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황홀 - 우리 마음을 흔든 고은 시 100편을 다시 읽다
고은 지음, 김형수 엮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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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는
지는 해를 가장 사랑한다
파도는
뜨는 달을 가장 사랑한다

나는 그 이상을 모르고 돌아온다

무제시편 369 일부

"주어진 파도는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사랑하고, 또 하나의 주어인 나는 온 정성을 다해 모르는 것으로 예의를 다한다. 무슨 말이 필요할 것인가."

 

 

 

 

  

보다시피 여백의 미가 많은 책이다.

그래서 금방금방 넘겨다볼 수 있었다.

군데군데 예쁜 그림도 많다. 

 

 다만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시의 일부만 올렸다는 점이다. 그래서 <순간의 꽃>이라는 고은의 시집이 더더욱 읽고 싶어졌다. 책을 읽었는데 또 다른 책을 읽고 싶어지는 미운 책들이 있다. 이 책도 그 중의 하나인 듯하다. 다행히 내가 사는 곳 근처의 도서관에 있어서 쉽게 구해볼 수 있을 듯하다.

 그리고 시는 다 좋은데 시에 관련된 김형수 씨의 설명이 좀 마땅찮았다. 예를 들어 무제시편 369와 136 정도면 매우 좋았지만 군데군데 고은을 너무 띄우는 듯한 글이 보여서 김남조 시인같은 분을 한국 시인의 으뜸으로 치는 나로서는 그저 그랬다. 외국 시인들과 고은을 비교하는 구절도 좀 너무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미시에는 영미시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다. 마치 그 시인들을 언어에 구속당한 사람들마냥 비유하는 게 내 비위에 수틀렸다.

 그렇지만 확실히 고은의 시가 꽤 좋다는 건 인정하겠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고은의 시는 겨울에 관련된 시라던가 눈에 관련된 시만 읽었었다. 왠지 색감이 없는 느낌이어서 그저 그랬는데, 파도와 꽃에 대해 다룬 시는 확실히 다채로운 무언가가 있었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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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아름답다 2015.4
녹색연합 편집부 엮음 / 녹색연합(잡지)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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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결혼 생활이 그렇듯 안전과 자유는 따로 떨어져서는 존재할 수 없지만 그러한 공존이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 둘 다 상대(또는 또 다른 자아)를 균형 잡고, 보상하고, 중화하는 일종의 구원을 거부해야만 안전과 자유가 모두 잠 못드는 악몽에 빠지는 열렬한 갈망에서 벗어난다. (...) 안전과 자유의 동거는 앞으로도 항상 격정적이고 극도로 긴장된 채로 남을 것이다.

 

 

  

음... 주변에 오타쿠 분들이 많은데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미리 밝혀두는데 사람의 취미는 존중하며 이를 함부로 욕하거나 저지할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같은 경우도 요즘 신나게 책을 구입하고 있어서 한달에 구입하는 책만 해도 나무 몇 개가 베어질지(...)

 

 하지만 적어도 이것만큼은 자부한다. 난 책을 포함하여 내가 산 물건이 시간이 흘러도 계속 유용하게 쓰일지, 내가 이 제품을 폐기처분한다면 이것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신중하게 고민하면서 산다. 옷 또한 왠만하면 버리지 않고, 문제가 생기면 꼭 수선실에 맡기는 편이다. 핸드폰도 왠만하면 자주 바꾸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결국 5월달에 바꾸게 될 것 같지만.) 이번 호는 '친환경 제품'마저도 유행의 하나로 포함되어가는 요즘 분위기를 다루고 있다. 에코백과 텀블러 등이 사실 순수하게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 생각하면, 안타까운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보자. 전기차는 처음엔 일반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매연을 막기 위해 고안되었다. 하지만 전기차를 만들기 위해 환경이 얼마나 소모될까? 전기차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송전탑이 필요해지고, 송전탑을 세우기 위해 나무가 베어지고, 송전탑이 있는 마을에서 도저히 살 수 없는 시민들이 항의를 하자 벌금을 먹인다.

 오타쿠 쪽에 대해서 좀 더 이야기하고 싶다. 요즘 사람 각자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정신이 생기고 있고, 1인 가구가 많아지면서 오타쿠 취미를 누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있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이 소비를 촉진시킨다는 기사나 각종 논문이 뜨면서 '키덜트'를 노리는 상품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무더기로 쏟아져나오는 피규어는 감탄스럽기도 하지만, 솔직히 '저 플라스틱이 시간이 지나 모두 버려진다면?'이란 생각이 들은 것도 사실이다. 무조건 버리지 말라고 할 수도 없다. 정리를 할 때 쓸모없는 물건을 분리수거하여 버리는 건 필수이다. 오히려 오타쿠 분들에게 가장 권하고 싶은게 정리정돈이다. 하지만 물건을 사기 전에 좀 더 생각해보라고는 말하고 싶다. 내가 저것을 사서 집에 놓아도, 난 진열장에서 저것을 처음 봤을 때의 그 순간처럼 변함없이 그것을 아끼고 사랑할 수 있을까?

