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 - 리쩌허우와의 담화록
리쩌허우 지음, 류쉬위안 엮음, 이유진 옮김 / 글항아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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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데거 이후 이제 중국 철학이 등장해서 역할을 해야 할 때입니다. 비록, 하이데거가 노자 老子를 좋아하긴 했으나 노자를 억지로 갖다 붙여서 비교하며 논의해서는 안 됩니다. 공자, 그러니까 중국의 전통으로 하이데거를 소화해야 해요. 지금이 바로 그때인 것 같지 않나요?(p21) <중국 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 中


 리쩌허우(李澤厚, 1930 ~ )는  <중국 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 該中國哲學登場了>에서 기존의 서양 철학의 한계를 지적하며, 이를 대신한 새로운 중국 철학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정 본체 情 本體'가 자리한다.


 인성, 정감, 우연은, 내가 기대하는 철학의 운명이라는 주제다. 이것은 장차 21세기에 시적으로 전개될 것이다.(p112)... 어떻게 과거를 슬퍼하고 현재를 아낄 것인가, 어떻게 욕 慾을 정 情으로 이끌어 들여서 욕을 정으로 만들 것인가, 그건 바로 포스트모던에서 중국 철학으로 전환하여 운명을 선택하고 내일을 결단하는 최적의 경로에요. 그건 바로 제가 인류학 역사 본체론에서 말한 '정감 - 이성 구조(문화 - 심리 구조)' 이며 '정 본체'입니다.(p114) <중국 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 中


 저자는 도구의 사용을 통해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는 인류만의 역사가 시작된 것으로 파악한다. 도구의 사용이 인류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고,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역사(歷史)가 만들어졌고,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문자(文字)를 통해 역사의 교훈이 후대에 남게 된다. 이러한 역사 또는 경험의 결과로 철학이 만들어졌다고 바라보는 것이 저자의 관점이다. 


  중국 문자란 대체 어떤 개념일까요? 그건 바로 역사에요. 문자는 역사와 경험을 대표합니다. 문자는 역사 경험을 총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요.(p141)... 하이데거가 강조했던 건데 바로 명명 命名이에요. 제 생각에 이름 있음과 명명은 일을 나타내는 겁니다. 그 근원을 찾자면, 매듭을 지어 일을 기록하던 것이지요. 그것이 바로 최조의 역사이지요.(p142)... 명명은 중요합니다. 그건 역사의 근원이에요. 여기서 아주 중요한 중국식 사유를 총괄해낸다면 바로, 역사로 나아가고 경험을 중시하는 겁니다.(p143) <중국 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 中


 정본체 - 정감은 운명, 인성, 우연과 함께 제기한 것이지요. 일단 그 셋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p50)... 우연 - 역사는 우연으로 가득합니다... 각종 사건에 있어서 우연과 필연의 관계와 비중을 연구하는 것이 역사학의 중심점이라고 했답니다.(p51)... 인성 - 저는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인류가 '보편 필연'적으로 도구를 사용하고 제작하는 데 관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역점을 두고 연구한 것은, 도구의 사용과 도구의 제작이 인류의 심리 구조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도구의 사용과 제작으로 인해 형성된 문화-심리 구조, 즉 인성 문제이자 '누적 - 침전 沈澱'에 대한 연구에요. 누적 - 침전은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별해주는 심리 형식이지요.(p53)  <중국 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 中


 철학이 경험의 결과라면, 중국의 철학은 다른 지역의 철학과 어떤 점에서 차이가 있을까? 저자는 중국 철학의 특징으로 반(反) 이분법(二分法) 요소가 그 안에 있음을 강조한다. 정신과 육체, 이성과 감성을 구분한 서양 사유와는 달리 중국은 이(理)와 정(情)이 어울어져 도(道)와 예(禮)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서양 철학이 맞닥뜨린 철학의 위기 상황을 겪지 않을 수 있으며 때문에 철학의 위기를 극복할 대안이 된다.


 중국의 '무사 巫史 전통'으로 인해 중국 문화 속의 정감과 이성, 종교와 과학은 뚜렷이 나뉘지 않았던 겁니다. 중국에서는 공자든 맹자든, 한대 漢代의 천일합일이든, 송명이학 宋明理學의 심성 수양이든, 일종의 신앙이고 감성적인 거에요. 동시에 이성적 추리와 논증이기도 하고요. 신앙과 정감이 이성적 사변과 한데 섞여 있는 거죠.(p23) <중국 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 中


 중국 전통은 이 理와 욕 慾의 관계를 조정하고 구축하기 위한 것이지요. 즉 정이 욕에서 생겨난 것이지만 정을 욕과는 다르게 만드는 것이랍니다. 정에는 이가 있긴 하지만 이와 같은 건 아니지요. 최대한으로 이를 정과 아울러서, 정으로 욕을 변화시켜 '도'와 '예'가 되도록 하는 거랍니다.(p56) <중국 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 中


 '도 道'는 지극히 커다란 보편성을 가지고 있답니다. '도'가 바로 역사 본체론의 제1조 條랍니다. '도'는 인류의 생존과 관계가 있지요... '도'는 사실 '미 美'이기도 하답니다. '도'가 각종 형식감을 창조하거든요. 이런 '감 感'은 무엇보다도 먼저 인간의 활동 자체가 외재하는 천지자연과 하나로 일치되는 느낌, 체험, 파악, 인식이랍니다. 그 뒤에야 그것이 비로소 대상과 관계를 맺으면서 외부세계를 규범에 맞도록 만드는, 인간의 물질적 힘과 기예가 되는 것이죠. 그리고 이것이 생활의 각 방면으로 확장되는 거에요.(p146)... '도'는 경험의 척도이고, 경험은 실천에서 나오는 것이지요. 그것은 경험의 산물이죠. 역사의 긴 강을 지나면서 실천을 통해 세워진 겁니다.(p147) <중국 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 中

