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 탕웨이와 '책'이 들어간 제목, 게다가 무료라고 해서 무료한 구월의 어느 날 봤는데 .... 아, 저 .. dvd 커버의 느끼한 남자의 얼굴로 모든 게 설명 되는 영화였다. 빨리감기(?) 로 건너 뛰면서 봤다.

 

아버지의 도박으로 깊은 트라우마가 있지만 자신도 인생 한방을 꿈꾸며 마카오 카지노에서 일하는 탕웨이는 우연히 얹혀사는 '언니'(카지노 동료 딜러이자 아버지의 옛 애인)의 집에서 채링크로스84번지 책을 보고 휙 창밖으로 던져버린다. 그러다 언니에게 꾸중을 듣고 (책은 귀한거야!) 홧김에 책을 멀리 멀리 영국 '채링크로스84번지'로 보낸다.

 

엘에이의 잘나가는 부동산 업자 남자 다니엘은 채링크로스 84번지를 읽다가 말을 거는 여자에게 '로맨틱하게' 응대하다 망신을 당하고 그 책을 영국에 보낸다. 탕웨이(지아오)는 중국어로, 다니엘은 영어로 쓴다. 그런데 두 사람의 편지가 서로에게 도착하고 .... 책 내용 처럼 둘은 편지를 주고 받으며 속내를 털어놓고 (각자 상대를 교수, 학생으로 상상하며) 결국 만난다....는 이야기.

 

 

채링크로스의 작가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북콘서트 장면도 나오고 마카오, 엘에이, 라스베가스, 런던의 풍경도 나오고 탕웨이가 나오지만 .... 보기 너무 힘들었던 영화.

 

 

재미있는 장면은 이거. 빚독촉 업자의 아이들이 여주인공 집에 쳐들어와서 난장판을 만들자 여주인공이 아이들을 혼내면서 벌을 준다. 한시 세 편 씩 외우라고, 안 외우면 안 재운다고 윽박을 지르면서. 요즘 논술 학원에서 시조를 배우는 막내가 생각났다. 매주 서너 편을 외워 가야 하는데 지난 번엔 두 시간을 더 잡혀 있다가 왔다. 안 외워지더란다. 외우기가 싫었대. 말도 이상하고 뜻도 모르겠고 옆에 친구랑 놀다 왔다고. (하아..... 청산은 유구하되 자식은 밥통이네)

 

탕웨이가 (맘 속으로는 다니엘을 떠올리며) 만난 남자가 바로 그 책을 읽고 있었다. 지적으로 보이고 차분해서 도박의 도시에 어울리지 않는다 여기며 마음을 주기 시작하는데, 역시나, 나쁜 놈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탕웨이가 이런 말을 한다.

 

 "남자도 그런 판타지 로맨스를 읽는 줄 몰랐네요"

 

그렇구나. 책으로 연결되는 인연은 판타지일 수 밖에 없겠구나.

알라딘은 판타지 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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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에서 지난 10년간 일을 돌이켜 보라고 해서. ... 목록을 만들어 봤더니, 내가 너무 불쌍해지더라고요?

 

이사 세 번에 수술을 두 번이나 했고 친한 친구 하나는 하늘 나라로 갔고 ... 종종 북플에 몇 년 전에 읽었다고 뜨는 책은 기억에 없는 책이고 알바로 번역서를 스물 몇 권 교정은 봤는데 따지면 몇 달에 한 권 꼴이니 그리 큰 일도 아닌데다 품삯도 참 소박해서 돈을 더 보태서 책 사는데 다 썼고 그런데 그 책들이 내 기억에 ...

 

그나마 십 년 동안 아이들은 쑥쑥 자라서, 대학생이 되고 군인이 되고 병장도 달더니, 아아아, 드디어 국군의 날 이브에 큰 아이가 제대 (전문용어로 전.역.)를 하고 집에 왔습니다.

 

아들녀석 군 생활이 고달플까 내 맘이 짠해서 그래 너는 총을 들어라, 에미는 떡을 썰듯 프루스트를 읽으마 했었는데 .... 했었는데.... 생각보다 애가 빨리 오는데요? 난 아직 스완네 집에 있는데 말이에요. 그래서 반칙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한 편 봤어요.

 

아니, 뭐, 이런 .... 황당한 전개에 기억이라는 주제를 이렇게 풀어서 사람을 놀래키는 영화라니. 프랑스어 식으로 욕을 날리자면 M.... 되겠습니다. 네, 마르셀....

