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다른 우리 역사 - 상식을 깨는 즐거움
이희근 지음 / 거름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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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아는 역사적 사실도 있었고 모르는 역사적 사실도 있었다.
 뭐 내가 알던 모르던간에 전부 뒷골때리게 만드는 역사적 사실들이 많았다.
 특히 민중들에 의해 엉뚱하게 왜곡되고 부풀려진 남이전설이라거나 부다페스트보다 아름다운 평양이라거나.
 병환 없이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동학에 들어간 백성들이라거나 보수적인 전봉준 등은 사실 그다지 충격적이진 않았다. 먹고 살기 위해선 살인도 감수하는 게 인간이고, 우리나라 역사는 오랫동안 왕조시대였으니까.
 우리나라 특유의 끓어오르는 애국심이라던가 '단일민족정신'을 보면 누구라도 이해가 가리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단체정신을 몹시 싫어하는 본인의 성격이 더 이해받지 못한다고 생각함 ㅋ
 하여튼 18000원이라는 상상초월의 가격에 눈살을 찌푸렸었지만 가격 값을 제대로 한다고 생각한다.
 역사가들이 왠만하면 말해주지 않는 사실을 시원스럽게 꼬집는 걸 보면 읽고 있는 독자가 괜히 시원해질 정도이다. 본인은 개인적으로 조선시대보다 가야나 백제 등 고대~삼국시대를 비중있게 대우한 점을 높이 사고 싶다. 유독 연구가 부족한 탓에 추리적 시점이 많이 들어갔다 하더라도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고대의 비중이 조선시대와 비스무리한 역사서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이 책은 희귀작이라 할 수도 있겠지.
 단, 국사선생님 같이 똑같은 말 되풀이하는 어투는 애교로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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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집어져야 문학이다 - 문학전문기자 정철훈의 작가 오디세이
정철훈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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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엔 내가 들어본 적도 없는 시인들의 이야기, 무엇보다도 무슨 말을 하는지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가 장황하게 나와서 당황했다.
 '뒤집어져야 문학이다'라는 테마에 맞추려고 노력한 티는 보이지만 일반인의 눈에 알아보기 쉽게 설명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기껏 돈 비싸게 들여 출판해놓고 자기네들 소위 문학인들끼리 모여 시시덕거리는 거밖에 더 있겠음?
 뭐 김경주씨는 원래부터 특이한 시인으로 알려져 있었으니 인정하겠지만.
 무튼 알아들을 수 없는 답답함과 지루함은 박민규씨의 얼굴을 보고 송두리째 풀려버렸다.
 썬글라스를 끼고서 사진을 찍으셨는데 '죽은 왕녀의 파반느' 프로필을 이미 봐버린 본인은 자꾸 웃음만 나와서 난감했다-_-;
 무튼 그 이후부턴 가볍게 이 책을 접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 문학계에서 잘 알만한 분들이 나오셨기 때문에.
 우리나라 문학의 고지식함과 편협함에 대해 군데군데 날카롭게 꼬집는 정철훈씨의 문장도 한가락했다.
 그나저나 대채 이문열씨는 왜 등장하신건지... 문학을 뒤집자는 테마인데 거기서 보수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어쩌자는 거?
 무튼 여러모로 추천할 책은 아니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김남조씨의 최근 삶과 조세희 씨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본인이 제일 알고 싶었던 한강님과 김선우 시인이 나와서 기뻤다. (그러나 역시 난해한 분들.)
 김춘수 테마에서 정철훈씨가 쓴 것처럼 하루 빨리 우리나라의 문학이 3김씨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났으면 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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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집 창비시선 34
강은교 지음 / 창비 / 198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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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너무 많은 기대를 한 탓일까, 아니면 예전에 읽었던 김남조의 시집이 너무 내 생각을 뒤덮고 있는 탓일까.
 한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시에 잘 집중이 되지 않았고, 공감을 할 수가 없었다.
 완전히 그로테스크한 것도 아니고 그로테스크하다고 하지 않을 수도 없는 그 묘한 거리감.