 

 가장 근본적인 광의의 형이상학이 아직 남아 있지요. 광의의 형이상학은 인류의 마음이 영원히 추구하는 것이자 인생의 의이, 삶의 가치, 우주의 근원에 대한 이해이며 질문이에요. 또한 정감의 추구이기도 하지요. 하이데거가 '철학의 종말'을 제기하면서 말한 것은 그리스 철학을 표본으로 삼은 거였어요. 저는 그것을 '협의'의 형이상학의 종결이라고 부르겠습니다.(p17)... 협의의 형이상학은 중국에 없어요. 하지만 중국에는 광의의 형이상학이 있답니다.(p24) <중국 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 中


 이와 같은 역사와 사상이 만들어지는 흐름과 함께 저자는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 것일까? 저자는 <중국 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를 통해 푸코(Michel Foucault, 1926 ~ 1984)와 데리다(Jacques Derrida, 1930 ~ 2004)의 해체주의를 이을 새로운 철학이 바로 중국 철학임을 말한다. 본문에서 데리다가 중국에는 철학이 없다고 말한 사실이 언급되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는 참으로 짓궂은 반론이라 생각된다.


 제가 지금 제기하는 정 본체, 다른 말로 인류학 역사 본체론은 세계의 시각이고 인류의 시각이라는 겁니다. 중국의 전통을 기초로 세계를 보는 것이지요. "인류의 시각, 중국의 관점."(p138) <중국 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 中


 그리움, 아낌, 감상 感傷, 깨달음으로 공허하고도 해결할 수 없는 '두려움'과 '번민'을 대체하고, 두려움과 번민에서 야기된 포스트모던의 '파편'과 '순간'을 대체하자는 거죠. 인간 자신의 실존이 우주와 협동하고 공존하는 것이야말로 근본이 존재하는 곳이에요. 하이데거의 디자인 Dasein 은  '현존재'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해석학에 따른다면 바로 '살아감'이지요. 그리고 제가 말하는 '인간이 살아가는 것'이기도 하고요.(p22) <중국 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 中


 <중국 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에서 저자가 그려내는 새로운 시대 철학의 모습은 중국 철학의 바탕 위에 마르크스의 유물론과 하이데거의 현상학이 결합된 모습이다. 이러한 분석도구를 사용하여 역사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철학을 풍부히 발전시켜 나가자는 것이 저자가 생각하는 새로운 시대의 중국 철학 모습이다.


 "심리가 본체가 된다." 나는 이것이 하이데거 철학의 주요 공헌이라고 생각한다. '역사 본체론'에서 두 개의 본체를 제기했는데, 앞의 본체(도구 본체)는 마르크스를 계승하고 뒤의 본체(심리 본체)는 하이데거를 계승했다. 그런데 이것 모두 수정과 '발전'을 더했다. 중국 전통과 결합하여(p164) <중국 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 中


 대담 형식으로 구성된 <중국 철학이 등장할 때가 되었는가?>는 이처럼 중국 철학 대가인 리쩌허우의 사상을 정리하여 제시한다. 또한, 저자의 대표작인 <미의 역정><중국고대사상사론> <중국근대사상사론> <중국현대사상사론> 등에 담긴 자신의 의도와 생각도 다뤄지기에, 리쩌허우 저서의 입문서로서의 기능도 갖는 부분은 책이 가진 뚜렷한 장점이다.


 반면, 중국의 역사 경험에서 비롯된 중국 사상을 인류 보편적인 사상으로 해석하는 저자의 주장에는 쉽게 찬성하기 어렵다. 중국과 다른 문명권에 속하는 이들에게도 같은 역사 인식과 철학이 공유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된다. 유럽 문명에 속하는 이들은 중국 철학보다는 오히려 불교(佛敎) 사상에 더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을까? 실제로, E. F. 슈마허 (Ernst Friedrich Schumacher, 1911 ~ 1977)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 Small is beautiful>을 통해 '불교 경제학'을 주장했으며, 이러한 사상은 환경 생태학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 등으로 뒷받침된다. 또한,  동아시아 문화권에 속하는 이들은 저자의 사상에서 대국굴기(大國崛起)를 꿈꾸는 중국의 모습을 발견하기에 쉽게 공감하기 어렵다 여겨진다. 이런 면에서 저자의 사상은 인류 보편 사상이라기 보다 현대 중국 사회 사상이라 하는 편이 바람직할 것이다. 엄밀하게는 중국 내부이 변화하는 정치 흐름은 담아내지 못한다는 면에서는 이마저도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라 생각된다. 이 부분은 다소 아쉽게 다가오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얇은 대담집을 통해 대학자의 사상 전반을 훑어볼 수 있다는 점은 이 책만이 가진 큰 장점이라 생각하며 이번 리뷰를 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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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가쟁명 - 유가.묵가.도가.법가
이중텐 지음, 심규호 옮김 / 에버리치홀딩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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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진제가의 백가쟁명을 간단하게 요약한다면 크게 세 가지 큰 논쟁으로 개괄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첫 번째는 유가와 묵가의 논쟁이다. 그 논쟁의 초점은 '인애'인가 아닌가 '겸애'인가로 모아진다. 두 번째는 유가와 도가의 논쟁으로, 그 초점은 '유위'와 '무위'의 구별이다. 세 번째는 유가와 법가의 논쟁인데, 논쟁의 초점은 '덕치'와 '법치'의 문제다.(p128) <백가쟁명> 中


