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론테 소설을 다수 번역한 조애리 교수님의 19세기 영미소설 논문집이다. 8개의 논문은 빅토리아 시대 '가정의 천사', 푸코의 '육체의 통제', 지젝의 '호명', 들뢰즈/가타리의 '여성 되기'와 '유목적 공간'(<천개의 고원>) 이론 개념을 이용해서 소설 속 여성들이 어떻게 통제 되었고 탈출하려 (때론 성공적으로, 하지만 한계에 부딪히며) 노력했는지 분석한다. 문장이 논문투라 낯설지만 어렵지는 않다. 


1장 '가정의 천사' 부분은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서 읽었던 부분과 많이 겹치기도 하고 어떻게 위생과 안락함의 책임이 주부에게 부과되면서 여성을 통제했으며 기존 사회 질서에서 노동자 계층이 도외시 되는지 보여주어 제일 흥미롭게 읽었다. 2장의 육체 이야기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노란 벽지>를 통해서 전개되는데 일부분은 이제 교과서적인 해석 같이 보일만큼 익숙하고 옛스럽다. 3장은 케이트 쇼우펜의 작품을 다루는데, 들뢰즈/가타리의 이론이 적용되어 진정 주인공들이 여성되기에 성공했는지는 의아하다. 3장을 제일 어색한 기분으로 읽은 건 내가 들뢰즈/가타리를 이해하지 못하는 탓이리라. 


조애리 교수님은 '여성 되기'에 대한 책을 더 내셨다. 전작 3장의 들뢰즈/가타리를 비롯한 신유물론과 페미니즘 이론을 더 살펴 본 것인데 (1부 읽다 덮;;;) 들뢰즈를 읽고 잘 설득 된 후에 읽으면 좋으리라 생각한다.



<19세기 영미문학과 젠더>는 읽고 밑줄만 정리하려다 수하님께서 궁금하다 댓글 주셔서 짧게 적어놓았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로 2023-01-30 06: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 안녕?!

유부만두 2023-01-30 06:51   좋아요 1 | URL
라로님 안녕?! 잘 지내고 계시죠? 올리신 글을 잘 읽고 있었어요. 댓글은 게을러서 매번 못 달았지만요. 전 아직 막내 방학이라 챙겨주느라 힘듭니다. 명절도 있었고요.

건수하 2023-01-30 08: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 감사합니다 ^^ 이 시리즈들 궁금했어요

유부만두 2023-01-30 09:31   좋아요 1 | URL
별말씀을요. ^^
전 시리즈 중 몇 권을 더 찾아볼 생각이에요.
 

<밀크맨>의 홍한별 번역가의 사전 이야기는 이 얇은 책 한 권에 담기기엔 너무 풍성하고 깊다. 그의 아버지 어머니의 사전과 단어 이야기, 사람이 우리말과 외국어 단어들을 익히고 잃어가는 과정과 인생사가 담겨있다. 번역가의 가족은 모두들 단어의 중요함을 잘 알고 그 단어들을 소중하게 (하지만 엄숙하게 묶이지는 않으며) 다루었다. 이런게 바로 가풍이겠지. 남자친구를 처음 집으로 데려온 날, 온 가족이 모여 앉아 한 보드게임이 영단어 맞추는 스크래블이라니! 


저자는 사전의 태생적 모순, 살아있는 단어들을 모두 담는 '완벽한' 사전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이야기하며 언중의 선택으로 생사가 결정되는 단어가 오용과 편견으로 차별적 무기가 되는 폐해도 짚어낸다. 


이 책 덕분에 여러 다양한 사전들의 특성 (롱맨이나 옥스퍼드 사전이 어떻게 다르고 특별한지)을 새로 알았다. 유료 사전 사이트 natmal.com과 재미있는 현대어 사이트vocabulary.com를 따로 즐겨찾기 표시를 해두었다. 이토록 사전을 가깝게 두고 (사전의 배를 쓰다듬으며 '고양이 없어도 행복하기' 방식도 알려주며 '한국어기초사전'의 용례의 등장인물들 사이의 애정의 사각관계를 풀어주는 멀티버스-즐거운 책!) 단어를 모으며 사는 저자는 얼마나 멋진 사람인가! 사전 만드는 일에 대한 책들과 단어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 (1984의 '정반대 의미'의 사전 포함)을 따라 읽다보면 (주섬주섬 책들을 장바구니에 담으면서) 아, 내가 가진 사전에 대한 애정은 진정 애송이의 풋사랑이었구나 생각하게 된다. 


