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은 메이드 사마! 4
후지와라 히로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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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가 난 건 내가 아니라 너잖아."
"그럴 지도 모르지. 왜인지 알아?"
"... 그, 그냥."
"그래...? 그럼 화해할까?"

 

  

일단 이 만화는 하이틴 로맨스이다. 요즘 날씨가 추워서인지 자꾸 로맨스를 읽고 싶었던 나는 기존에 봤던 할리퀸말고 좀 더 새로운 걸 보고 싶었다. 90년대 로맨스가 과격하고 끈적끈적했다면(신조 마유라던가 시노하라 치에라던가) 요즘은 알콩달콩 밀당하는 로맨스가 유행이라길래 일단 가장 유명하고, 이전에는 스토리 질질 끌고 씬도 없는 게 너무 지루해서 덮었던 메이드 사마를 집어들었다(...)

 

 일단 이야기는 과격하게 남자를 제압하는 학생회장으로 시작된다. 이유는 아버지가 어머니와 자신을 버리고 떠나갔고, 그 경험으로 인해 무능한 남자들은 싫다는 것. 그녀는 마침 여성이 20%밖에 차지하지 않는 고등학교를 만났고, 학생회장이 되서는 완전 물 만난듯이 남성들을 제압하기 시작했다. 왠만한 남자보다도 더 힘세고 괄괄해진 그녀가 알바로 메이드를 택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체력의 한계 때문. 가난한 사람이 프리터, 혹은 프톨레타리아로서 선택할 수 있는 직업은 그리 많지 않다. 이번에 아쿠타가와 상을 받은 소설의 제목이 '편의점 인간'이란다. 10대들에게 가족은 사람이 직접 선택할 수 없는 여러가지 것들 중 하나다. 확실히 가족이 저지른 실수 때문에 모든 책임을 뒤집어쓸 수밖에 없는 미사는 항상 화가 잔뜩 나 있다.

 그러나 한국은 일본이 과거에 저질렀던 죄와 제국주의를 미워해야지 일본 애니와 만화와 거기에 사는 모든 사람들을 미워할 수 없다. 분노 속에서 사는 미사도 함부로 다룰 수 없는 남자가 바로 우스이다. 대부분 미사를 지키려다 자기가 자초한 일이긴 하지만 항상 부상을 심하게 입고, 빈정거리거나 섹드립만 하지 않으면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에, 뭐든지 돌려 말해서 항상 미사를 기죽게 만든다. (물론, 여기선 로맨스의 전형으로 나오는 아름다운 얼굴과 약간 근육진 몸매와 찰랑찰랑 잘 뻗은 금발과 만능인간의 요소는 다 뺐다.) 책임감 하나는 끝내주지만 '절대 용서할 수 없는 게 있는' 미사는 번번히 가시돋친 말로 그런 우스이에게 상처를 준다. 말 그대로 책임질 수 있는 연애관계로 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어쩌면 지금의 썸은 책임질 수 없기 때문에, 무언가에 제대로 빠질 수 없기 때문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성과 같이 있고 싶고는 싶은 본능 때문에 이 세대가 만들어낸 자구책은 아닐까. 앞에서 이야기한 편의점 인간이란 소설에선 결국 여자가 남자와 헤어지고 편의점 일을 하며 끝을 맺는다. 점장조차 30대인 메이드 카페에서 학생회장은 더더군다나 평생 일할 수가 없다. 항상 아슬아슬하게 무너지려는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는 미사, 그리고 모래성같아 보이는 그녀를 항상 부루퉁하게 지켜보는 우스이. 이들이 어떤 관계를 만들어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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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라르와 쟈크 애장판
요시나가 후미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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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면 안그래! 자기가 사랑했던 여자가 낳은 아이잖아?! 난 그것만으로도 좋아. 그것만으로도 충분해!
네가 왜 울지? 넌 아무 잘못이 없어! 아이들은 왜 무슨 짓을 당하더라도 부모를 좋아하는 거지?!

 

 

  

요시나가 후미를 좋아한다.

