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 선택한 소설 중 하나가 '갱년기 소녀'였어요. 표지도 너무 예쁘고, 제목도 가슴 저리게 와닿고.

 

<일반적인 범주를 벗어난 듯한 작품 속 인물들이 사소한 대화와 충동적인 행동을 계기로 범죄로 치닫는 과정은 일본 서브컬처 특유의 오타쿠 혹은 동인 문화가 겹쳐지며 어디선가 충분히 일어나고 있을 법한 현실성을 띤다. 이들의 갈등이 주로 가정에서 비롯된다는 점과 꿈과 현실의 괴리에서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폐쇄적인 커뮤니티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면 작품은 현대 일본 사회에서 중년 여성들이 실제로 겪고 있는 문제를 담아낸 사회파 미스터리로 읽히기도 한다.> 알라딘 책소개입니다.

 

제가요. 책을 아주 심하게 좋아하고, 그래서 '기사단장 죽이기' 읽다가 리츠 크래커에 케쳡 찍어 먹기까지 하는 오타쿠이며, 또한 갱년기 준비생으로서! 아주 호의적인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어요. 아, 이 책은 소개글과 제목에서 주는 인상과는 다른 면을 보여주는겁니다. 여섯 명 각각의 (나이대는 30대 초반 부터 50대 중반까지) 개인사와 질투, 그리고 멍청함을요. 외모고 뭐고 등장인물들 하나같이 다 모질라요. 팬질도 열심히 하는지 모르겠고요. 전 그들의 순정만화 '잔'을 향한 열정을 보고 싶었거든요. 나이가 뭔 상관이고, 서브 컬쳐면 어때요. 그런데,! 오타쿠로서의 팬질, 그리고 그들의 구심점일 '잔'은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갱년기도 뻔한 기존의 아줌마 시기로만 정해 놓았고요. 온갖 비열한 감정과 행동을 갱년기에, 아줌마에, 저소득층 비혼여성에게 씌워놓았더라구요. 차라리 동호회 사람들 사이의 질투극으로만 소개를 했더라면 좋았겠죠. 추리극이라기에도 모질라....갱년기가 소녀의 마음과 표지로 다가왔기에 하아.... 그렇게 낚인 독자는 마음이가 마이, 아주 마이 아픕니다. 왜 중간에 덮질 못했니. 끝까지 읽고 이러케 욕하고 싶었니. 아니. 갱년긴가봐. 추석이 오쟈나. 어뜨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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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7-09-29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제목과 표지에 낚일뻔....

유부만두 2017-09-29 22:47   좋아요 1 | URL
기대가 커서 실망이 큰건지, 화려한 포장에 홀랑 넘어간 건지.... 그랬어요.

2017-10-06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안읽어야겠네요. 제목에 혹했는데

유부만두 2017-10-06 18:10   좋아요 0 | URL
제목이 기가막히죠?!

persona 2022-06-29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과 표지에 읽고 싶다고 찜했는데 유부만두님 글이 딱! 있네요. ㅎㅎㅎ 아 제목과 표지 진짜 사랑스러운데 ㅠㅠ 읽고싶어요 체크를 빼야 한다니 ㅠㅠ ㅋㅋㅋ

유부만두 2022-06-29 22:19   좋아요 1 | URL
그러니까요! 표지와 제목이 내용에 배신 당했어요. ㅋㅋ
 

주인공 콘스탄스 콥 양은 180센티미터가 넘는 거구다. 맘에 든다. 꺆꺅거리며 기절하지 않는다. 체격에서, 시선에서 눌리지 않는다. 그래도 삼십 대의 미혼 여자라 남들의 '걱정'을 들어야한다.

 

동네 부자 망나니와 차사고로 맞부닥치고, 배상을 요구하다 협박을 당하고, 법정 싸움과 수사, 혹은 탐정일을 해내며 남들도 돕는다. 그리고 자신의 과거를 돌아본다. 제목에서 상상한 것처럼 내 집은 내가 지킨다, 라기 보다는 이런 저런 설명과 보호가 붙지만 당당한 그녀가 좋다. 저자인 에이미 스튜어트가 8부작으로 기획하는 콥스 양 시리즈의 첫 이야기. (아, 좋아! 일곱 권이 남아있다!)  밀레니엄 Girl 시리즈의(여주인공의 활약상 이라지만) 여성에 대해 과하게 잔인한 폭력 스토리 보다 마음에 들었다.

 

 콥스 양 시리즈 1권의 교훈, 법률문제에선 전문가를 찾기, 개인 정보는 함부로 내주지 않기, 외판원이나 (기타 타인에게) 함부로 문 열어주지 않기. 재미있는 책은 하루 해를 잡아먹는 것 잊지 말기.

밑줄 사진은 스포 방지를 위해 일부를 가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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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7-09-25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끌린다!

유부만두 2017-09-25 13:10   좋아요 1 | URL
재밌어요. ^^
 

갑자기 찾아온 감기에 가을을 앓는다.....는 시적 표현을 써본다. 흐르는 콧물, 맹맹한 목소리에 꺼칠한 피부. 그래도 커피는 포기할 수 없지. 알람 없이 일어나는 일요일의 호사, 컴퓨터 앞에 앉았다. 짧은 감상문장이라도 조금 남겨보기로. 그동안 뭘 읽었더라...