얼마전 재미있게 읽은 다른 '사전류' 책이 홍한별 번역가의 친오빠 역서였다는 걸 알게 되니(이 사실은 편집자K 유툽에서 번역가가 직접 얘기한 것), 더욱 완벽한 사전 가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 이 책이 얇아서 더욱 아쉽고 looseleft 상태로 마지막 장을 덮을 수 밖에 없었다. ('좋은 책을 끝까지 다 읽었을 때 느끼는 상실감'이라는 이 책에만 나오는 특별한 단어.  111쪽)



댓글(8)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건수하 2023-01-27 2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이분이 친오빠인가요? 저 이 분 책 몇 권 읽고서 이름이 비슷해서 혹시? 했었는데 ^^

전 얼마전 홍한별님 북토크에 갔었어요. 멋있으시더란… :)

유부만두 2023-01-27 22:19   좋아요 1 | URL
이 책에 아버지 이야기가 비중있게 실렸는데 남매가 번역가가 된 것이 당연해 보였어요. (이 책 추천요!!) 그래도 남매의 번역 작업 스타일은 다르다고 하네요. 이 얘기도 편집자K 유툽에서 나온 거에요.

건수하 2023-01-27 22:45   좋아요 1 | URL
다른 분께도 추천 받았는데 읽어봐야하려나봐요. 언제쯤 읽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 유부만두님도 편집자k 유튜브 보시는군요. 저도 가끔 들어요.

유부만두 2023-01-28 08:18   좋아요 1 | URL
ㅎㅎ 저도 편집자k 영상은 듣는 편인데요, 서점 방문기 같은 시리즈는 눈도 즐거워요. (책 마구 사게 되니 위험하지만요)

난티나무 2023-01-27 2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전의 배를 쓰다듬으며 ‘고양이 없어도 행복하기‘!!!!! 아 제가 고양이 없어도 행복한 이유가 책이었~! 다는 당연한 사실을 또한번 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3-01-28 08:15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랬어요! 책이 있어서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몰라요. ^^

psyche 2023-02-08 0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 가족도 명절에 모이면 스크래블 종종하는데 엠군이 주로 이겨서 우리가 제이양을 놀렸더니 제이양이 삐져서 요즘 뜸했었네. 다음에 가족들 모이면 다시 해야겠다. ㅎ
편집자 K 유튜브는 뭘까 가서 찾아봐야겠다

유부만두 2023-02-11 10:08   좋아요 0 | URL
편집자K 유툽에서 하는 책 추천들도 좋고요, 서점 탐방, 저자들 인터뷰 영상들도 좋아요. 스크래블 ...예전에 큰애 애기 때 까진 가끔 했는데 이젠 철자 알갱이도 많이 잃어버렸고요 어딘가 처박아 뒀어요.
 

1578년 늦가을, 파죽지세로 전국을 평정 중인  오다 노부나가에 대항해 지금의 오사카 근처의 아리오카성에서 아라키 무라시게가 반역을 일으킨다. 하지만 동맹을  약속했던 인근 성들의 성주들은 하나둘 오다측에 투항한다. 무라시게는 오다 측의 전령으로 온 구로다 칸베에를  죽이거나 돌려보내는 대신 지하 감옥에 가두어버린다.


그 겨울, , 여름, 가을, 한 해에 걸치도록 믿었던 반-오다 쪽 모리의 원군은 오지 않고 전세는 불안하다. 성에 모인 다양한 무사들의 소속 부대들  사이에는 갈등이 생기고 무라시게 자신도 리더십에 위험을 느낀다. 매 계절 하나씩 생기는 살인 사건과 괴이한  일이 마치 부처님의 징벌이라도 되는듯 성 안에는 소문이 돈다. 무라시게는 지하 감옥의 칸베에와 독대를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얻고 범인을 찾아낸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성 안의 기강은 흔들리기만 하며 잡히지 않는다.  그런 무라시게에게 위안이라면 폭력적인 오다에 대항한다는 명분, 다도(茶道)에서 얻는 평온함, 그리고 아름답고 불심이 깊은  처 지요호의 응원이다. 그것이 응원이었나?  