 과장되게 이쁘장하게 꾸민 수의 얼굴과 터프하고 근육이 울긋불긋한 공의 몸매 사이 어느 경계선에 있는 그 그림체가 좋다. 진지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개그의 요소만 있지도 않은, 그 쿨한 씬이 좋다. 그저 덤덤하게 흘러가다가 자크의 성장처럼 어느새 훌쩍 남남상열지사로 발전하는 제라르와 자크의 관계가 좋다. 여자와 여자의 연애이야기를 담기는 했지만 자크의 이야기를 은근히 담아내는 제라르의 소설 이야기가 간간히 나오는 게 좋다. 무겁지 않게 프랑스 혁명 이야기를 담아내는 게 좋다. 내용을 알고 있음에도 북카페나 책방 어딘가에 이 책이 꽂혀있으면 계속 눈길이 가게 된다.

 요새 책을 빨리 읽게 되었다. 아무래도 가볍게 읽게 되는 측면이 있지만 북카페같은 데서는 유리하다. 책을 빌려갈 수도 없는데 사기에도 왠지 아까우니(?) 도저히 느리게 읽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서울에 올라갈 때나 후딱 읽어야지 어쩌겠는가. 그나마 제라르와 자크를 이렇게 쓱 읽은 것도 네번째인 점을 위로로 삼아야겠다. 읽을 때마다 항상 찌르르한 감동을 주는 BL 만화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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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개정증보판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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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9월 어느 날 밤에 아빠는 에티오피아의 아디스아바바에서 상카라를 우연히 만났어. 상카라는 나라 일로 그곳에 가 있었고, 아빠는 아프리카의 여러 지역을 방문하던 중이었지. 아빠는 그의 숙소인 호텔에서 그와 마주앉아 20년 전 볼리비아의 산중에서 살해된 체 게바라의 운명에 대해 이야기했어. 상카라는 "살해될 당시 그는 몇 살이었을까요?"하고 물었고, 아빠는 "39세 8개월"이라고 대답했어. 그러자 생각에 잠겨 있던 상카라는 "나도 그 나이까지 살 수 있을까요?"라고 하더구나. 만약 살아 있었더라면 상카라는 살해된 해 12월에 38세 생일을 맞이했을 텐데 말이야.

  

소련이 무너지기까지 인류가 공산주의라는 이름으로 잘못 불렸던 부패한 국가자본주의에 있었다라... 북한 욕할 때부터 불안하더니 책 저자가 완전히 잘못 이해하고 있음. 공산주의는 세계에서 혼자 고립되었기 때문에 그 이론이 더럽혀졌던 것이다. 

 

 그리고 어째서 각 나라의 독립을 주장하는지? 트럼프는 주한미군의 군대를 철수하겠다고 밝혔는데 그랬다가는 남한과 북한의 전쟁과 그로 인한 피해가 더 커질 따름이다. 유엔으로 인해 한 명의 아이라도 기아에서 벗어나길 바란다고 하지만 정작 유엔기구의 원조는 전쟁에서 한 쪽의 원조로서 여겨지며 그게 더 큰 피해를 초래한다는 걸 저자는 정녕 모른단 말인가? (나중에 에필로그 부분에선 나오지만.) 근본적인 인간의 전쟁 본능을 뿌리뽑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지 않으면 유엔기구로서는 힘들다. 당장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아프리카의 상황에선 특히나 완전 독립을 요구하기가 힘들다. 인간은 전쟁을 좋아한다.

 이 책은 또한 부시 편을 들어주는데 여기서 유엔이 미국의 꼭두각시임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그나마 이 책에서 그나마 유일하게 빛나는 점이 있다면 저자의 유엔 활동에 대한 이야기보단 끝부분의 상카라에 대한 짧은 설명이다. 굶어 죽는 아이처럼 그 또한 체 게바라보다도 짧은 인생을 살았다.