 이중톈(易中天, 1947 ~ ) 은 <백가쟁명 百家爭鳴>에서 유가 儒家, 묵가 墨家, 도가 道家, 법가 法家 사상을 비교, 대조하고 있다. 저자는 시기적으로 가장 먼저 세상에 나온 유가를 중심으로 이들의 사상이 어떻게 대립하고, 영향받았는지를 위와 같이 정리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백가쟁명>에서는 여러 각도에서 이들 사상들의 영향관계와 차이점들을 제시하면서, 선진 先秦 시대 중국 사상의 전체적인 모습을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이를 다 요약하기는 어렵지만, 이번 리뷰에서는 짧게나마 핵심 쟁점을 '정명 正名'의 관점에서 정리해보고자 한다. 먼저, 유가와 묵가의 논쟁이다.


 "명분이 바르지 않으면 언어가 순통하지 못하고, 말이 이치에 순통하지 못하면 일이 이루어지지 못한다. 일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예악이 일어나지 못하고 예악이 일어나지 못하면 형벌이 적합하지 못하며, 형벌이 적합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손발을 둘 곳이 없게 된다." 공자의 말은 아주 분명하다. '정명 正名'이 어찌 쉬운 일이겠느냐?(p53)  <백가쟁명> 中


 1. 유가와 묵가의 논쟁 : 인애 VS 겸애


 저자는 <백가쟁명>에서 유가와 묵가의 논쟁을 인애와 겸애로 요약한다. <백가쟁명>의 본문을 통해 인애는 가까운 것으로부터 먼 곳으로 나가는 사랑을 의미하는 것으로, 겸애는 차별없는 사랑으로 대비된다.


 그렇다면 무엇이 인애 仁愛인가? 친정 親情, 즉 자신에게 가까운 신변에서 시작하여 점차 타인까지 미루어나가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먼저 자신과 자신 주변의 사람을 사랑하고 더 나아가 친척과 마을 사람들까지 사랑하라는 것이다.(p182) <백가쟁명> 中 


 이른바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마치 자신을 사랑하는 것처럼 남을 사랑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다른 나라를 자신의 나라처럼 보거나 다른 가족을 자신의 가족처럼 생각하며, 다른 사람을 자신을 보는 것처럼 대하는 것이다. 이런 사랑이 바로 '겸상애 兼相愛' 또는 '겸애'이다.(p174) <백가쟁명> 中


 '사랑'에 대한 유가와 묵가의의 입장차이는 '정명론'에서 '일이 이루어지지 못하면'에 해당된다고 생각된다. 사랑을 가까운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유가의 입장은 '일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일종의 차선책인 반면, 묵가는 이를 '명분이 바르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이고 차별없는 사랑을 주장한 것에 이들의 차이가 있지 않을까. 어느 사상이 보다 현실적인지, 아니면 보다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답은 독자 자신들이 내려야 할 것이다.


2. 유가와 도가의 논쟁 : 유위 VS 무위


 공자에게 인간됨의 가장 높은 경계는 '인 仁'이고, 치학 治學에서 가장 높은 경계는 '락 樂'이다.(p100) <백가쟁명> 中


 "도 道를 잃은 후에 덕 德이 있게 되고, 덕을 잃은 후에 인 仁이 있게 되며, 인을 잃은 후에 의 義가 있게 되고, 의를 잃은 후에 예 禮가 있게 된다. 예는 충신이 부족한 것이며 어지러움의 시작이다." 다시 말해 인이나 의를 강조하다 끝내 예를 말해야 할 지경까지 이르면 더 이상 수습할 수 없다는 뜻이다.(p329)... 노자의 주장은 아득하게 먼 옛날 여전히 도가 존재했던 씨족사회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원시 씨족사회는 계급이나 모순, 투쟁은 물론이고 지혜나 도덕도 없고, 정부도 없는 '무'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도가가 말하는 '도', 즉 무 無 또는 무위 無爲이다.(p331)<백가쟁명> 中


  유가와 도가의 논쟁은 '유위'와 '무위'에 대한 논쟁이다. 이를 도가의 입장에서 치환 한다면, '하덕'과 '상덕'의 형태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하덕과 상덕은 무엇일까? 유가에서 강조하는 '인', '의' 그리고 '예'는 도가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하덕'에 속한다. 반면,  도가는 '상덕'에 속하는 '도'와 '덕'을 강조하는데, 이들의 차이는 다음과 같이 설명된다.


  <도덕경> 제 38장은 이렇게 시작된다. "상덕 上德을 지닌 이는 스스로 덕이 있다고 여기지 않으니, 이로써 덕이 있고, 하덕 下德을 지닌 이는 스스로 덕을 잃지 않았다고 여기니, 이로 인해 덕이 없게 된다." 의미는 분명하다. 최고의 도덕은 도덕이 필요 없다. 필요 없기 때문에 오히려 덕이 있게 된다.(p320) <백가쟁명> 中


 상덕을 지녔다면 생기지 않았을 혼란을  하덕의 강조를 통해서는 해결될 수 없다는 주장을 통해 유가를 비판하는 도가의 사상은 '정명'에서 '명분이 바르지 않으면'에 대한 다른 답이라 여겨진다. 문명 文明 이전으로 돌아가 도와 덕의 시대를 지향한 도가와 문명 이후 인간됨을 강조한 유가의 입장 중 어느 편을 더 중하게 생각할 것인가에 대한 답은 우리가 생각할 문제다. 


