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에서 '시녀 이야기' 의상이 보여서 아, 그 버터 이야기가 나오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별다른 고민 없이 읽기 시작했는데 아.... 이 책은 헐렁헐렁 음식 이야기나 하고 넘기는 책이 아니었다. 너무 각잡고 철학을 논하지는 않지만 음식!이 책에서 쓰인 이유가 그저 독자의 흥미와 침샘을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고, 그 이상을 알려주는 문화적 코드와 분석을 품고 있어서 '지적'으로도 유혹적인 부분이라고 말한다. 아무럼요! 


맛보기로....


<나를 찾아줘>는 단순히 여자와 남자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크레이프를 만들고 와인을 마시는 여자와 팬케이크를 먹고 맥주를 마시는 남자에 관한 이야기다. 길리언 플린은 음식을 상징적으로 활용해 완벽해 보이는 부부가 서로에 대한 환상을 깨가는 이야기에 사회계층과 지역 간의 차이라는 서사을 엮어 넣어 깊이 있는 의미의 층을 만든다. [...] 촘촘히 엮인 디테일들은 에이미와 닉의 차이는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아니라 계층적 차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들의 이야기는 현대 미국 사회에서 심화되어 가고 있는 계층 간, 지역 간의 차이와 갈등을 드러낸다. 



독일 철학자 포이어바흐는 '인간은 곧 그가 먹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단순한 '먹방'의 포인트는 그 말과 맞닿아 있다. 인간을 먹는 존재로 인식한 포이어바흐는 음식이 피가 되고, 피는 심장과 뇌가 되고, 곧 사상과 정신이 된다고 했다. 음식은 인간의 몸과 생명 그리고 존재 그 자체이니, 음식을 먹는 것은 개인의 주체성을 표현하는 가장 강력하고 근본적인 수단이다. 그래서 이런 음식과 인간의 관계는 인간의 주체적 의식이 파괴되는 미래를 예측한 디스토피아 소설에서 중요하게 다뤄진다. 


(전자책이라 페이지 수가 없음) 


이 책에서 자주 언급하는 책은 


물론 현대는 부르디외의 구별짓기 보다 더 복잡하고 더 다층적으로 상/하 문화가 계층 별로 나타나고 IT 발전과 함께 그 경계가 무의미해 보이기도 하지만, 뭐랄까, 긍정하기 싫지만 그 선이 도처에 그어있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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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9-10 0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로필 바꾸셨네요!!! 너무 이쁜 책들이라 꽂아만 두어도 흐믓할 기세입니다^^
전 읽는건 자신없고 그냥 구입만 할까요? ㅎㅎㅎㅎㅎ

첫번째 두번째 제인 오스틴이에요. 하트뿅뿅!!

유부만두 2020-09-10 16:06   좋아요 0 | URL
펭귄사이트에서 얻어온 사진이에요. 제인 오스틴 특별 컬렉션!!!!
갖고 싶지만 읽을 것 같지 않아서 사진으로만 가져보려고요. ^^ 하트!
 

영화 '토이스토리'가 나오기 한참 전부터, 우리 집안에서는 장난감들이 우리가 방을 떠나면 살아 움직인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54)


난 엄마에게 삐삐 같은 여자애가 옆집으로 이사 오면 어떨 것 같으냐고 물었다. 엄마는 별로 좋을 것 같지 않다고, 삐삐가 토미와 아니카의 엄마를 (그리고 나를) 그리도 불안하게 만든 이유를 이해한다고 답했다. (69)


그해에 언니에게는 내가 돼지고기를 먹는 것을 볼 때마다 귓가에서 '윌버'( "샬럿의 거미줄" 주인공 돼지)라고 속삭이는 고문 같은 버릇이 생겼다. (103)


"제일 좋아하는 책이 뭐에요?"는 내가 제일 두려워하는 질문 중 하나이다. (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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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단락부터 이러면 기분이 잡치죠. 계속 읽어는 보겠지만 10년전 초판 나온 책이고 33쪽 까지 걸리적 거리는 부분이 연달아 나와서 불안하고.

책에 실린 작가의 말에 따르면 작가 눈에도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지만 그냥 두었다고. 그걸 손보지 않고 10년 만에 새 표지로 내는 책이 ‘개정판’인가? 그냥 리커버 아니고?


