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카와 타쿠보쿠 시선 민음사 세계시인선 55
이시카와 타쿠보쿠 지음, 손순옥 옮김 / 민음사 / 199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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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아 한 잔 중에서

끝없는 논쟁 후의
차갑게 식어버린 코코아 한 모금을 홀짝이며
혀 끝에 닿는 그 씁쓸한 맛깔로,
나는 안다. 테러리스트의
슬프고도 슬픈 마음을.

 

 

이시카와 타쿠보쿠는 굉장한 순정파로 유명하기도 하다. 어린 시절부터 줄곧 사랑하던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첫 시집으로 써서 내고 드디어 결혼에 골인하기까지.

 

 비록 가난한 생활에 질려 아내가 첫째 아이를 안고 도망갔다지만, 이시카와 타쿠보쿠가 죽고 나서 겨우 1년만에 죽었다는 사실이 굉장히 인상깊었다. 헤어진 이후에도 남은 아내에 대한 좋은 감정을 청년의 고난과 함께 시로 써낸 것도 인상깊다. 사회주의자의 시선으로 본 일상생활이란 느낌이랄까. 비록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거나 스트라이크를 했던 걸 후회하기도 했지만 혁명만 줄창 부르짖던 시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유연하게 다듬어지는 게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성장소설을 보는 느낌이랄까.

 브나로드 운동을 너무 오랜만에 들어봐서 순간 이게 어떤 건지 한참동안 생각했다. 단어상 해석으로는 민중들의 생활 속에 섞이는 걸 의미하지만 계몽주의와 합쳐져 민중들을 교육시키는 걸 의미하게 되었다. 좀 심한 말이긴 해도, 한 학교의 교장을 쫓아낸 건 사실상 굉장한 일이지만 그 이후의 일을 생각하지 못한 건 시인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브나로드하면 교육으로 생각이 연결되기 때문이다. 나만 해도 상록수라는 소설이 가장 먼저 뇌리에 떠올랐다.

 확실히 한국의 시점에서 보기에 한국인의 어려움을 보는 그의 시점은 약하기만 하다. 한국의 시점에서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자신은 태생부터 어쩔 수 없는 일본인이다. 가난하다고 왕따당하고 천시받지만 말이다. 어찌 보면 똑같이 보통 일본인들에게 왕따당하는 한국인과 비슷하다고 볼지도 모르겠다. 아니, 보려고 했다. 하지만 한국인들도 그를 보통 일본인으로 여기며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는 이토라도 되서, 총을 맞고 죽는 극단적인 방식으로라도 한국인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던 것이다. 어떤 사람을 때리거나 죽이는 건 밑에서부터 치밀어오르는 감정이 있을 때 행할 수 있는 일이다. 오죽 외로웠으면 당시 식민지 나라였던 한국에게 기대고 싶었을까 싶다. 한국인을 테러리스트로 직시한 그처럼, 우리도 그를 일본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이시카와 타쿠보쿠로서 본다면, 우리는 시집 안에서라도 그와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왕따당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 스트라이크란 무엇인가. 나도 이 말이 뜻하는 게 시위 정도로만 알았지 정확한 뜻은 몰랐다. 동맹 휴교 혹은 동맹 파업이라고 한다. 일제 식민지 시절부터 주요 업무인 농사의 모임이었던 두레가 깨지고, 식민지에서 해방되면서 즉시 자본주의의 흐름에 휩쓸려 개개인으로 갈기갈기 찢어진 우리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일 것이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학교나 직장에서 불만이 있을 경우 일개 청년이 사람들을 모으고, 공부나 일을 때려치는 게 가능했다. 이 얼마나 쉽게 교사나 사장을 회유할 수 있는 방법이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스트라이크를 스트라이크라 부르지 않고 폭동이나 빨치산 짓이라고 여기며, 끔찍한 폭력으로 이를 저지하려 들 것이다. 지금의 아이들은 이 단어를 배우는지 모르겠으나, 나는 브나로드 이상의 단어를 배운 적이 없었다. 심지어 문학을 접하지 않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브나로드가 무엇인지도 모를 것이다.