3. 유가와 법가의 논쟁 : 덕치 VS 법치


 저자는 <백가쟁명>을 통해 성현 聖賢의 질서를 강조한 유가 사상과 일반인들의 질서를 강조한 법가 사상을 비교하면서, 이상적인 면에서는 유가의 손을, 현실적인 면에서는 법가의 손을 들어준다. 그리고, 법가의 현실적인 면이 가장 잘 드러난 것이 바로 '양면삼도'다. 


 세 勢를 통해 위신을 세우고, 술 術을 통해 신하를 부릴 수 있으며, 법을 통해 백성을 제어할 수 있다. 이것들이 바로 군주의 수중에 있는 지휘도 指揮刀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법가의 '양면삼도 兩面三道'이다. 양면은 '이병 二柄', 즉 상과 벌, 포상과 징벌이고, 삼도는 세와 술, 법이니 권세를 통한 장악과 음모와 계략, 그리고 엄격한 형법을 말한다. 이것이 바로 한비가 군주에게 바치고자 했던 핵심 내용이다.(p448)<백가쟁명> 中


 저자가 보다 현실적이라 말한 법가와 유가의 논쟁은 '정명'에서 어디에 해당할 것인가. 아마도 '예악이 일어나지 못하면 형벌이 적합하지 못하며' 대목이 아닐까. 전국 시대 戰國時代 말기의 극심한 혼란 속에서 예악이 무너진 상황에서 법가는 형벌을 바탕으로 백성들의 손발이 향할 곳을 제시했기에 보다 현실성을 가졌음을 생각하게 된다. 개인들이 성현의 모습을 본받으면서 수양할 것을 강조한 유가와 현실의 제약조건을 인정하고 '제약조건 하의 최선'을 강조한 법가 중 우리가 취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이 논쟁이 우리에게 주는 마지막 과제다.


 이처럼 <백가쟁명>에서는 유가를 중심으로 다른 사상들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은 두 가지 면에서 좋은 입문서라 여겨진다. 첫 번째는 이러한 사상의 차이와 더불어 현실적 의미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저자가 이끌어준다는 점에서다. 두 번째는 균형잡힌 시각이다. 시기적으로 먼저 성립한 사상이 후대 사상들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그렇다고 반론할 수도 없기에 불리한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유가의 불리함에 대해서는 저자 이중텐이 직접 나서서 설명하면서 균형을 잡아준다는 점은 쉬운 해설과 더불어 이 책의 다른 장점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점에서 생각해볼 때, <백가쟁명>은 고대 중국 사상의 좋은 입문서라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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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8-11-24 1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저도 동양철학에 손이 많이 가네요. 잘 읽고 갑니다 겨울호랑이님. 행복한 주말 되십시오^^;

겨울호랑이 2018-11-24 10:37   좋아요 1 | URL
북프리쿠키님 감사합니다. 북프키쿠키님께서는 워낙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으시니 어디 동양철학뿐이겠습니까? ^^:) 오늘도 즐거운 독서, 행복한 하루 되세요!

서니데이 2018-11-24 1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에 정명에 대한 설명을 읽었을 때, 의미를 알 것 같은데도 어렵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 시대의 이론들이 시간이 오래 지났지만,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는 것에서 기록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합니다.
겨울호랑이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8-11-24 21:18   좋아요 1 | URL
^^:) 정말 그렇네요. 당시 사상이 지금도 전해지는 것은 그 사상의 내용도 깊이가 있어서겠지만 동시에 기록했기에 기능했겠지요.. 매일 기록을 남기시는 서니데이님의 꾸준함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서니데이님도 행복한 주말 되세요!^^:)

서니데이 2018-11-30 17: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호랑이님, 오늘은 11월 마지막 날입니다.
11월에는 좋은 일들 많으셨나요. 겨울호랑이님 댁에는 예쁜 고양이 귀요미가 찾아와서 더 좋은 11월이었을 것 같습니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12월에는 더 좋은 일들 가득한 연말 보내시면 좋겠습니다.
기분 좋은 주말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8-11-30 21:0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벌써 2018년도 마지막 달이네요. 서니데이님께서도 즐거운 주말과 함께 행복한 12월을 여시기 바랍니다.!^^:)

2018-11-30 2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1-30 2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10.26‘이라고 하면 국민들 다수가 1976년‘박정희 전대통령 사망일‘로 기억하지만, 사실 그 이전부터 10.26은 의미있는 날이었다. 많은 이들은 잘 모르는 사실이겠지만...

1909년 10월 26일은 하얼빈 역에서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이 조선통감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날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독재자 박정희가 쓰러졌어도 이 땅의 민주주의가 돌아오지 않았던 것처럼, 한국 근대사의 끝자락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죽였지만 일제에 의한 강제병합은 막을 수 없었다. 그렇지만, 1909년의 10.26의거는 캄캄한 일제 치하에 떠올랐던 찬란한 별이라 여겨진다.

