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지난 10만 년 동안 대기 중 탄소는 3개 이하였고, 정기적으로 탄소 모니터링을 시작한 1959년에는 3개가 살짝 넘었다.
이제는 4개가 넘는다. 5개가 되면 인간 문명은 완전히 바뀔 것이다.
기후변화가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가득 찬 300
L짜리 빗물 통에 10
L의 물을 더 넣는다고 생각해보자. 커다란 통에 몇 리터 정도 더하는 것은 대수롭지 않은 일 같지만 이미 한계에 도달한 이 빗물 통은 이를 감당하지 못한다. 지구의 탄소 순환도 이 빗물 통처럼 인간이 유발한 이산화탄소가 더해지면서 한계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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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말 기준, 전 세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415ppm을 넘어섰다. 불과 50년 만에 25%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런 증가는 인간의 활동 때문이다. 이 흐름을 되돌리고 우리 모두가 의존하는 기후를 지키기 위해서는 앞으로 10년 안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크게 줄여야 한다.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의 요인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네 가지는 석탄, 연소, 소, 그리고 콘크리트다. 이 네 요인이 우리가 겪는 기후변화 문제의 70%를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 집단 내에서 여러 구성원이 힘을 모으고, 세계 차원에서 여러 나라가 힘을 모으면 서로에 대한 보상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장기적 관점을 따르는 행위자에게 보상을 하는 시장이 만들어질 때, 동참하는 개인과 조직이 늘어날 수 있다. 사회 규범의 확립, 실제 비용을 제도화하기, 그리고 그 밖의 여러 개입이 조직과 국가의 행동 양식을 바꿀 수 있다.

1~2°C는 지구 입장에서는 상당히 큰 변화지만 개인이 일상에서 이를 체감하기는 힘들다. 대신 기록적으로 더웠거나 많은 비가 내린 어떤 시기를 기억할 수 있다. 통통한 다람쥐가 기온 상승을 의미하기도 한다. 눈이 적게 내려서 다람쥐가 먹을 게 많아지기 때문이다.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우리는 아직 건물에 난방을 하고, 차를 몰고, 노트북을 충전해야 한다. 구조적인 변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개별적인 노력은 한계가 있다. 따라서 기후변화 관련 정책에 주력하는 정치인을 선출하는 일은 탄소 배출을 대규모로 감축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로 꼽힌다.

기술 혁신이 일어나면서 인간은 차량에 연료를 공급하고, 전기를 생산하고, 기계를 돌리기 위해 석탄, 석유, 천연가스를 태웠다. 이로 인해 점차 많은 탄소가 배출되었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탄소가 산소와 결합해 이산화탄소(CO2)가 만들어지고, 이는 지구의 대기에 열을 가둬서 기온을 상승시킨다. 우리는 이미 지난 세기에 진행된 기온 상승의 물리적, 정치적 영향을 체감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국민 한 명당 평균 1년에 14톤(벽돌 6300개 정도의 질량)이 조금 넘는 탄소를 배출한다.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탄소 배출량을 1인당 약 1톤(벽돌 440개 정도의 질량)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

지금까지 각국 대표자들이 모여 합의한 목표는 2050년까지 넷제로 배출에 도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피해를 복구하려면 넷제로 이상으로, 즉 지구가 흡수할 수 있는 한계보다 탄소를 ‘적게’ 배출해야 한다. 탄소를 ‘완전히’ 배출하지 않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배출된 탄소를 나무 같은 천연 흡수원과 혁신적인 기술로 제거해 넷제로에 도달할 수는 있다. 이를 위해서는 화석연료를 포기하고 탄소를 제거하는 혁신적인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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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 : 지구와 화해하는 기술
김용환 외 지음 / CIR(씨아이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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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중립목표까지 남은 기간은 불과 30년으로 이는 우리나라 고유의 산업 구조가 대전환을 이루기에 충분한 시간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 믹스 Energy Mix, 즉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석유나 석탄 같은 기존 에너지원에 태양광, 풍력과 같은 신에너지원을 다양하게 융합하는 정책이 요구된다. _ 김용환 외, <탄소중립> , p65