 

 * 몇번이나 말하지만 내가 이런 글을 쓸 자격이 없는데 끄적거려서 죄송하다(...) 그냥 이전부터 생각했던 거라 조심스럽게 써본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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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코리아 Fortune Korea 2015.4
포춘코리아 편집부 엮음 / 한국일보사(월간지)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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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지식의 경쟁' 시대는 지났습니다. 인터넷 혁명과 모바일 혁명으로 모든 사람이 지식을 공유하게 됐습니다. 지식의 변별력이 낮아졌고, 기술의 변별력도 굉장히 찰나적입니다. 앞으로의 경쟁은 '정신의 경쟁'입니다.

 

  

  

난 일반화를 극도로 혐오하며 그래서 되도록이면 '모든 사람은'이 아니라 '대부분은'이라는 말을 앞에 붙이려고 노력한다.

이것은 또한 '내가 나이를 먹어도 아직 꼰대가 된 건 아니다'라는 발악의 표시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난 저 위의 인상적인 글귀도 반박하고 싶다.

넘치는 지식 속에서 당장 필요한 지식을 콕 찾아내는 것은 요즘 시대까지는 아직 필요한 자질이기 때문이다, 

 

 일단 저 문장 뒤에 달린 설명은 가관이다. 옛날 헝그리 정신 시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데, 마치 부득부득 윗자리에 앉아서 끝끝내 젊은이들에게 자리를 양보할 줄 모르는 이어령 씨가 할 법한 어처구니 없는 말이었다. 일반화론을 펼치고 싶진 않지만, 벤처기업의 선두에 계시다는 분들은 상당히 친정부적인게 아닐까. 우리나라의 미래는 참 어둡구나...

  하지만 '정신의 경쟁'에 딱히 반박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난 헝그리 정신을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주로 우파들 사이에 만연한 그 막연한 낙관이 사실 우리나라 진짜 위기이다. 내가 이야기하는 것은 현실을 똑바로 마주할 수 있는 '건강한 정신'이다. 투자만 해도 그렇다. 만약 부유하고 높으신 분들부터 개미 투자자들까지 몸을 정말로 건강하게 할 수 있는 유기농 식품이라거나 친환경 에너지에 신념을 가지고 투자했다면 세상은 좀 더 윤택하게 바뀌었을 것이다. 땅 한 뙈기마저 콘트리트로 덮어버리는 그 윤택함이 아니라, 도심에서도 소소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윤택함 말이다. 난 자본주의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만약 좋은 곳에 돈을 쓴다면 '돈독'이라고 불리는 그 돈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연인에 대해선 기준이 꽤 다양(?)한 편이지만, 만약 미래의 배우자를 찾는다면 내가 세우는 기준은 딱 하나다. 건전한 정신. 사실 투자관도 이와 별로 다를 바가 없다. 윤리관, 가치관 등을 꼼꼼히 살펴본 후 결론을 내린다. 그런 투자가 꼭 성공(?)한 것만도 아니지만(대박쳤으면 적어도 일터에서 최저시급 받으며 발목 삐어가며 하드워킹한 다음 여기다 일기같은 리뷰쓰고 있지 않겠지. 강론회같은 데서 발표하고 있겠지.), 적어도 후회는 없다. 투자를 할 때 내 경우를 본받으라는 것도 아니다. 그저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도덕적 기업에 대해서 잠깐이라도 생각했으면 좋겠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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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GO 몬스터
마츠모토 타이요 지음 / 애니북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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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가 너의 상자인 셈이야, 유키.

 


 


곧 폐교될 초등학교.

그 학교에서 저 세계에 사는 것들을 보는 아이는 사실 타치바나 유키만이 아니었다.

단지 유키가 3학년이었을 당시 학교에서 그런 것들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유키 한 명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딱히 그가 왕따인 것도 아니다. 상당히 머리가 좋은 선배이나 항상 머리에 상자를 뒤집어 쓰고 토끼 우리 안에 들어가있는 IQ라는 사람과 이따금씩 '매우 비현실적인' 대화를 나눌 때도 있다. 그리고 정원사 할아버지를 도와서 나무와 꽃을 가꾸기도 한다. 할아버지의 말에 의하면 상당한 실력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에게는 항상 가까이 지내는 '슈퍼스타'가 있다. 


 


 


초중고 어느 때던 상관없습니다.

사춘기 시절 혹은 중2병 시절, 당신의 곁에는 항상 공기친구가 있었습니다.

.... 나만 그랬던 거야?


 IQ가 언급한 외계로의 접촉원망이란 게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제길 프로이트 전집을 한 번 더 훑어봐야겠어. 하지만 유키의 이쪽과 저쪽 세계, 그리고 슈퍼스타에 대한 설명을 듣고선 순간 페르미 역설이 떠올랐다. 이탈리아 천재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가 친구들과의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데, 그 자리에서 외계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우주의 나이는 오래 되었고 그 안에 무수히 많은 항성이 있다. 인류가 아닌 지적생명체 역시 우주에 널리 분포하고 있다. 그 중 몇몇은 지구에 도달했어야 한다. 그 때 엔리코 페르미는 이렇게 질문했다고 한다. "그러면 그들은 모두 어디에 있는가?"