그리고, 「안중근과 동양평화론」은 1909년의 10.26이 단순한 테러가 아닌 평화로 가기 위한 구한말 한 지식인의 고뇌에 찬 결단임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된다.

이제 우리는 10.26을 독재자 사망일로 기억하기보다 더 큰 평화의 길을 가기위한 의거일로 기억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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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7 0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27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북프리쿠키 2018-10-27 11: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기억하겠습니다. ~
겨울호랑이님 주말 잘 보내세요^^

겨울호랑이 2018-10-27 11:45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북프리쿠키님께서도 가을 주말을 책과 함께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2018-10-28 2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29 0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8-10-29 11: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18-10-29 13:31   좋아요 1 | URL
페크님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인도철학산책 - 인류의 정신세계와 종교문화의 보고
이태승 지음 / 정우서적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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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철학 산책>은 인도 철학의 흐름을 알기 쉽게 정리한 입문서다. 이에 따르면 오랜 기간 걸쳐 형성된 인도 철학은 전형적인 변증법(辯證法, dialectics)적 구조를 가지고 형성된 것으로 파악된다. <베다>와 <우파니샤드>의 권위를 인정할 수 있는가의 여부에 따라 인도철학은 크게 두 파(派)로 구분할 수 있다.


 인도에서 전개된 철학을 말할 때 중요한 기준을 제공하는 것이 베다(veda)와 우파니샤드(Upansad)에 나타나는 철학사상이다. 베다는 고대인도 아리아인에 의해 만들어진 종교문헌이며, 우파니샤드는 베다문헌의 핵심적인 사상과 철학을 담고 있는 문헌이다.(p18)... 베다와 우파니샤드의 권위와 전통을 인정하는가의 여부와 그 핵심적인 개념을 긍정적으로 수용하는가의 여부에 따라 인도철학은 유파(有派)라는 의미의 아스티카(Astika)와 무파(無派)라는 의미의 나스티카(Nastika)로 나누어진다.(p19) <인도 철학 산책> 中


 여기에서 말하는 <베다>와 <우파니샤드>의 권위는 크게 '브라흐만'과 '아트만'이라는 존재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거칠게 표현해서 자연법칙인 '브라흐만'과 사회법칙과 심리학의 요소가 있는 '아트만'을 깨달아 카르마(karma)에서 벗어나는 것. 그것이 아스티카가 추구하는 바였다. 반면, 이러한 '브라흐만'과 '아트만'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나스티카의 입장이다.


 철학적 사색을 통해 우주자연의 근본원리로 발견된 것이 브라흐만(Brahman)이고, 이 브라흐만은 우주자연의 궁극적인 원리 혹은 근원적인 힘으로 여겼다(p39)... 이 브라흐만은 우주자연은 물론 인간 삶의 근원적인 이치를 알게 하는 본질적인 요소이다. 이와 동일한 근원적인 요소를 인간의 내면에서 발견한 것이 아트만(atman)으로, 아트만을 알게 되면 인간은 고(苦)에서 벗어나 해탈을 이루게 된다.(p40) <인도 철학 산책> 中 


 유파란 베다와 우파니샤드를 존중하고 받들며 그것들의 중심 개념을 인정하는 사상전통을 가리킨다. 이러한 사상전통을 대표하는 것이 오늘날 6파 철학으로 불리는 상키야, 요가, 바이쉐쉬카, 니야야, 미맘사, 베단타의 여섯 학파이다... 유파 곧 아스티카로 불리는 정통철학에 반대하는 새로운 철학적 전개가 무파 곧 나스티카라 불리는 비정통 철학이다. 여기에 속하는 철학사상으로는 유물론, 불교, 자이나교를 들 수 있다.(p19) <인도 철학 산책> 中


 반면, 나스티카의 대표 사상인 불교철학에서는 절대적인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끊임없는 성찰을 통해 업(業 Karma)를 소멸시키는 것을 강조한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자이나교(Jainism) 역시 고행(苦行)을 통한 업(業)의 소멸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무파의 입장에 서 있다고 하겠다.


 연기(緣起, Pratityasamutpada : 인간의 심신 心身 일체의 삶이 서로 관련되어 존재한다는 것)적인 삶에 대한 통찰을 통해 얻은 지혜로 고(苦)를 소멸시키는 것이 붇다의 근본적인 가르침이다. 여기에는 브라흐만이나 아트만과 같은 절대적인 존재란 있을 수 없다. 브라흐만이나 아트만과 같은 개념은 연기의 이치를 모르고 고(苦)에 속박된 인간이 상정한 것이며, 따라서 사람들은 연기의 이치를 아는 지혜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p71) <인도 철학 산책> 中


 절대 존재인 '브라흐만'과 '아트만'의 인정 여부에 따라 철학의 유파에 따라 유파(아스티카)와 무파(나스티카)로 나눈다면, 이들을 각각 정(正)과 반(反)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이 만나는 합(合)의 위치에 있는 것은 '힌두교'라 여겨진다.