UNIST(울산과학기술원) 교수진들이 집필한 <탄소중립 : 지구와 화해하는 기술>은 2050년까지 실질적인 탄소배출량을 '0'수준으로 낮추는 탄소중립(Net Zero)을 달성하기 위한 여러 에너지기술들을 소개한다. 저자들은 본문에서 수소에너지, 태양광에너지, 핵융합에너지와 소형모듈형원자로(SMR)을 중심으로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기술의 현재와 개발현황 등을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는 점은 책이 가진 장점이다. 반면, 책이 가진 한계도 비교적 명확한데, 그것은 '탄소중립'의 무게중심이 '원자력'에 쏠려있다는 점이라 여겨진다.

각 나라마다 처한 상황과 땅 및 인구가 다르고 이웃국가와 전력의 공유 문제 등이 다른 상황에서 특정 에너지 기술, 즉 재생 에너지인 태양광, 풍력만으로 깨끗한 전기 수요 문제를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우리 미래를 굉장히 어둡게 만들 수 있다. 재생 에너지 만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p303)... 가장 현실적인 대안인 원자력 기술을 포기한다는 것은 마치 코로나와 같은 글로벌 재난으로부터 우리를 지킬 수 있는 백신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같다. _ 김용환 외, <탄소중립> , p304

<탄소중립>에서는 대표적인 친환경 에너지발전 기술이 갖는 문제점과 한계를 지적한다. 본문에서 수소에너지원은 수소와 관련된 많은 기술이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태양광 에너지는 개발한계에 도달한 실리콘 태양전지 기술과 설치부지의 한계에 따른 환경파괴를, 풍력발전 시 발생되는 소음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러한 지적은 막연히 이들 에너지 발전 방식을 친환경기술로 막연하게 인식해온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나름 유익한 부분이 있다.

현재 국내 수소 생산/저장/운송과 관련된 많은 기술들은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사고 있어서 사실상 친환경 기술이라고 말하기 어려우며, 오히려 탄소중립에 역행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화석연료 기반의 수소 생산/저장/운송 기술들은 결국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따라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화석연료에서 탈피한 고효율 및 저비용의 친환경 수소 생산/저장/운송 방법과 관련한 기술개발이 수반되어야 한다. _ 김용환 외, <탄소중립> , p148

지금까지 보급된 태양전지는 생산을 위해 너른 벌판이나 산을 깎아서 만든 대규모 부지가 필요하다 보니, 우리나라와 같이 국토가 좁고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에서는 그다지 우선해서 도입할 만한 전력원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이러한 설치 혹은 보금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도시의 건물에 태양광발전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_ 김용환 외, <탄소중립> , p190

풍력은 태양처럼 아침에 떴다가 저녁에 지는 것이 아니라 밤낮 가리지 않고 부는 바람을 이용하기 떄문에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크다. 그러나 바람의 간섭이나 돌아가는 날개에서 나오는 저주파와 마찰에 의한 소음으로 인해 도시 가까이에 설치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이러한 큰 장점을 지워버린다. 이 때문에 풍력 발전기는 지금까지 주로 산 위에 세워졌고 최근에는 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는 바다에 해상풍력 단지를 세우는 계획이 나오고 있다. _ 김용환 외, <탄소중립> , p217

<탄소중립>에서 말하는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발전기술은 원자력이다. 본문에서 저자들은 핵융합 에너지와 소형모듈형원자로를 통해 기존 대규모 핵분열 발전에서 발생하는 방사성폐기물과 운영위험 등을 의미할만한 수준까지 낮출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수소에너지, 태양력에너지 등에 비해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보다 상세하게 소개하는 과정에서 독자들에게 원자력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한다는 인상을 받게된다. 그렇다면, 과연 핵융합발전과 SMR은 완전한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핵융합 에너지는 인류가 달성해야 할 궁극적인 에너지원으로 손꼽힌다. '인공 태양'이라는 비유로 많이 알려져 있어 지구상에 또 하나의 태양을 만드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핵융합 발전은 태양과는 다른 방식으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쓰이는 프라스마를 자기장 내에 가두어 전기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방법이다... 핵융합이 매력적인 주된 이유 중 하나는 핵융합 반응으로 일어나는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생성되지 않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핵융합 반응의 연료인 중수소는 바닷물에 일정 비율로 녹아 있어 무한에 가깝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_ 김용환 외, <탄소중립> , p222

