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 비평 207호 - 2025.봄
창작과비평 편집부 지음 / 창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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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의 존경을 받고 소수자와 취약계층을 대변할 수 있는 인권위원다운 인권위원이 임명되는 건이 너무나도 중요하다.

(...) 헌법개정 이전에도, 국가인권위원회법 등 관련 법령의 개정을 통해 인권위의 재정적 조직적 독립성을 강화하고, 인권위원 선임절차를 법제화해야 한다. 특히 인권위원의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소수자와 인권취약계층의 대표성이 충분히 강화될 수 있도록 법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누누히 말하지만 한국에서는 동성애 차별하지 않고 외국 특히 동양인 차별하지 않는 사람들이 절실히 필요하다. 적극적인 사람들이 인권 주장해야 한다. 인권 운운하면서 막상 저런 거 어떠냐 물어보면 허허호호하면서 좋게좋게 넘어가는 ㅅㄲ들을 뽑으니까 막상 상사가 보수로 뽑히면 동성애자들과 외국인 근로자들의 목숨이 위기에 처하는 거라고. 일본한테는 진심을 보이라 주장하면서 한국인들 속내 안 드러내는 거 개꼴불견임.

작년 12월 내란에 관련된 비평은 훌륭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훌륭한 글이 항상 두번째에 나온다는 것이다. 백낙청을 버리지 못하는 건 인정하겠다. 그런데 문제는 문학평론에서 발생한다. 개인의 발언자유는 인정하나 김지하는 그렇다치고 왜 자꾸 문단 갑질로 인해 나락으로 간 시인을 거론하는가? 창비 라디오 애청자였고 이번에도 내란 관련된 문학잡지들 검색하다가 생각나서 구입했는데 매우 실망했다. 어쩐지 내란 다룬 문학잡지들 거론하는 뉴스에서 창작과 비평은 빠졌더라(검색해보니 세계일보에는 거론되었으나 나머지는 대체로 쉬쉬하는 편). 우리 모두 예민해져야 한다고 본다. 1에서도 얘기했지만 전전대통령이 소수자들 정책은 '나중에' 하자고 발표한 덕분에 지금 이런 일이 일어난 게 아닌가. 지금이라도 소수자들 싫으면 얼른 보수측으로 빠지시고 진보 측 사람들끼리 얘기해서 차별금지법 만들고 했음 좋겠다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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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크래프트 전집 1 러브크래프트 전집 1
H. P. 러브크래프트 지음, 정진영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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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 옆방 수술실에서 소름끼치는 비명 소리가 들려 왔다. 지옥의 문이 활짝 얼려서 저주받은 고통의 울부짖음이 쏟아져 나왔다고 밖에는 그 혼란을 설명할 길이 없다. 그 상상할 수 없는 불협화음은 살아 있는 생물체에서 나오는 극한의 공포와 절망을 담고 있었다. 그것은 도저히 인간의 목소리라고 할 수 없었다. 인간이라면 그런 소리를 낼 수 없다. 해부대에 시신이 놓여 있다는 생각도 잊은 채, 나와 웨스트는 겁에 질린 짐승처럼 시험관과 램프와 증류관 따위를 내동댕이치고는 밖으로 뛰쳐나가 정신없이 어두운 시골길을 질주했다. 마을이 가까워지면서 우리는 밤새 술을 마시다가 그제야 귀가하는 술꾼 행세를 했지만, 그럼에도 매순간 입 밖으로 부서지는 비명을 완전히 억누를 수는 없었다.


관련 미화 중 제일 마음에 드는 짤 ㅋ 저자는 이 작품을 쓰레기로 언급했다는데 완전 내 취향이다. 원작에 충실한 편인 영화도 있다는데 궁금함.

인간 혐오가 있다고 들었는데 책을 보면 동물 혐오는 없었던 거 같다. 벽 속의 쥐를 보면 깜씨는 주인은 계속 살려낸다. 벽 속의 쥐는 이승열의 영미문학관으로 한 번 들어보는 거 추천한다. 이승열이 이런 걸 아주 잘 해요. 개인적으로 검은 고양이 소설을 한 바퀴 꼬아 패러디 잘한, 굉장한 수작이라 생각한다(그러나 내 취향은 어디까지나 리애니메이터이다.). 문제는 사람이죠.