 

 꼭 그런 '꼴'이 되서야 느끼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게 찌질한 남자의 매력이라고 본다. 아버지를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어머니에게 의존하려 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점점 나이가 들면서 자신에게 화낼 기운도 없는 아버지를 안타까이 쳐다보며 어머니에게도 애정을 담은 시를 써냈다.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담고 있으니 '한번은 꼭 만나자' 이야기할 때 시인이 장담하듯이 시인의 아내는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다. 찌질한 남자는 그렇게 찌질한 자신의 이야기를 한없이 되풀이해 써나갔고 그의 시는 큰 인기를 끌었다. 자신의 과거를 불쌍히 여김으로서 자신을 사랑하고 나아가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지니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죽을 때까지도 부르주아적 시스템을 미워하고 사람을 미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지 자신과 다른 길을 가는 걸 안타까워하고 외로워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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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판교의 바보경
정판교 지음, 스성 엮음, 한정은 옮김 / 파라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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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새를 따라 하기를 좋아하는 새 한 마리가 있었다. 다른 새들과 전혀 다를 것이 없는 평범한 새였다. 다른 새가 날면 따라 날고, 저녁이 되어 둥지로 돌아오면 자기도 따라서 둥지로 돌아왔다. 무리가 앞으로 날아갈 때 먼저 앞선 적이 없고, 그렇다고 뒤로 물러날 때도 낙오되어 처진 적이 없었다. 먹이를 먹을 때도 앞다투어 먹지 않고 대오를 이탈하지도 않았다. 그러니 다른 새로부터 위협받을 일도 거의 없었다.

 

  

대통령 노무현이 바보를 자처하면서 바보의 의미가 많이 왜곡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노무현은 바보 이미지와는 약간 느낌이 다르다. 

 

 하느님은 확실히 오른뺨을 맞으면 왼뺨도 내밀라고 하셨다. 그러나 왜 하필 오른뺨을 맞았고 왜 굳이 왼뺨을 내밀어야 하는 것일까? 김규항은 예수전이란 책에서 새로운 의견을 적는다. 오른손은 사람들이 주로 쓰는 손이니 오른손으로 제대로 치라는 의미로 왼뺨을 내미는 것이라 한다. 정말인지 제대로 알 방법은 없으나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을 통 실천할 수 없는 우리들에게는 상당히 그럴 듯하다.

 요즘 세상에는 지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항상 승리하면 기분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인간에게는 저마다의 단점이 있고, 언제나 성공한 상태로 있을 수는 없다. 아니, 단지 기분이 나쁜 상태라면 상관이 없다. 하지만 등 뒤에서 툭툭 돌을 던지듯이 말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마치 그 말을 꼭 던져야 자신이 인생에 있어 늙어 죽을 때까지 승리자로 있을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 굳이 거론하진 않겠지만 내 주위에도 그런 친구들이 있는데, 예전엔 웃어넘겼지만 지금 그들과 떨어져서 그들에 대해 생각해보면 섬뜩함이 느껴진다. 그들의 말투는 마치 지나가는 행인의 뒤통수를 무자비하게 벽돌로 치는 것과 같았다. 무차별인 경우도 많았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이 책은 친절하게 가르쳐주고 있다. 일단 험담이라는 벽돌에 맞은 상황에서 응급처치를 하고 자신의 화를 다스리는 방법에서부터, 그 상황을 넘어가는 재치까지 폭넓게 가르쳐주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철저히 바보가 되어 현명하게 무시하면 언젠가 가해자인 상대가 병신이 된다는 점이다. 어떤 사람이 아무렇게나 질질 싸댄다고 우리도 질질 싸대면 결국 모두가 오줌싸개 똥싸개가 되서 가마니 쓰고 소금 얻으러 다녀야 된다. 그 순간 한 명이라도 험담이라는 구정물을 통제해야 된다. 한 번 바보가 되는 걸로 그 공동체의 분위기를 살릴 수 있다면, 괜찮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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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짝도 못 하고 서 있기
데이비드 세다리스 지음, 조동섭 옮김 / 학고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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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카에 콘돔을 담을 때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잠시 후, 쉰다섯 살인 매형과 함께 통로를 지나가면서, 크게 과시하며 다니는 동성애자 커플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
"다른 것도 넣어야지, 안 되겠어요."
매형은 농산물 코너로 자취를 감췄다가 조금 뒤에 딸기 1.8킬로그램 한 상자를 들고 나타났다. 딸기 때문에 우리는 더더욱 동성애자로 보였다. 이제 우리 머리 위에는 만화 말풍선이 떠 있었다. '우리는 항문 성교를 한 뒤에 쇼트케이크를 즐겨 먹어요!'
내가 말했다.
"다른 거, 다른 게 꼭 필요해요."
매형은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며 한참 생각했다.
"올리브유가 필요하긴 해."
내가 딱딱거렸다.
"안 돼요. 그냥 계산하고 나가요. 제발, 얼른."
(...)
나는 청소년 독자에게 말하곤 했다.
"줄 게 있어요. 별것 아니고, 감사의 뜻으로 아주 작은 걸 준비했어요."

