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만화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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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믹 코미체...

우주 코믹들...이란 이태리 말이렷다.

 

온갖 과학의 지식을 토대로 거기서 농담과 우스개를 시작한다.

지구와 달이 아주 가까워져서 사다리를 놓고 건너뛰기를 하기도 하는가 하면,

은하계가 확장되기 전, 한 지점에 응축되었던 우주의 기원을 상상하면서,

그녀와 나의 친근함을 웃기도 한다.

 

그녀가 내게 준 행복은

그녀 속에 저처럼 작은 나를 감추는 것이자,

내 속에 점처럼 작은 그녀를 느끼는 것이었소.

방탕하면서도 동시에 순결한 생각.(61)

 

빅뱅 이전의 그녀와 나를 생각하면 ㅎㅎ

방탕한 상상은 할 수 없겠지...

 

우주에 대한 환상이나 픽션들은  

상상력이 다소 결핍되거나,

첫 상상력은 그럴싸 한데, 연역적으로 이어지는 상상들이 시시하기 쉽다.

 

그렇지만, 짧은 이야기들 속에서,

자신의 상상력을 최대화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가진 이탈로칼비노야말로

베르나르 같은 이의 선배가 될 수 있겠다.

 

조개류에게,

우리 눈에 매우 아름다워보이는 선명한 색의 줄무늬와 모양이

시각적인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사실(175)

 

인간은 지나치게 인간 중심의 시선을 가지고 있다.

그리 보면 아름다움 역시 객관적인 기준은 없다.

 

조개에게 아름다움은 건축적인 탄탄함인 셈이고,

그걸 본 인간이 황금비 운운하고 있으니 웃기는 노릇이지.

 

새로운 관점으로 세상을 보고 싶다면,

이런 소설도 재미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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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카르테 1 - 이상한 의사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채숙향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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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테는 독일어라는데,

영어로는 차트(의료 기록)라고 부른다 한다.

카덱스 용지에 적는다는 용어와 상통하는 의미인 듯...

 

 

 

 

참 따스한 의사를 만났다.

이름도 이치토(一止), 세로로 쓰면 바를 정, 바른생활 사나이.

 

멈춰서서 가슴을 펴고 망치를 휘둘러라

발밑의 흙에 무심히 정을 갖다 대라.

서두르지 않아도 좋다.

대답은 항상 그곳에 있다.

하나에 머문다고 쓰고 '바르다'라고 읽지 않는가.(259)

 

그는 소세키의 '풀베개'를 암송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지에 치우치면 모가 난다.

감정에 말려들면 낙오하게 된다.(62)

 

의사든 누구든 직업인으로서 직장은 힘들다.

뜻대로 되지 않아 감정이 상하게 된다.

좀더 편한 일이나 승진을 꿈꾸고 도피를 찾기 쉽다.

 

원래 수명은 인간의 지혜를 벗어난 영역이다.

처음부터 운명은 정해져 있다.

흙에 묻힌 정해진 운명을 파내어

빛을 비추고 보다 나은 임종을 만들어 간다.

의사란 그런 존재가 아닐까?(184)

 

치유의 아즈미씨 이야기는 감명 깊다.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앞으로 가는 데만 급급해서

소중한 것을 버리고 가는 법이지요.

진짜 바르다는 것은 맨 처음 장소에 있는지도 몰라요.(210)

 

초심을 지키는 일은 쉽지 않다.

직업에서도 대학병원으로 옮겨 더 큰 꿈을 꾀하는 일이 현명한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주인공은 시골 병원에 머무른다.

 

아즈미씨가 털모자에 적어둔 편지는

인생을 돌아보게 한다..

 

저는 선생님 덕분에 이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아무쪼록 스스로를 아껴주시길...(230)

 

나도 올해로 교직 30년차가 되었다.

좀 지겨울 때도 있고,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한다.

스스로를 아껴줄 마음을 얻는 일은 고마운 일이다.

 

사람에게는 맞고 안 맞는 게 있다.

환자들의 미소를 보는 게 즐거우니

나에게는 이런 의료가 적성에 맞는 것이리라.(249)

 

교직 역시 그렇다.

이곳이 적성에 맞는 사람이 있고,

돈벌이로 마지못해 머무르는 사람도 많다.

 

적성에 맞는 직장에서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는 주인공을 보면서,

삶의 뒤안길에서 지친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은

따스한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게다.

이미 숨이 끊어진 아즈미씨의 손에서 느끼게 되는 온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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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8-05-10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살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글샘님 페이퍼 보니 사야겠다 싶은...