 아이들은 원래 현 시대처럼 극진한 대우를 받지 못했다. 중세시대에 아이들이 작은 어른, 즉 드워프 취급을 받았던 게 고작이다. 반지의 제왕만 봐도 알겠지만 그들은 인간을 닮은 종족 중 제일 땅딸막하다고 무시받고 천대받으며 땅굴 속에서 그들만의 세계를 이루었다. 예전부터 그래왔긴 하지만, 노동력이 필요하고 인류의 사망률을 줄이기 위해 대우하는 척 하면서 어느 순간 배신하는 건 비겁한 짓이지 않은가. 심지어 어떤 아이는 정유라같이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고 다른 아이는 나같이 뭣도 없는 집안에서 태어났다고 하여 둘의 입장이 극단적으로 갈라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생각된다. 이는 마치 샘물 안에 있으면서도 손으로 물을 뜨려하면 물이 달아나버린다는 지옥의 이야기와 흡사하지 않은가. 천국은 모두가 성적욕구없이 뛰어다닐 수 있는 곳이라 한다. 기아민들의 천국엔 맛있는 음식이 있을거라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프리카 등 제 3세계 국가가 힘들어하는 요소들을 열거하는데 왠지 우리나라가 오버랩되는 건 기분 탓이냐. 젠장. 역시 애를 낳지 않는게 제일 훌륭한 해결책인 듯하다. 낳자마자 굶겨죽일 거면 뭐하러 세상에 나오게 하나. 기아의 후원만큼이나 피임교육도 필요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원조보다는 개혁이 우선시해야 된다고 했다. 그런데 왜 자신의 아이에게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여기서 우리는 저자도 부자임을 감안해야 하며, '내 새끼에겐 빈궁함을 주고 싶지 않은' 아빠임을 감안해야 한다. 모든 선생님들이 기아에 대해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일반화는 정말이지 너무나 몰상식하기 짝이 없는 발언이었다. 이 책으로 기아에 대해 배우느니 차라리 레닌에 대해서 배우는 게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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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사람이 만나는 곳 동네서점 - 서점원이 찾은 책의 미래, 서점의 희망
다구치 미키토 지음, 홍성민 옮김 / 펄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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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런데, 여기서는 원래 사려던 것도 아닌 책을 늘 두세 권씩 사게 되네요. 하하하."

 

  

예전에 백수 3개월 생활했을 때 어느 동네 서점에서 일하려 한 적이 있다. 확실하게 거절당했다. 여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것도 미혼의.

 

 결혼하면 그만두고(어차피 내가 그만 안둬도 자기들이 막 해고할 거면서), 힘들다고 질질 짜고, 최저시급 정확히 따지고 들고, 섹드립만 했다하면 씍씍대는 여자이니까. 그래서 깔끔하게 포기하고 대기업 서점에 이력서를 냈다. 취직해서 잘 지내고 있다. 물론 화장실에 너무 오래 있는다 욕먹고 기타 갖은 수모를 당하지만 어쨌던 입사지원 때 여자란 이유로 면접부터 거절당하진 않았다. 처음엔 그 동네 서점에도 라노벨 알아보러 좀 다녔는데 지금은 발길을 끊었다. 이유 없이, 그냥이라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원인은 있었다. 동네 서점이라. 동네 도서관도 그렇듯이 난 동네 서점을 좋지 않게 본다. 아니, 더 안 좋게 본다. 그들은 이윤까지 따지기 때문이다. 교보문고나 알라딘이 대기업이라 욕먹지만 그들이 낫기도 하다. 슈발 있는 욕 없는 욕 다 하지만 그래도 일단 차별없는 취직을 시켜주잖어.

 

 

  

일단 단점부터 까고 시작하겠다.

 아무리 장사에 잇쇼겐메이를 강조하는 일본이라지만 서점에서 책 파는 거 가지고 카리스마라니 무슨 곰방대 피는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 여성에게도 카리스마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저자는 전혀 책 파는 여성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다. 알라딘 관계자도 지적했지만 그 외의 편협한 의견이 너무나 많다. 서점은 문화공간이 아니라는 둥, SNS로 자신의 서점이 취직하기엔 일이 너무 많아 별로라 하는 서점직원들의 지적이 짜증난다는 둥. 한 마디로 그가 마초이자 꼰대라는 데서 이 서적은 치명적인 한계가 있다. 꼬우면 자신도 SNS를 하며 적극적으로 서점의 인터넷 홍보를 전개하면 된다. 그깟 자존심 때문에 트렌드를 거부하다니 분명 장사하는 사람으로서는 마이너스이다.