소형모듈형원자로 SMR : Small Moduler nuclear Reactor는 약 300MW급 이하의 출력을 지닌 원자로를 의미한다. 이 원자로는 외부로부터 전기 공급이 어려운 오지나 건설 현장 등에 트럭이나 기차, 배 등 운송 수단을 활용해 비교적 쉽게 설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p248)... 원자력 기술에서 문제로 지적되어 온 안전성 문제를 획기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 소형모듈형원자로 SMR는 중/단기적으로 깨끗한 전기 공급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핵융합은 인류의 지속 발전 가능성을 더욱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_ 김용환 외, <탄소중립> , p304

<탄소중립>에서 저자들은 원자력을 유력한 차세대 에너지발전으로 고려하는 이유를 1) 다른 발전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현저하게 적으며, 2) 기존 핵분열 발전소의 문제를 개선할 대안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는 점을 든다. 또한, 방사성 폐기물의 경우도 재활용/재처리 기술이 개발중이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점을 강조한다.

현재 UNIST에서는 금속 방사성폐기물로부터 방사능이 높은 원소와 낮은 원소를 화학적으로 분리하여, 방사성폐기물의 부피를 줄이고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사용후핵연료의 재활용 측면에서는 용융엽 및 액체금속을 사용하여 우라늄 및 악티나이드 원소를 99.9% 이상 회수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 중이며, 방사성폐기물 및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처분을 위해 지하 처분환경에서의 방사성 물질의 침출 등의 연구를 수행중이다. _ 김용환 외, <탄소중립> , p296

그렇지만, 과연 '인공태양'을 지구로 가져오는 핵융합발전에서 과연 초고온상태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 것이며, 이렇게 생산된 에너지를 어떻게 보관/전송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고스란히 과제로 남아 있다는 사실 등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 또한, 소규모 발전소인 SMR이 갖는 장점 뒤에는 보다 비경제적인 자원의 활용이라는 그림자가 있음에도 이러한 부분은 본문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은 원자력을 선호하는 저자들의 입장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재처리되는 방사성 물질이 많아져 폐기물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고 하지만, 이미 에너지원으로 한 차례 활용되고 남은 폐기물에 발전 이전의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당연히 보다 많은 우라늄의 채광이 지속적으로 요구될 것이고, 이에 따른 환경오염에 대한 내용 등은 책에서 찾기 어렵다. 이런 점 등을 종합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원자력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저자들의 의견에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대량생산/소비된 플라스틱이 적절한 재활용 등 처리 과정 없이 무분별하게 폐기되면서 자연환경의 오염은 물론 생태계 교란과 인류의 삶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다. 1950년부터 2015년까지 총 생산된 83억 톤 중에서 재사용된 플라스틱은 7.2% 미만인 6억 톤에 불과하고, 59%에 달하는 49억톤은 단순 매립되거나 아무런 처리 없이 자연계로 방출되었다. _ 김용환 외, <탄소중립> , p342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탄소중립>에서 우리는 친환경발전기술의 현재 한계와 우리나라의 탄소배출 문제가 어느 분야에 집중되어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책을 읽는 동안 우리나라 수출 효자산업으로 알려진 제철과 화학공업으로 인해 우리는 중공업을 발전시킬 수 있었지만, 반대로 대표적인 탄소배출국이 되어버린 현실을 깨닫고, 우리가 가야할 길의 장단점을 잠시나마 생각해볼 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의미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우리나라) 에너지 분야의 2018년 배출량은 1990년에 비해 2.7% 증가했는데 공공전기/열 생산 부문에서 1,700만 톤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국 대비 석탄발전비중(40.4%, 2019년 기준)도 높은 상황으로, 주요국 석탄발전 비중을 살펴보면 일본 32%, 독일 30%, 미국 24%, 영국 2%, 프랑스 1% 순이다. 총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86.9%를 차지하는 에너지 분야는 에너지 산업, 제조업 및 건설업, 수송, 기타 분야로 나누어진다. 에너지 산업은 에너지 분야 탄소 배출량의 약 45.8%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배출량을 기록했는데, 특히 이 중 대부분이 공공전기 및 열 생산을 통한 배출량이었다. 제조업 및 건설업은 총 에너지 분야에서 약 29.7%를 차지했으며, 제조업 및 건설업 내에서는 철강이 51.0%, 화학이 24.6%를 배출하며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_ 김용환 외, <탄소중립> , p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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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22-08-22 18: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탄소중립을 토론하는 모임에 ‘탄소중심‘ 이라 적힌 마스크를 쓴 윤석열이 생각납니다

