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옹 창비시선 279
정호승 지음 / 창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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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래도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에 비해 글의 한과 비애가 좀 풀려나간 느낌이다. 슬픈 일을 겪기 전에 쓴 시인지, 아니면 슬픔이 한 풀 꺾여나가고 해탈해갈 즈음에 쓴 시인지.. 난 아무리봐도 후자인 것 같으면서도... 앞에 소개될 시에서 그 묵묵하고 진한 향을 맡을 수 있었다. 이 시를 읽으신 분도 그 느낌을 전달받았는지, 이 시가 쓰여있는 종이 끄트머리를 깨끗하게 접어놓고 있었다.
 
 내 사랑에 묻어있는 죄의 흙을 제대로 씻기 위해서는
 죄의 몸끼리 서로 아프게 부딪치게 해야 한다.
 - 감자를 씻으며 中

 인간과 부딪치길 꺼리며 상처받기를 싫어하던 나에겐 크나큰 가르침과 교훈이 아닐 수가 없었다. 나도 다른 사람들이 입 안에 넣을 만큼 깨끗해질 수가 있을까? 유독 이 시에서는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사실 그 점에서 이 시는 점수를 많이 받지 못했다 ㅎㅎ 돌을 빵으로 만들어 다른 사람들에게 먹이고 싶다는 정호승 시인의 훈훈하고 아름다운 마음은 보기 좋았다만. 생각해보니 랭보도 이 모티브를 차용했던 적이 있었다. 악마의 유혹은 그만큼 인간에게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왔던 것일까? 하긴 빵 때문에 전쟁도 하는 게 인간이다보니. 3부는 사람들을 만나서 막걸리도 마시고 삼치도 먹은 후,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잠시 졸다 깨면서 간간히 읽었다. 언젠가 사람들이 내가 술을 입 안에 굴리면서 음미할 줄 모른다는 말을 했었는데, 시마저도 나에겐 음미하기 어려운 종류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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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정호승 지음 / 열림원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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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때 정호승의 ’수선화에게’라는 시를 보고 한 눈에 반한 적이 있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 견디는 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내리면 눈길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속을 걸어라