 

 

세풀베다를 동화책으로 처음 만났다. 아이의 국어 숙제를 돕다가 알게 된 책인데 지나친 교훈으로만 빠지지 않으며 아름다워서 좋았다. 특히 세상의 바다를 두루 경험한 멋진 고양이 바를로벤또가 쓰는 비유법이 재미있다. 

 

 이런 향유고래 기름 같은 경우가 있나!

고등어 아가미 같은 훌륭한 생각이군!

내 꼬리의 털만큼이나 많은 알을 낳을 놈이야!

이런 오징어 먹물 같은 일이 있나!

이런 다랑어 송곳니 같은 녀석을 봤나!

이런 가자미 어금니 같은 일이 있나!

바다장어가 방전하는 것만큼이나 당연한 말씀!

이런 말미잘 고수머리 같은 경우가 있나! 

낙지 촉수 같이 대단했지!

이런 해마 코털 같은 놈!

 

어른은 어른대로 어린이는 어린이대로 맘대로 해석하며 즐기면 좋을 책이다. 교과서에 실리면서 이리저리 교훈을 뽑아내면 좀 시시해 지지만.

 

로쟈님의 신간. 바로 찾아 읽었지만, 이번 책에 수록된 이야기기들은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아니라서 ....음, 조르바 같은 너무 미운 캐릭터들이 활약하는 소설이라 지난 번 책만큼은 맘껏 즐기질 못했다. 내 탓이지. 어렵기도 했고.

 

권 보드래 교수의 책은 몇 년 전 부터 읽어야지...하다가 이광수의 무정을 읽기 전에 챙겼다. (무정은....언젠가 읽겠지)  1910년대 부터 (삼일운동 이후 더 눈에 띄는) 신여성의 등장, 교육, 그리고 사랑과 의리와는 다른 연애. 라는 감정과 표현.

 

연애 결혼의 허와실을 담았다는 만화와 신문 사설 그리고 배운 남자들의 논평들은 어째 타임머신을 탔는지 요즘도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꽤 긴 시대의 신여성, 구여성, 여학생과 기생 등 연애라는 신 개념의 감정과 여성들을 분석하는 책...이지만 많이 아쉽다. 같은 제목으로 나온 고미숙 작가의 책도 찾아 읽고 싶다.

 

처음 읽는 임경선 작가의 책. 가이드/엣세이 라기엔 더 느긋한 호흡의 교토 스케치. 기대보다 문장과 시선이 평범하다. 교토 책을 이미 여럿 봐서 색다른 교토의 모습을 보고 싶은 독자들을 겨냥 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한다.

 

게이코의 엄한 수련과정과 자부심을 '우아한 여성'으로 그린 건 불편하다. 교토 문화의 한 부분으로 게이코/마이코 들이 존재하지만 그들의 고객, 그 문화를 함께 즐기는 사람은 남자뿐이라 (단골만 받는다, 회원제 클럽 느낌의 '요정'의 격조높음) 게이코가 표현하는 우아한 '여성미'라는 건 남성고객을 위한 봉사니까. 교토 책은 잘 팔린다고 한다. 교토라는 영민하고 속을 내보이지 않는 여성을 연상하게 된다. 이 책 덕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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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9-17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기존에 임경선 에세이 읽었던 적 있는데 좀 불편했던 기억만 남아있어요. 그 뒤로 안찾아읽게 되더라고요.

유부만두 2017-09-20 09:35   좋아요 0 | URL
전 연재 칼럼을 조금 읽었었는데 꽤 열린(?) 시각을 가졌다고 기억했어요. 그런데 이번 책을 읽곤 갸웃해지는 거에요. 너무 뭐랄까...아저씨 같고, 가르치려고 들어서...

레삭매냐 2017-09-20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나름 세풀베다의 팬이라고 자부하는데
세풀베다 아저씨가 쓴 동화를 아직 못 읽어
봤네요.

구해서 읽어 봐야겠습니다.

유부만두 2017-09-28 09:28   좋아요 0 | URL
동화라 어쩔 수 없이 ‘교훈‘이 어색하게 들어있지만 환상적인 분위기와 간간이 보이는 유머가 좋았어요.
 

コ-ヒ-をのみます。

가타카나를 외우는중. 좀 어려운데, 와이샤츠, 호테루, 하는 발음이 재미있어서 자꾸 써본다. 아무래도 일본인들 글자 만들기 귀찮았나봐. 점 세 개 찍는 비슷한 게 있고.

 

그래도 이젠 쓰고 말할 수 있다. 커피를 마십니다.  コ-ヒ-をのみます。

아직 '일요일 아침에'는 안 배워서 모름.

 

 

동네 서점서 보고 놀란 ...

 

 

저 사진들을 트윗에서 지나칠 땐 패러디인줄 알았더니, 진짜 표지였어. 하....

