 생깁니다. 자, 나는 이제 2권 읽으러 가야겟....콜록 쿨럭 .... 아파도 괜찮아요. 왜냐?! 내게는 꽃님이 시리즈 1,2,3권이 다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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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8-03-27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기 걸려서 아픈데도 열심히 책 읽고 쓰는 유부만두. 감기야 뚝 떨어져랏!

유부만두 2018-03-28 07:57   좋아요 0 | URL
열이 없고 기침만 나서 우습게 봤는데...아이고...이번 감기 길게 가네요. ㅜ ㅜ
 
이상한 손님 그림책이 참 좋아 47
백희나 글.그림 / 책읽는곰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비오는 어느 날, 누나도 나랑 놀아주지 않아서 심심한데 우리집에 방구대장 뿡뿡이, 아니 손님 '달록'이가 왔다. 집에 가고 싶은데 갈 수가 없다고, 배고픈거 같아서 이것 저것 주며 달래도 보고 놀아도 주는데 변덕이 삼월 날씨 같은 꼬마. 집안을 엉망으로 (진짜 엉망! 물바다로 만들어버림!) 진창으로 뒤집어놓아도 웬지 정들어버리는 달록이.

 

한참 뒤 달록이는 집으로 가고, 지친 누나와 나는 그래도 또 달록이를 돌봐주고 싶다는, 아니 함께 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달록이 엄청 귀엽습니다. 책소개 페이지의 사진 그림보다 실물이 더 따뜻하고 정겹고 마음이 포근포근해집니다. 며칠전 춘분날 왜 그리 ㅈㄹ 맞은 날씨였는지 다 이해가 가고요, 아, 백희나 작가님의 전작 '이상한 엄마'를 다시 꺼냈습니다. 이젠 비오는 날씨, 따위는 두렵지 않아. 우리에겐 이상한, 아니 따뜻한 엄마, 손님, 그리고 친구들이 있으니까요! 아이 아침밥으로 계란 세 개나 넣은 볶음밥을 해줬어요. 백 작가님 그림책 보면 계란 많이 먹고싶어집니다. 빵도, 아이스크림도, 솜사탕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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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8-03-23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재미있겠다!

유부만두 2018-03-25 07:46   좋아요 0 | URL
재밌어요! 엄청 귀엽고 이리 저리 생각할 거리도 있고요.
 

오묘하다.... 우미옥 작가 동화집 중에서 제일 짧고 제일 내 맘에 든 '오늘의 행운'을 읽고나서 막내가 말했다. 이거 진짜일지 상상일지 구분이 안된다고도. 아이가 재미있게 읽을 책을 찾고 있다. 점점 게임, 웹툰과 만화책, 그리고 유툽에 빠져들어 시간을 써버리는 아이에게 책을 들라는 이야기는 잔소리일 수 밖에 없지만. 책읽기가 공부나 숙제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다. 엄청 재미있거등? 그래서 엄마가 책사다가 집이 엉망이지.... 

 

작가의 첫 소설집이라 조심스럽고 싱그러운 기운이 느껴진다. 하지만 기존의 틀을 안전하게 사용하는 점은 아쉽기도 하다. 특히 엄마 캐릭터들. 왜 하나같이 잔소리에 공부 성화에 신경질을 부려대는지. (아? 저는 아닙니다만) '수고했어, 코끼리' '솔직캠프 마지막 밤에 일어난 일'은 우화로도 읽히는데 쉬운 비유와 상징이다 싶다가 강렬하게 현실을 불러오고 색다른 결말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역시 상을 탈만한 이야기. 초반에 까칠한 독후감 남긴 것을 후회합니다. 내가 뭐라고.

 

그래도...'룰루 보다 좋은 것'은 별로였다. 김애란 작가의 '노찬성과 에반'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이야기에 룰루와 오래 함께 산 세월이 느껴지지 않았다. 만일 우미옥 작가님이 반려견과 함께 한 경험 없이 소재로만 룰루를 다뤘다면 엄청 차갑고 냉정한 동화다. 에반도 룰루도 그런 대접을 받고도 아이에게 화내지 않는다. 서늘함은 이어지는 '주먹왕' 아이에게도 느껴진다. 교회에 친구 많이 데려와서 '아이패드'를 타려고 하는 아이. 주먹을 들이대는 덩치 큰 아이가 교회에 다니라고 윽박지르는 건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지쳐서 엎드려 있던 영미의 힘든 생활에 주먹 대신 손을 내밀어 맞잡는 아이의 변화를 기대해보고 싶지만 '전도'하는 리얼한 묘사에 마음이 식는다. 그래도 '오늘의 행운'은 좋았다. 오묘했지. 바위에 새겨진 두꺼비와 저 멀리서 울리는 천둥소리와 소나기. 그리고 절터. 마침 읽던 프루스트의 콩브레 장면도 비슷하다. 아, 이 엄마는 아이가 식후에 바로 책을 읽을까봐 걱정했구나. 그 시절엔 웹툰이고 게임이고 없었으니까.