 

소설의 인물들이 이리저리 차용되어 나온 건 재미있었는데 중국인을 향한 인종 차별적 내용이 많이 불편했어요. 무엇보다 마담 프루스트라는 인물의 행동거지가 영 이해가 안됩니다. 힘들었어요. 폴의 맹한 표정도요. 프루스트 책을 읽어야해요. 읽느다고 했으니까. 아니 ... 책을 다 샀단 말이에요.

 

저의 십 년 중, 작년, 그리고 지난 달 9월은 채식한지 일년을 채운 달입니다. 소프트한 의지력의 소유자인 내가?! 채식이, 특히 우유나 계란도 안 먹는 비건을 하는 중이라 엄청나게 어렵거나 까탈스러울 줄 알았는데 그럭저럭 할만합니다. 하지만 먹거리 이야기는 종교 정치 이야기 만큼이나 각자 개인의 선택 문제라 더 애기 하기가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저도 남 말 안들었고요, 먹는거로 뭐라 하는 얘기가 많이 고까웠어요. 전 그러니까, 채소 과일 옥수수랑 등등을 많이 두루두루 먹고 있습니다. 운동도 계속 (쉬엄 쉬엄) 하고요.

 

저의 10년은 아주 불쌍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은데요.  제대한 저 아들 녀석 밥상을 차리기는 좀 시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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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9-10-01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드님이 벌써 제대를 했어요???
남의 집 아이들은 어쩜 그리 빨리 자라는지 모르겠다더니....제대도 엄청 빨리 한 듯 합니다.
조만간 고딩이 제 아들도 곧 제대가 이리 빠를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만...
암튼 아드님 무사 전역 축하드립니다^^
만두님의 프루스트 책을 읽기도 전에 아드님이 먼저 제대했다는 글에 갑자기 혼자 웃었어요ㅋㅋ
프루스트 책은 진도 빼기가 힘들겠죠?
저도 잃어버린 세계 책 권수는 책장에 꽉꽉 채워놓긴 했는데 언제 읽을진???
전 아들이 아예 고딩 졸업전부터 읽어둘까요?^^
채식도 벌써 일 년이라니??
뭔가 일 년이란 시간이 엄청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유부만두 2019-10-02 11:00   좋아요 0 | URL
네. 벌써 제대를 했습니다! 어쩜 시간이 이리 잘 가지요?
나무님 댁 고등학생 아이도 이제 곧 그날을 맞이하게 되겠지요. 하지만 겁 먹었던 것 보다는 잘 견뎌냈어요. 프루스트가 문제였지요. ^^;;;

채식 역시 겁 먹고 ‘금지항목‘에 신경 쓰기보다는 다양한 대체 음식을 찾아보니 할만 하고요. (식비가 많이 줄어드는 건 큰 이득) 하지만 제 발목은 프루스트가 잡고요. ㅎㅎㅎㅎ
일 년, 십 년, 세월은 휙휙 갑니다. 하루라도 더 읽어야해요. (프루.....

hnine 2019-10-01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은 이제부터 소프트한 의지력의 소유자가 아니십니다.

저는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 정원> 기괴하면서도 좋았어요. 단번에 이해가 안되는 여지를 남겨서 더 기억에 남는것인지.
아드님이 전역했군요. 와아아...이제 정말 성인 남자 대접해야겠어요.

유부만두 2019-10-02 11:03   좋아요 0 | URL
아, 그런가요? 저 시월부터 강한 의지 만두인가요?

네, 저 영화는 정말 기괴했어요. 사전 정보가 없이 그저 밝은 포스터에 ‘아멜리‘ 분위기라고 해서 봤는데 (하긴 아멜리도 황당한 줄거리 였지요) 강한 인물들이 폴을 사방에서 조여들고 있으니 (그들이 거의 여자들이라는 게 우습죠) 갑갑하다가 인종차별에선 화도 좀 나고 그랬어요.

아들녀석은, 이제 성인 남자라지만 핸드폰 새로 바꾸고 당분간은 통신비도 내 달라고 뻔뻔하게 굴고 있습니다. 군필이 벼슬으냐, 고 말해주고 싶지만 일주일은 그냥 두려고요.

2019-12-06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11 0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우 재밌어라. 이런게 영화 보는 재미였지, 암.

 

주인공을 좋아할지, 미워할지, 정하는 대신 그저 저 야무진 ㅆㄴ이 어떻게 저 난관을 헤쳐나갈지 지켜보는데, 상대가 다른 ㅆㄴ이 아니라 아자씨라는 게 좋았어요?! 사랑이랄까...하여튼, 뭐, 남녀관계가 나와도 이런식으로라면 쿨하쟈나요. 다만 슬로운이 그 하얀 알약 자꾸 먹더라만 삼십대 훌쩍 지나고 마흔 넘고 쉰 되어서 골골할까 걱정이 되더라구요. 내가 알거든, 그 나이라.

