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독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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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오염은 없다.

그렇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

사람이 사는 한, 거기에는 반드시 독이 스며든다.

왜냐하면 우리 인간들이 바로 독이기 때문에.(539)

 

집이 앓고, 땅이 앓고, 사람이 앓는다는 건

바로 나라가 앓는다는 이야기다.(384)

 

굶주려 있는 걸세.

그토록 심하게.

깊이 굶주려 있는 거지.

그 굶주림이 자기 혼을 먹어 치우지 않도록 먹이를 줘야해.

그래서 다른 사람을 먹이로 삼는 거야.(313)

 

독극물 살인 사건과

자격지심에 가득찬 겐다 이즈미...

 

굶주린 인간들은 독을 내뿜는다.

이름도 없는 독한 것을...

 

나는 고양이나 관엽 식물인 척하기로 했다.

장인은 고양이나 관엽 식물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이다.

대답 따위는 기대하지도 않으리라.(309)

 

귀엽다. 스기무라.

 

요즘 이런 케이스에는 아무래도 여성들 이야기가 먹힘니다.

아무리 결백하다고 주장해도

어지간해선 의심을 떨치지 않아요.

결국 유죄라고 보는 거죠.(83)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독을 내뿜는 사람 주변에서 폭탄을 맞지 않는 일인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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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초언니
서명숙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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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년에 대학을 들어간 내게, 세상은 도깨비판이었다.

세상은 그대로건만 84년까지의 눈과 85년부터의 눈은 정반대를 보게 되었다.

뉴스에 나오지 않은 이야기들을 듣고 보며, 찾고 지향한다.

 

이 책은 박정희의 긴급조치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기록이다.

청춘의 빛나는 시간들은

감옥과 포승줄로 녹슬어갔다.

결국 식탐만 남은 영초언니를 읽으면서 세상의 팍팍함에 치를 떨게 된다.

 

독신으로 살아라

똑똑하고 잘 배운 여자는 좋은 직업을 가지게 되니 굳이 결혼할 필요가 없다.

남자에게 의지하지 말아라.(41)

 

이런 어머니에게서 자랐지만,

미욱한 결혼을 하고 이혼도 한다.

삶이란 의지보다 큰 어떤 기운으로 살아지는 것일 때도 많다.

 

2016년 겨울,

최순실이라는 그 여자가 민주주의를 중얼거린 시기,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라는 영화 제목을 떠올린 촛불의 바다를 건너왔다.

 

아직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그렇지만, 변화의 물결은 세상을 휩쓸고 미래로 흐른다.

1주일 후면 남북 정상회담을 하게 되고,

휴전 협정을 평화 협정으로 바꿀지도 모른다.

일본과 해저 터널로 기찻길을 놓게될지도 모르고,

우리는 더이상 섬나라가 아닌 세상을 살 수도 있다.

 

영초언니들이 살았던

캄캄한 어둠은 조금씩 밝아오고 있다.

다행이다. 촛불로 밝힌 밤들이

환한 태양을 기다리는 새벽이 되어 다행이다.

아직 어둠 속에서 번득이는 세력은 강고하다.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개라던

이육사의 탄식이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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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 - 제120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야베 미유키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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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는 '어떠한 결과에 다다르게하는 원인'이다.

이유라는 말은 홀로 설 수 없는 것이다.

원인이 있어 결과가 있고,

무언가로 말미암아 새로운 일이 비롯되는 것이다.

 

누군가는 발자크를 들먹이지만,

미미여사의 글들에서는 사회파 소설의 관심이 그대로 묻어난다.

사람은 누군가에게서 말미암아 태어난 것이고,

그런 이치로, 뒷세대로 물려지는 유전자 같은 것이 있다.

 

유전자 gene 에서 세대 generation 도 나오고,

발전 generater도 되는 법인 모양이다.

 

요즘 이웃이란

의지가 되는 존재가 아니라

경계해야 하는 대상입니다.

서로 못본 체하고 사는 것이 딱 좋다고 봅니다.(126)

 

고층 호화 아파트에서 살인사건이 난다.

그러나 서로 아는 사람은 거의 없어 사건은 답보에 빠진다.

 

매체가 발달한 현대는,

보통 사람이 평범하게 평생 살면서 얻을 수 있는 정보보다 수십 배 많은 양의 ㅈ어보를

텔레비전앞에 30분만 있어도 얻는다.

문제는

현실 혹은 사실이란 과연 무엇인가이다.(154)

 

뭔가 복잡해 보이는 그곳에는 있어야 할 것이 없다.

요즘 한국 사회에서 떠들어대는 드루킹이나 셀프 후원처럼

종일 떠다는 그것에는 실체가 없다.

그저 서로 비난하고 싶은 대상에 포커스를 맞출 뿐.

 

경매 물건을 둘러싸고, 버티기꾼이라는 존재들이 나오고,

결국은 그 버티기꾼의 '가족'처럼 보이던 구성원들이 서로 남남이었다는 결론도 등장한다.