깜씨라는 이름 때문에 인종차별 논란이 있었다고 하는데, 난 그건 아니라고 봄. 인간을 혐오하는 명칭을 동물에게 붙였다고 하나, 이는 동물혐오라고 볼 순 없음. 항상 음침한 소설만 쓰는 러브크래프트가 유머가 출중해서 어느 날 흑인을 묘하게 비꼬는 것도 아니라서. 정작 이 깜씨라는 고양이가 활약을 한다고 해서(주인만 아니라 모리스의 목숨도 살리려 시도함) 흑인 미화의 의도가 보이는 것도 아니잖음? 톰 소여를 언급한 스친 말대로, 본인도 인종차별 단어라는 걸 인식도 안 하고 만든 명칭일 수 있음. 톰 소여를 지어낸 작가는 인종차별 반대주의자였음.

다만 러브크래프트에게는 약간 식인에 대한 문제의식이 보임. 실제로 식인을 하는 원주민이란 아주 소수였음. 그리고 식인은 증오에서 나온 의식이라기보단, 오히려 아주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에게서 그의 능력과 정신을 계승받으려는 의식이었음. 라이벌에 대한 감정이라고 보면 좋을듯. 그러나 러브크래프트의 왜곡되었으며 그 어떤 지인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강한 인식으로 인해 훌륭한 소설들이 태어났으니 그도 그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냈다고 봐도 될 듯.

93세의 노인인데 크툴루 신화에 나오는 것 중 하나를 마법 영창으로 물리쳤다는 주제는 인상깊었음. 표면으론 온갖 인간혐오가 나왔으나, 여혐은 드물고 특히 더니치 호러처럼 노인이 영웅으로 등장하는 경우도 있음. 마술사 마법사는 개인적으로 별로이지만.. 자연을 개척하는 어떤 마술주의를 연상하게함. 그리고 마술을 시행하는 주체는 결국 자연소재를 인용하는 인간임. 결국 크툴루 신화도 인간찬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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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mas and the Rumors (Paperback, Compact Disc) - Thomas & Friends Thomas & Friends 92
윌버트 오드리 지음 / Random House Childrens Books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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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듬돌'은 마을 장정들이 힘을 기르거나 마을 잔치 따위로 사람들이 모이면 힘자랑을 하기 위해 들었는데, 이 듬돌을 들어 올리는 데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었다. 이를테면 두 손으로만 들기, 가슴에 붙여 들기, 배에 붙여 들기, 들고 허리 펴기, 들고 일어서기, 땅에서 조금만 들기, 돌을 들고 걷기 등이다. 이 가운데에서도 듬돌을 들고 가슴과 허리를 완전히 편 채 두 다리를 꿋꿋하게 딛고 서 있는 것을 최고로 쳤다고 한다.(무산소 운동의 최고봉인 역도를 연상케 한다.)



홍길동전을 연상케 하는 장면이로군요.

아니 짤은 왠지 이 놈 생각나서.. 일러스트 한국인이 그렸다는데, 그 안에서 숨도 쉬고 돌로 뒤덮여졌다가 풍화되면 살이 같이 부서질 수도 있지만 생각해보면 시간이 많이 지나도 약만 뿌리면 간단하게 살 수 있다 하니 그린 분도 제주도의 돌을 잠깐이라도 생각하지 않았을까. 머들은 제주도에서 쌓아놓은 돌탑을 얘기하는데, 놀랍게도 의미가 없다고 한다. 농사할 때 돌을 치워놓은 게 탑으로 된 게 아니냐고. 주술적 의미가 있는 건 방사탑이란 것이고 보통 사람 크기를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 책을 제작한 사람들은 머들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척박한 땅에서도 농사를 지었다고 소문났던 한국인. 이 머들은 제주도에서도 사람이 살 수 있다는 증거물을 제공하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확실히 제주도에 가면 마치 잡초처럼 머들이 널려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지금은 모르겠다. 이전 글에서 설명했지만 이전엔 동네개들이 줄을 서서 이동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으나 지금은 안 보인다고.).

매우 조그만 핸디북이며 귀여운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어서 쉽고 간단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내가 매우 천천히 책을 읽어서 그렇지 다른 사람들은 3분라면 먹으면서 단숨에 읽을만하다. 약속시간 전에 와서 사람 기다리거나 일하면서 중간중간 틈틈이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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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켈수스의 딸 9 - AK Novel
고다이 유우 지음, 한신남 옮김, 키시다 메루 그림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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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순간 모형극은 붕괴하고 여마술사의 검은 소리를 내며 두 동강으로 부러졌다.