이미 역사와 다른 여러 창작물을 통해 무라시게는 시간과 군력을 낭비하고 개인적인 덕질(차기 모으기)에 빠져 패배하고 혼자 도망친 무능하고 비겁한 무사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흑뢰성> 소설 전체도 어찌 보면 그 오명을 빌드-업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칸베에의 지략이 도왔지만 결국 자기 손으로 망쳐버린 무라시게  자신의 명예. 하지만 작가는 처음부터 끝까지 매우 호의적으로 억울한’  무라시게의 얼굴에서 똥칠을 닦아준다. 문장은 간결하고 비장해서 지요호가 나오는 장면은  패왕별희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바꿀 수 없는 역사에 무라시게는 항우가 되지 못하며 명석한 칸베에(또 다른  다도인)은 임진왜란의 악역일 뿐이다.  


서장은 칸베에 등장과 하옥으로 아리오카성의 상황을, 네 개의 장은 계절별로  벌어지는 사건과 해결, 마지막 가을과 종장은 아리오카성의 함락 과정과 칸베에의 이후 이야기다. 소설 중반쯤 가면 조금 지루해 지는데 그쯤 책을 덮고 영화 <한산>을 보았다. 초반에 칸베에 역의 윤제문 배우가 히데요시의 사자로 나와 일장 와키자카 야스하루(변요한 분)에게 전쟁을 독려한다. 아리오카성 지하 감옥 시절에 다친 다리는 비단 옷에 가려 보이지 않고 얼굴엔 세월과 지방이 많이 쌓여있었다.

"자네의 책략을 따르면 나는 천년이 지나도록 천하에 악명을 남기겠지. 자네는 내 목을 치는 대신 내 이름을 치려 했나." - P489

"나는 ‘도라사루‘가 아깝다. 천만 병사에게 목숨을 걸라고 명령해 온 내가, 내 물건은 차항아리 하나가 이토록 아쉽구나." - P303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삭매냐 2023-01-12 1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모야마 시대 이야기는 막부
말기 시대와 더불어 난세로
이웃나라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기인가 보네요.

그 시절에 대한 서사가 끊이지
않는 걸 보면 말이죠.

칸베에는 히데요시의 모사
구로다 칸베에인지 궁금하네요.

유부만두 2023-01-12 10:30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바로 그 칸베에 입니다.
전국시대는 이야기의 화수분이죠. 새해에 nhk에서 또 드라마 나왔어요. <どうする家康>, 도쿠가와 대신 도우스루(어쩌지) 이에야스;;; 코믹을 섞겠지만 처자를 죽일 수 밖에 없겠죠.
 

그간 소문만 들었던 <세설>을 드디어 읽었다. 누군 '작은 아씨들' 일본판이라고도 하고 누군 '심미주의 소설의 끝판왕'이라고도 하고 누군 '야해'라고 했는데. 내겐 셋 다 아니었다. 


이 소설은 1937년 봄에 시작해서 1941년 봄까지의 4년 동안 오사카 명문가(이었으나 이제는 세가 기울어진) 마키오카 집안의 네 자매 이야기다. 첫째 쓰루코(삼십대후반)는 결혼해서 (데릴사위) 남편과 '본가'를 이루고 아이 여섯(!!!)과 바쁘게 산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어서 동생들에겐 엄마 노릇도 했지만 결혼 후 아이들 챙기느라 늘 분주한데다 남편 직장 때문에 도쿄로 가게 되어 힘들어 한다. 둘째 사치코(삼십대후반)는 딸 에쓰코(초등 저학년) 하나를 키우며 고베 근처 아시야에 사는데 몸이 허약한지 병치레가 잦고 주사나 약, 의학의 힘을 맹신한다. 셋째 유키코(삼십대 초반)와 막내 다에코(이십대 후반)은 아직 미혼이라 유키코의 네버 엔딩 맞선과 다에코의 연애사들이 크고 큰, 더 큰 사고와 함께 이어진다. 그리고 소설의 대미는 유키코의 결혼과 다에코의 분가로 마무리된다. 


