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과 트라우마 - 한국 고전 서사에 나타난 귀신 탐색 아로리총서 16
윤혜신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1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겨울에 먹는 아이스크림이 더 맛있듯, 눈오는 싸늘한 날에 보는 귀신이야기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 본인에 대한 에피소드 한 가지를 말하자면, 어렸을 때부터 나는 귀신을 무서워하는 편이었다. 식스센스랑 링이 한창 유행하던 때 그 영화를 보고 가위에 눌렸다는 아이들 말을 들으면서 벌벌벌 떨었었다. 좀비영화를 보며 태연히 밥을 먹고 있는 본인을 보면 그 말이 우습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_- 지금도 귀신나오는 영화는 잘 못본다고 해야 할까. 이 책에서는 귀신에 관한 여러 재미있는 고전설화를 들려주면서, 귀신이 사람의 심리상태에서 만들어진 트라우마일수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내용이 놀랍게도 깔끔하게 정리되어있지만, 자신의 개인적인 귀신담까지 들려주는 친밀감마저 보인다. 끝에는 자신의 책상에서 산다는 사물귀까지 소개하고 있다.(분명 사진같은데 어떻게 찍을 수 있었는지 신기했다.) 특히 전쟁과 관련된 귀신에 대해서 자세히 소개하고 있는데, 생각해보니 우리나라 공포영화에서도 전쟁이 배경이 되는 경우가 여럿 있지 않던가. 사람에게도 귀신에게도 전쟁은 마음에 상처를 주는가보다 싶다. 트라우마를 풀어주는 방법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으니, 심리학관련 도서를 편하게 대하고 싶은 사람들은 이 책을 꼭 읽어 보시길. 귀신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유용한 방법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다.
 P.S 천녀유혼 애니메이션을 어렸을 때 매우 재밌게 봤었는데, 이 책에서도 소천이를 만났다. 매우 반가웠다.
       언제봐도 옛날 여성같지 않게 솔직하고 당당해서 귀여운 모습.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선녀는 왜 나무꾼을 떠났을까 - 옛이야기를 통해서 본 여성성의 재발견
고혜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정이 있어서 책을 빨리 들춰볼 수밖에 없었다ㅠㅠ 진지하게 들여다보지 못한 게 아쉽다. 우리나라에서 보기 정말 드문 책인데... 우리가 아는 심청전같은 이야기는 물론 근원지인 우리나라에서도 잘 모르는 이야기들 속의 여성성을 에세이처럼 풀어나간 책이다. 에세이라고 가볍게 보지 마시길, 심리학에 대한 이야기들이 의외로 상당수 들어가 있다. 특히 융의 아니무스와 프로이트의 꿈 해석에 관심이 많으신 듯하다. 본인이 인상깊게 생각했던 건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꽤나 심리학에 비중을 두고 해석조로 여성의 이야기들을 풀어간다. 결혼에 실패한 분이라서 그런지 폭이 다소 좁은 점은 있다. 남성에 관한 이야기는 심청이야기 이후로 거의 등장하지 않으며, 결혼에 관한 이야기에선 글 곳곳에 아픔을 절제하려는 태도가 보여서 읽는 본인이 다 안타까울 정도였다. (페미니즘 책이 아니라) 여성성에 대한 책은 언제나 재미있다. 무의식의 깊은 어둠 아래로 가라앉는다고 해야 할까, 깊은 물 속에 들어가서 감각을 점점 잃는 느낌? 아무튼 오랜만에 여성에 대한 글을 읽었고, 조금이라도 더 읽고 싶어서 책을 눈으로 훑고 또 훑었다. 이렇게 열중해서 책을 읽다가 마지막 표지를 보게 되면 언제나 몸이 흥분으로 부르르 떨리면서도, 아쉽다. 이 책은 절판되었지만 글쓴이가 쓴 또다른 책<태초에 할망이 있었다>아직 판매중이다. 언젠가 빌려서 볼 예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년의 시놉시스 - 프롤로그, 性의 단절과 에필로그, 미래의 회복 김정환 장시 3부작 3
김정환 지음 / 삼인 / 201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은
질식이 싫다고 말한다.
검은 눈동자 하나가 깊은 수면과
황무지를 길다랗게 뽑아내고
금방이라도 눈이 영롱한 토끼가 뛰쳐나올 기세로
번쩍이며, 기일다랗게 끄집어냈다
갓 끄집어낸 순대처럼 뜨끈뜨끈
메마른 울음을. 


