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PT : 한국 아파트의 모든 것
아파트멘터리 지음 / 로우프레스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건물의 에너지 사용 감축을 위해 정부에서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을 개정해 관련 조항을 대폭 강화하고 추진 로드맵을 발표했다. 아파트를 포함한 민간 건물의 단열 성능과 신재생에너지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2017년부터 인증제로 시행하던 제로 에너지 건축을 2024년부터 의무화하는 것이다.



1. 책의 외관 구성이 흥미롭다. 표지는 골판지같은 두꺼운 종이이며, 실로 종이를 엮은 제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오래 소장하기는 힘들 것 같은 구성이다. 어차피 나는 책에 대한 미련이 거의 없어서 다 읽고 아파트 경비실에다 가져다줄 생각인데 구입하실 분들은 참조하기 바란다.

2. 책을 지은 사람들도 특이하다. 아무래도 아파트멘터리라는 회사같은데, 리모델링을 주 업으로 하는 스타트업이라고 한다. 자신의 기업에 대한 홍보보다는 아파트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 아파트의 역사, 아파트와 관련된 작품들을 골고루 다루고 있어서 흥미롭다. 최근 아파트에 관련된 책이 많이 소개되고 있는데, 그런 책에 흥미가 있고 천천히 공부하고 싶다면 이 책부터 입문삼아 보는 게 좋겠다.

3. 보다보면 역사적인 건물 및 아파트가 많은데 대부분 재개발로 인해 헐리고 완전히 다른 아파트가 들어선다는 식이라 아쉽다.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난 일제강점기나 독재시절 건물이라도 어느 정도는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냉난방 개선같은 건 어쩔 수 없겠지만 너무 다 헐리는 건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곳에서 산 사람들의 추억도 있고, 언젠가는 역사적 유물로서의 가치도 생기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은 것이 아름답다
E.F.슈마허 / 원음사 / 1992년 11월
평점 :
절판


천식은 반려동물 털이나 식품 화학약품 같은 발병 요인이 많은데, 가습기살균제 피해신고자의 천식이 가습기살균제가 아닌 다른 요인에 의해 발병한 것일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문제는 '담배와 폐암' 소송에서도 제기됩니다. '담배가 폐암을 일으키는 게 맞다'면서도 특정 개인에게 나타난 폐암이 특정 회사의 담배 때문이라는 점을 밝혀야 책임을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 담배회사 측 변호사들 주장입니다. 문제는 재판부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인다는 겁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담배 소송에서 폐암 피해자들이 승소한 사례가 거의 없습니다. (...) 이른바 '개별 인과관계 논쟁'의 허점입니다.



의외로 환자의 가족분들 중에서 먼저 '저 인간이 술담배 때문에 이렇게 되었다'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의사들 주장에도 일리는 있음. 원인 불명의 병들이 아직 많고 인과관계는 하나만이 아님. 담배가 폐암 발병 원인이라고 분명히 가리키는 실험이 있어도 그게 저 개인이 폐암걸린 원인이라고 명확히 규정짓는 게 없다.

그래서 난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해서 유감인 점이 있다. 인과관계가 하나뿐만이 아닌 걸 주장하려면 끝까지 버텼어야 했다.. 그러나 안전성 검사가 부족했다는 걸 잡아서 결과적으로는 이번 해 가해기업 전직 임직원들에게 유죄가 선고되었다. 이것은 엄연히 기준치를 정한다는 게 순수하게 과학적 요인만으로 정해진 게 아니라 다분히 정치적임을 의미한다. 만일(그럴 확률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으나) 투표권 없는 청소년들만 가습기살균제에 피해를 입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생활 속의 화학물질은 너무나도 많고 환자들이 우후죽순으로 기업 및 의사에게 소송을 걸 것 같은데..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별로 두둔하고 싶지 않은 건 사실이다. 뭐, 다들 잘 이겨내시길.

방사능 기준치에 관련된 이야기가 다시 언급되기 시작되었다. 오랜만에 수학 및 과학의 패턴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작아의 이런 점 나쁘지 않다. 다음 호가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被忽视的家庭關系-同胞關系對個體心理和行爲發展的影响 (平裝, 1st)
董颖红 / 中國社會科學出版社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특히 전문 분야에 특화된 AI를 기반으로 하는 챗봇들도 즐비하다. 대표적으로 Amazon Lex나 IBM Watson Assistant, Google Dialogflow 등이다.

