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탄피
리누 지음 / 그런 의미에서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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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도구를 방에 다 가져놓은 다음에 아저씨의 낡은 운동화에 쌀을 가득 담고, 그 위에 소주를 가득 부었어. 할머니가 고독사한 사람한테는 그렇게 마지막 식사 대접하고, 가는 길에 심심하지 말라고 술 한잔 건네는 것이 예의라고 했거든.





일 때문에 광교중앙역을 들렀는데, 역에서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작은도서관이 있었기에 무심코 빌려본 책이었다. 요새 유행한다는 초단편소설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중편소설이었다. 처음에 흐름이 끊기기 때문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화자의 허풍이 너무 심해서 그렇게 들리는 것이다 ㅡㅡ 아무튼 중간중간 내용이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서 집중해서 읽어야 했고 결국 호수 두 개를 반바퀴돌고 술 마시며 봤는데도 해결이 안 되어서 다시 반바퀴를 돌아 광교중앙역으로 돌아와서 반납해야 했다. 광교중앙역 무서운 장소..!

나름 반전도 있어서 재미있었다. 한편으로 리뷰어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도 했다. 다른 사람의 말을 잘 경청하는 주인공은 빨리 그 내용에 대해 잊어버리려 하는데, 리뷰어들은 자신이 읽은 이야기를 기억하고 싶어하는데다 그걸 넘어서 대부분 남한테 돈 받는 것도 아닌데 다른 사람에게까지 솔선수범해서 전달하려 한다. 이 얼마나 위악적이고 변태같은 사람들이란 말이냐 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정말 어제 밤에 자고 오늘 아침에 일어나면 정말 깨끗이 잊어버리는 사람이라 오늘 읽은 책에 대해서 오늘 기록하지 않으면 정말 말끔하게 잊어버리고 만다. 그러고보면 주인공은 오후 6시부터 새벽 3시까지 술을 마셔가며 매력적인 과부에게 홀리지도 않고 일을 하고 있는데, 난 유부녀 모에에(...) 술도 못 마시고 게다가 잠이 많은 사람이니 주인공과는 정반대의 인생을 사는 사람이 아닌가 싶다. 좋은 건진 잘 모르겠으나, 주인공이 굉장히 피곤한 인생을 사는 건 맞는 듯함. 5년씩이나 사귀고 결혼까지 약속했던 사람도 세월 지나면 어디 살았는지 가물가물하니 신경쓸 거 없건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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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여름을 기억해 줘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이인휘 지음 / 우리학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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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만남은 기척도 없이 우연히 찾아옵니다. 오래전의 약속처럼 찾아온 만남은 기이한 인연 같기도 합니다. 그런 만남은 아주 특별하지만 반가운 소식을 물고 오는 까치의 지저귐처럼 좋은 일만 생기진 않습니다. 날카롭게 신경을 곤두세우는 쇠 긁는 소리처럼 불길한 기운을 몰고도 옵니다.



 


 

청기마을은 태양광과 관련된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마을 주변의 산을 밀어야 할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산이 서울에서 온 사람의 소유지라서 쉽게 제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반대하지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받게 될 보상금의 인상을 노리고 있다. 여기서 님비 현상의 복잡성이 잘 드러난다고 할까. 단순히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반대하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아 인상깊었다. 그 곳에서 사는 정서도 자연을 걱정하는 주민 중 한 명이었다. 한 편 그가 사는 집 뒤쪽에 있는 폐가에는 벽에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가족이 살해당했다고 소문난 집이라 소수의 언론들이 관심을 가지게 된다. 한부모가정에서 자라나 세상 풍파 다 거쳤지만, 다큐 영상에 관심이 많고 열정적인 성격을 지닌 산하도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녀는 내심 아버지를 그리워했는데, 어느날 꿈에 아버지가 나와 폐가가 있는 곳에 가보라 한다. 그녀는 폐가에 갔다가 정서와 친해지면서 점점 아버지에 대한 회상이 뚜렷해진다. 과연 산하의 꿈에 나온 아버지는 어떻게 돌아가셨으며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한편 산하는 그림보다는 숨겨진 능력이 많은 정서에 더 흥미를 지니게 되어 그를 데리고 서울로 올라간다. 그러나 정서에게는 숨겨진 게 더 있었으니, 바로 트라우마였는데... 그는 과연 서울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그리고 청기마을과 산은 어떻게 될까.