우리도 옛날엔 물고기였어.
네 개의(둘 중 하나는 다섯 갠가?) 촉수를 늘어뜨리며
아스팔트 깔린 거리를 휘적거리고
지면에 파문을 남기는 아이의 밤머리칼
검은 불꽃을 나부끼게 하는 조류
수분알갱이로 꽉 찬 수면 속엔 저렇게
하얗고 붉은 꽃이 가득 피어 있는데.

견딜 수 없이
숨이 벅차오르는
벅차오르는 만큼 견딜 수 없는
사람의 괴로움은 외로움이다
저승사자가 엉덩이를 사정없이 때리는
자연死마저도 숨막히는 탄생事이다.

푸른(초록빛이 아니라!)
우리의 살과 뼈와 근육과 내장이 녹아들고 스며들고 배어들어
뼈 중에서 가장 작은 뼈인 말랑말랑 耳소골마저 남김없이
섞일 수 있다면
함께? 안 들려? 다시 말하자면

당신은
나의 품안에
풀려
액체되고
나는
당신 품안에
묶여
헤엄치고. 

어차피 천사는
걸을 필요성이 없고,
어차피 물고기는
숨쉴 필요성이 없고.

끙끙컹컹으르렁거리는 당신과 나의 인간됨의 경계에서
속절없이 발이나 동동 구르는 하얀 거품.
가슴만 빵빵한 인어공주가 치켜든 새파란 칼날
그 서슬에 짓눌려 새파랗게 질린 채 사망
구천을 동동 부유하는 바다가
언제나 문제다.

- 시인의 진실성있는 유년기, 현재기, 그리고 미래기. 보면서 많이 울었다.
그리고 문득 시를 쓰고 싶었다. 어언 10년만에 다시 쓰는 시다.
쓰고 나니 내 이야기가 섞여 있어서 많이 찔린다(...)
새삼 김정환님의 훌륭한 시와 내 변변찮고 지리멸렬한 시가 비교되기도 하고..
오랜만에 영감을 주신 김정환님께 감사드리며,
새삼 밤을 새가면서 쓴 이 시를 리뷰란에 올리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푸른별 이야기 - 육군 중위의 군대일기
문상철 지음 / 푸른향기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일기를 읽어본다. 어머니는 어렸을 때 백과사전시리즈에 이어 많은 책들을 사주셨지만, 난 그 중에서도 일기식의 글들을 많이 읽었던 것 같다. 매일마다 일기를 쓰고 있는 저자(?)로서 다른 사람들은 일기를 어떤 식으로 쓰는지 궁금해하기도 했었고, 단순히 다른 사람들의 생활이 어떨지 궁금해서 들춰보기도 했다. 그 이후로 오랜만에 일기형식의 글을 읽은 것 같다. 글쓴이가 꽤 감수성이 있으신 분이신지, 찍은 사진들 하나하나에 감정들이 그대로 드러나서 가볍게 읽어나갔다. 군대에서 쓰는 언어들 중 몇몇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럭저럭 읽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초중학생들도 읽기에 어려움이 없을 듯하다. 