                                                                                                                         

 

오묘하고 신비하고 흔할 것 같은데 뭔가 더 쏟아지고 갈라지고 터지고 누군가 짠 하고 만날 것만 같고. (실은 무라카미 하루키를 떠올렸....) 그렇다. 하늘 아래 새로운 건 없다. 흔한 소재를 가져와 자기 식으로 다듬고 마음을 담아 이야기로 빚어내는 작가는 그만의 '오묘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는 참을성이 없고 성마르며 ...배고픈 아줌마라 신경질을 부리는건가. 두꺼비, 하면 헌집 줄게 새집 다오의 집타령만 생각하는 속물이라 그런가. 에잇. 오늘의 행운을 인형뽑기에서라도 확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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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나무 2018-03-21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인형은 뽑으셨습니까? 언니님아...ㅋㅋ
프루스트는 잘 읽어나가고 있죠? 언니의 완독을 응원합니다! ^^

유부만두 2018-03-21 11:39   좋아요 0 | URL
뽑았겠습니까.... ㅜ ㅜ 뭐 이렇게 쌓인 ‘운‘은 언젠가 내 주머니 속으로 들어오리라 믿고 있지만... 프루스트는 조금씩, 야금야금 국방부 시계 처럼 멈추지 않고 읽고 있음.

psyche 2018-03-21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어릴적 밥먹자마자 아니 밥먹으면서 책 읽지말라는 말 매번 들었었는데... 만약 아들녀석이 밥 먹자마자 책 읽는다면 디저트도 가져다 바칠텐데 그럴일이 전혀 안생기네

라로 2018-03-21 14:13   좋아요 0 | URL
모범생들은 역시 다르군요. 전 밥먹을 대 TV봤는뎅~. 그러니 아들들이 책 안 읽는 거 뭐라할 수 없다는,,,ㅠㅠ

유부만두 2018-03-22 06:36   좋아요 1 | URL
책 읽기가 저에게도 놀이였어요. 밤에 안자고 이불 속에서 동화책 읽다가 혼났는데 그때 읽은건 공부가 아니었;;;; 아, 어릴적에 프님을 만나서 함께 고무줄도 하고 그랬어야했어요. ㅎㅎㅎ

저희집 막둥이는 책을 읽어도 재미를 느끼려고들지도 않아요, 그저 쓱~ 줄거리만 보고 말아요. 안타까울뿐이죠.
 

어린이용 판타지와 어른의 판타지는 어떻게 다를까. 좋은 이야기를 만나면 그 세계로 쑥 들어가 허무맹랑하더라도, 그 안의 괴상하고 꿈 같은 인물들과 줄거리를 타고 놀게 된다. 얼마전 본 영화 '세이프 오브 워터'나 '보건교사 안은영' 처럼. 오늘 아침에 읽은 건 더 순하고 더 착하고 어쩌면, 하고 상상해 보는 작은 이야기 동화 '운동장의 등뼈'다.

 

그림도 등장 아이들도 착하고 순하다. 문장의 연결과 장면은 익숙한 설정처럼 흘러가지만 그 안에서 용기를 내 거인을 불러냈다. 작가는 세세한 사정을 다 설명하는 대신 여백을 남겨둔다. 어쩌면 미진이에게 새로운 선물을 주어 덜 상처 받도록 배려했는지도 모른다. 전학 가는 친구의 '아프리카 원숭이섬'은 삐삐의 섬 같이 들리지만 완전 정 반대 '경쟁의 정글'이겠지. 하얗게 눈으로 덮힌 운동장이 우리에게 속마음을 이야기해준다면, 그 이야기를 들어줄 아이들, 어디 있나요? 

 

'동식이 사육 키트'는 미래 공간에서 벌어진다. 홀로그램으로 대화하고 택배는 10분 안에 집 안의 상자에 전송된다. (이건 좋네!) 비싼 학교, 영상 대신 진짜 사람 선생님이 가르치는 학교에 전학한 아이는 엄마의 성화와 감시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장난감을 키워 애정을 주고 싶어한다. 어쩌면 애완동물 어쩌면 아이의 잔인한 비유. 자랑하고 꾸미고 비싼 사료 먹이고 결혼도 시킨다. (우웩) 디스토피아 청소년 소설 'the Giver' (기억 전달자), '컵고양이 후루룩', 무엇보다 '깡통 소년'이 연상된다. 집과 학교는 미래이고 온갖 기술이 지배하지만 결국 사람의 손을 타야한다, 는 생각을 계속 하게된다.

 

판타지 요소가 독자를 충분히 매료시키지는 않는다. 따져보면 심오한 동화일텐데 설정과 인물, 대화가 무난하고 (낯익고) 순하고 착하다. 읽는 재미가 샘솟지는 않아서 어쩐지 미안한 마음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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