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1클래식 책에서 소개하는 오늘의 1기쁨은 <오 가우초>  
by 프란시스카 에드뷔게스 네베스 시킨냐 곤자가



혼혈 어머니와 백인 아버지의 사생아로 태어나 브라질에서 가장 위대한 음악의 선구자가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프란시스카 에드뷔게스 네베스 시킨냐 곤자가라는 여성 음악가는 이 힘든 일을 기적처럼 해냈다. 곤자가는 강제로 결혼해야만 했던 남편과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피아니스트와 작곡가로서 독자적인 경력을 쌓아나갔다. 독일, 벨기에,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프랑스, 잉글랜드, 스코틀랜드에서 청중을 놀라게 했고, 브라질 최초의 여성 지휘자가 되었다. 또한 곤자가는 열성적으로 여성참정권을 위해 운동하던 서프러제트였고, 노예 제도에 반대하는 운동을펼쳤으며, 연주자 노조 설립에도 일익을 담당했다. 곤자가는 세상을 떠나기 1년 전인 1934년에도 여전히 오페라를 작곡하고 있었다.

곤자가는 1895년, 오페라타 지지냐 마시시〉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 오페레타에는 ‘코르타-자카‘라는 곡이 있다. 이 곡은 1860년대 리오에서 등장한 전통적인 브라질 탱고 마시시에 생기 있는 음악을 입힌 것으로, 룬두 같은 아프리카계 브라질인의 무곡을 폴카 같은 유럽 무곡과 혼합한것이다. 40년 후에 태어난 동향의 작곡가 빌라로부스(9월 7일, 11월 17일)와는 다른 성격의 작업이었다.

이 곡의 제목은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잭프루트 열매 자르기‘라는뜻으로, 풍자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치열하게 살아왔던 이 독립적 여성에게 잘 어울리는 곡이다. 곤자가는 여러 남편과 파트너에게서 벗어나 마지막에는 36세 연하의 남성과 사랑에 빠졌다. (이 연하의 남성은 곤자가가8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곁을 지키며 헌신했다.) - P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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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0-12-27 16: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사려고 눈독 들이고 있었어요 예술가들의 생애는 정말 그 자체로 격정적이네요!

유부만두 2020-12-27 17:49   좋아요 1 | URL
이 책은 매일 작곡가와 음악을 소개하고 있어요. 강력추천합니다. 매일 1기쁨, 밀렸다 읽으면서 곡 들으면 몇곱절 기쁨(????) 입니다. ^^

파이버 2020-12-27 17:52   좋아요 1 | URL
몇곱절 기쁨ㅋㅋㅋㅋㅋ 아, 넘 웃겨요ㅋㅋㅋ 꼭 사겠습니다!

유부만두 2020-12-27 18:00   좋아요 1 | URL
읽으시면서 곡 찾아서 들으세요. 제가 음악을 잘 몰라서 거의 모든 곡이 새로운 기쁨이고 그렇습니다. 소개하는 음악사도 꽤 재미있고요. 표지 새로 바뀌었던데 (더 이뻐서 샘나요) ...
 

‘좋게 얘기하면 들어 처먹지를 않는’ 이유는 좋게 얘기한다는 그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복종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동물이 보이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이지만 아무 목적이 없는 행동’을 정형 행동이라고 부른다. 돼지는 지능이 높고 지루한 걸 못 참는다. 동물학자들은 정형 행동이 사회성이 높거나 지능이 높은 동물이 고립되거나 외부 자극이 결핍된 환경에 감금되었을 때 나타나는 정신 장애에 의한 행동 장애라고 설명한다. 주로 동물원의 동물에게서 자주 발견되는데 공장식 축산 시설 속의 돼지에게도 이런 정형 행동을 발견할 수 있다. 유럽연합은 2003년 2월부터 회원국의 모든 돼지에게 의무적으로 가지고 놀 수 있는 장난감(공이나 천장에 매달아놓은 쇠사슬 같은 것)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과거 소련의 죄수들은 ‘에땅’을 가장 두려워했다고 한다. 에땅은 이송이란 뜻인데 강제수용소에서 다른 강제수용소로 옮겨 갈 때 쓰는 말이었다. 에땅은 수용소에서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일이었고 실제로 새 수용소가 나은 곳일 수 있었는데도 죄수들은 처음 가는 곳을 더 무서워했다고 한다. 삶의 목적을 모두 잃고 이제 살아남는 것밖에 남지 않은 사람에게 익숙했던 환경을 떠난다는 것은 그만큼 두려운 일이었다.

