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금요일. 이렇게 길게 느껴지는 휴가도 없는데. 여행이나 다른 일정을 잡아놓지 않은 걸 이제야 후회하고 있다. 기름진 명절 음식과 스뚜레스 덕에 활명수를 마시며 접한 노벨 문학상 소식이 그나마 시원하다. 도서관 책으로 읽은 '남아있는 나날'과 '녹턴'도 사둘걸. 세련되고 깊이있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최근작은 사두고 아직은 읽기 전. 가즈오 이시구로의 수상이 기쁘다. 아주. 노벨 문학상 작가 책이 재미 있는 경우가 여기 있습니다.
재작년에 만난 가즈오 이시구로에 대한 포스팅
남아있는 나날 http://blog.aladin.co.kr/yubumandoo/7458677
남아있는 나날 http://blog.aladin.co.kr/yubumandoo/7458773
녹턴 http://blog.aladin.co.kr/yubumandoo/7518294
녹턴 http://blog.aladin.co.kr/yubumandoo/7518292
Never Let Me Go http://blog.aladin.co.kr/yubumandoo/7528384
하지만 맨날 노벨 끕만 읽을 수는 없지. 고기도 먹고, 과자도 먹고 그래야 좋다. 가볍게 읽으려고 택한 책은 '일상 미스터리'라는 애매한 분류의 연작소설집. 라디오 방송에서 추천하는 걸 사두었다. 1980년대에 나온 책이라는데 몇몇 디테일 말고는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소설 의 많은 사건과 우연은 사라져야만 했지 ) 그리 낡게 느껴지지 않는다. 깔끔하고 섬세하고, 내리 다섯 단편을 한번에 읽자니 좀 질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장면....
이건 바로 나야 나. 허겁지겁 '소라과자'를 챙겼다. 소라과자는 봉지를 뜯어서 하루 눅눅히 숙성시켰다 먹는 게 맛있다. 너무 딱딱하지 않고 단 맛이 더 우러나오는 ....
일상에서 만나는 작은 의아함, 눈에 거슬리는 부조화 (때론 어린이 유기)를 캐내는 두 탐정 이야기랄까. 대학 1학년으론 놀라운 지성과 예리함을 뽐내는 여주인공에 잉? 스럽기도 하고, (부럽고 샘나면서) 락쿠고가(樂語家) - 구연 예술가? 옛날 전기수나 판소리 예인쯤? - 와의 거듭되는 만남과 우정은 어째 조금 불안하다. 어쨌거나 아이 있는 삼사십대 아저씨가 스무살 여대생과 '정신적인' 것을 나누는데 (물러가랏, 음란마귀!).
달콤하고 자잘하고 그래서 억지스럽기도 하지만 길고 긴 연휴, 기름진 전과 거듭 뎁혀 먹는 토란국이 지겨울 때, 카레나 스파게티를 먹는, 아니 그보다는 달콤하고 적당히 눅은 소라 과자를 먹는 기분으로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