 힌두교(Hinduism)는 베다 우파니샤드 이래 브라만의 종교전통을 바탕으로 하고 힌두철학을 교리적 근간으로 하여 형성된 종교문화현상이다.(p157)... 힌두교가 지니는 종교적 특성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강력한 포용과 수용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포용력과 수용력은 특히 비슈누(Visunu)신에 대한 신앙에서 더욱 잘 나타난다.(p158)... 불교의 개조인 붓다도 비슈누신의 화신으로 간주되었다. 이것은 종교문화의 형태로 불교를 힌두교 속에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이다.(p159) <인도 철학 산책> 中


 이처럼 우리는 힌두교 교리 안에 녹아있는 유파(아스티카)와 무파(나스티카)의 영향을 확인할 수 있기에, 힌두교가 인도 종교에 있어 합(合)의 위치에 있다고 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 여겨진다. 이렇게 인도 철학을 종합한 힌두교지만, 뒤이어 전파된 이슬람의 영향으로 인도 사회는 또다시 변화하게 되었음을 <인도 철학 산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도 철학 산책>은 인도 철학 입문서라 하기에는 내용적으로 다소 가볍게 느껴겨진다. 때문에, 많은 내용을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인도 철학의 전체적인 틀을 잡기에 좋은 책이라 생각된다. 


 비록 책의 내용은 가볍지만, 이 안에서 담겨진 인도 철학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는 인도 철학안에 함께 녹아 들어가 있는 동서양 철학 때문이라 생각된다. 예를 들면, 우리는 힌두교 사상안에서 기독교의 삼위일체(三位一體, Trinitas) 교리를 떠올릴 수도 있으며, 동시에 카르마라는 개념을 통해서 동양의 주역(周易)의 순환론적 시간관을 느낄 수 있다. 고대 헬레니즘(Hellenism) 문화권 아래 있으면서 동시에 중국과 교류했던 문화 중심국으로서 인도의 역량을 우리는 철학에서도 확인하게 된다.


[사진] 트리무르티(출처 : 위키백과)


 힌두교의 신들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삼위일체(三位一體, Trimurti)로 표현되는 브라흐마(Brahma), 비슈누(Visunu), 쉬바(Siva)이다. 이 중 브라흐마신은 우주의 창조를 담당하며, 비슈누는 우주의 전개와 지속을, 쉬바는 우주의 파괴와 소멸을 담당한다... 불이론(不二論) 베단타의 견해에 따르면, 고차원의 유일 전래의 브라흐만이 저차원의 상대적인 모습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곧 신들을 포함해 존재하는 일체의 것들은 절대적인 브라흐만이 그 모습을 나타낸 것으로, 그 본질은 모두 동일한 브라흐만이다.(p158) <인도 철학 산책> 中


 또한, 아스티카와 나스티카로 구분되는 인도 전통 철학의 결합과 외래사상인 이슬람교의 대립은 우리나라에서 무속신앙과 불교의 결합과 기독교의 대립 양상을 떠올리게도 한다. 이러한 면에서 본다면 인도 종교사가 우리에게 무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도 철학 산책>을 통해 다음에 읽을 인도 철학의 큰 틀과 몇 가지 물음은 이정도로 정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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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8-08-29 20: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독서의 끝판왕인 인도철학까지 가셨습니다.
솔직 부럽습니다. ^^
거의 모든 책이 식상하고 재미없을 때 종국 도달하는 책이 불교와 인도철학이라고 배웠습니다. ^^ 전 언제 이런 책 읽을 날 올지 궁금합니다. ^^

겨울호랑이 2018-08-29 21:10   좋아요 2 | URL
에고... 그렇다면 제가 실수로 번지수를 잘못 찾아갔네요. 그 전에 읽을 책이 많은데 잘못 기웃한 것 같습니다.^^:)

북다이제스터 2018-08-29 21:13   좋아요 2 | URL
별말씀을요. 전 단지 부러워서... 제겐 넘 어렵고 가당치 않아서 부러워 드린 말씀인데.... 죄송합니다.

겨울호랑이 2018-08-29 21:20   좋아요 1 | URL
아니에요^^:) 저야말로 분에 넘치게 「마하바라따」를 들고 있습니다만, 이 양반들 스케일이 이만저만 큰게 아니라 아주 혼쭐이 나고 있습니다 ㅜㅜ 인도가 끝판왕이라는 북다이제스터님 말씀에 적극 공감합니다^^:)

2018-08-29 2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30 0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lassy 2018-08-29 23: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글 잘읽고 갑니다. ˝먼나라 이웃나라˝의 저자이신 이원복 교수님께서 추천해 주신 ˝인도 인사이트˝가 발간되었습니다. 알기 쉬운, ˝먼나라 이웃나라˝ 스타일의 나래티브로 힌두교와 불교의 관계를 포함, 인도에 대한 소개를 쉽게 꾸민 책인데, 한 번 추천 드려요

겨울호랑이 2018-08-30 09:49   좋아요 1 | URL
classy님 감사합니다^^:) 추천해주신 책도 읽어보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2018-08-30 2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31 08: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31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31 1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31 1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강신주의 노자 혹은 장자 - 노자의 길과 장자의 길 사이에서
강신주 지음 / 오월의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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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신주의 노자 혹은 장자>는 철학자 강신주(1967 ~ )의 관점에서 노자(老子, BC 604 ? ~ ?) 와 장자(莊子, BC 369 ? ~ BC 286)에 대한 해석을 담고 있다.  우리가 알던 노장사상(老莊思想)이 아닌 제국주의(帝國主義) 사상의 기본으로 해석된 노자와 타인과 자신의 소통으로 해석된 장자 사상은 신선함과 낯설음을 함께 느끼게 한다. 이하 리뷰에서는 강신주에 의해 해석된 노자와 장자에 대해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려 한다.