(...) 그리고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가수 김광석에 대한 시를 써 달라고 요청했더니 놀랍게도 챗GPT는 이렇게 응답했다.

김광석의 노래에 담긴 그 감성

시인의 손에서 우러난 그 깊은 사색

노래에 실린 이야기, 마음을 울린다

그의 멜로디, 마치 강가에 흐르는 노래

먼지가 되어 그 흔적을 따라

시간은 흘러도 간직한 기억은 남아

작은 가슴 속, 그의 노래가 흐르면

추억의 문이 열리고,

눈가에 이슬이 번지네

김광석의 손길로 피어난 노래들

작고 아름다운 순간들을 간직한 소리

새로운 날, 새로운 노래를 만들어

그의 정신을 이어가며 노래하는 시간



근데 이 시를 보면 이걸로 인해서 인간 시인이 없어진다거나 시인이 굶어죽는다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다. 단지 옛날에 사랑같은 걸로 남들 하던 이야기를 다 하던 양산형 시인들은 위기를 겪는다는 거지. 예를 들어 지방에 사는 시인이라면 좀 더 자신의 지역에 있는 사투리를 연구하는 게 좋겠고.

페친 시인들 몇몇이 생각나는데, 그들의 시는 일단 챗GPT에서 여러모로 검열삭제될 듯한-_-;

술 안 먹기로 해서 지금은 안 될 것 같고 다음 명절 때 하나도가의 농태기 술 한 번 사봐야겠다. 탈북민이 사업을 하는데 한부모가구이시고 거기서 일하는 분들도 대부분 한부모가구라고 한다. 하는 일이 그렇다보니 관심도 자꾸 그런 방향으로 가는 건 어쩔 수가 없는 듯.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얀밤의 랩소디 - 해외동포 이민생활 산문집
아침편지 문학동호회 엮음 / 사랑닷컴 / 2009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운 씨의 아버지는 학생 때인 1950년대 초반 부모를 따라 다시 강을 넘어와 경흥에 자리 잡았고, 결혼한 고모들은 훈춘에 살았는데 1962년 '조중 국경조약'이 체결되면서 이들 형제는 자연스럽게 북한 국적과 중국 국적으로 갈라지게 됐다. 그것이 나중에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들지 당시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오히려 그때는 북한의 경제력이 좀 더 나을 때라 중국 사람이 된 이들은 북한 국적을 가진 사람들을 부러워하기까지 했다.

(...) 건너편 훈춘에선 개가 쌀밥을 물고 다녔지만, 이쪽 강변 사람들은 무리로 굶어죽었다.


이전에 헤밍웨이의 심경을 알아보자는 취지에서 독서모임에서 단체로 서울경마공원을 간 적이 있다. 도박을 매우 싫어하는 나는 거의 반강제로 끌려가게 된 셈인데.. 얼마나 싫었냐면 거기 가서도 마권을 구매하지 않았다.

헤밍웨이에 대해서 뭘 느꼈는지는 둘째치고, 여기서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선택적인 분노조절장애 이야기이다. 경마하는 인간들(옛날옛적엔 마쟁이라 부르지만 지금은 말딸이라 부르고.. 뭐 아저씨든 할아버지든 청년이든 거기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크게 다른 점이 없는 것 같다.)이 내가 학생알바인줄 알고 욕을 오지게 박아 낭패를 본 적이 있다. 이리저리 밀치고 언성이 높아지더니 결국 자기네들끼리 주먹질을 했다. 그들의 충혈된 흰눈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또 하나는 마트에서 일했을 때이다. 정규직 파견직 구분없이 일했지만, 정규직들은 파견직보다 월급을 더 받는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걸핏하면 파견직들에게 정규직으로 취직하라고 권했다. 그러던 어느날, 정규직들의 근로시간이 줄어들었다. 이건 사실상 정규직더러 근로를 하지 말라는 말과 같다. 뒤늦게 투잡을 하라고 회사에서 권유했지만 어디서 사람을 구해야 투잡을 하지.. 어이가 없던 건 파견직의 월급도 같이 줄었단 것이다. 본사에 전화하니 매출 탓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마트 정규직들의 눈치를 봤던 것 같다. 그 때부터 파견직들을 보는 정규직들의 눈이 싸늘했고.. 여러가지 이유로 많은 정규직과 파견직이 퇴사했다. 나름 그 시골에서 굉장한 광경이 벌어졌다. 여자들은 크게 울면서 어떻게 가족을 먹여살리냐며 소리를 질러댔다. 그 중에는 어르신들도 있었다. 모 회사가 아예 정리해고를 한다고 하던데 그렇다고 이제 노조가 시위하고 대한민국이 들썩일 것이냐? 난 아니라고 본다. 기껏해야 책임자에게 하소연하다 끝나겠지.