사건은 오리무중인 셈.

 

가족과 사는 것보다

남과 사는 것을 더 행복하게 느끼는 것?(415)

 

현대 일본 사회의 가족 붕괴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부동산에 관련된 복잡한 문제는 오히려 근본이 아니다.

서로 관계맺어져야 하는 부모와 자식간도

삐뚤어지고 멀어지게 된다.

삶의 이유는 점점 희미해진다.

 

전쟁 이후

사망한 남편 대신 시아버지의 아이를 낳아야 했던 도메라는 할머니 이야기를 읽으면서,

일본 사회 역시 굉장한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

 

한국 사회가 겪은 파란만장에 맞먹는 경우였겠으나,

현대 한국의 다이내믹함에 비하면 일본이 지닌 정체성은 좀 지루하다.

 

미아베미유키의 '이유'는 그의 '화차'만큼이나 강하다.

화차가 한 인물의 정체 추적에 초점을 맞추어 나가는 몰입이 플롯의 주요소라면,

이유는 이런 저런 숱한 인물들의 겹눈(복안)을 통해 우리 대뇌에 조립되는 어떤 형상을 어른거리게 하는 것이 플롯 요소이다.

서로 다르지만 재미있다.

 

우연히 미미 여사 3종 세트를 '이름없는 독, 이유, 모방범'의 5권으로 판다는 것을 알았다.

다음엔 '이름없는 독'이다.

 

'잇키 부동산'의 '잇키가 한자로 어떠한지는 모르겠으나,

선비 정신 비슷한 逸氣에는 '세속을 초월한 기풍'이라는 고아한 의미가 담겨있다.

부동산 이름치고는 좀 고아한 멋이 담긴 것 같아 맘에 든다.

하는 짓거리야 세상에서 가장 추악하고 저속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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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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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스기무라는 탐정은 아니다.

하지만 사건의 본질을 캐내는 인물이니 '탐정'이 아닌 것도 아니다.

 

어린아이는 모든 어둠에서 괴물의 모습을 찾아낸다.(207)

 

아버지가 사고로 죽어 두 딸이 범인을 찾으려 책을 쓰려 한다.

스기무라의 돈많은 장인은 사위에게 일을 맡기는데...

 

나는 사토미와 마찬가지로 소심하다.

늘 뒤를 돌아보며, 뭔가 쫓아오지나 않는지 겁을 내고 있다.

사토미는 과거가 두렵고

나는 지금의 행복이 두렵기 때문(238)

 

이 책의 결말은 좀 생뚱맞다.

지속되던 갈증이 엉뚱하게 해소된다. 얄궂다.

 

어두워, 어두워, 하며

누군가 창문 밖을 지난다.

 

방 안에는 가스등 켜졌어도

문밖은 아직 환할 텐데

 

어두워, 어두워, 하며

누군가 창문 밖을 지난다.(6)

 

소설 전에 이런 시가 실려있다.

세월호 아이들의 눈망울이 떠오르고,

어두운 마음의 절망스런 퀭한 눈동자가 살아난다.

 

인간이란 그렇다.

필요하면 뭐든 한다.

문제는 그걸 짊어지고 갈 수 있느냐 없느냐 뿐이다.(393)

 

이런 장인의 말 속에서

가지타 부부와 노세 유코의 죄의식을,

가지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중학생의 마음을,

나아가 최종 갈등에 이르는 리코와 하마다, 사토미의 마음을

미리 읽어보게 된다.

 

 

16. 오봉 연휴를 '음력 7월 15일 즈음'이라고 주를 달았다. 틀렸다. 일본은 음력을 사용하지 않는다. 오봉은 8월 15일이다. 사전을 찾아보니 원래 <음력 7월 15일에 지내는 행사인데, 1873년 1월 1일 양력 도입 이후는 보통 양력 8월 15일을 중심으로 치른다.>고 되어있다. 150년 전부터 바뀌었으니... 양력으로 보는 것이 맞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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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전집 3 (양장) - 바스커빌 가문의 개 셜록 홈즈 시리즈 3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시드니 파젯 그림 / 황금가지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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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4학년때 읽었던 기억이 난다. 옆집 형한테 빌려서... 머릿속에 남은 음침하고 기괴한 분위가기 무언가 싶어 다시 읽었다. 어른이 되어 읽어도 여전히 기괴하고 음습한 분위기는 남는다. 어린 시절 정확히는 몰랐을지언정, 분위기를 읽기는 했던 모양이다. 스토리보다는 분위기가 인상적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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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18-04-10 2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초딩 때 추리소설이 미쳐 셜록 홈즈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막 읽었었어요~ ㅎㅎ글샘님 글을 보니 그 때 생각이 나네요.

글샘 2018-04-11 12:57   좋아요 0 | URL
부럽네요. ^^ 저는 초딩 때 교과서만 읽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