1. 노자(老子) : 제국-국가의 수탈과 재분배에 대한 이론적 배경


 저자에 따르면 노자 사상은 하나의 거대한 제국을 지향한다. 제국에 이르기 위해 통치자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향하는 마음을 가지고 통치해야 물이 모이듯 제국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한다. 또한, 저자는 제국은 국가와 동일한 작동한 원리를 가지는 것으로 이해하고, 국가의 작동원리를 '수탈과 재분배'라는 교환체계로 해석한다.


 노자 철학에 등장하는 많은 중요한 개념 중 하나가 바로 '천하(天下)'이다. '천하'는 글자 그대로 '하늘 아래'를 의미한다. 결국 이것은 전국(戰國)의 혼란과 무질서를 '하늘 아래'라는 생각으로 통일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하고 있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강력한 파시즘으로 무장한 국가의 무력으로는 전국(戰國)을 통일할 수 있지만, 결코 그것만으로 통일된 제국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던 것이다.(p284)


  노자의 해법은 피통치자가 '제국'안에 들어오면 사랑의 원리로, '제국' 바깥에 남으려고 한다면 폭력의 원리에 입각해서 통치해야 한다는 것을 역설한다... 흥미로운 것은 노자의 '제국' 논리가 역사상 존재했던 크고 작은 거의 모든 '제국들'에서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점은 '제국'이 결코 '국가'와 독립적인 층위에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노자 철학의 진정한 고유성을 그가 '제국'으로까지 이어질 '국가'의 작동원리를 발견했다는 것에서 찾아야 한다.(p285)


 저자는 '수탈-재분배'라는 교환 체계를 통해 국가를 해석하고, 이러한 체계를 통해 국가 또는 제국이 유지된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볼 때, 노자의 사상은 '더 얻기 위해 자신을 더 낮추는' 목적이 있는 고도의 정치학으로 해석된다.


 노자에 따르면 국가란 하나의 교환 체계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국가는 수탈과 재분배라는 교환 논리에 따라 작동하는 기구다. 그러나 문제는 노자가 국가를 자명하게 주어진 전제라고 생각했다는 점이다.(p285)


 수탈과 재분배라는 고유한 작동 원리가 유지되는 한, 그것이 전자본주의 경제체제든 혹은 자본주의 경제체제든 아니면 우리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경제체제든 간에, 국가가 그 어떤 생산양식 혹은 생산력이라도 자신의 교환 논리로 선택하고 편입시킨다고 보아야 한다.(p288)


 <강신주의 노자 혹은 장자>는 노자 사상을 마르크스 주의(Marxism)적으로 해석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본문을 저자처럼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노자 후대에 나타난 정치경제구조를 통해 역(易)으로 과거 사상을 해석한 것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수탈과 재분배' 라는 후대의 하부구조의 현상속에 추상적인 노자 사상의 일면이 담길지는 몰라도, 그게 노자 사상의 전체라고 보기에는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노자 사상을 경제사상으로 한정시키는 순간 그 길은 길이 아닌 것이 되지 않을까.(道可道 非常道)하는 생각을 <노자>편에서 하게 된다.


2. 장자(莊子) : 타자와 소통을 통해 얻게 되는 자유


 이번에는 저자가 해석한 장자 철학을 살펴보자. 장자의 철학은 소통의 철학으로 정리될 수 있다. 다른 사람과 소통하기 위해 우리는 꿈(자기동일성)에서 깨어나 타인과 직접 부딪혔을 때에 이르러야 우리는 비로소 소통을 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소통을 통해 타인과 자신이 서로 긍정 된다.


 장자의 철학은 전국시대라는 정치적 상황과 제자백가로 상징되는 사상적 상황의 산물이었다. 다시 말해 대화와 소통의 결여라는 상황 속에서 그의 철학은 탄생했다.(p614)..  갈등과 대립의 시대에 장자는 진정한 대화와 소통을 꿈꾸었던 사람이다. 그에 따르면 우리는 진정으로 타인과 대화하고 소통하기 위해서 유아론적 꿈에서 깨어나야만(覺)한다.(p615)


 단지 깨어난 상태는 주체가 자신의 유아론적 자기동일성에서 벗어나서 타자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된 상태에 지나지 않는다... 깨어남은 주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 뿐, 결코 필연적으로 타자와의 소통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는 말이다. 소통의 성공 여부는 소통의 양 항이라고 할 수 있는 주체와 타자에 의해 동시에 결정되는 법니다.(p615)... 절대라는 개념 속에서는 주체와 타자는 원리적으로 소멸되어버릴 수밖에 없다. 반면 무대(無待)가 '매개에 의존하지 않음'으로 이해될 때, 주체와 타자는 실존적으로 긍정될 수 있다.(p616)


 그리고, 저자는 타인과 소통을 통해 기존의 자신에서 벗어나 새로운 자신으로 거듭났을 때 이를 '자유가 실현되었다'고 해석하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장자는 자신이 깨어나 타인과 소통을 통해 새로운 자신으로 올라섰을 때 비로소 자유를 얻게되는 것이다. 저자의 장자 해석은 전형적인 변증법(辯證法) 구조로 정(正)- 반(反) - 합(合)의 과정을 통해 합에 이르렀을 때 이를 자유라고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소통은 지적인 이해나 또는 정서적 교감과도 구별되어야 한다. 지적인 이해나 정서적 교감에 대한 논의는 기본적으로 독립된 주체와 타인을 전제하기 마련이다... 소통은 우리가 새로운 주체로 생성되는 비인칭적 수준에서의 관계 맺음으로 정의해야 한다. 다시 말해 장자에게 주체의 자유는 주체 자신이 스스로 자신의 주체 형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데 있다. (p618)