겨울호랑이 2022-08-22 19:34   좋아요 2 | URL
그때는 사람들이 ‘오타‘라 했지만, 100일이 지난 지금 모두가 그의 진심이었음을 알게된 것이 참 아쉽습니다....
 
침묵의 봄 - 개정판 레이첼 카슨 전집 5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 에코리브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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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환경에 대한 인간의 공격 중 가장 놀라운 것은 위험하고 때로는 치명적인 유독물질로 공기와 토양과 하천과 바다를 오염시킨 일이었다. 이런 피해를 입은 자연은 원상태로 회복이 불가능한데, 그 오염으로 인한 해악은 생명체를 유지하는 외부세계뿐 아니라 생물들의 세포와 조직들에도 스며들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재난을 불러온다... 핵폭발을 통해 공기 중으로 유출되는 스트론튬 90은 빗물에 섞이거나 낙진 형태로 토양에 스며들어 밭에서 자라는 건초나 옥수수, 밀 등에 침투한다. 그 뒤 그것을 먹은 인간의 뼈 속에 축적되어 그가 죽을 때까지 체내에 남아 있게 된다. 이와 유사하게 농경지와 숲, 정원에 뿌려진 화학약품들은 토양 속에 머물다가 생체기관 속으로 흡수되면서 각각의 생명체를 독극물 중독과 죽음의 사슬로 연결시킨다. _ 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 p37


 레이첼 카슨(Rachel Louise Carson, 1907 ~ 1964)의 <침묵의 봄 Silent Spring>은 살충제 DDT(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에탄dichlorodiphenyltrichloroethane), 디엘드린, 알드린 등이 해충(害蟲) 뿐 아니라, 해충의 천적을 비롯한 생태계 전반을 파괴하는 현실에 대해 직접적으로 고발한다. 이와 함께 생물체와 토양에 축적되어 생기는 피해 등에 대해 함께 말하면서, 농산물 생산량의 극대화를 위한 살충제의 무분별한 사용이 빚는 재앙을 지적하면서 1960년대 환경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책의 서문에서 우리는 레이첼 카슨 덕분에 우리가 더 이상 '침묵의 봄'을 맞이하지 않았다는 서문을 접하게 된다. 아마 살충제와 관련해서는 어느 정도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몬산토(Monsanto), 듀폰(DuPont), 신젠타(Syngenta)등 세계적인 종자회사들이 종자를 사서 파종한 그해에만 수확할 수 있고 다음해에는 종자가 싹트지 않게 유전자를 조작한 터미네이터(terminator)기술, 자사의 특정 농약이 살포되어야 싹이 트고 성장하도록 하는 트레이터(traitor) 기술 등을 통해 번식이 불가능한 종자를 공급하고 이들에 최적화된 농약 등을 패키지로 판매하면서 독과점 체제를 굳히는 현실에서 레이첼 카슨이 직면했던 1960년대 살충제 살포 문제가 오히려 덜 심각해 보이는 요즘이다. 현실이 이러한데 과연 '침묵의 봄'이 오지 않았다고 자화자찰할 수 있을까.