  

생각해보니 나는 남의 일기를 보는 걸 좋아하는 취향이 아주 어릴 적부터 있었다. 반면 내가 일기를 쓰는 건 취향에 아주 맞지 않았는데, 초등학교 때 매일같이 열심히 내가 쓴 일기를 매일같이 검사했던 선생님은 이 말을 들으면 의외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나는 일기를 누군가가 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열심히 썼던 듯하다.

 

 아무튼 내가 쓴 일기를 내가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남의 일기를 들여다볼지언정 절대 일기를 쓸 마음은 없다. 적어도 인터넷에다가 무엇인가를 쓰면 누군가 보지 않겠는가. 애초에 종이 위에 자신만의 입장을 잔뜩 적어놓고 시간이 지난 뒤 들여다보는 건 악취미라고 생각한다. 그런 실용적이지 못한 일을 하는 건 죄악이라고 단호하게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가장 일기를 잘 썼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이순신이다. 그도 예수 그리스도에 버금가는 위인이지만 어차피 인간인지라, 원균의 입이 딱 벌어지는 멍청함에 뚜껑이 열려서 자신만의 입장을 길게 쓴 적은 있다. 하지만 태반은 선박을 지었는데 예산이 얼마가 들었고, 그 일에 매달린 백성들은 몇 명이었고, 군량미는 얼마가 들었다는 내용이다. 이런 내용들이어야 대게 다시 내가 쓴 일기를 들여다볼 때 만족스러울 수 있다.

 

  

 이 에세이는 파격적인 유머가 담겨져 있다. 물론 유명한 코미디언들이 늘 그렇듯 애써 밝아지려 노력하는 측면도 있다.

 가족에 대한 애증과 회의주의적인 시선도 그렇지만,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그는 오바마의 연설을 좋아하지만 당선 이전에 동성애자에 대해 지지하지 않는 데 대한 탐탁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그러면서도 오바마를 지지하지 않는 미국 사람들의 광란을 액면 그대로 써낸다. 그의 글로 볼 때면 이번의 트럼프 당선은 미국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작가는 명확히 자신의 일기와 공적인 글은 다르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대체로 수위가 높은 이야기들을 적절하게 풀어냈다. 그의 솔직함이 좋은 인상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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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고화질]회장님은 메이드사마 13 회장님은 메이드사마 13
후지와라 히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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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우스이 씨! 식사준비를 해준다면 뭐가 먹고 싶어요?" "..죽."

 

 

  

 먼저 사진은 더 이상 읽기를 허용하지 않는다. 사진은 텍스트라기보다는 곧장 (사진 찍힌) 대상의 표정이 된다. 사진에서 우리는 더 이상 세계의 한 조각을 바라볼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사진의 프레임 안에 갇힌 채 제시되는 피사체와 그 배경 너머에 외부가 있음을 떠올리는 것, 지배적인 표면을 넘어 너머의 세계를 암시하거나 비유하고 있다는 상상이나 충동을 길어내는 것은, 더 이상 사진을 보는 것에서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VOSTOK>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이걸 회장님은 메이드 사마라는 만화책에서 느끼게 되었다. 이 작가가 그린 첫 단편에 투명한 세상이라는 제목을 붙인 게 미묘. 내용은 돌발적으로 죽은 첫 사랑이 억울해서 성불하지 못한 채 있는 걸 여자애가 발견, 성불하기 직전에 자신이 원하던 장소에서 그의 사진을 찍지만 상대가 유령이라서 배경만 남았다는 이야기다. 인물사진을 노렸지만 훌륭한 배경사진이 된 셈인데, 이걸 보니 그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러고보면 우스이는 훌륭한 모델같은데, 어째 무뚝뚝한 여자애는 배경같은 느낌(...) 아유자와가 우스이를 남자로 인식하기 시작하는 무렵부터는 미묘하게 사진찍는 장면이 줄어들지만, 본편 초반에 유달리 둘이서 사진찍는 모습이 많이 나왔었다. 메이드 카페라서 더더욱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메이드 일을 하는 아유자와가 그런 일을 더 거북해하는 게 모에포인트... (응?) 아니, 미묘한 긴장감을 준다. 아유자와가 워낙 학교에서 가면을 쓰고 귀신 이미지를 갖겠다고 고집하는지라 그러는지도 모르겠다. 별로 마음에 드는 전개는 아니다. 정말로 솔직하고 비뚤어지지 않은 올곧은 사람이라면 점잖게 각잡고 충고할 것이다. 나의 남자친구를 더이상 괴롭히지 말라고, 우스이는 확실히 뭔가 오해하는 듯한데, 그녀는 우스이가 마음을 다잡고 자신의 의지가 생성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막연히 집안에 대한 반항으로 집을 나온 게 아니란 걸 보여주기를. 단지 아직 나이가 어리고 생각보다 우스이의 집안 족보가 꼬여있어서 생각 정리를 하는 데 시간이 걸릴 뿐이라 생각된다. 

