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울 자신이 없으면 기록이라도 해야 하고 기록할 힘이 없으면 기억이라도 해야 한다던 이미정 기자는 어디 갔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하는 사람이 어떻게 이래? 다 잊었니? 정말 잊은 척할 수 있다고 생각해? (84)


기술은 늘 내 상상의 한계를 뛰어넘어서 실현돼. 심지어 빠르기까지 하지. 얼마 안 있으면 그 기억 추출기도 다른 용도록 쓸 수 있을거야. (157-8)


최선에는 언제나 한계가 있는 법이고 상황에 따라 변형된다. (176)


'너는 중앙의 수치다. 바늘로 찌르면 피가 나올 자식아.' (184)


왜 이토록 보고 듣는 게 힘든지 고민하다가, 나는 나를 담은 기계의 종류가 근본적인 문제가 아닌 걸 깨달았다. '숙주! 이 기계에는 인공지능 장기가 없구나!' 오싹했다. (206)


'어허, 네 논리에는 가치판단의 상수가 부족해서 인생을 규정할 수 없어.'

'내 표현을 따라 하다니, 사람으로서 자존심이 없는 거야?' (234)


'충전이라니...' 백업이 나와 동시에 '충전이라니'하고 중얼거렸다. '콘센트 충전이라니, 정말 충격적이고 모욕적이야.' (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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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시 사나운 기세로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 일어서게 되면, 중간에 그게 아니다 싶은 느낌이 들 때가 있어도 그냥 그 기세에 눌려 일을 저지르게 되는 수가 많은 법이오. 더군다나 자신은 현명하여 세상의 이치를 잘 아는데 주위에는 멍청한 자들뿐이라고 믿고 함부로 말 떠들기 좋아하는 놈이 한둘만 섞여 있으면 일이 험악해지는 것은 더 쉬워지기 마련이오.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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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다르가 한 이런 말이 유명하다. "영화는 여자 한 명과 권총 한 자루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 바르다는 여자 한 명만 있으면 된다는 것을 입증했다. (350-1) 

















바르다는 페미니스트의 첫 번째 행위는 바라보고, 이렇게 말하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시선의 대상이지만 또 나는 볼 수 있다." 바르다의 영화가 하는 행위가 바로 그것이다. 세상과 세상 안의 우리 자리를 비스듬한 눈으로 보는 것, 우리는 이삭 줍는 사람, 플라뇌즈, 방랑자, 이웃이다. 객관성 따위는 없다. (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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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베르만 해도 '감정교육 (1869)'에 마드무아젤 바트나라는 독신 여성을 등장시켜 페미니스트들을 은근히 조롱한다. 바트나는 "프롤레타리아 해방은 여성 해방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바트나는 "모든 직종의 문이 여성에게 개방되어야 하며 사생아 친부 조사, 새로운 법령 제정, 결혼 제도 폐지, 혹은 최소한 '좀 더 합리적인 결혼 제도 수립'등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이런 권리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힘으로 싸워 눌러야 한다고 바트나는 단언한다. "좋은 머스킷총으로 무장한 1만 명의 여성 시민이 파리 시청을 벌벌 떨게 만들 수 있었다." 


















코뮈나르(코뮌 지지자)보다도 더 위험하게 여겨진 것은 여성 혁명가의 등장이었다. 플라뇌르에게는 거리가 '탈정치 공간'이었을 수 잇으나, 플라뇌즈에게 탈정치는 가능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은 일이었다. 코뮌이 지속되는 동안에 미국 기자 한 명이 여자들이 19세기 식 화염병 같은 것을 파리 건물 지하로 던지는 것을 보았다는 진위를 알 수 없는 보도를 했다. 그래서 페트롤뢰즈, 곧 '방화를 하는 여자'라는 인물상이 생겨났다. 당시 사람들은 여성 혁명가를 도무지 통제가 불가능한 사람, 어떤 남자보다도 위험한 존재로 생각했다. 프랑스혁명 동안에는 여자들이 집 밖에서 다섯 명 이상 모이는 것이 불법이었다. (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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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답게 나는 지도 보는 일을 좋아했다. 태양계 지도와 지구의 지도. 무엇보다 지역의 지도를 들여다보면서 어머니와 내가 살고 있는 페어펙스처럼 낯익은 거리가 밖으로 뻗어나가 내게는 낯선 다른 거리들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리고 이 거리들이 또 다른 거리와 도로, 고속도로로 연결되다가 나라 전체로, 대륙으로, 종내는 지구로 어떻게 차례차례 이어지는지 추적하기를 좋아했다. 지리학상의 지구가 있다. 인류 (내 생각에 이 인류란 남자가 아닐까 싶다)가 측량하여 이름 붙인, 정치적 명칭으로 이루어진 지구. 또한 지질학적인 지구가 있다. 역시 측량을 하긴 했지만 지리학상의 지도보다 앞서 생긴 지도로 그려낸 지구. 여기서 출발하여 결국에는 저기로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매혹했다. 우주의 어느 지점에서 출발해도 다른 지점으로 여행할 수 있다. 능력만 있다면. 


50년대 여고생들의 갱단 이야기. 면도칼 좀 씹으면서 '몹쓸' 남자 인간들을 패버리는 언니들 이야기 같은데 불광동 여우파 더하기 성장소설 느낌. 하지만 또 가슴을 후벼파겠지. 조이스 캐럴 오츠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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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0-09-12 0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캬... 저도 곧 읽어야겠어요!
이거 동명의 영화도 있는 거 아세요? <클래스>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로랑 캉테 감독 영화라 영화도 괜찮을 거 같은데, 전 원작 읽고 나서 보려고 여태 미루고 있네요. 다가오는 추석 연휴에 책도 영화도 다 봐야겠습니다!

유부만두 2020-09-12 12:21   좋아요 1 | URL
그쵸?! 저도 책 읽은 다음에 보려고 아껴뒀어요. 실은 이 책도 신간일 때 사서 묵힌 거고요;;;; 진하고 강렬하고 묵직하게 천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실은 조이스 캐럴 오츠는 제게 좋고 나쁘고를 오가거든요.
그들, 카시지 가 별로였고
좀비는 좋았고요.

잠자냥 2020-09-12 1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츠는 좋고 나쁘고를 오가는 편인데, <폭스파이어>는 왠지 좋은 편에 속할 거 같아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