결국 책은 끝까지 실망스러웠다. 초반에 엄마와 딸 두 화자를 내세우나 싶다가 딸의 목소리만 내는데, 그 딸도 고등학생, 20대, 30대 등 다양한 느낌이다. 문제는 그 나이 목소리가 제 때에 나오지 않고 엉켜 버린다는 점. 초반의 엉뚱하게 발랄한, 하지만 단단한 사람은 절반을 넘기 전에 사라진다. 여기 저기서 봤던 이야기가 엉성하게 (하지만 억지로) 엮여있다. 주로 계동 원서동 등 북촌이 배경으로 묘사되는 데 영 겉돈다. 그래서 예전 카페가 많이 들어서기 전 이야기와 그후 변화한 동네 묘사의 차이가 크지 않다. 마찬가지로 강남 아파트 묘사도 두어 번 나오는데 그저 '잘사는' 고등학교 동창생 집 이야기로 코드 처럼 쓰인다. 강남 아파트, 베란다에 나서니 전망은 좋지만 강변도로 소음이 커서 문을 닫는다고 한다. 하지만 강남 아파트는 강을 북으로 두고 있어서 베란다가 강변도로를 만나지 않는다. 세심하지 못한 묘사는 비유에서도 쓰인다 '시베리아 추위 같은' 은 예사고 스산한 분위기 묘사엔 여성 연쇄 살인 강간범 이야기나 실연한 여자의 자살 등을 든다. 제한적이고 전형적인 인물 묘사에는 '이런 걸 책으로 묶어서 낸다고?'라는 의문이 계속 들었다. 인물들 하나하나에 정, 아니 최소한의 의리나 의무도 지키지 않는다. 다 따로 논다. 그저 글을 쓴다는 것에 취해있는 작가의 모습만 보여서 어이가 없었다. 주인공의 미국행 이야기부터는 화도 나지 않았다. 그래서, 라이팅 클럽은? 상상했던 여자들의 연대 이야기도 아니고, 모녀 이야기도 아니고, 글쓰기 메타 소설은 더더욱 아니며 독서 경험을 엮은 엣세이도 못되는 '소설'이 우리나라 무슨 '총서'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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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20-08-14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어요? 별롤 것 같은데!

요즘 리커버판들 눈은 즐겁긴 한데, 여러모로 찜찜합니다.

유부만두 2020-08-14 15:09   좋아요 1 | URL
별로에요. 위트 있으려고 애쓰는 옛날 글. 이제 반 읽었는데 일본 영화에서 힘든 상황에서 주인공이 엉뚱하게 지내는 거 있죠? 그런 분위기에요. 메타소설인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고 뒤죽박죽이에요.

pololi21 2020-08-25 2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영숙 작가 단편 한편을 읽고 뭔가 재기발랄함과 꼬여있는 유머가 느껴져서 산 책입니다. 결과는 왕실망. 마지막 쳅터는 억울해서 읽었어요. 작가보다 민음사가 더 싫으네요.

유부만두 2020-08-26 07:38   좋아요 0 | URL
저도 설마, 하는 마음과 억울함을 안고 완독했는데요, 아무리 예전 소설이라지만 10년전에 읽었더라도 역시 실망했을 것 같아요.
표지와 홍보에 휘둘리지 말아야 겠다고 결심했어요. (과연???)
 

계급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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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킨스의 작품을 대할 때는 접근 방법을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구애를 할 필요도 없고 꾸물거릴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디킨스의 목소리에 항복하면 됩니다. 그뿐입니다. 가능하다면, 나는 50분의 강의 시간을 항상 말없이 명상하고 집중하며 디킨스에게 감탄하는 데 바치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런 명상과 감탄을 지휘하고 이론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나의 임무입니다. <황폐한 집>을 읽을 때 우리는 그저 긴장을 풀고 뇌가 아닌 척추에 모든 것을 맡기면 됩니다. 물론 책은 머리로 읽는 것이지만, 예술적인 기쁨은 양쪽 어깨뼈 사이에 자리잡고 있으니까요. 등에서 느껴지는 그 작은 전율은 확실히 인류가 순수예술과 순수과학을 발전시키며 얻은 최고의 감정입니다. 그러니 척추에서 느껴지는 그 짜릿함과 설렘을 숭배합시다. 우리가 척추동물임을 자랑스러워합시다. 우리는 머리에 신의 불꽃을 이고 있는 척추동물입니다. 뇌는 오로지 척추의 연장일 뿐입니다. 양초의 심지는 양초의 몸을 끝까지 관통하는 법입니다. 만약 이 전율을 즐길 줄 모른다면, 문학을 즐길 줄 모른다면, 전부 다 포기하고 만화, 비디오, 라디오에서 발췌해 읽어주는 책에만 집중하세요. 하지만 나는 디킨스가 그보다 더 강한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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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7-28 08: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 페이퍼 보고 나니 <나보코프 문학 강의>를 먼저 읽어야 할지 <황폐한 집>을 먼저 읽어야 할지 모르겠네요. 위의 인용글 너무 좋은데요^^

유부만두 2020-07-28 10:12   좋아요 0 | URL
좋죠? ^^ 척추동물 독자로서 양 어깨 사이로 전율을 느끼며 책을 읽고 있습니다.

moonnight 2020-07-30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척추동물이라서 다행입니다ㅎㅎ 아이고 세상엔 읽을 책이 너무 많네요. 이런 행복♡

유부만두 2020-07-31 14:33   좋아요 0 | URL
머리에 신의 불꽃을 이고 있고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