 어린 시절에 개천 위에 떠다니던 쓰레기, 공장 굴뚝에서 나오는 검은 매연으로 하루만에 지저분해지는 옷 등은 집진장치 설치 등으로 더이상 볼 수 없지만, 환경호르몬으로 인한 위협은 예전보다 더 심각한다. 이러한 현실은 '침묵의 봄'이 오지 않은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을 뿐임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 검은 연기는 눈에 띄기 쉽기에 규제가 가능하지만, 무색무취의 오염물질은 규제하기 어렵고 그만큼 우리에게 더 치명적이지만, 이윤극대화를 위해 기업은 파멸적인 선택을 주저하지 않는다. 또한, 레이첼 카슨의 시대 살충제 문제는 사용 효과가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반면, 우리가 직면한 종자 문제 등은 지속적이며 누적적으로 피해가 나타나는 '보이지 않은 침묵의 봄' 문제이기에 환경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에서 <침묵의 봄>은 우리에게 환경 문제에 대한 근본문제를 지적하는 고전으로 자리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


 <침묵의 봄>에서 레이첼 카슨은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 1809~1882)의 이야기를 하지만, 같은 논리로 레이첼 카슨이 오늘날까지 살아있다면, 환경오염과 관련한 자신의 이론이 인상적으로 증명되었다는 사실에 이미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고 슬퍼했을 것이다. 레이첼 카슨이 진정으로 자신의 걱정이 기우(杞憂)였음을 알고 안도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할 것인가. 이 책이 던져주는 과제를 마지막으로 리뷰를 갈무리한다... 

만일 다윈이 오늘날 살아 있다면, 적자생존에 관한 자신의 이론이 인상적으로 증명되었다는 사실에 기뻐하면서도 한편으로 놀랄 것이다. 화학방제가 대세인 상황에서 약한 공충은 사라지게 마련이다. 곤충을 제거하려는 인간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많은 지역에서 가장 강하고 환경에 잘 적응하는 종들만이 살아남게 되었다. - P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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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1-09-22 16: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은 몇 안 되는 과학서적입니다^^; 글을 잘 써서 생각보다 잘 읽혔어요. 지금에 와서도 시사점이 많은 책 같습니다.

겨울호랑이 2021-09-22 16:50   좋아요 1 | URL
말씀대로 저자가 독자들에게 주제를 차분하고도 체계적으로 잘 설득하는 책이라 생각합니다. 과학의 고전인 이유가 있는 것 같아요^^:)

초딩 2021-09-22 16: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과학 그책을 고전이라고 말한다에서
잘 소개해서 보고 싶은 책인데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21-09-22 16:51   좋아요 0 | URL
정말 고전이라할 책이라 여겨집니다. 초딩님 즐거운 독서 되세요!^^:)

막시무스 2021-09-23 1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처음 읽기 전에는 살충제 이야기로 이 두꺼운 분량을 채워 갈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이런 소재로 이렇게 아름다운 글쓰기를 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으로 마무리 했던 기억이 나네요! 저는 저 책을 읽으면서 살충제의 위험성도 인식하게 되었지만, 무엇보다 인간의 끝을 알수 없는 탐욕과 그 탐욕이 눈덩이처럼 커지도록 레일을 깔아주는 자본주의에 대해서 환경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해 보았던 좋은 기억이 나네요..ㅎㅎ...오늘도 즐건 하루되십시요!ㅎ

겨울호랑이 2021-09-23 11:54   좋아요 1 | URL
막시무스님 말씀처럼 저자는 하나의 주제를 알기 쉽게 여러 각도에서 잘 조명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덕분에 환경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일반 독자들에게 편하게 다가가는 것이 책의 매력이라 여겨지네요.. 막시무스님 연휴 잘 보내셨는지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scott 2021-10-08 15: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겨울 호랑이님 ✌ 관왕! ^^
연이랑 귀요미랑
주말 행복하게 ^ㅅ^

겨울호랑이 2021-10-08 17:40   좋아요 1 | URL
scott님께서도 행복한 주말 되세요! 거듭 감사드립니다.

mini74 2021-10-08 16: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어흥 어어흥흥 ~~~ 호랭이말로 축하드립니다 *^^*

겨울호랑이 2021-10-08 17:41   좋아요 1 | URL
^^:) 미니님 거듭 감사합니다. 야옹.