 장자에게 소통은 자유(逍遙遊)라는 이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오직 비인칭적 마음으로 타자와의 소통이 가능했을 때, 자유는 실현될 수 있다. 자유가 실현되었다는 것은 동시에 주체가 새로운 타자와 소통해서 새로운 주체로 변형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p619)


 아직 <장자>를 충분히 읽지 않아서 이에 대한 개인 의견은 나중에 기회가 될 때 정리하도록 하고, 먼저 저자의 생각을 요약해 보았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강신주의 노자 혹은 장자>는 동양사상을 서양철학의 관점에서 해석한 책이다. 본문에서는 데카르트, 들뢰즈 등 여러 철학자들의 사상을 통해 노자와 장자 사상을 해석하고 있어 독자들은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 기존 <논어 論語>에 대한 일반적인 해석만 접하다 오규 소라이(荻生?徠, 1666 ~ 1728)의 <논어징 論語徵>을 대했을 때처럼 우리는 낯설음을 느끼게 된다. 그렇지만, 이 책에 따르면 독자들은 노자와 장자에 대한 과거 인식을 버리고 타자(강신주)와 소통하고, 이러한 낯설음을 받아들였을 때 새로운 관점을 가지는 자신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는 기분좋은 낯설음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면서 이번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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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21 1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2-21 1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케 2018-02-21 1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 저는 개인적으로 지금은 거의 절판된 도올의 초기 책 <노자철학 이것이다-상>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2. 오규 소라이의 <논어징>이 새로우셨다면 도올의 <논어한글역주 1,2,3>을 권합니다. 오규 소라이의 ‘고문사론‘적
주석론이 어떻게 더 뛰어나게 발현되는지 보실 수 있을겁니다, 그리고 저는 호들갑스런 오규 소라이 평가론에
마루야마 마사오의 의도성을 의심하는 편입니다,

겨울호랑이 2018-02-21 12:42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알케님 좋은 책소개 감사합니다. 예전에 「노자와 21세기」는 읽은 적이 있습니다만, 말씀하신 「노자철학 이것이다」는 또다른 내용인지 궁금해집니다^^:)

Lomain 2018-02-22 08: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부터 줄곧 강신주 박사의 노자론이 궁금했는데, 겨울호랑이님 덕분에 궁금증을 풀고 갑니다. 직접 읽어보기도 해야겠네요. 잘 읽었습니다~

겨울호랑이 2018-02-22 10:2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Lomin님 작은 도움이 되어 저 역시 기쁩니다. 직접 읽으신다면 더 많은 것을 배우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양철나무꾼 2018-02-23 1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간만에 ‘오규 소라이‘보니 새롭네요~^^

전 강신주의 ‘노자, 장자‘는 제법 읽은 것 같은데,
그 후로 다른 분들의 노자와 장자를 읽으면서 비교되거나 또렷해지는 느낌이 아니라,
묻혀서 희미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왠지 고뇌하는 철학자라기 보다는 퍼포먼서라는 느낌.

강신주 님은 ‘제자백가 시리즈‘가 완전 죽음이었는데,
출판사도 빵빵한데 왜 후속편이 안나오는지 모르겠어요~^^

겨울호랑이 2018-02-23 14:01   좋아요 1 | URL
양철나무꾼님께서는 동양철학, 특히 노자 철학을 많이 좋아하셔서 시중의 많은 저작을 두루 섭렵하셔서 그런 느낌을 받으셨을 것 같아요. 그래서 큰 흐름 속에 묻힌 것은 아닐까 생각됩니다^^: 저는 이중텐의 「백가쟁명」을 예전에 읽었는데, 양철나무꾼님의 말씀을 들으니「제자백가 시리즈」도 궁금해 지네요. 항상 좋은 책 소개에 감사드립니다^^:

양철나무꾼 2018-02-23 14:08   좋아요 1 | URL
두루 섭렵한 정도는 아니고(삐질~‘‘),
님 말씀을 듣고 보니 그럴지도요~^^
예전엔 강신주를 좀 좋아했는데,
언제부턴가 강신주는 부담스럽더라구요.
그래도 아직도 그분의 책이 나오면 꼬박꼬박 챙겨 구입합니다.

강신주 님 제자백가 시리즈 2권까지 읽고 공원국 님 ‘춘추전국이야기‘ 읽으니,
그건 또 내용이 선명해 지더라구요~^^

제가 노장을ㅡ 노자 보다는 장자를- 좀 좋아하기는 하는가 봅니다.

양철나무꾼 2018-02-23 14:09   좋아요 1 | URL
아참참~, 연의 어린이 프.사.가 바뀌었네요.
많이 컸네요, 예뻐라~^^

겨울호랑이 2018-02-23 14:15   좋아요 1 | URL
^^: 그렇군요. 저는 아직 <장자>를 제대로 읽지 못했는데, <장자>는 노자 사상과는 또다른 맛이 있는 듯 하여 기대가 됩니다. 사진은 얼마전 눈썰매를 타러 가는 출격 전 좋아하는 모습입니다. 아이들은 타는 것을 참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따라가기는 힘들지만, 저도 덕분에 눈구경 한답니다. 항상 예쁘게 연의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