 

트레버 노아의 책이 시기적절한 선택이었구나. 그는 출생부터 아파르트헤이트 하에서 범죄행위의 결과였고, 성장하면서 온갖 차별과 폭력, 가정 폭력과 성차별을 목격하며 살았다. 끔찍한 세월을 그려내는 문장이 웃기다니! 상황이 완전 코믹해서 몇 번이나 소리내서 웃었는데 웃다보니 눈물도 나고 분노도 하게된다. 모든 상황에 (인종)차별을 비춰보는 데, 이게 얼마나 쓰레기 같은 장치인지 더 절실하게 이해된다.

 

https://youtu.be/_hfMNTnBM4I

 

가디언의 강연회 영상이다. 48분 즈음부터 내가 좋아했고, 많은 이들이 좋아했다는 shitting 똥싸는 장면. 이 뭐랄까, 철학적이기까지한 코메디언 트레버의 다른 공연 영상도 찾아보는 요즈음이다.

 

재미있는 자막영상 하나 링크. https://youtu.be/Pv0IJS2-44Y

 

그의 어머니가 두번 째 남편의 폭력 (살해 위협 뿐 아니라 진짜 살인 행위)에 당하고 경찰에 신고해도 가정사라며 외면하는 공권력....하아, 이건 너무 낯익은 장면이다. 세상의 온갖 폭력, 차별, 그리고 비관주의. 

 

책 후반부의 트레버의 범죄 고백, 그리고 그 경과가 너무 자세해서 거북하기도 했고 편집이 이리 저리 어색하기도 했지만, 그의 찐한 고민과 폭력에 맞서는 모습이 멋지다. 넷플릭스에서 찾을 수 있는 그의 공연 DayWalker 준비 다큐에는 그를 '(흑인이라) 우대 받는 건방진' 사람이라고, 자신들이 역차별 당한다고 광광우는 백인 코메디언들도 나오는데 ... 이것 역시 새롭지 않은 모습들.

 

만다꼬 책을 읽는가.... 생각해봤다. 좋으니까. 기분이 좋고, 새로운 것을 만나게 되니까, 또 익숙한 것들에 대해서 포기하지 않으려고.

 

앞 부분에 실린 저자의 일상들, 추억들, 특히 빅토리북이 감동적이다. (힘 빼고 슬쩍만 감동하기로 한다) 뒷부분 여행기는 좀 식상했는데, 남미라는 여행지 탓이 아니라 저자의 식상한 블로그 같은 문장들, 상황들 탓이다. 힘을 너무 빼서 밍밍했어. 하지만 굴하지 않고 자기 호흡대로 끝까지 끌고 간다. 저자가 지인들의 이름을 다 적어 놓아서 새롭기도 했다. 그냥 ABCD 가 아닌 이름 석 자로 친구를, 선배를, 좋아하는 작곡가 이름을 불러주어서인지 책에서 그들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힘을 안주었는데도. 벨로주의 영상을 찾아서 노래를 들었다. 야야야야야......

 

 コ-ヒ-をのみま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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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7-08-27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유부만두님은 4개국어를 하시는 겁니까!! 멋지심!!!!
 

한동네 사시는 외할아버지네 자주 들르는 막내. 외할아버지와 나누는 간식 아이템이 남다름.

건빵. 홍삼액. 껌.

간식을 먹고 마시면서 (씹으면서) 할아버지와 ‘정도전‘ 재(재재재...)방송을 본다. 2014년 방송. 정약용의 죽음을 할아버지와 함께 비통해한다. 몇 번이고 죽어야하는 정약용. 지난 6월엔 하륜이 머물렀다는 하조대에 다녀왔었지.

막내는 간식 후 힘을 얻어 태권도장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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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7-08-26 0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남다른 간식 이이템이나 홍삼이 있으니....제가 이러고 있어요~~~ㅋㅎㅎㅎㅎ 유부만두님네 막내나 우리 막내나 할아버지와 잘 지내는 애들은 복받은 아이들!!

유부만두 2017-08-27 10:49   좋아요 0 | URL
저희집 막둥이는 복받았어요. 한국서 나고 자라서 양쪽 할아버지 할머니 이쁨과 ‘간식‘을 듬뿍 받고있지요. 할아버지랑 역사 드라마 보는 걸 즐기는 초딩입니다. ㅎㅎ

psyche 2017-08-27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빵 홍삼액 껌이라니 정말 남다른 간식 아이템. ㅎㅎ 간식으로 힘을 얻어 태권도장에 가는 귀여운 모습이 막 상상되. 나도 그러니 할머니 할아버지 보시기에는 얼마나 이쁠까!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라는것도 너무 부럽다.

유부만두 2017-08-27 10:51   좋아요 0 | URL
할아버지 할머니를 자주 만나고 커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도 막둥이의 복인 것 같아요.

간식 뭐 먹었니, 라고 물어보니까 건빵, 홍삼액, 껌 이라고 대답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몰라요. 조합이 재밌죠? ^^ 외할아버지께서 애정을 막 표현하시는 분이 아니지만 막내랑 만나면 서로 씨익- 웃어요. 그리고 서로 아무런 말없이 간식을 나누고 나란히 앉아서 정도전을 보고 또 보고 또 봅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