 

이인휘 씨의 소설 중 상대적으로 가장 가볍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만만치 않은 소설인 건 사실이다. 또한 뒤표지에 반전이 너무 많이 적혀 있으니 보지 않는 걸 추천한다; 반전이 전부인 소설은 아니다. 나레이션과 대사 자체에 무게가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스포일러가 많은 후기는 좋은 추천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페이지가 쉽게 술술 넘어가며 몰입할 수 있는 이런 소설일 경우엔 더욱 그렇다.

 

"나무만 잘 보살펴도 물은 마르지 않아요. 가뭄이 들어도 나무가 울창한 깊은 산 계곡에는 물이 흐르잖아요."

설악산이나 금강산처럼 큰 산의 계곡에 흐르는 물은 10년 전, 또는 100년 전에 내린 빗물이 흘러나온 것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숲이 깊으면 대지와 나무들은 빗물을 품고 있다가 가뭄에도 물을 내보낸다고 했습니다.



 


다 아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정서의 차분한 설명이 마음에 와닿는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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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이름으로
이인휘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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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믿을 수 없으니 모든 사람을 의심하고 약삭빠르게 살라는 말이냐구요? 난 당당하게 세상을 살고 싶은데 왜 형님은 움츠리고 눈치 보며 살려고 합니까? 형님이 현실을 보라고 하지만 그 현실은 죽어 있는 현실입니다. 죽은 현실이 보여주는 걸 배우라고요? 고기 한 점 던져주면 그거 집어 먹는 맛으로 살라구요? 그게 아는 겁니까?"

 

(...) 봉수는 소주잔을 치우고 물컵에 술을 콸콸 따라서 단숨에 들이켰다.

 

  

물론 모든 인간을 믿어도 곤란하지만 그렇다고 의심병에 걸려 오버해도 이상한 인간이긴 매한가지다 ㅋ 

 

어찌 옛날과 오늘이 한치도 다를 바가 없는지 책을 읽고 자괴감이 든다. 자동차 공장 다니면 여자가 싫어할 거라고 하는데 난 혼자 잘 놀고 어차피 애를 안 낳을 거라서 늦게 돌아와도 상관은 없을 것 같다 ㅇㅇ. 돈이야 뭐 나도 쥐꼬리만큼 벌 처지일텐데. 단지 힘들다고 술에 쩔어 들어오면 속상해서 화를 낼 듯. 아무튼 남자 냄새가 저자가 쓴 기존 소설보다 훨씬 강하게 나는 책이다. 요즘 하도 페미니즘 책을 많이 봐서 가끔 이런 책을 읽는 것도 새롭고 나쁘진 않은 듯하다 ㅎ. 요즘 90년대 마초 애니가 그리운데 여성차별 발언이 싫어서 꺼려지는지라, 대타로 보기로 하기도 했고. 참고로 이 저자는 페미니즘 소설을 쓰기도 했기 때문에, 여성차별 발언이 매우 적은 편이다.

 

나는 스스로도 '강남'좌파라 인정했던 조국을 위해 촛불 들고 거리에 나가 집회하고 싶지 않다. 노빠들이 까는, 웃통 벗고 시위하는 톨게이트 직원들과 합류하고 싶다. 아니면 차라리 몸뚱이를 반씩 나눠서 둘 다 뛰던지. 사실상 인권침해를 당하는 사람들은 너무 많다. 나도 현재 다니는 대학교에 대해 놀림을 많이 받는 편이다. 대체로 'OO대학교 다니시느라 힘드시겠어요'라고 하면 뒤에서 피식 하는 소리가 들리는 편이다. 뭐 날 잘 아는 친구도 아니니 냅두는 편이지만, 아무래도 옛날 내 뒤에서 '쟤 OOO대학교 다닌대요'라고 누군가 말할 때 뒤에서 우와~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과는 딴판이다.

'서울대학교 다니는 인간이 요새 청소부 면접 본다더라'라는 말이 세상 어렵단 뜻을 함축할 때가 있었다. 그런데 어차피 그들은 뭘 해도 이상한 소리만 내뱉지 않음 취직할 것이다. 워낙 학생을 적게 뽑아 희소성이 있기 때문이다. (고졸도 희소성이 있다 말하는 사람이 있던데 대체로 고졸들은 마음에 열등감을 깊이 품고 있는 부류이다. 아무렴 서울대학교 다니는 사람들이 남들 다 하는 거 나는 왜 안 하나 이런 생각은 안 들지 않겠나. 조금만 실수해도 쟨 고졸이라서 그래라는 말 듣는 것하고 조금 실수해도 서울대학교 나온 사람도 사람이니까라는 말 듣는 건 하늘과 땅 차이다. 대학도 간 공무원이 그러는데 아니 진짜 답답해서 다시 머리가 아파오네. 빈유가 스테이터스란 소리랑 뭐가 달라(...) 작중에서 그 말한 인간도 하도 작다는 소리 들으니까 자기 혼자서 자신감 높이려고 그런 거라고 ㅡㅡ) 서울대학교 교수는 어딜 가서 무슨 발언을 해도 정당성을 인정받는다. 사실 서울대를 가야 교수 안전빵에라도 든다. 난 지금 거리에 나온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지 않다. 현재의 나는 안정적인 대학교를 이미 버렸기 때문이다.