 굳이 나와 비슷한 캐릭터를 잡자면 여러 군데에 민폐를 끼치는 사쿠라가 아닐까 생각한다. 대놓고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는 편은 아니지만, 연애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점에선 나와 비슷한 점이 있다. 그런 핑크핑크한 점이 귀찮으면서도 은근한 매력이 있고, 남성이 꼬이지 않을 리가 없다. ... 자만하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그 때문에 내 연애 생활엔 굴곡이 많았다. 사쿠라의 입장에서는 가장 이해가 안 되는 사람은 아유자와일 것이다. 단지 친구이니까 자신에게 상담하고 의지하기를 기다려줄 뿐이겠지. 나도 정확히는 그런 마음으로 이 커플들을 지켜볼 뿐이다. 현실로 내 주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인내심이 결여되어 성이라도 왈칵 냈겠지만, 내 입장과는 관련이 없는 2차원 세계의(정확히 말하자면 이미 완결난 작가 뇌 속의) 흐름이니까 지켜볼 수밖에 없지 않은가. 진실해야 할 경우에도 항상 돌려 말하는 우스이가 좋은 남자이진 않지만, 인간은 누구나 단점을 지니고 있으니까. 아유자와의 적극적인 대쉬에 맞서 아주 작은 용기를 보여준, 그 정도면 봐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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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은 가능한가 - 한국 스켑틱 Skeptic 2015 Vol.1 스켑틱 SKEPTIC 1
스켑틱 협회 편집부 엮음 / 바다출판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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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정말 잘났어! 모든 게 잘될 거야!'를 굳이 날마다 스무 번씩 복창하겠다면 말리지는 않겠지만, 그걸로 얻을 수 있는 건 당신을 딱하다는 듯 바라보는 주위 사람의 시선이 전부다.

 


시간여행이 가능할지에 대해 가타부타를 따지는 글이 심히 재미있었다.

  SF에서 쓰여진 아이디어가 미래기술의 토대가 된다는 건 문과 계열에서는 정설적인 이야기인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과학자들도 많은가보다. 올려진 글의 위세로 봐서는 '몇몆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있지만, 지금도 미세하게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로 결론이 난 듯하다. 중력이 강할수록 시간이 느리게 가는 경향이 있으니 말이다. 그 예로 양손에 손목시계를 차고 한손을 가만히 둔 채로 다른 한손을 아주 빠르게 돌리면 아주 미세한 시간 차이가 있을 거란 흥미로운 실험을 제시한다. 단, 손목에 찬 시계가 원자 시계만큼 정밀해야 한다고 하니 현재의 손목시계로 실험을 해봤자 소용없다고 한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이 책에서도 슈타인즈 게이트처럼 미래에 정해져 있는 어떤 법칙은 바꿀 수 없다는 걸 과학적으로 이야기했다는 사실이다.

 


기타 신이 존재하지 않으며 또한 믿지 말아야 할 이유를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도 이 잡지의 특이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자신을 온건한 유신론자라고 표명한 사람도 있어서 흥미로웠다. 마지막 말에서는 '사람에게 정신상 이득이 있는 행위는 좀 하게 내버려둬라'라는 식으로 툴툴거리는 지라 약간 거부감이 갔었지만, 개인적으로는 호감이 드는 칼럼이었다. 분명 종교를 이용하여 사기를 치는 사람은 감옥에 가야 하고, 종교에 빠져 돈을 낭비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믿음을 강요하는 사람은 뺨을 쳐서라도 정신을 차리게 해야 한다. 하지만 성서는 문학적으로 정말 중요한 책이며, 헌신적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봉사를 하면서 봉사를 하라고 사람들을 계몽하는 성직자들이 무수하게 많다. 과학과는 비록 거리가 멀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과학이 인간에게 유익하더라도 반드시 자연에게 유익하리라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 종교가 반드시 인간에게 유익하리라는 보장이 없듯이 말이다. 아무튼 종교인들이 자신의 신앙을 강요하기 위해 무리해서 과학적 이론을 끌어들인 것은 잘못된 일이다. 멀티는 좋지만 학문간의 잘못된 만남은 쓰레기같은 이론을 만들며 그것을 똥같은 책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지구가 애써 만든 나무 몇 그루를 베어내야 한다. 연말이 될수록 기독교 책을 찾는 기독교인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들이 찾는 기독교 책 중에 돈 낭비가 아닌 게 대체 어디 있을까? 읽는다면 시간 낭비죄까지 추가될 것이다. 그런 걸 찾을 시간에 후딱 과학책을 한 권 사는 게 더 나을 것이다. 뉴톤이나 스켑틱같은 과학잡지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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