 이 질문에 관해선 사실 상당히 흥미로운 가설들이 많다. 인간의 방대한 상상력을 최대한 끌어올린 것들 뿐이라 아마 인문학도들에게도 상당히 어필될 거라 생각한다. 이에 대해선 <모두 어디 있지?>라는 책을 참고하길 바란다. 아무튼 전학생 마코토가 유키의 이론을 가만히 듣다가 이런 질문을 던진다. 상당히 좋은 질문이었다. 아마 유키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세계관이 결국 피해망상으로 전개될 때조차도 마코토만은 제대로 인간으로 보인 거겠지. 

 그는 '그들은 여기 있지만 아직 의사소통이 안 된다.'의 이론을 채택했다. 저쪽 세계에 속한 그것들은 출입금지된 학교 4층에 모여있으며, 철저히 이쪽 세계에 속한 사람을 배척한다. 사실 이쪽과 저쪽 세계는 잘 지내고 있었는데, 저쪽 세계의 보스인 슈퍼스타가 나타난 이후로 저쪽이 이쪽과 대립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자신은 점점 저쪽 세계와 멀어지게 된다. 그에게 강력하게 보이는 슈퍼스타가 그에게 나타날 때가 줄어드는 것이다. 그는 저쪽 세계의 것들에게 하모니카를 불어주면서 점점 저쪽 세계에 매달리게 된다. 집착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모두 어디 있지?>라는 책은 잔혹하다. 이 책의 저자는 이 책의 마지막에서 '외계인은 없다'는 가설을 전폭 지지한다. GOGO 몬스터는 유키의 내면이 성장하고 마코토에게 호감이 생기는 과정을 설명하면서, 어쩌면 슈퍼스타는 유키 자신의 어두운 내면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설명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쪽 세계는 허구였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1학년생들이 집단으로 화장실에서 검은 물체를 봤다고 주장했고, 그 학교에 처음 온 입학생도 수도꼭지에 맺힌 물방울에서 할아버지 얼굴을 보았다. (요괴는 세번 부르면 나타난다. 아니 다섯번인가?) 단지 유키의 관심이 공기친구에서 현실친구로 옮겨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바뀌는 세계가 분명 존재한다.

 

 

만화 초반에 상당히 시니컬했던 유키.

 

만화 후반에 자신의 세계에 기꺼이 뛰어들어주는 마코토를 뒤돌아보는 유키.

어떤 사람에게 던지는 질문 하나, 어떤 사람과의 관계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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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내 사랑
김정한 지음 / 미래북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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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라 다 지나간다

김정한

울지 마라
힘들고 아프고 슬퍼도
그 또한 지나가게 되어 있다
그러니 초조해하지 마라
네가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도록
내가 너의 곁을 지킬 테니

 

바람이 운다. 구름도 운다. 결국 하늘이 운다. 소나무가 흔들린다. 바위가 흔들린다. 내가 많이 흔들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디고 이겨내야 해. 내 영혼을 껴안고 있는 내 몸이 쓰러지지 않도록. 때로는 '견딤'과 '이김'이 삶의 이유이니까.

 

 

 

 

 

 

 

  

시가 전부 다 이런 식이다.

읽으면서 그 사람은 이런 심정이었으려나 생각이 들었던 시를 올려본다.

사진 말고, 맨 위에 올려놓은 시는 내가 어떤 사람에게 해줄 말이다.

 

 김정한이라고 해서 소설 모래톱을 떠올렸는데 일단 여자이고, 사랑시를 전문으로 쓰는 사람이었다. 하등 쓸데없고 낯간지러워서 매장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쿡쿡거렸는데, 담당이 내 정신상태를 친히 걱정해주었다(...) 실연, 오르가즘(고개를 갸웃할지 모르지만 성적 관계를 의미하는 용어가 상당히 많다. 저자가 할리퀸 어지간히 좋아하시는구만.), 채찍질 등 가학적(;;;)인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다. 그나마 내가 가장 마음에 드는 시가 저 마지막 시였다. 생각해보면 이 시는 저자가 실연을 겪고 정신적 방황을 하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그대로 담은 것 같다.

 

 어느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선 반드시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그리움은 끝에 사랑이 기다리고 있지만 기다림은 끝에 슬픔이 기다리고 있다.

 

 시 말고도 이런 식으로 무슨 소린지 알 듯 모를 듯한 이야기가 잔뜩 써 있다. '솔직히 이런 글 나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결국 나는 시인이 되지 못했고 저 사람은 시인이 되어 책까지 냈지. 이 책에 대한 점수가 짠 이유는 솔직히 질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도 시를 쓰면 감정과잉으로 저렇게 될 거 같거든.

 

김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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