 

나는 슬로운과는 아주 달라서 .... 앞을 내다보고 상황을 설계하기는 커녕 그날 밤 잠자리에 누워서야 이불을 걷어차면서 '앗, 그 아줌마가 날 깔본거였쟈나!" 라며 뒤늦게 내 멍충함에 화를 냅니다. 자주. 그러니까 일 주일에 한 다섯 번쯤? 주인공 슬로운은 로비스트라 상대보다 앞서서 수를 읽고 선수를 쳐야 한다고 하는데 나는 뒷북만 둥둥둥. 아 그러니까 이러고 살고 있군. 영화 줄거리를 앞서 보기는 커녕, 엄머, 엄머, 뒤따라 가면서 계속 슬로운 걱정만 했쟈나. 약 좀 그만 머거.

 

큰 비리를 까발리는 작은(?) 비리의 안 착한 주인공. 어디까지 슬로운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런 악녀 혹은 영웅을 어디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나는 많이 사랑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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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7.31) // 만약 슬로운이 다른 편에 서있었더라면, 그녀의 원래 명성(악명)대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는 자들을 위해 원칙이나 선함을 저버린다면, 그래도 나는 슬로운을 응원했을까? 만약 그 과정에서 슬로운이 더한 약물을 복용하고 몸을 도구로 삼아 권력자들의 침실에 들었다면, 영화 내내 화려한 패션과 교태로 화면을 채웠더라면 그리고 인권옹호자 애인을 저버렸다면, 아니, 총기 규제를 주장하는 측 대표 이혼남과 썸을 탔더라면, 그래도 나는 슬로운을 응원했을까. 어쩌면 이 모든 공식들을 접어두고 차가운 얼굴로 자기 목표를 향해 달려갔기 때문에 그녀를 응원하고 있지는 않을까. 이런 여자 주인공, 오랜만이라 너무 반가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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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19-07-28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날 밤도 아니고 한참 지나서 깨닫는 나. 갑자기 생각났는데 깨닫지 못하고 넘어간 것도 엄청 많은 듯 ㅎㅎ 영화 언제 마지막에 봤더라... 이 영화 찜!

유부만두 2019-07-31 11:06   좋아요 0 | URL
언니나 나나 뒷북의 전문가! ㅎㅎ
이 영화 재미있어요. 검색 하지 마시고 기대도 하지 마시고 보시길요.

북다이제스터 2019-07-28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순히 권선징악으로 보지만 않는다면 정말 훌륭한 영화인 것 같습니다. ^^

유부만두 2019-07-31 11:07   좋아요 0 | URL
그쵸. 권선징악을 비켜가기 힘들지만 재미있게 봤어요.
 

영화 <논픽션> 을 봤다. 책 얘기라고 해서.

줄어드는 출판 시장, 현실을 소재 삼는 소설, 인터넷 무료콘텐츠와 도서관, 전자책 이야기에 불륜이 섞여 있고 쥴리엣 비뇨슈도 나오는데 촌스럽고 엉성했다. 5-6년 전이면 몰라도 이제와서? 마무리의 급 가족애는 무엇이며? 많은 대사들도 생동감이 없다.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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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할인을 기다렸다가 어제 봤는데 딱 기대한 만큼의 영화였다. 더도 덜도 아닌. 프랑스 지방 출신의 여자가 영국 악센트의 영어를 쓰는 게 어색했지만. (잠시 콜레트가 영국인인가 싶었음)

 

 

 

 

 

 

 

 

 

 

 

 

 

 

 

전에 사둔 콜레트 책 두 권 중 (읽지도 않았지, 어쩜 나란 사람은 이럴까) 읽고 싶은 게 없다는 걸 깨닫고 또 다른 책을 주문했다. 내가 궁금한 건 파리로 올라와서 결혼 후 겪는 콜레트의 이야기, 일탈, 어쩌면 성장담이 아니라 어린 시절이었다. 

 

결혼 후 느슨한 '개목줄'에 메여있는 콜레트, 그녀의 자유로운 몸짓과 몸부림에는 얼핏 또다른 여인 젤다가 떠올랐다. 그렇다면 그녀들의 이야기를 만나는 나는 어떤가. 나는 이야기 속 인물들에 금세 빠지고 흉내내는 어설픈 독자쯤 되려나. 파마나 해볼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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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4-26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여명 가지고‘는‘ 있어요! ㅎㅎ

유부만두 2019-04-26 17:10   좋아요 0 | URL
일단 수중에 두어야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