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해자 - 상 북스토리 재팬 클래식 플러스 8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북스토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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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에셔, 상대성 - 높고 낮음>

 

살면서 느끼게 되는 것이 있다.

인생은 좋은 사람 덕분에 행복해지는 것보다는,

나쁜 사람 때문에 불행해지기 쉬운 것이란 점.

 

구노를 좋아하는 미호를 시기하여

유스케를 이용하는 하나무라라든지,

교코의 생활 속에서 시게노리의 방화 사건이라든지,

우연히 경찰을 건드려 부상을 당하고 하나무라에게 이용당하며 구노를 괴롭히는 유스케...

 

돌고도는 삶의 수레바퀴는 상대적이고, 높고 낮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에셔가 떠오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치고는 지나치게 진지하고 무겁다.

비타민 주사 한 방 맞고 좀 자고 싶은데,

삶의 진지함이 책의 두께와 엮여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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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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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키는 동백꽃이다.

도쿄 옆의 가마쿠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간사는 잔잔하다.

 

이 소설을 읽는 사람은 반드시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봐야한다.

가마쿠라라는 배경과 하치만궁, 에노시마, 은행나무 그리고 비둘기 모양을 잇댄 여덟팔자까지...

시각적으로 만나야 할 것들이 많다.

 

하토코의 '하토'는 비둘기라는 말이다.

일본에서는 비둘기 울음을 '구구'라 하지 않고 '포포'라 한다.

하토코의 애칭은 포포다.

 

문구점에서 할머니의 대를 이어 대필편지를 써주는 포포.

어린 시절 가혹했던 할머니에 대한 반항심으로 <선대>라 부를 정도로 무감했던 할머니와의 관계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지금 밀물처럼 밀려든다.

 

이제 나이가 들어 원망보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게 된 포포에게 보이는 풍경은 전혀 다르다.

그의 필기구, 종이에 대한 섬세함에 감탄하게 되고,

이제는 사라져가는 손편지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살아난다.

 

마지막 부분의 손글씨 부록을 더듬더듬 읽어나가는 것도 이 책의 매력이다.

일본어를 조금이라도 하는 사람이라면,

세로쓰기의 일본어 글씨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114쪽에 '오유지족'이라는 사자성어를 새긴 목판을 찍으면 완성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네 글자 모두 입구 자가 들어가 이런 이미지가 된다.

 

 

 

 

츠지 히토나리의 <편지>를 읽은 감상이 같이 엮인다.

 

だいひつや(다이히츠야, 代筆屋)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564386&start=sl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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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8-04-10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편지 얘기가 참 아련하네요. 읽어봐야 겠어요.

글샘 2018-04-11 12:57   좋아요 0 | URL
네 히토나리 책도 재밌습니다.
 
희망장 행복한 탐정 시리즈 4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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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행복하다.

우연히 알게 된 책이 마음에 들었는데,

그 책의 시리즈물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행복한 탐정 시리즈 4탄이라 한다.

미스터리이지만 잔혹하지 않고,

엽기적이지도 않다.

사건은 우리 주변에서 늘 일어나게 마련인 것이니...

 

소소한 이야기들이 훈훈함과 재미를 준다.

탐정 스기무라 사부로라는 이름도 좋다.

스기 杉는 삼나무라는 글자다. 삼나무 마을의 셋째 아들.

 

어젯밤에 도후쿠 대지진에 얽힌 부분을 읽다 잠들었는데

오늘 아침 뉴스에 일본 지진이 나온다.

2011.3.11.14:46은 일본인에게 무서운 숫자이리라.

 

미미 여사의 나머지 행복한 탐정들도 만나게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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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바닷마을 다이어리 1~8 세트 - 전8권 바닷마을 다이어리
요시다 아키미 지음, 조은하 옮김 / 애니북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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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력이 복잡한 스즈와 3자매가 만나는 과정부터 시작해서

유소년 축구팀의 이야기 등이 재미있다.

 

병으로 다리를 잃게 되는 축구 선수 친구와

사춘기 소년 소녀들의 알콩달콩한 사랑과

간호사 언니의 직업 세계와

둘째의 적극적이고 발랄한 성격

셋째의 맛있는 할머니맛 카레요리 등

푸근한 고향 맛이 느껴지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작가가 제법 나이가 들어보이는데

생일만 적어둔 것도 재치있다.

 

도서관에서 이런 책도 빌려볼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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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시장 문제에 관하여 레닌 전집 1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 지음, 최재훈 옮김 / 아고라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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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전이 일어나기 10년도 전이다.

이 글들을 읽노라면,

러시아의 농민들의 삶이 갈수록 힘들어지도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10년 뒤면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그로부터 4년 후, 러시아 혁명이 성공하리라는 생각을 하기도 전이지만,

농민의 삶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그들의 경제적 토대를 분석한 것은 러시아의 사회 변혁을 지속적으로 바라보는 애정이 반영된다.

 

작은 규모의 농장은

보다 큰 규모의 농장보다 1.5-2배의 노동력 유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51)

 

농장의 수입과 지출에 대한 이런 고찰은,

필연적으로 임노동자로 전락하는 농민을 상정한다.

 

최하위 농민들이 어쩔 수 없이

노동력을 내다팔 수밖에 없는 데 비해,

최상위 집단 구성원들은 노동력을 구매해야 한다.

이런 것을 새로운 경제적 양상으로 명백히 분류하지 않고 있지만,

부농들의 기계도입, 경작 확대보다 더

주목해 볼 가치가 있다.(59)

 

스물 세 살의 견해란다.

굉장한 통찰력이다.

마르크스의 경제적 관점에 바탕한 분석을 읽으면서도,

러시아의 현실에서 더 주목해야할 지점을 제대로 읽는 것 같다.

하긴 한국의 1987 체제에서도 지하조직의 주도자들은 20대 젊은이들이었으니...

 

부유함의 정도가 아닌

그들 농업의 사회적 경제적 성격에 따라 농민을 나누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수적이다.(103)

 

부유한 자들이 어떤 곳에 투자를 하는가보다

가난한 자들이 어떻게 전락하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현대 경제학에서도 비주류로 취급받기 쉬운 관점이지만

공부라는 것이 현대와는 비교되 되지않을 만큼 편협하던 19세기에

이런 관점을 가지는 것 자체가 훌륭하다.

 

경제학에 대한 이야기는 읽어낼 수 없었지만,

여러 가지 수치들 속에서

사회의 변화를 냉철하게 읽어내는 레닌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

 

결과적으로 소나 말 중 어느 것도 보유하고 있지 못한 농민 수의 증가와 더불어

자신의 토지를 더이상 경작하지 않는 농민들의 수도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굶주림을 피해

남성들이 일부 공업에 종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는 가족 중 다른 구성원들도 외부에서 일자리를 찾아야만 한다.(175)

 

이런 원론적인 책을 찾거나 읽는 사람이 드문 세상이겠으나,

이런 책을 꾸준히 내는 출판사가 있어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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