이 두 에피소드의 공통점은, 그들이 삶의 부조리함에 대해 저항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살면서 침묵하는 법, 모르는 척하는 법을 배웠다.

그러나 침묵이라고 해서 편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저항은 더더욱 괴롭다.

한 번 용기를 내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서나 그렇다. 삶은 그 다음이 있다. 그럼에도 저항할 땐 굉장히 극단에 몰려있는 경우다. 시장길 한복판에서 사람이 굶어죽어 아무렇게나 나뒹굴 때, 안전하다고 느껴진 성당 등의 공간에서 남자 등이 여자아이를 화장실로 끌고 가 겁탈하거나 혹은 군인이 민간인을 사람이 아닌 개처럼 부릴 때, 우리는 위기를 느낀다.

탈북민들은 북한의 입장에선 당에 대한 배신자나 다름이 없다. 탈북민을 싫어하는 한국 민간인 중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너무 과격하다.', '너무 북한을 싫어하는 것 아니냐.' 쓴 웃음이 지어졌다. 도로에 돈이 떨어져있는지 찾아볼 때, 직업도 구해지지 않고 먹을 것도 다 떨어져 이전에 전화했던 그 남자에게라도 몸을 팔아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때, 우리는 악밖에 남지 않는다. 예술적으로 시위할 때가 아니라고 도련님들아. 바다에 살든 대도시에 살든 일주일 굶으면 누구든 그렇게 된다. 꼴사나운 모습이지만, 그 모습이 모여 권리를 주장하게 되는 것이다.

개나소나 우울증 걸렸다고 주장하지 말라던 어느 심리학자의 처절한 일갈이 생각난다. 어떤 것이 선하고 악한지 구분하기 어려운 포스트모더니즘 시기이다. 이 사상의 최대 약점은 특정 집단이 매우 강력하게 한쪽 사상을 형성해낼 때, 외부를 돌아볼 겨를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운빨이다. 그걸 쉽게 입밖으로 낼 수 없는 이유는, 그걸 쉽게 입밖으로 내는 부류가 이 정도까지도 생각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혹은 비겁하게 도망친 자신의 전날에 대해 스스로 거론하기 부끄럽거나.

무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여러분도 열심히 일하면 OO할 수 있어요!"같은 같잖은 개소리에 절대 넘어가지 말라는 것이다. 적당히 서로를 속여나가면서 건강하게 살아남읍시다, 제군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설원문학상 공모작품집 - 동포문학 5호
동포문학 편집부 지음 / 바닷바람 / 2017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 곳에서 일하면 경력도 쌓이고 연봉도 오르고 여러 가지로 유리합니다. 하지만 한 곳에서만 일하다 보면 한 가지만 보게 되죠. 반면 다양한 곳에서 일하다 보면, 사회 속에 존재하는 개개인의 다양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한 곳에서 적응하지 못해서 일자리를 옮기면 다른 곳에서도 적응하기 힘들다는 겁니다."


결국 내가 만족할 수 있는 환경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자신에 대해 아는 것이 필요하고, 여러 상황에 자신을 두어봐야 한다. 공포나 재난 영화 속에서 흔히 보는 캐릭터가 있다. 그 어떠한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도 자신은 어떻게든 평정심을 잃지 않을 것이란 강한 척하는 캐릭터. 그러나 이런 종류의 작품을 보는 사람은 금방 직감하게 된다. 이 놈들이 곧 사상 최악의 민폐 캐릭터로 등극하게 될 것임을 ㅡㅡ;

나는 직장이 꼭 사람을 성장시킨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자본주의 국가에서 근로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상, 공통된 화제를 찾으려면(월요일 좋아라던가) 직장도 자신의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하나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신에게 맞는 일을 구해야 한다. 아무리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에 대한 불만이 많더라도, 지금의 부적응이 자신의 역량 부족에 있는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한다. 이런 책에서 인생을 통달한 사람이 이야기할 법한 깊은 구절이 나올 줄은 몰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