글샘 2018-05-10 16:47   좋아요 1 | URL
뭐 굳이 사서 소장할 것 까지야... ^^

비연 2018-05-10 22:50   좋아요 0 | URL
ㅎㅎㅎ 빌려볼까요? 흠흠
 
아몬드 (반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78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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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면 먼 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외면하고,

가까우면 가까운 대로 공포와 두려움이 너무 크다며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껴도 행동하지 않았고 공감한다면서 쉽게 잊었다.
내가 이해하는 한, 그건 진짜가 아니었다.
그렇게 살고 싶진 않았다.(245)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한 아이가 있다.

아몬드같이 생긴 뇌 속의 편도체가 정상발달되지 않은 탓이라 한다.

그런데...

느끼는 인간들 역시 진짜가 아닌 삶을 살아간다.

남들의 고통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자기와 정치적 입장이 좀 다르다고 하여,

세월호를 어묵에 빗대는 짐승같은 것들도 있다.

 

사람들은 원래 남과 다른 걸 배기지 못하거든.(21)

 

이 소설은 알렉시티미아(감정표현 불능증)를 가진 한 소년의 이야기다.

장애아에 대한 이야기면서,

인간의 사고와 행동에 관한 이야기다.

 

구할 수 없는 인간이란 없다.

구하려는 노력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있을 뿐.(127)

 

아이들을 늘 접하는 교사들 중에서도

아이들의 일탈에 유독 가혹한 사람들이 있다.

툭하면 잘라버리려고 촉각을 세우는 사람들...

 

좋아하는 걸 말할 때

사람들은 미소를 지으며 눈을 빛낸다(186)

 

인간의 감정은 다양하다.

그리고 인간은 다른 이의 감정에 민감하지도 않으면서

다른 이를 이렇다 저렇다 재단하기 좋아한다.

 

이 소설은 그런 비관적인 인간에 대한

긍정적인 의지를 가지려는 시도다.

구하려는 노력을 시도하는 사람이다.

크지 않은 아몬드만한 노력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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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8-05-11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다고 추천하니 남편이 책내용이 너무 가혹하다며 싫다하다가 끝까지 읽고는 이 책의 메시지를 찾았노라며 뒤적뒤적 읽어줍니다. 그리고 평가가 긍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그 내용이 글샘님 글 첫머리에 있네요. 부산원북원도서를 도서관에 네 권 들여놓고 얼마나 뿌듯하던지요! 지나가다 반가운 맘 들어 인사 드립니다.

글샘 2018-05-12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재미있기보다는
인생의 의미를, 교육한다는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죠.
오랜만에 원북도서가 맘에 듭니다.
우리학교도 사서샘이 센스있게 3권 사셨더군요
 
연애의 행방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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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연애 해프닝 소설.

 

스키나 보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소설.

 

사람 사이의 이야기를 엮는 재미가 소소하지만,

작가의 본령이 추리물이다 보니,

이 작품은 소품인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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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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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근무하는 환경에는 여성의 비율이 더 높다.

그렇지만 근무 조건은 남성들의 생활에 맞추어져 있다.

근무시간보다 일찍 출근해야 하고, 무시로 초과근무(야간 자습 감독)을 해야한다.

학생이나 학부모는 이제 아주 저항적이고 심한 경우 소송도 불사한다.

 

관리자들 역시 남성이 많다.

중간관리자인 부장들 역시 여교사들이 기피하는 자리다.

회의가 많고, 책임이 따르기 때문인데,

그것을 만든 시절엔 남교사들이 승진을 위해 서로 하려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교육은 사라지고 승진이 앞서던,

그래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상담하던 본업에 충실한 교사보다는

업무를 수월하게 해내는 능력을 교사의 능력이라고 보던

남성 중심의 시절이 흔적처럼 남아서 학교를 움직인다.

 

많은 오래된 학교에서 남교사의 성추행이 흔히 발견된다.

아직 의식이 지체되고 있는 사람들이다.

 

페미니즘의 투쟁에서

핵심과제는 우선 여성을 신뢰할 만하고 경청할 만한 존재로 만드는 것.(19)

 

많은 미투 운동의 발언자들은

자기 이권을 위해 비겁하게 이용해 먹던 여자들이라고 비아냥을 듣는다.

여성을 신뢰할 만한 존재로 보지 않는 것이다.

 

데이트 폭력, 부부간 성폭력 등 언어는 아주 중요한 상황을 만들어 낸다.

세상이 변하기 전에 언어부터 변해야 한다.

 

맨스플레인...

남자들 중심의 세상을 이야기하는 중요한 단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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