 젠장. 나중에 이 분의 허무수첩이나 한 번 읽어보려고 생각한다.
 이전부터 쭉 이 분의 시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내 취향과 맞지 않는 듯.
 아니면 내가 성장하면서 변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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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 개정판
피천득 지음 / 샘터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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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망이 깎던 노인'과 같이 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서만 봐오던 유명한 수필을 다시 보게 되었다.
 역시 어른이 되니까 그 대단하다고 생각했던 수필에서도 아쉬운 점들이 보인다.
 아무리 자기 딸을 사랑했다고는 하지만 이제 대학생된 딸에게 로렌스의 소설을 보지 못하게 만들다니... 잔인하다ㅠㅠ!
 그것도 약과다. 아들은 아예 있다는 소리도 안하다가 수필 끄트머리에서야 존재감을 보였다!
 (본인은 줄곧 소영이라는 외동딸 한 명만 둔 줄 알고 있었음.)
 세대차이에서 이루어진 벽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구절이 계속 머릿속에 빙빙 돌아서 읽는 내내 개운치 못한 것 같다.
 그리고 장난스런 자기비하에 이어지는 자기 아내에 대한 외모비판...ㄱ-
 눈살이 찌푸려진 이유는 내가 개그콘서트를 안 보는 이유하고 같은 것일까 ㅎㅎ.
 어린시절의 상처를 담담히 혹은 원망스럽게 담아낸 저자의 모습이 쓸쓸하고 아프게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유머넘치는 글들도 왠지 모를 다정함으로 쳐다보게 되었다.
 이 글을 쓰셨을 때도 중년쯤 되셨을 텐데, 어째서 자꾸만 천진난만한 소년이 쓴 글을 들춰보듯 읽게 되는 것인지.
 그래도 외국 꽤나 드나드시는 교수님이라 그런지, 꼭 우리 학교 영어학개론 교수님의 글을 들여다보는 것만 같았다.
 특히 프로스트에 대해 이야기할 때 그 맹목적인 존경에 넘치는 말투가 닮았다. 정말 프로스트는 누구던 좋아하는 시인인 듯.
 본인은 자연과 순수가 묻어나는 프로스트의 시보다는 생활고에 찌들고 사랑에 병든 존 던의 시가 좋지만.
 어쨌던 휴학한 이후 오랜만에 영미시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어 기쁘다.
 괜시리 블로그에 끄적거리다 중단했던 영미시 해석을 재개하고 싶다고 생각해 버렸다.
 진지한 이야기도 여럿 등장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부담없이 깔끔하게 본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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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조 시전집
김남조 지음 / 서문당 / 199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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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초집에 들렀다가 할 일이 없어서 책꽃이를 뒤져보았더랜다. 그랬더니 발견된 것은 오오 희귀본. 김남조시선집이라면 재출판되었지만 에세이집은 무려 절판이더라. 남자친구의 말로는 작가의 도장까지 직접 찍혀있는 책이랜다. 왠지 책이 엄청 비싸보이고(???) 무튼 엄마의 허락으로 책을 가져가서 열심히 읽었다.  역시 혈육은 속일 수 없는 듯, 어머니가 20대 시절 책 뒤에 시구로 소감문까지 써 놓은 이 책은 내 마음에도 쏙 들었다.  홍백의 장미와 새파란 장미가시가 만발한 느낌이랄까. 하나하나 화려한 묘사를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매우 간결하고 소박하기 그지없는 시였다.
 특히 본인은 '사랑초서'와 '촛불'이라는 시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하나의 감정과 하나의 사물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인생의 모든 것을 표현하는 듯하다.

온 세상
삶 전쟁
빈집엔
죽어야 할만치 피가 달가운
여자
-사랑초서 中 24-
 

떫은 사랑일 땐
준 걸 자랑했으나
익은 사랑에선
눈멀어도 못다 갚은
송구함뿐이구나
-사랑초서 中 53-
 
물 속
천길 만길에
금두레박을 타고 온 이는 없다
찬물 찬물 밑바닥에
추워서
눈먼 여자
찾아준 이는 없다
너밖에는
-촛불 中 9-

 
 특히 '촛불'의 저 구절에는 페이지 끄트머리에 '물 속~찾아준 이는 없다'까지만 적혀있고, 다음 장에 '너밖에는'이라고 적혀있다.
 페이지를 딱 넘겨서 그 단어를 봤을 때의 감동이란!
 일단 처음 출판된 책이 오랜 세월 속에서 다시 발견되었을 때 보물을 찾은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으나,
한자로밖에 표현될 수 없는 귀절들, 그리고 아까 위에 올려놓은 조그마한 센스(?) 등 개정판에선 없는 재미가 새록새록 솟아났다.
 이래서 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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