문제의 ‘세상’은 사장이 제대로 된 사료 대신 음식 쓰레기를 개들에게 먹일 수 있게 해줬고 그가 산과 논을 더럽혀도 그대로 내버려뒀고 노동자들을 혹사시켜도 문제 삼지 않았다. 그가 교묘하게 법망을 피한 것이 아니라 정상적인 법체계 안에서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이 계산에는 아직 동물이 겪는 고통은 포함시키지도 않았다. 그러니 사장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러니 어떡해? 개라도 키워야지. 안 그럼 어쩔 거야? 개장수 천하다고 가족들 굶길 거야? 개 잡는 거 잔인하다고 애들 공부 안 시킬 거야? 만 원이라도 더 벌려면 뭐든지 하는 거야! 그게 인생이야! 그것 말고는 다 드라마고 유행가야.

동물들과 마주하며 지냈던 시간은 나를 약자의 고통에 민감한 사람으로 만들지 않았다. 반대로 나는 무감각해졌다. 지난 몇 년간 내 삶을 관통한 가장 일관된 정서는 분명 ‘무감각함’일 것이다.

사장은 개고기도 고기의 하나일 뿐이라고 했지만 생산 과정을 살펴보면 고기라고도 여기지 않는 것 같았다. 어쩌면 육식에도 부정할 수 없는 미덕이 있을지 모르고 개고기 업계에도 스스로를 정당화할 여지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그날 본 모습 중에 회색 영역에 속하는 건 하나도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게 잘못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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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0-12-27 16: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알면 알수록 육식에 대해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아요... 처음 인용하신 ‘좋게 얘기하면 ~‘부분은 예전 직장상사가 떠오르네요ㅎㅎㅎ

유부만두 2020-12-27 17:54   좋아요 1 | URL
어느 곳이나 갑질하면서 으스대는 것들이 있지요.

이 책은 채식 홍보라기 보다는 ‘제대로 된‘ 일터, 먹거리 생산과 처리, 무엇보다 인간이 먹고 쓰고 버리는 존재라는 걸 생각하게 만들었어요.
 

이런 숫자들은 우리를 바람처럼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인간과 사회에 대한 발언은 이보다는 점성이 강해야 할 듯싶다. 이들이 도깨비풀처럼 작은 가시를 품고 있어 아무에게나 달라붙고, 털어도 쉽게 떨어지지 않는 무언가였으면 좋겠다. 그 가시들은 우리의 정신과 마음에 억센 뿌리를 내려 끊임없이 사람들을 불편하고 불안하게 만드는 무언가였으면 좋겠다.

조금씩 전문 용어가 가지고 있는 마법 같은 힘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병아리들을 ‘처리’할 때는 죽인다, 잡는다고 하는 대신 불량품을 도태시킨다고 중얼거린다. 하자가 생긴 물건을 처리하는 거다. 이건 도태다. 도태, 도태, 도태. 어느 순간엔 정말 닭을 죽이는 것이 문서를 파쇄하거나 삼각 김밥을 폐기하는 것처럼 사무적으로 와닿을 때가 있다. 도태 대신 B52나 비활성화라는 말을 썼다면 사무적인 순간이 더 늘어났을 것이다.

많은 수의 닭을 실제로 움직이게 하는 건 소리나 그림자가 아니라 다른 닭이다. 실제 위협을 감지하고 놀란 닭을 본 다른 닭 역시 그 위협을 경험한 것처럼 놀라며 뛰어오른다. 사람 식으로 말하자면 누군가 미친개에게 물릴 뻔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전해, 전해 들은 사람 역시 개와 마주치면 당사자만큼이나 놀라는 것이다. 강한 자극을 주면 주름을 없애기 위해 식탁보를 펄럭일 때처럼 놀란 닭들의 물결이 퍼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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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장>
애슐리의 현타와 좌절, 꿈꾸는 넋두리. 하지만 스칼렛은 이해하지 못하고 그러고 싶지도 않다. 그들은 ‘서로 다른 언어로 대화’하고 있다. 애슐리는 배고픔을 모르는가. 이 둘은 다른 두려움에 좌절하고 있다. 당장 세금은 누가 내지요? 현실에서 도망치는 게 나을까.

「결국은 한 문명이 붕괴될 때마다 벌어졌던 상황이 다시 벌어지겠죠. 두뇌와 용기를 타고난 사람들은 극복을 하겠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도태를 당하기 마련이에요. 괴터데머룽을 목격한다는 경험은 비록 마음 편한 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흥미롭기는 해요.」

「괴터 뭐요?」

「신들의 황혼이라는 말이죠. 불행히도 우리 남부 사람들은 스스로 신이라고 생각했어요.」

「벌거벗은 그대로의 현실을 보려고 하지 않는 태도 ─ 그것은 저주예요. 전쟁이 일어나기 전까지, 삶이란 나에게는 커튼에 비친 그림자 연극 이상의 현실감을 주지 못했어요. 그리고 난 그런 쪽을 더 좋아했고요. 난 사물의 윤곽이 지나치게 선명하면 좋아하지를 않았어요. 약간 희미하고, 약간 지워진 모호함을 난 좋아했으니까요.」

그는 말을 멈추고는 마치 엷은 셔츠 속으로 찬 바람이라도 들어간 듯 몸을 약간 부르르 떨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다시 말하면, 스칼렛, 난 겁쟁이예요.」

「전투란 샴페인이나 마찬가지예요. 전투는 영웅이나 겁쟁이를 따로 가리지 않고 똑같이 빠른 속도로 취하게 만드니까요. 용감하지 않으면 죽어야 하는 전장에서라면 어떤 바보라도 용감해지게 마련이죠. 내가 한 얘기는 의미가 달라요. 그리고 내가 얘기하는 비겁함이란 첫 포성을 듣자마자 도망치는 행동보다도 훨씬 더 나빠요. [...]