 

책에서 나오는 것처럼 스스로가 단단해져야 하겠지만 인간에 대한 긍정적인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 또한 중요하다.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을 거라 생각해야 자신의 신념대로 나아갈 수 있다. 설령 지금 당장 정말로 한 명도 자신을 돕지 않는다 해도 원망하지 않아야 한다.

 

섬끝마을은 십 년 전만 해도 조용한 어촌 마을이었다. 새벽안개가 흐르고 염분 냄새 짙은 바람과 햇볕이 좋던 아늑한 곳이었다. 횟집도 많지 않았고 외부에서 찾아오는 사람도 적었다. 그런 한적한 어촌 마을이 드라마 촬영을 두어 번 하고 나서 유흥가로 변해갔다. 슬렁슬렁 몇몇 무리가 마을을 드나들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횟집이 늘고, 찻집도 생기고, 파도 소리를 파는 파도 소리 체험관도 생겨났다.

 

 

언젠가 '미국 땅이 니네 꺼냐? 애초에 동물들이 인간과 같이 사는 곳인데 여기가 니꺼내꺼가 어딨냐?'라는 내용으로 인디언이 쓴 글을 본 적이 있는데 그게 참 맞는 말이다. (근데 동물도 죽일 줄 꿈에도 몰랐겠지 ㄷ) 바닷가에 왔음 되었지 왜 굳이 파도 소리를 돈 주고 들어야 할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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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간다
이인휘 지음 / 창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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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속에서 두번이나 아주머니들을 멋대로 해석했다. 공장의 불빛에서는 돈 몇푼에 목을 매며 죽은 듯이 지내는 사람들로 묘사했고, 폐허를 보다에서는 한 여인이 절망적인 세상을 봤음에도 다시 공장으로 쉽게 돌아갈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썼다. 나의 주관적인 오만한 생각이 그들을 나약하고 무력한 존재로 규정했던 것이다.



 


 

개인적인 관점으로는 결혼한 사이일 때 남자가 아프면 여자가 병간호해 주는데 여자가 아프면 대체로 남자들이 병간호를 잘 안 해줌. 그러면서 자기 내조해주는 건 완전 당연한 걸로 생각하던데. 근데 연애 초기에는 잘 해줌 솔직히 사기 아니냐 ㅡㅡ


소설에 나오는 왕언니도 아무 일의 고됨도 모른 채 손주 손을 잡고 나들이하러 가다 호떡을 사려고 하는 삶을 원할지 모른다. 이 문제는 그녀가 출세하는 것만으로 해결될까? 아마 아닐 것이다. 그녀는 이미 그것을 만들며 사는 사람의 고됨을 알기 때문이다. 만일 그녀가 최저임금보다 더 돈을 많이 주는 일자리를 요행이 찾아 공장을 떠난다면, 다른 어려운 사람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이다. 일베 사람들은 자신들이 노예처럼 잘 일한다고 하며 삶이 힘들다고 사회에 책임을 돌리는 자들을 이해할 수 없다 했다. 그들은 이미 자신이 그 자리를 떠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한국은 이미 자신에게 주어진 계급을 벗어나는 걸 상상할 수도 없는 계급사회이기 때문이다.

 

문득 동생이 '플랜카드 걸고 1인 시위해도 소용없어. 누나가 뭔데? 아무도 누나 이야길 들어주지 않아'라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인 만큼, 아무도 자신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주려 하지 않는, 아니 그보다 이해를 못 하는 건 형벌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사람이 당연히 누릴 수 있을 권리를 못 누리는 것에 대해 분개하고 항의하는 이유는 그 가슴 속에 용기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평범한 사람이기 때문에, 오히려 내 안에 있는 용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촛불 시위를 할 용기를 돋구었으며, 여럿의 용기가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인 것이다.

