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의 인문학 - 가장 철학적이고 예술적이고 혁명적인 인간의 행위에 대하여
리베카 솔닛 지음, 김정아 옮김 / 반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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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를 이야기하는 철학자들도 많다.

무엇보다 걷기에는 비용이 필요없어, 가난한 사람들의 운동 친구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도시생활에서 걷기는 매연을 흡입해야하는 고통도 따른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걷기에 대해 읽고, 살핀 글이다.

리베카 솔닛의 관심사가 잘 드러나 있다.

대단히 해박하고 관심사가 다양하다.

 

최신 이론 그 자체가 뿌리없이 유동하는 이론이기 때문에

육체와 이동이라는 구체적 세계를 논하는 데서 시작하지만 

결국 추상화하고 물질성을 사장시키는 데서 끝난다.(56)

 

노마디즘으로 불리는 최신 이론 역시 실제 걷기라는 행위와는 멀어진단다.

 

순례란 정신과 물질을 화해시키는 일.(90)

 

순례길을 본따 제주에 올레를 만들었는데, 사건이 그치지 않는다.

정신 없는 길은 순례길이 될 수 없다.

 

기계화된 트레드밀의 워킹.

미로와 미궁의 상징.

 

걷기와 연관된 다양한 분야의 이야깃거리들을 잡아내는 리베카 솔닛의 관심은 대단하다.

 

특히 사회의 변화에 따라

정치적으로 걷기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모습을 잡아내고,

걷기는 정치적 목소리를 높이는 일이기도 하다는 통찰은 멋지다.

 

보통 걷기 예찬은

자연에 동화되는 의미를 강하게 부여하는데,

이 책의 힘은 걷기 역시 파편화되는 인간 관계의 시대에

광장에 모이는 인간과 인간의 유대를 상징하는 단어로 재정립하는 데 있다.

 

이 책의 원제는 Wanderlust : a history of walking이다.

방랑벽 : 걷기의 역사

 

그런데 히스토리아에는 '연구'라는 뜻도 있다 하니,

내 읽기엔 '걷기의 연구'쪽이 가깝겠다 싶다.

 

오늘, 남북의 첫걸음이 평화를 향해 걸음을 떼었다.

지속적으로 경쾌하지만 의미있는 걸음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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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휘게 - 가장 따뜻한 것, 편안한 것, 자연스러운 것
샬럿 에이브러햄스 지음, 홍승원 옮김 / 미호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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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지수가 높은 나라, 덴마크.

그 나라 사람들에게서 '휘게'를 배우는 게 열풍이다.

이런 열풍은 휘게와 거리가 멀다. ㅎㅎㅎ

 

휘게는 그 만남의 순간에

모두가 완전히 적극적으로 참여하느냐에 달려있다.(35)

 

사람을 만나도 온전히 만나는 삶.

어제 나는 수업을 몰아서 하고 별로 가고 싶지도 않은 연수장에 가 있었다.

교사들의 '전문적 학습 공동체'라는 것을 운영하는 팁을 주는 연수였는데,

지금 교사들은 '전문가'로서의 교육활동 이외에 너무 많은 일에 치이고 있다.

거기다가 학습 공동체까지 하라는 건 부가되는 일에 불과하다.

 

그런 열심히 사는 현장의 소리를 들으면서

휘게를 생각한다.

 

담배를 피우고 싶으면 피우고,

살찐다고 걱정하지 말고 데니쉬(덴마크의~ 라는 말인데)를 팍팍 먹는다.

남 눈치보지 않고 사는 삶이 기본인데...

휘게 다이어트란 절대 있을 수 없다 한다.

 

집을 중심으로 실내 문화가 형성된 것은 기후 때문입니다.

술집, 식당보다 집에서 사람들과 어울리죠.(142)

 

정치적으로도 안정되어

과도한 세금은 자신들에게 돌아온다고 믿으며,

사람이 소중하니 휴가와 적당한 노동에 타협이 있는 바탕이 중요하다.

 

세금은 개새끼들이 다 처먹고,

부는 부를 낳는 정경유착이 현실인데,

나몰라라~ 휘게는 불가능할지 모른다.

 

덴마크는 자살률이 높지 않습니다.

항우울제 사용률이 낮은 나라일수록 자살률이 높지요.(215)

 

한국은 미친 사람이나 정신과를 가는 줄 안다.

청소년들 모두가 제정신이 아닌데도... 항우울제는 없다.

자살률은 당연히 최고 수위...

 

휘게는 개인의 배터리가 충전되는 장소.(230)

 

한국에서는 촛불을 드는 것이 휘게다.

개새끼를 감옥에 보내야 비로소 휘게다.

법원의 개새끼들, 공수처를 만들어 처벌해야 휘게다.

 

개헌하겠다 떠벌리기만 하고,

모르쇠로 무노동유임금만 처먹는 국개의원들이 싸그리 전멸해야 휘게다.

 

개인이 편안히 쉰다고 좋은 세상이 오지 않는다.

아무튼...

너무 열심히 살아야 하고,

최선을 다하라고 배우는 세상은

좀 지옥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이 지옥도에서는

휘게보다는

휴게가 좀 주어지면 좋겠다.

 

일자리가 생기고,

최저시급이 오르고,

경쟁보다는 여유가 있는 직장엘 다니면서,

가족을 꾸리는 행복도 누린 연후에야

여유가 생길 노릇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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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 죽이기 1 - 현현하는 이데아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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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튀어나온 돌출물을 일컫는 '단카이' 세대 하루키.