소설 초반부만 해도 세설 細雪이 細說인가 싶게 자잘하게 펼쳐지는 이야기를 따라가며 즐거웠다. 결혼 상대를 나이, 사회적 지위, 경제 상태로 따지며 여성의 미모를 (물건 고르듯) 평하기에 제인 오스틴 소설 생각도 났다. 1930년대니까 <파친코>의 선자도 오사카에서 김치 장사를 할 시기다. 하지만 마키오카 집안 네 자매들은 위스키, 커피, 와인 등을 마시고 스시나 스테이크를 즐긴다. 각기병이 의심된다 싶으면 비타민B 주사를 맞고 (집에 다 구비해 놓았음) 고베의 언덕에 위치한 중식당에서 항구를 내려다 보며 유럽의 정세를, 히틀러의 득세나 '전쟁은 안나' 주장 등을 나누고 신문에 실린 중일 전쟁 소식에 '오늘따라 커피 향이 유달리 향기롭다'고 느낀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사치는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도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도쿄 '시세이도' 미용실에선 오사카 사투리를 들키지 않으려 신경쓰고, 봄마다 교토로 (돌아가신 어머니가 교토 출신) 꽃놀이를 (꽃을 이기고도 남을 화려한 기모노를 맞춰입고) 가고 가부키 공연을 챙기고 전통 춤도 배우고 프랑스어 교습도 받는다. 그들의 외국인 지인들은 '젊은 국가'들인 일본과 독일이 치루어야 할 고난에 대해 이야기하며 승리를 굳게 믿는다. 하지만 예전 아버지나 선대의 가업은 이미 기울어져 남에게 넘겨주었고 큰사위나 작은 사위 모두 회사원이라 자매들보다 스케일이 작게 현세에 충실하려 애쓴다. 


매일 매일 건강 챙기고 저녁밥 챙기고 계절 따라 병치레에 태풍에 사고나고, 지진도 나고, 그 사이사이에 유키코의 맞선이 주선되고 서로 체면과 예의를 차리며 만나고 거절하거나 거절 당한다. 그러다 기차 안에서 유키코는 십몇년 전에 선봤던 남자를 보기도 한다. "인형같이" 예쁘고 (하지만 눈가에 얼룩이 주기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 결혼하면 낫는다는???? 흠이 있지만) 음전한 유키코는 속내를 드러내진 않아 답답하지만 고집도 있다. (그리고 아나톨 프랑스의 책과 소설 '레베카'를 읽는다) 이런 유키코가 작가의 주인공, 제목의 '雪'이며 진정한 일본의 아름다운 여성 그 자체로 그려진다. 그와 정반대의 막내 다에코는 독립적이고 십대에 이미 남친과 가출해서 (명문가 자식이니) 신문에 난 적도 있다. 신분 차이가 나는 상대와 연애도 여러번 하고, 손재주가 좋아 일본 "인형"을 만들어 경제적으로 독립을 한다. 그러니 소설의 큰 사건과 재난은 주로 다에코에게 일어나 그녀를 벌주고 망신 당하게하려는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셋째와 넷째는 '본가'인 큰언니네서 살아야 하지만 둘째 사치코네를 오가는데 언니들마다 상황이 (특히 유키코의 결혼에 대한 의견) 달라지면 서로 오해가 생기기도 한다. 그 미묘한 감정 변화선을 읽는 재미가 소설 상권에서는 있었다. 그러나 하권으로 넘어가면서 독자는 아, 또 맞선, 아, 또 건강 이야기, 또 맞선, 또 병원 하면서 지쳐간다. (하물며 흔한 설레는 장면도 없고) 고집스레 이어지는 자세한 병증 묘사와 설명, 반복되는듯 조금씩 다른 자매들의 일상과 예의 범절 이야기, 더해지는 풍광 묘사와 기억들이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사실 프루스트도 좀 이런 과 잖아? 변. 태. 하지만 저자 다니자키 준이치로는 하나의 장면이나 표정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몽환적인 다른 세계로 건너가지 않고 "아름다운" 여인의 인간계에 머무르길 택한다. 남자 작가의 편견일까, 여자의 나이와 미모, 예술적 기교, 꽃과의 비유에는 열심이지만 등장하는 남자들은 무던하고 온화하다. 특히 둘째 사위는 아주 다정한 편이다. 하지만 ...그에게도 "아름다움"을 좇는 변태의 기질은 있었으니, 이 소설의 영화를 만든 감독은 그 변태의 성정을 중심으로 다시 끌어온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어쨌거나, <세설>상권을 읽으면서 챙겨둔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다른 소설들을 <세설>하권을 읽으면서 다시 책장에 꽂아넣었다. 좀 지쳤어.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3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자냥 2023-01-06 11: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 ˝하권으로 넘어가면서 독자는 아, 또 맞선, 아, 또 건강 이야기, 또 맞선, 또 병원 하면서 지쳐간다˝ ㅋㅋㅋㅋ 극공감합니다. 약간 일일 드라마 보듯이 하루에 한 챕터씩 읽었어야 하나 싶기도 해요. 원문으로 읽으면 오사카 사투리가 아주 구성지게 쓰이고 있다는데 원 알 수가 있어야죠! ㅎㅎㅎ