 

일면 이인휘 소설가의 글을 왜 주변 사람들이 제대로 해석 못하는지 이해는 한다. 그 사람들은 현장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인휘 소설가는 소위 돈을 잔뜩 모아 책상에 엉덩이 붙이고 글만 쓰는 그런 세련된 소설가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공장에서 차별받는 아주머니 할머님들을 누님이라 부르고, 그녀들은 이인휘 소설가를 오빠라 부른다. 그는 현장에서 일하면서 글을 썼던 것이다. 나도 고모가 현대자동차 노조에서 일하고 있고, 외할머니께서는 약을 드시며 미아리촌에서 일하는 기생분들의 한복을 짓다가 최근 허리를 못 쓰시게 되어 병상에 눕게 되셨다. 그래도 이인휘 소설가를 난 이해하지 못했고, 그래서 그 분을 차마 뵙질 못하겠다. 현장을 겪지 않았고,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분이 냉철한 마음으로 세상을 꿰뚫어보고 있다 생각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읽는 게 몇몇은 괴로운 것이다. 그의 소설에선 환상이 없다.

 

물론 그것은 기생충과 다르다. 소설의 제목은 '건너간다'이다. 소설에서 정태춘은 아무도 자신을 눈여겨보지 않는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른다. 최근 관심을 받으려 하는 짓거리들이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보다 힘들다 여기는 유투버들을 생각할 때, 그것은 매우 힘든 일이라 생각한다. 그런 처절함을 희망이라 부르는 것일까. 혁명이라 부르는 것일까.

 

내가 젊은이들에게 한마디 하는 것도 좀 꼰대같긴 한데. 그래도 환상 이야기를 하다보니 생각나서 말한다.

세상이 니 머리와 니 얼굴로 성공하기란 존내 어려운 세상이다. 아, 돈은 좀 있네. 근데 그렇다고 아버지가 삼성전자 회장임? 그런 것도 아니면서 벌써 꼰대소리하고 친구를 몰아세우고 그러는 모습 보기가 안 좋다. 분수를 모른단 소린 안 하겠지만, 재벌들 얼마나 똑똑한지 아나? 제발 거울 좀 보고 정신차렸음 좋겠다. 어느 스님이 그랬지. 제발 거울에 때가 꼈음 좀 닦고 관리하라고. 페북질이란 말도 웃기지만, 스마트폰 꺼내는 충동 눌러도 충분히 자기가 하기 싫고 듣기 싫은 교육 받으며 생각 정리할 수 있다. 쓸데없는 환상 품지 마라. 메이져 편 든다고 니가 메이져 되는 게 아님. 나도 공감능력 딸리긴 한데 다른 사람들보다 더 다양한 지식을 쌓고 노력을 하면 충분히 커버 가능하다. 너 자신을 알고 수양하기를 바람. 악플다는 인간들은 거기서부터 시작해야 할듯.

 

노동하는 손이 과연 아름답냐고 이인휘 소설가가 묻는 것 같은 느낌이 나는 들었다. 쥐의 똥오줌이 아름다운가? 곰팡이가 아름다운가? 이에 답하려면 내 레벨로서는 많은 생각과 내공이 필요할 것 같다.

 

소설가 분이 페친이시지만 딱 불평 한마디만 하자면 난 화자가 왜 창녀촌을 가는지 지금도 이해가 안 간다. 그러고서 페미니즘 소설을 쓰는 것도 모순적이긴 하지만 남자가 힘들면 무작정 술과 여자를 찾는 방법밖에 없나? 당구라던가 다른 데서 스트레스 풀면 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계속 비슷한 화자가 반복되다 보니 살짝 질리는 면이 있다. 그나마 음악 가사나 책에 나온 구절이 흥미를 돋구는지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읽으면 더욱 이 책을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듯하다. 그나마 최근에 쓰신 두 권의 책은 기존의 책들과 좀 다른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화관 안은 캄캄했다. 형은 내 손을 잡아끌어 자리에 앉혔다.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엿과 찹쌀떡과 사탕을 파는 판매원이 목판을 들고서 돌아다녔다. 형이 사탕을 사서 내 입에 넣어주었다. 나는 영화가 상영되기 전에 대한뉴스가 스크린에 펼쳐지며 말들을 쏟아내자 충격을 받았다. (...)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밝았네'라는 노래가 전국토를 울리던 그 시절 우리는 학교 조회시간마다 '국기에 대한 멩세'를 외워 복창했다.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 그럴 때마다 재범이는 "퍽큐!"를 외쳤다.