 역시 여기서도 열정페이가 문제다. 서점직원에게 서점을 방문하는 고객의 로봇을 만들어주게 한 것은 정말 아닌 것 같다. 자신이 로봇 만드는 법을 직접 연구해서 만들어주는 방법은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단 말인가? 그리고 가능한 한 정직원으로 사원을 뽑는 건 당연한 일이다. 아무리 서점 일이 어렵더라도, 하물며 '커피 값을 줄이더라도' 직원의 임금에 대해 신경을 써준다면 직원들이 SNS에서까지 불평을 했을까? 서점 직원이라면 서점에 들어오는 모든 신간에 대해 파악을 해야 하는 건 맞다. 특히 서점에서 강조하는 책이라면 예의주시를 해야지. 하지만 노동을 집까지 끌고 들어온다는 문제도 분명히 있다. 오버워킹과 과로사는 최근 노사 모두가 걱정하고 신경쓰는 문제인데 그에 대해서는 아무 생각이 없고 젊은이들만 탓하고 있으니 정말 딱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사람과 서적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글쎄, 반경 3미터 정도는 거리를 두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가치는 귀하다. 나도 아무 지식없이 서점직원 일에 뛰어들었다가 잡지도 제대로 반품 못해서 출판사 직원들에게 한소리 많이 들었고, 매장을 청결하게 가꾸면서 내 방식대로 진열하는 방법을 너무 힘들게 연구했다. 이 책은 내가 몸과 정신에 상처입고 치받아가며 공부했던 걸 굉장히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어디서 서점일에 대해 제대로 배우기 힘든 상황에 처한 서점 직원은 의외로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서점 직원이란 직업을 미화하는 책이 많은 게 현실이고... 적어도 이 책을 접하면 서점 직원들에게 막말하고 편견을 뒤집어 쓴 채 접근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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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녀 혁명 - 아이 없이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
메들린 케인 지음, 이한중 옮김 / 북키앙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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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과 여러분의 결정에 초점을 맞추지 마시고, 그 사람들에게 물어 보시기 바랍니다. 왜 그렇게 심하게 자기 감정을 상대방에게 강요해야 할 필요가 있는지 말입니다. (...) 어떻게 하면 그들이 여러분에게 아이를 가지라고 요구하는 대신 자신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까요?"

dd

 

  

내가 무자녀로 살기로 결심한 때는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아동학과에 간지 3년 되었을 때다.

 물론 초등학교 때 인간의 본성을 제대로 확인해서 내 아이가 성장할 때 그런 애들과 똑같은 모습을 보이면 그 애한테 폭력을 쓰거나 학대하지 않고 견딜 수 있을까, 같은 생각을 하긴 했다. 그러나 막연히 다들 아이를 낳고 키우니 나도 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아이를 키우는 데는 많은 것들이 필요했다. 첫째로 아직도 원인을 파악하지 못한 병에 걸려서 한동안 심적 방황을 했었다. 또한 이런 안정적이지 못한 국가에서 혹시라도 여자아이를 낳는다면, 내가 겪었던 성폭행이라던가 왕따 등의 일을 그 아이가 또 겪게 될까봐 겁이 났다. 세번째로 아이를 키우려면 돈이 몹시 많이 필요할 것 같은데, 나도 그렇고 내 미래의 남편도 재산이 그리 많진 않을 것 같았다. 네번째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주택에 차리는 동네도서관인데 그 일을 하려면 아이를 돌볼 시간은 많이 줄어들 것 같았다. 결국 이러저러한 사정이 있으니 아이를 낳지 않는게 좋을 것 같다, 라는 말을 그 당시의 남자친구한테 했었다. 그랬더니 그 남자친구의 대답은 이랬다. "나중에 키우고 싶으면 입양하면 되지." 마치 내가 반드시 나중엔 아이를 키우고 싶어할 것이라고 장담하는 듯한 말투여서 살짝 거부감이 들었다. 하지만 험난함은 그 이후부터였다.