 지금은 네이버, 다음, 모든 사이트를 검색해봐도 전문을 볼 수 있는 시이다.
 불법이긴 해도 어찌보면 ’수선화에게’라는 시를 보면서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소리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한’과 ’눈물’이라는 테마를 소재로 삼아 많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오늘 그의 시집을 본 나조차 그의 시에서 배어나오는 매력에 흠뻑 빠져 버렸다.
 역시나 시집에 그가 살아간 삶의 모습이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아있는 느낌.
 시인들은 언제나 자신의 일상을 테마로 삼아 시를 쓰는 것일까?
 어쩌면 여러 문학가들의 삶과 이야기를 파헤치기 위해 국어국문학과와 영어영문학과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김남조 이외에 좋아하는 시인이 이렇게 또 늘어나 버렸다.
 하지만 지르고 싶을 정도로 열광적으로 빠지진 않은 듯. 최근에 나온 시집은 약간 고민된다(...) 
 잠깐 정호승을 검색해보니 그의 시들이 너무 많아서 무엇부터 보아야 할 지 모르겠다. 역시 처음부터 정독?
 간간히 그가 썼다는 동화도 보이는데, 그림책과 동화집을 모으고 있는 나에겐 솔깃한 뉴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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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간에 영어 공부하기 - 명화를 감상하며 영어도 배운다
박우찬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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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란을 보고 ’설마’했지만 정말 사전을 방불케 했다. 한 단어를 가지고 어원과 어원의 의미, 그리고 발음기호까지 잊지 않고 붙여놓았다. 꼼꼼하다고 해야 할지 무섭다고 해야 할지... 영어사전으로 공부한 사람들의 특징, 어원을 철저히 파헤치는 것. 책을 펼쳐보다가 이 분 보통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소개란을 봤다. 영어로 독서하는 걸 너무 좋아해서 공부까지 게을리 할 정도라고 써놓았다. 헐 게다가 써놓은 주요 저서는 왜 이렇게 많아요. 한 보따리잖아? 역시 보통이 아니었다. 그 분은 한 마디로 이런 사람이었구나, 싶었다. (어떤 사람인지는 제목을 참조하시길.) 정말 제대로 영어공부한 사람을 찾기 힘든 요즘, 대단한 인물을 만난 것이다. 토익? 토익강의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라. 토익은 영어공부가 아니라 시험공부다. 물론 제대로 영어공부를 하면 토익이야 가볍게 패스할 수 있지만, 저자의 말대로 요즘 사람들에겐 그럴만한 시간과 용기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사실. 영어를 좋아한다고 자부하는 나도 제대로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영역이니까. 음... 생각해볼수록 참으로 부럽기도 하고 질투나기도 하고. 아무튼 이 책은 예술용어도 배울 수 있지만, 영어도 본격적으로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영문과 학생으로서 추천하겠다. 그러나 단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너무 어렵게 쓰여졌다고나 할까. 말투를 보면 청소년들을 겨냥하고 쓰여진 것 같은데, 미술에 흥미가 없는 사람이 그저 명화 감상할 목적으로 이 책을 읽는다면 금방 질릴 듯하다. 아무리 어려운 예술적 용어들을 간단히 해설하려고 노력한 티가 팍팍 난다지만 사진도 작고 설명은 많고 어려워보이는 영어단어들까지 있으니까. 요즘 아이들이 그만큼 조숙하니 괜찮으려나? 아무튼 모르는 예술단어들을 알게 된 게 무엇보다 반갑고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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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선 성격장애 이상심리학 시리즈 21
조성호 지음 / 학지사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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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무식한 독자들이 뭣도 모르고 선뜻 책을 집어들다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며 책의 품질을 마구 깎아내리는 경우가 있다. 나는 이상심리학 21권 세트가 이렇게 깎아내려진 책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PH.D 다음 영어로 이름이 써있는 사람들은 인정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쓴 책은 유달리 이것저것 트집을 잡으려는 이유를 도통 모르겠다. 아무튼 매우 어려운 정신의학적 증상을 쉽게 설명하려고 아등바등 노력한 티가 매우 역력한 책이다. 외국에서도 비교적 최근에 집중적 조명을 받기 시작한 정신의학적 증상인데, 적절한 예시와 상세한 정리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혹 경계선 성격장애에 대하여 레포트를 쓰거나 할 일이 있다면 이 책을 참고하기를. 본인은 강력히 추천하는 바이다. 사회가 갈수록 심상치 않게 돌아가다보니 매우 다양한 정신학적 질병이 생겨나고 있는 요즘이다. 그만큼 심화된 정신병도 많고 새로 생겨난 정신병도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경계선 성격장애를 지닌 사람이 5%나 된다고 한다. 책 속에서는 경계선이 허물어진 현대사회 속에서 살아가면서 생겨날 수 있는 병이라고 했다. 자해 이야기는 그저 섬뜩하기만 하다. 그들은 세상을 미워하는 게 아니라 세상을 살아가면서 경계선을 명확히 긋지 못하는 스스로를 미워하는 것일까. 책을 읽으며 길을 걷다가 신촌역 1번 출구 앞에 우뚝 섰다.  무수한 어학원들이 세워진 신촌 거리에 드문드문 정신과 병원 간판이 삐죽이 얼굴을 드러내고 있었다. 씁쓸한 웃음을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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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어야 산다 신부님의 속풀이 처방전 2
홍성남 지음 / 아니무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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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을 꽤 들어본 신부님의 책이라 덥석 집었다. 성경과 신앙생활에 대해서 적었으려니 막연히 생각하고 내용도 안 보고 집은 책이었다. 그러나 예상과는 매우 다른 책이었다. 사실 컬러풀한 핑크와 노랑과 하늘색이 뒤죽박죽 섞인 표지에서부터 알아챘어야 했다. 심리학을 전공했다는 점도 특이했지만 이 분의 생각 자체가 매우 독특했다. 고스톱을 치는 하느님, 천국에서까지 사람들에게 시달린 나머지 홧병이 나 드러눕는 베드로 등 상상을 초월한 예시들이 책을 읽는 독자들을 피식 웃음짓게 만든다. (지하철에서 애꿎은 승객들에게 분노하며 경건하게 살아가려 노력하는 수많은 신자 혹은 노숙자들은 이 책을 읽고서 뒷목잡고 쓰러질지도 모르니 유의하시길.) 가끔은 이 이야기들을 독자들의 위선을 후벼파서 보여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신부님의 기발한 상상력과 유머때문에 고통은 뒷전으로 내팽개치게 된다. '하하, 그렇지. 하나님도 나 같은 사람들 때문에 참 힘들겠어. 앞으론 그렇게 살지 말아야 하는데 말이야.' 이렇게 생각하면서 말이다. 어두운 과거를 희미한 악몽처럼 지고 간다는 인상을 보여주는 몇몇 대목들에서는 나도 모르게 숙연해지게 된다.
 심리학의 세계를 접하고나서 사람들의 마음에 눈을 뜨게 되었다는 신부님에게 공감한다. 난 비록 심리학을 전공하지는 않지만 다니는 대학교가 하도 상담심리학 분야로 유명하다보니 호기심으로 심리학개론을 들었고, 곧 프로이트의 이론을 매우 좋아하게 되었다. 인생의 거의 모든 것이 어린 시절에 결정지어진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동학과를 복수전공으로 신청했고, 덕분에 지금까지 눈코뜰새 없이 바쁘지만 후회하진 않는다. 고해성사를 심리상담하듯이 하게 되었다는 신부님의 고백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마도 신부님은 일반 사람들에게 심리학의 이점을 널리 알리기 위해 이 에세이를 쓰려 결심하신 건지도 모른다.

 그러나 책을 보면 알듯이, 심리학과 종교와 관련된 어려운 단어들이 등장하진 않는다. 단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와 자신의 이야기를 써나갈 뿐이다. 혹여라도 알아보지 못한 사람들이 있을까봐 걱정하셨는지, 신부님은 일상생활에서 쓰이기 때문에 가르쳐줄 필요도 없어 보이는 종교단어마저 괄호를 치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신다. 연세도 많으시고 심리학엔 꽤 경력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 분이 쓰신 책은 매우 단순하고 순진하기까지 하다. 너무 감명을 받은 나머지 나는 무의식적으로 신부님이 계신다는 성당을 다닐까 생각하며 프로필을 뒤져볼 정도였다. (거리가 너무 멀어서 결국 포기했지만;;)

 성가정을 만드는 방법, 아이들을 올바르게 키우는 법 등도 쓰여져있다. 본인은 이 신부님의 의견에 대부분 찬성하는 편이다. 행복한 나 자신,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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