이번엔 미술 세계로 들어간다.

기사단장이라는 미술품.

그리고 판타지.

 

멘시키 와타루(免色 涉)란 이름은,

색을 면하고 건넌다는 의미다.

'색'은 '색즉시공'의 '색'이니 '이데아'에 반하는 '현실세계'정도 되려나 ...

현실을 벗어나 이데아의 세계로 건너가게 하는 존재라는 의미로 만든 건지도...

 

깊숙이 들여다보면

어떤 인간이든 저 안쪽에 반짝이는 무언가를 갖고 있기 마련. (27)

 

초상화라는 세계를 통해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려는 소설인듯 보이지만,

하루키라는 작가가 집어 넣는 섹스에 대한 에피소드들은 여전히 식상하다.

 

모차르트의 오페라같은 작품에 필요한 것은

실내악적인 친밀함입니다.(141)

 

이 문장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대강당에서 오페라를 만나면, 흥겨운 몰입보다는 뭔가모를 이물감을 느끼게 된다.

오페라가 원래 대강당용이기보다는 친밀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무언가였음을 생각하면,

하루키가 던지려는 뭔가를 잡을 듯 하단 생각도 든다.

 

세상에는 가능하다면 모르는 편이 더 좋은 일도 있어.(376)

네가 어디서 뭘 했는지 나는 다 알고 있어.(404)

 

여러 번 반복되어 나오는 말이다.

인간의 내면은 빤하다.

 

정말정말 조용해.

이렇게 조용한 곳은 온 세상 어디를 찾아봐도 

또 없을 것 같은 정도로.

꼭 깊고 깊은 바다  밑바닥을 뚫고 한참을 더 내려간 것 같았어.

거기는 나를 위한 방이야.

아무도 올 수 없어.(417)

 

여동생이 들어간 비밀의 공간.

그곳은 지하의 공간이자 어두운 곳이다.

여동생은 금세 죽는다.

冥府 명부를 뜻하는 pluto가 금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플루토크라시가 금권정치라는데...

그 어두운 곳, 머나먼 명왕성 冥王星의 세계가 보이는 듯 하다.

 

비탈길 중간에 주저앉아...

비탈길을 굴러가는 공을 바라보는 프란츠 카프카를 상상했다.(508)

 

카프카가 비탈길을 좋아한 것은,

굴러가는 공을 관찰하기 좋은 곳이었다는 듯...

하루키는 인간 세상의 모습을 판타지를 통해 관조하고 있다.

 

흡사 물에 소쿠리를 띄우려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기사단장은 말했다.

구멍 숭숭 뚫린 물건을 물에 띄우는 건

누구에게나 의미없는 짓이지.(509)

 

색즉시공을 이야기로 보여주려는 듯,

멘시키의 이야기는 뜬금없는 이야기들 속에서

다양한 시공을 통해 펼쳐지고 있다.

 

2권은 <이데아>를 넘어서 <메타포>라는데,

하루키의 구라가 어디까지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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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루시 바턴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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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병원으로 나를 찾아온 뒤로

나는 꼭 한 번 엄마를 봤다.

나는 왜 엄마를 만나러 가지 않았는가.

간단히 말해 - 가지 않는 것이 더 쉬웠기 때문이다.(188)

 

인간은 바쁘다는 핑계로

진면목을 놓치고 사는 존재다.

 

이 책의 마무리는 이렇다.

 

모든 생은 내게 감동을 준다.(219)

 

이 책의 시작은 이렇다.

 

내가 9주 가까이 병원에 입원해야 했던 때가 있었다.

입원한 뒤 3주쯤 지났을 무렵 어느 늦은 오후,

침대 발치에 놓인 의자에 엄마가 앉아 있었다.(12)

 

맹장 수술의 후유증으로 입원이 길어졌는데

엄마가 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그 이야기는 누구의 인생에서나 일어났을 법한 것들이고,

다 지난 시점에 보면 기억할 만한 것들은 없기도 한 것들이다.

 

그의 '올리버 키터리지'를 아주 감명깊게 읽은 나로서는

이 책은 지나치게 자전적이어서 시시하다.

 

삶은 아주 많은 부분이 추측으로 이루어진 듯하다.(22)

 

기억이라는 건,

일방적이고 흐릿하다.

 

결국, 소중한 것이 소중한 이유는

그것이 오늘 내게 있기 때문이다.

지나고 나면 추억이 되고 변질된다.

귀찮아서, 당장 편하니까 회피한 시간은 돌아오지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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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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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개인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건 안다.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일은 극히 미미한 것.

그리고 대부분의 사건은 큰 강물에 휩쓸려 흘러내려가면서

내 뜻과는 상관없이 누군가의 커다란 손바닥안에서 좌우된다.(186)

 

좀 작위적인 소설이다.

제목도 그렇다.

 

초조해 하거나 슬픈 마음으로 만든 요리는 꼭 맛과 모양에 나타난다.

음식을 만들 때는 좋은 생각만 하면서,

밝고 평온한 마음으로 부엌에 서야해.(176)

 

난 운전할 때 항상 되뇐다.

나는 지금 얼마의 속도로 달리고 있다.

앞차에서 충분히 떨어져야 하고,

정면을 응시해야 한다.

 

삶은 달팽이처럼 살 수 없다.

세상은 얼마나 치열한지,

날마다 뉴스가 넘쳐난다.

그렇지만,

어느날 목소리가 나지 않는다면...

세상은 달팽이처럼 살아도 상관없는 곳이 될 수도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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