 

  

직장에서 아이를 낳지 않겠다 말한 건 순전히 내 잘못이었다.

 하지만 난 숨기는 걸 잘 못하는 데다, 여러가지 사정이 있었기 때문에 그 당시엔 대놓고 말하는 것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봐야 하겠다. 그리고 그 대가로 나는 '씀풍씀풍 아이를 낳아야지' 같은 말을 들었으며, '혹시 예전에 임신 경험이 있었는데 낙태한 게 아닌가'라는 질문을 받아야 했다. 그 중 아주 젊은 나이에 아이를 낳은 어머니에게 찍혔었다. 그 이후론 나에 대한 감시의 눈초리가 끊이지 않았다. 마치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한 그 자체로 나는 어린 아이 취급을 받는 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나는 일하는 걸 상당히 좋아한다. 그러나 아이가 아플 때 조퇴신청도 제대로 안 한 채 달려가는 직장 동료들을 보면, 마치 그들이 못한 일을 내가 다 하라는 듯한 기분이 들어 씁쓸했다.

 젊은 나이에 아이를 낳은 그 어머니는 "여기는 아이를 다 낳고 키운 여성들이 취미삼아서 들어가는 직장이니, 너같은 애는 할 일이 아니다. 당장 그만 두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말을 나에게 했다. 나는 그 일을 하지 않으면 갈 곳이 없다는 이야기를 직장 동료들과 상사에게 끊임없이 하고, 그걸 실제로 입증해야 했다. 다시 말해 이 직장 말고는 도저히 쓸모가 없는 무능한 인간인 척을 함과 동시에, 유능한 행동을 함으로써 공을 세워야 한다는 뜻이다. 어떤 아이를 둔 부모가 이런 짓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으며, 제대로 할 수나 있을까?

  

책에선 남성이 무자녀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여성에게 자궁이 있기 때문에, 자녀를 가질지 가지지 않을지의 선택 여부는 궁극적으로 여성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여성들은 유명한 경우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으며 지금 무자녀를 선택한 이유도 그런 사람이 있을 것이라 본다. 예를 들어 나처럼 말이다. 직장 동료들은 가족 수가 많다고 해도 집도 있고 외식이나 여행도 다닐 여력도 있다. 반면 나는 이리저리 계산을 해봐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유한 여성과 가난한 여성의 대립이 아이 있는 여성과 아이 없는 여성의 싸움으로 표출될 것이라 본다. 실제로 TV에 자주 나오는 우리나라의 여성 탤런트들은 다산을 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미국과는 또 다른 우리나라의 이런 움직임이 상당히 우려되는 바이다. 책에서 이야기하듯이 자식을 키우는 여성들이 무자녀여성을 피라미드의 최하층으로 짓누르고 더 많이 가지려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책에서는 현실을 직시하며 나처럼 불안한 무자녀여성들의 마음을 잘 어루만지고 있다. 뭐 무자녀라고 해서 특별한 대우를 받길 바라는 게 아니다. 단지 모두들 자식을 갖길 꿈꾸는 이 세상에서 자식을 갖지 않을 결심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환경과 정치에 많은 관심을 지닌 여성이 그런 결정을 했다면 그건 그녀가 환경과 정치를 정말 진지하게 생각한다는 증거이다. 페미니즘 사상때문에 그러했다면 그녀야말로 '진짜 페미니스트'라 불리워야 하지 않을까? 자타'공인 독'보적인 진보매체 할 수 있는 팟캐스트에서 대놓고 페미니즘을 비웃고 있는 이 사회에서 내가 뭘 바라는 걸까 싶지만, 그 점을 인정해줬으면 싶다. 그리고 인신공격을 중단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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