 꽤나 신앙심이 깊으신 분인지 글 구석구석에 하느님이 등장한다. 그리고 본인같이 사상이 비뚤어진 사람이 읽기 민망하게도, 정의에 대한 믿음이 군데군데 묻어나 있었다. 어느 예비군 선배의 말에 의하면 정의와 신념이 가장 무너지기 쉬운 곳이 군대라고 하던데. 현명하게도 과거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편이셨는데, 그다지 순탄해보이는 인물은 아니었다. 곳곳에서 그의 마음 속 상처가 묻어났지만, 유독 자신의 신체적 부담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편이었다. 설마 부끄러워하셨던 걸까? 아무튼 개인적인 인물에 대한 해석은 이 쯤 해두겠다. 하지만 왠지 책으로 나온 일기를 다시 보신다면 얼마나 낯뜨거우면서도 뿌듯할까 하는 생각을 좀 해봤다 ㅋ 

 솔직히 말하자면, 순전히 일기글이라는 점 하나 때문에 이 책을 들춰봤다. 그리고 남자친구가 지금 군대에 있지 않았더라면, 그리고 이 책을 추천해주지 않았더라면 이 글은 아마 안 봤을 듯. 개인적으로 군대의 시스템 자체를 싫어할 뿐더러, ’군바리’캐릭터가 얼굴에 찍힌 채 사회에 복귀하는 남자들을 비웃으면서도 은근히 불쌍하게 생각하는 관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뭐 지금도 그 생각엔 변함이 없지만, 나 자신 심지어는 군대 프로그램마저 정의에 맞게 변화시키려 노력하는 중위의 모습이 감격스러웠다. 군대의 시스템 하나를 변화시키기 얼마나 힘든지는 어렴풋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자세히 언급이 되어있지 않지만 그가 이끈 조직이 좋은 성적을 거두었다는 매우 짤막한 글을 보건대 아마도 그의 노력은 결실을 맺지 않았을까 싶다. 스스로 개발해냈다는 리더십 7계명도 매우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몇몇 구절들은 매우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었다. 2년간 이런 결과를 이루어냈다면 군 생활도 그렇게 나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네이버책 코너에 가보면 일기 안에 등장한 2소대장이 직접 적은 후기를 볼 수 있다. 감수성이 있는 사람과 그 감수성을 잊지 않는 사람의 만남. 소중한 인연이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인간이 사는 곳 어디에서나 사랑은 존재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외국인을 위한 한국문화읽기
김해옥 지음 / 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 201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점수를 좀 많이 깎을 수밖에 없었다. 서평을 쓰려고 동네방네 돌아다녀도 이 책을 찾을 수 없었달까. 네이버 책 사이트의 잘못인지 아니면 교육서적이라 출판사에서 강의 이름을 그대로 썼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한국의 가치문화’라는 상당히 애매한 이름이 제목란에 떡하니 올라와 있어서 본인은 경악했다. 외국인이 읽을 책인데 최소한 이름은 제대로 통일해서 써야 하는 게 정석 아닌가?
 내용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통계표라던가 각종 자료들이 깔끔하게 배치되었다. 그러나 역시 교과서라서 그런지 내용이 다소 딱딱했다. 무엇보다도 사진이 너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딱히 꼬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무언가 예제와 안 맞는 사진들도 다소 있었다. 시험기간이라 너무 정신이 없어서 후기를 짤막하게 쓰는 점도 있으나, 기대치와는 달라서 책에 대해서 다소 실망스러운 점들이 자꾸 눈에 들어오니 무엇을 더 써야 할지... 그래도 한영번역만큼은 어느 정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영어 문장들을 좀 더 쉽게 다듬었더라면 만점이었겠지만. ㅎㅎ 어느 시골 호텔에 묵다가 나왔을 때, 안내서를 훑어보다 ’손님 여러분’ 이라는 단어를 ’valuable guests’라는 말로 번역했길래 친구랑 한바탕 웃어제낀 일이 떠올랐다. 물론 호텔에서는 나름대로 ’소중한’이라는 일차적 의미를 사용했겠지만, 2차적 의미로는 ’값비싼’ 이라지 아마? 어쩌면 ’가치문화’라는 단어가 우리나라의 ’자본주의’ 문화를 잘 반영했다는 생각도 들지만... Ladies and gentlemen으로 해결될 단어를 가지고 너무 심각하게 고민한다니까, 우리나라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