그런데 이제 과거의 삶은 사라졌고, 새로운 삶에서는 내가 끼여 들어갈 자리가 없고, 난 그래서 두려워하죠. 이제야 나는 옛날에 내가 보았던 세상이 그림자 연극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나는 그림자가 아닌 모든 대상, 그러니까 지나치게 현실적이거나 지나치게 생명력이 넘치는 사람들과 상황들을 꺼렸어요. 나는 그런 요소들이 나의 현실에 끼어들면 못마땅하게 생각했으니까요. 나는 당신도 피하려고 했어요, 스칼렛. 당신은 삶으로 충만했으며, 지나치게 현실적이었던 반면에, 난 그림자와 꿈을 더 좋아할 정도로 겁쟁이였어요.

전쟁은 인간이 정말로 무엇인지를 나에게 가르쳐 주었지만, 그들과 어떻게 같이 살아가야 하는지는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난 그런 지혜를 절대로 터득하지 못하리라는 걱정이 드는군요. 지금 나는 아내와 아기를 먹여 살리기 위해서 나하고는 아무런 공통점도 없는 사람들의 세계로 뛰어들어 내 길을 개척해 나가야만 한다는 걸 알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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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0-12-18 2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을 읽을때마다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게이블과 비비안 리에 모습을 떠올리게 되네요 그만큼 영화가 원작 만큼 강렬했나봐요 ㅎㅎ

유부만두 2020-12-19 09:44   좋아요 1 | URL
강렬하죠! 책을 다 읽고 영화를 보면 감상이 다를지도 모르겠어요.
 

매일 클래식 한 곡 씩을 소개해주는 책이다. 연초에 사서 매일(은 아니지만) 이제 12월 후반부를 읽고 있다.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나 유툽에서 곡을 찾아서 들으면서 설명을 읽으면 (하루 한쪽) 마음이 (영혼도?) 위로받는 기분이 든다. 


그런데 어제는 이게 뭡니까. 너무나 무서운 소제목이 달려 있었다. 

아, 알아요, 이제 내 인생 끝...


글쓴이는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했는데 난 제목에 너무 놀라서 하루 종일 과자만 더 먹었다. 끝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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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0-12-17 10: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언니 아침부터 빵 터졌잖아요. 전 매일 하루 하루 그림 보면서 영혼 달래보려구요, 과자 쫌만 먹어요! 몸에 안 좋아!!

유부만두 2020-12-17 15:22   좋아요 0 | URL
네. 그럴게요. 과자 몸에 안 좋은데 어느새 뭔가를 계속 우물거리고 있어요. 소도 아니고 ...

scott 2020-12-17 14: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부만두님이 하루종일 드셨던 과자 궁금해요 ㅋㅋㅋ
전 오늘 웨하스에 아메리카노로 점심 끄으읏!

소제목 읽지 마시고 유툽에서 음악만 들으세요 ㅋㅋㅋ

(≧◡≦)

유부만두 2020-12-17 15:25   좋아요 1 | URL
웨하스! 아메리카노! 그것이 어찌 점심이 됩니까? 마음에 점도 못 찍겠구먼요.
제 점심은 카레였습니다. 하하하 (못헤어남)
과자는 온갖 깡과 칩 종류입니다. 더하기 강냉이랑 오란다 (라고 아시려나요?), 추억의 스낵도 먹었습니다. 음악은 꽤 멋졌는데 제목에서 한방 먹었어요.
다시 태어나라는데 .... 과자를 이미 먹어서 ....

scott 2020-12-17 19:27   좋아요 1 | URL
오란다면 혹시 엿뭍혀 놓은 강정 !
일본애들이 네덜란드인들이 먹는 와플 흉내내려고 밀가루 반죽으로 장난쳤다가 만든건데 ㅎㅎ
이걸 하루종일 드시면 치아가 ㅋㅋㅋㅋ

유부만두 2020-12-17 19:53   좋아요 1 | URL
오물오물 ... 치카치카

han22598 2020-12-22 02: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엇 저도 과장쟁이인데. ㅎㅎ 한손에 커피, 다른 한손에 과자! ㅋㅋ

유부만두 2020-12-23 18:26   좋아요 0 | URL
전 입에도 물고 있어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