유부만두 2023-01-06 18:31   좋아요 1 | URL
저 그 사투리 때문에 1983년작 영화를 찾아봤어요. 심하게 ˝~랑˝ ˝~야˝ 같은 간서지방 사투리가 억씨게 나와요.
저도 나흘 동안 읽느라 지겹다,는 생각이 들었나봐요. 한 달 정도 천천히 읽었더라면 미세한 감정의 변화나 자매 사이의 갈등에 더 집중할 수 있었겠지요?

단발머리 2023-01-06 11: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사치는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도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봄마다 교토로 (돌아가신 어머니가 교토 출신) 꽃놀이를 (꽃을 이기고도 남을 화려한 기모노를 맞춰입고) 가고 가부키 공연을 챙기고 전통 춤도 배우고 프랑스어 교습도 받는다.

저는 이 부분 너무 웃겨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 사치는 하지 말아야죠, 경제 사정이 이런대요. 근데 백화점 ㅋㅋㅋ 예전보다 덜 사자, 막 이런 느낌일까요?
표지 자세히 보니까 김영하 북클럽 선정 도서네요? 우아, 많이 팔렸겠어요. 하하하.

유부만두 2023-01-06 18:33   좋아요 0 | URL
그쵸. 1941년 쌀배급제 시작되어서 힘들다....소리 바로 다음에 결혼식 연회 준비 이야기가 나와요. 아무리 전쟁 중이었다지만 아직은 그들에겐 나라 바깥 이야기고, 이들은 ‘있는 집안‘ 사람들이니까요.

북커버에 저렇게 되어있는데, 김영하 북클럽은 방송한 건가요? 거기선 어떤 이야기가 나왔는지 좀 궁금해요.

라로 2023-01-06 1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은 안 읽어봤지만, 유부만두님의 이 글이 소설보다 재밌어요!! 넘 재밌어서 숨도 안 쉬고 한숨에 다 읽었어요.^^

바람돌이 2023-01-06 14:44   좋아요 1 | URL
저도 라로님에 동감입니다. 유부만두님 글이 너무 재밌어서 단숨에 읽었네요. ㅎㅎ

유부만두 2023-01-06 18:35   좋아요 1 | URL
아니, 제 비루한 (지루해서 비비꼬임) 감상문이 재미있으셨다니??????

그런데 1930년대 말 이야기라 우리나라 상황을 생각하면 이 자매들의 우아한 일상과의 괴리가 너무 크고 그렇더라고요.