리스 경감은 자기도 알아들을 수 없는 비멍을 연달아 내질렀다. 기이한 은색 인형은 낙하한 기세 그대로 여마술사의 머리 위를 덮쳤다.



이게 좀 뜬금없는 대목을 명문장으로 뽑았지만, 작가의 작품은 절도 있는 고어를 좋아하는 것 같더라. 그 대목 중 하나를 꼽았다. 파라켈수스의 딸 말고도 다른 작품도 보고싶은데.. 아무래도 저자는 항상 여장남자를 작품에 등장시켜 자신의 소설에 대한 특이점으로 삼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이 작가를 데뷔시키는 건 아직 먼 일일 듯 하다. 작중에서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 건 작가로서도 처음 있는 일이라던데, 남성의 마음을 지녔어도 여성의 몸으로 행동하는 크리스티나의 이야기, 그리고 그녀를 구원하면서 자신도 구원하는 료타로의 이야기를 담았다.

소설에서 작중인물이 성배에 얽히면 좋지 않은 일을 겪는다는 스친의 조언이 있었다. 크리스티나에게 벌어진 일은 언뜻 황당하면서도 비극적인 일이다. 그녀의 감정을 실감나게 표현하면서 트랜스젠더의 정체성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나가고 있다. 스포를 제외하고 이야기하자면 중심사건은 다빈치코드이다. 그러나 료타로는 남다른 사건과 그로 인해 가족에 대한 애착을 가지게 된다. 보통 서브컬처에서 (유사)가족의 삶과 일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건 흔한 일이지만, 10권 내용에 걸쳐 성장하면서 매우 큰 절망에 속하는 일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료타로의 모습이 색달라보인다. 혹 구할 수 있다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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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minist Thought: A More Comprehensive Introduction (Paperback, 5)
로즈마리 푸트남 통 / Westview Press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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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태어나서 한 번도 연애하지 않은 사람들을 부르는 '모태솔로'라는 말이 있어요. 그건 모든 사람이 당연히 연애를 욕망해야 하고, 연애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어딘가 정서적으로 결여되어 있거나 트라우마가 있을 거라는 편견을 함의하는 말이에요. 그런데 저는 '연인 간의 사랑'에 특별한 관심이 없을 뿐이지 가족을 사랑하고, 주어진 관계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에요. (...) 저는 묻고 싶어요. 사랑을 좁은 의미로 쓰고 있는 것이 대체 누구인지를요.


내가 로맨스물 잘 안 읽는 이유이기도 함. 다들 로맨스소설을 너무 읽어 사랑을 격렬하게 해야 하는 줄 아는 돈키호테인데, 상대가 본인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없고 결혼하더라도 결혼 상대에 대한 사랑은 다른 것인 줄 알고 다른 사람과의 사랑을 찾게 됨. 아내가 스킨십을 원할 때 남편이 '가족과는 이러는 게 아니야'라는 대사를 치는 게 유행인 것 같은데 여기서부터 사랑에 대한 차별을 보여줌.

장애인 남성이 화장실로 끌고 들어간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아직 트랜스젠더가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다는 게 충격적이긴 하다. 그러나 공포심에 사로잡혔다는 것뿐이지, 들어오면 이렇게 보복해야지라는 생각은 확실히 혐오가 맞는 것 같다. 정답이 없는 일인 것 같은데 어떻게 해결될지 몰라도 잘 되었으면 좋겠다. 난 고민해봐도 모르겠다.. 성중립 화장실이 생기면 혐오라는데 트라우마 있는 나는 그럼 야외화장실 못 가네. 타협이 안 되었다면 이것도 완벽한 해결책이 아닌 듯.

책을 읽고 있는데 트랜스젠더가 나오니 주변에서 왜 이런 걸 보는지 왜 그런 걸 목숨걸고 하는지 물어보는 것 외에 아무 차별발언 없는걸 보면 세상 좋아지긴 한듯. 나는 당사자는 아니어서 그냥 아이들을 좀 더 알기 위해 본다고 했다. 너무 소수자 아니냐고 하지만 한국이 실패하면 죽는 세상이다보니 그런 정체성을 숨기는 아이는 충분히 있을 것 같음. 그들까지 합치면 소수자 아니지 않을까? 내가 꼰대소리를 하더라도 지적하면 책 보고 공부하면서 수정할 거고 마음을 조금이라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란 걸 보여주고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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