강나루 2021-10-08 17: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당선 축하해요^^

겨울호랑이 2021-10-08 18:19   좋아요 0 | URL
강나루님 감사합니다. 즐거운 연휴 되세요!

그레이스 2021-10-08 18: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저도 침묵의 봄 좋았어요

겨울호랑이 2021-10-08 18:20   좋아요 0 | URL
그레이스님 감사합니다. <침묵의 봄>의 이야기가 먼 옛날의 일처럼 다가와야할 텐데요... 환경의 중요성과 심각성을 동시에 생각하게 됩니다.

서니데이 2021-10-08 1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겨울호랑이 2021-10-08 18:35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평안한 주말 되세요!

이하라 2021-10-08 18: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겨울호랑이 2021-10-08 18:35   좋아요 0 | URL
이하라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연휴 되세요!

독서괭 2021-10-08 2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선 축하드립니다~^^

겨울호랑이 2021-10-08 23:58   좋아요 0 | URL
거듭 감사드립니다 ^^:)

모나리자 2021-10-08 2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겨울호랑이님~^^

겨울호랑이 2021-10-08 23:59   좋아요 1 | URL
모나리자님 감사합니다. 평안한 밤 되세요!

하나의책장 2021-10-19 2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겨울호랑이 2021-10-20 00: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하나의책장님^^:)
 

살충제를 뿌리는 과정은 끝없는 나선형처럼 이어지게 마련이다. DDT의 보편적인 사용이 허용된 이래 독성이 더욱 심한 화학물질을만들어내려는 노력이 계속되었다. 그런데 다윈이 제창한 적자생존론을 증명하듯, 곤충은 살충제에 내성을 지닌 놀라운 종으로 진화해갔고 그러다 보니 이런 곤충에 사용하기 위한 더욱 강력한 살충제가 나오고 그 다음엔 이보다 독성이 더 강한 살충제가 등장하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나중에 다시 설명하겠지만, 해충은 살충제 살포 후 생존능력이 더욱 강해져서 이전보다 오히려 그 수가 많아진다. 따라서 인간은 이 화학전에서 결코 승리를 거두지 못하며 그저 격렬한 포화 속에 계속 휩싸일 뿐이다. - P39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가 마구 없애버리는 식물들은 사실 건강한 토양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기능을 담당한다. 흔히 ‘잡초‘ 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있는 이런 자연적 식물 군락은 토양 상태를 나타내주는 지표 역할을 한다. 그런데 화학제초제를 사용하면 이런 유용한 기능이 상실되게 마련이다.
- P112

환경 오염을 일으키는 중요한 요인은 살충제의 대규모살포만은 아니다. 사실 우리 대부분에게 있어서 더욱 중요한 것은 소규모이지만 매일 혹은 매년 지속적으로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일이다. 계속해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마침내 단단한 바위에 구멍을 뚫는 것처럼,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위험한 화학물질과 접촉하다 보면 결국 우리에게 심각한 문제가 일어나게 마련이다.  - P210

원형질에서부터 진화를 시작하여 오늘날과 같은 인간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지난 20억 년 동안 유전형질은 세대를 거듭하며 전해져왔고 다음 세대에 전해줄 때까지만 우리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유전형질에 대한 위협을 줄일 수 있다. 우리가 진정 원한다면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유전형질 보전을 위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법률에 따라 화학물질 제조업자들은 제조물의 독성 때부를 검사받아야만 한다. 그러나 화학물질이 유전자에 어떤 명함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검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그런 검사를 요구한다고해도 사람들이 제대로 응하지 않을 것이다.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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