페넬로페 2023-01-06 1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루스트가 의식의 흐름 시작하면 제 마음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어휴, 또 시작되는군!
세설도 비슷한가 보네요~~
김영하 북클럽 파워가 대단하더라고요**

유부만두 2023-01-06 18:36   좋아요 1 | URL
프루스트의 딴 세상으로 가는 촘촘하고 세세한 묘사는 그 나름대로 또 읽는 맛이 있겠지만 거푸 계속 나오면 지금 ‘중심 이야기‘의 장소와 시대를 놓쳐버리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4권 까지 겨우 읽고 .... 오랜 휴지기 입니다)

독서괭 2023-01-06 16: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재밌습니다 ㅋㅋㅋ 세설, 제목은 많이 들어봤지만 이런 내용인 줄은 전혀 몰랐네요. 또 맞선, 또 건강, 또 맞선 ㅋㅋㅋㅋ 지치실만 합니다. 그런데 영화는 변태가 주인공인가요? 어이쿠..
다음책은 유부만두님의 지친 마음을 위로해줄 만한 책으로 고르시길요^^

유부만두 2023-01-06 18:38   좋아요 2 | URL
저도 이런 내용인지 몰랐어요;;;; 그냥 네 자매의 재미있는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많이 지치더라고요. 여동생 시집 보내기가 이리 힘들줄이야, 라고 사치코도 푸념하고요.

저 그런데 또 오사카 근방이 배경인 일본 소설 읽어요;;;; 1578년이에요. 이 소설은 지루하진 않은데 임진왜란 직전이라 또 갈등의 소지가 있고요.
 


<제인 에어>의 21세기 미국 남부판 (+길리언 플린 식) 재해석이다. 가난한 (하지만 예쁘지 않은) 23살 여주인공 제인은 앨러배마주 부촌 손필드에서 매력적인 남자 에디 로체스터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동거를 한다. 제인은 강아지의 가정교사가 아니라 산책시키는 알바생이다. 그런데 이 남자의 '사망한' 전부인 베(버사)의 이야기가 뭔가 석연찮다. 베와 어린시절부터 친한 사이였고, 한 동네에 살았던 블랜치는 작년에 사망했다는데 베는 실종상태이다. 에디의 집에 들어와 사는 제인은 자신의 어두운 과거와 진짜 정체를 숨기며 부촌의 사모님으로 변모하려 애쓰는 중인데 어느날 집안에서 쿵쿵 울리는 소리를 듣는다. 분명 윗 층엔 아무도 없는데...


200쪽 부터 읽으면 된다. 그 이전엔 너무나 지루하고 유치한 설정들이 이어진다. 꾹참고 200쪽을 넘으면 (하지만 뭐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재미있는 상황 전환들과 사람들 관계의 진실이 드러난다. 진짜 신기한 것은 이 소설의 세계에는 <제인 에어>라는 소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인의 어린시절 단짝 친구 이야기나 이런 시그니처 문장이 나오는데도. 


"독자여, 나는 그와 잤다." (256)


원서 제목은 The Wife Upstairs고 제인보다 베의 비중이 크다. 제인은 베와 다르지만 꽤 닮았고 작가의 애정은 베와 에디에 쏠려있다. 이 소설에서 로체스터는 뻔뻔한 중년 범죄자가 아니라 파괴적 사랑의 안타까운 희생자로 그려진다. 아무리 그가 잘생기고 근육질이라도 이건 좀 싫었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ini74 2022-12-31 2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아지 산책알바생이라니 ㅎㅎㅎ 유부만두님 2022년의 마지막날까지 열심히시군요. 알찬 마무리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유부만두 2023-01-05 22:03   좋아요 0 | URL
한 해를 안넘기려고 우다다다 읽고 감상 썼어요. 책이 좀 시시했어요.

단발머리 2022-12-31 20: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잘생기고 근육질 남성이 파괴적 사랑의 안타까운 희생자라면….. 너무 세상 편하겠는데요.

올 한 해도 감사했어요!!
새해에는 더 좋은 일, 더 행복한 일로 가득한 한 해 되시길요^^

유부만두 2023-01-05 22:05   좋아요 1 | URL
그러네요. 근육질 미남에 돈있고 사연있고 .... 그런데 이 놈은 많이 비호감이었어요.


작년엔 저도 많이 감사했습니다. 새해에도 멋진 책 이야기 함께 나누어주세요.

책읽는나무 2022-12-31 20: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200 쪽은 넘어가야 하나요?ㅋㅋㅋ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유부만두 2023-01-05 22:05   좋아요 1 | URL
200쪽 까지 갔으면 끝장을 보셔야하고요, 그전에 덮어도 뭐 크게 놓치는 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