 




 


 

혹시 모르지만 유신 좋아하시는 분이 글을 읽고 계실까봐 생략하긴 했지만 퍽큐는 그분의 사진에다 하셨다 합니다. 무튼 이 대목을 읽으니 어머니와 아버지의 말이 많아지네요 ㅋㅋㅋ 힘들었지만 아이들이 왕따시킬 틈도 없고 몸도 건강해져서 좋았다나요. (물론 이 말씀을 하신 어머니는 외할머니가 죽어라 버신 돈으로 매우 좋은 학교를 다니셨다 합니다 ㅋ... 왕따는 안 시켰는지 모르겠지만 열심히 두들겨 패던 시절이었고, 예전 학교 폭력이 훨씬 심했는데 지나고 나니 기억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

 

당시 대한민국 위장취업자 구속 1호였던 강원대 출신 박인균은 태백에서 광부로 활동하고 있었다. 보안사는 그를 간첩으로 몰기 위해 프락치를 시켜 탄광 폭파를 계획한 주범으로 몰려고 했다. (...) 박인균이 노동운동은 공장과 노동자를 함께 살리는 운동이라고 설득하자 프락치는 그의 머리를 쳐 미인폭포 밑으로 떨어뜨렸다. (.. ) 그는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은 뒤 구타와 물고문 그리고 잠 안 재우기 고문 등 견디기 어려운 고문을 당했다. (...) 천주교에서는 정부를 향해 광산 간첩단 조작 사건의 진상 조사를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나 이듬해 87년 1월 대학생 박종철이 남영동 대공 분실에서 고문을 받다가 사망하면서 이 사건은 묻혔다.



 


 

근데 이런 거 보면 차라리 난 광부같이 목숨 걸고 힘들게 일하는 직업은 돈을 좀 많이 줬음 좋겠다. 외국에서는 광부가 말 그대로 억소리 나게 번다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작년 광부 연봉 평균이 3500만원 정도 된다고 한다. 그러면 사고나도 왠만하면 죽지 않을 체력의 젊은이들 인력으로 쓸 수 있고 말이다. 쓰다보니 또 열받는데 자유한국당같이 국회 일 못하게 하는 국회의원들 월급 떼서 그 사람들한테 주면 안 되나?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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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달린 물고기
이인휘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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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람은
사랑을 모르는 인간입니다
사랑을 모르는 사람은
사막에서 자라는 선인장같이
가시로 남을 아프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사랑에 빠진 사람입니다
세상을 가장 아름다운 눈빛으로 응시하기에
자신은 가장 아름다운 시각으로
세상을 보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인간은
꿈을 잃어버린 사람입니다
현실의 가난한 밥 한 그릇에 만족하며
더 이상 꿈을 꿀 수 없는 낙오자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에서 더욱 더 아름다운 사람은
잃어버린 꿈을 찾아주는 사람입니다
한세상 살면서 꿈의 동지를 만나
시린 어깨 부비며
꿈의 그릇을 키워가는 사람입니다


 


 

최근 페친 중에 외부 세상에 관심이 없고 사회에 관해 이야기하는 글을 남기면 잘난척한다 비웃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세상이 살기 힘드니 그러려니 하는데 자기 수입 이야기하면서 가난한 사람들을 깔보는 말투들은 정말 못 들어주겠다. 이 책을 읽으며 마음의 안정을 취했다. 이인휘 씨의 소설은 혼란스런 세상을 사는 사람들에게 진정 옳은 게 무엇인지 가르쳐주고 중심을 잡아준다. 그 누가 비웃더라도 난 꿈꾸며 살련다 ㅇㅇ

상태도 하늘 위에
별들의 집이 있다

어느 날
집 떠나
해 지고 어두우면

그곳을 찾아가 가만히 눕고 싶다

 

이 시는 원래 울산바위 꼭대기인데 스토리상 임의로 상태도로 변경해서 썼다 한다.


여기서부터 이용석이 읽은 시와 부르는 노래, 그리고 자신과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쓰는 편지가 봇물처럼 터져나온다. 공부방 아이들의 가난을 직접 목격한 게 그가 싸움을 지속하는 원인이자 힘이 되지만, 그가 써서 올리는 수많은 글들의 원천은 결국 예상 못한 유채희의 엽서가 아닐까 싶다. 죄와 벌에서 소냐의 아버지와 로쟈가 만나고 그로 인해 모든 일이 시작되었던 것처럼, 나는 사람 간의 만남이 어떤 경우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비록 지금은 공부 때문에 가급적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있지만.

그러나 우리나라는 왜 항상 작품 등장인물들 커플 맺어주기를 하려는지 도저히 알 수 없는 부분이다. 아니 솔직히 커플 아니면 아닌대로 좀 아쉬운 건 사실인데... 어떤 작가들은 작품 속 남녀만 만나면 눈이 맞아 ㅠㅠ 그냥 좋은 친구 아님 멘토로 남았음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게 몇몇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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