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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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근무하는 환경에는 여성의 비율이 더 높다.

그렇지만 근무 조건은 남성들의 생활에 맞추어져 있다.

근무시간보다 일찍 출근해야 하고, 무시로 초과근무(야간 자습 감독)을 해야한다.

학생이나 학부모는 이제 아주 저항적이고 심한 경우 소송도 불사한다.

 

관리자들 역시 남성이 많다.

중간관리자인 부장들 역시 여교사들이 기피하는 자리다.

회의가 많고, 책임이 따르기 때문인데,

그것을 만든 시절엔 남교사들이 승진을 위해 서로 하려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교육은 사라지고 승진이 앞서던,

그래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상담하던 본업에 충실한 교사보다는

업무를 수월하게 해내는 능력을 교사의 능력이라고 보던

남성 중심의 시절이 흔적처럼 남아서 학교를 움직인다.

 

많은 오래된 학교에서 남교사의 성추행이 흔히 발견된다.

아직 의식이 지체되고 있는 사람들이다.

 

페미니즘의 투쟁에서

핵심과제는 우선 여성을 신뢰할 만하고 경청할 만한 존재로 만드는 것.(19)

 

많은 미투 운동의 발언자들은

자기 이권을 위해 비겁하게 이용해 먹던 여자들이라고 비아냥을 듣는다.

여성을 신뢰할 만한 존재로 보지 않는 것이다.

 

데이트 폭력, 부부간 성폭력 등 언어는 아주 중요한 상황을 만들어 낸다.

세상이 변하기 전에 언어부터 변해야 한다.

 

맨스플레인...

남자들 중심의 세상을 이야기하는 중요한 단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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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리베카 솔닛 지음, 김명남 옮김 / 창비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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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silence 은 강요된 것이고, 고요 quiet 는 추구된 것.(34)

 

암탉이 울면~ 류의 말은 동서양에 공용인 모양이다.

어슐리 르귄이 '우리는 화산'이라고 말했다 한다.

여성이 말하면 세상이 바뀐다.

리베카 솔닛은 이 분야의 선두 주자가 아닐까.

 

데이트 폭력, 강간 등의 사건들에서 여성들은 안전하지 않다.

이 위험한 공간을 걱정하는 것이 페미니즘이라면,

페미니즘의 적은 그 발언을 막고 침묵을 강요하는 자들 모두다.

 

성희롱으로 가득한 추악한 세상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입을 열어야 한다.

한국 사회는 이제 변화의 출발선에 선 만큼,

기득권자들의 저항이 클 것이다.

이런 목소리를 더 높여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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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평등에 반대한다 도란스 기획 총서 1
정희진 엮음, 정희진.권김현영.루인 외 지음 / 교양인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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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 평등 담론에 대한 비판은

남성/여성의 범주와 개념 자체의 허구성을 밝힘으로써

개인이 좀더 젠더 규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하는 작업이다.

이성애 제도가 가부장제의 전제임을 인식하지 않는다면

성적 소수자 억압은 물론 젠더 문제도 풀 수 없다.(11)

 

여성 해방에 대한 담론은 끝도 없다.

이 땅에서는 인간 자체가 너무도 질곡의 역사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다.

도둑처럼 와버린 근대는

중세의 사람들을 형식적으로만 해방시켜 버렸다.

 

사람들의 머릿속 내용은 아직도 중세다.

갑질...이라는 것은, 아직도 양반이 종놈들을 부리던 행태다.

 

제목 자체가 한국에서의 젠더 문제에서

문제점과 걸림돌을 제대로 파악해야한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세부 내용은 한창 논쟁 중인 여혐에 대한 문제들에서

포스트 여성 주체를 향한 제언으로 나아간다.

 

한국 개신교와 동성애 혐오에 대한 이야기의 분석도 재미있다.

 

반동성애를 외치는 그들은

동성애를 진정으로 혐오하는 것이 아니라

동성애 혐오를 절실히 필요로 할 뿐(188)

 

히틀러가 반유대주의를 이용한 것은

독일인 단합뿐만 아니라

폴란드, 루마니아, 헝가리의 결연한 저항을 약화시키려는 의도가...

공동의 증오는 바로 이질적인 구성원들을 결합시키기 때문.(182)

 

젠더의 문제는 Me too 차원의 폭로와 차원이 다르다.

현실에서 억압받는 형태가 지극히 다양하게 정교화된 것이어서 논리적으로 지적하기 힘들다.

정희진의 역할이 그래서 중요한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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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 죽이기 2 - 전이하는 메타포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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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간 혼수상태가 이어진 끝에 심장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기관차가 종착역에 도착하면서 서서히 속도를 줄이듯이,

지극히 조용하고 자연스럽게.(574)

 

작가가 희망하는 죽음일지도...

 

제2권의 부제는 '우츠로 메타포'편이다.

우츠로는 한자로 遷을 쓴다. 옮겨간다는 의미다.

역자는 전이하는 메타포라고 적었는데, 한 부분은 그렇게 볼 수 있지만,

원래 의미는 좀더 폭넓은 의미로 적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멘시키라는 이름에서 읽을 수 있었듯,

색즉시공, 물질은 텅 빈 의식 속에서 현존하는 것처럼 여겨질 뿐이라는 생각이 깔려있다.

 

이 세계에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는지 몰라.(584)

 

이런 말이 다른 말로 색즉시공으로 옮겨질 수 있겠다.

 

'기사단장 죽이기'는 새벽의 화재로 영원히 소실되어버렸지만

그 훌륭한 예술작품은 내 마음속에 지금도 실재한다.

그들을 생각하면

드넓은 저수지 수면에 떨어지는 빗줄기를 바라볼 때처럼 기분이 지극히 고요해진다.

내 마음 속에서 그 비가 그치는 일은 없다.

그리고 무로는, 내 어린 딸은

그들이 내게 준 선물이다.

은총의 한 형태로 그런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597)

 

삶에서 확실히 잡을 수 있는 것은

지금 여기 있는 상황과 사람 뿐이다.

 

도후쿠 대지진을 겪은 사람들은

과거에 있었던 것이 어떤 의미를 가졌을지를 골똘히 생각해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람이 이데아에서 도망치는 건 불가능하군요.

돌고래는 가능하지. 돌고래는 좌우 뇌를 따로 잠들게 할 수 있네.(131)

 

사람은 기사단장을 만들 수도 있고,

얼굴이 긴 사람을 따라 알 수 없는 공간으로 이동할 수도 있지만,

생각하기에 따라 인생이란

재미와 흥분으로 가득한 곳이기도 하고,

잿빛으로 남은 존재 자체를 믿기 힘든 어머니의 옷처럼 막연한 곳일지도 모르겠다.

 

하루키의 판타지가 도후쿠 대지진 이후 삶의 관조에 시선이 머문 흔적을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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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문학동네 시인선 32
박준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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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비는 자란 물이끼를 더 자라게 하고 얻어 입은 외투의

색을 흰 속옷에 묻히기도 했다'라고 그 사람의 자서전에

쓰고 나서 '아픈 내가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

었다'는 문장을 내 일기장에 이어 적었다

 

우리는 그러지 못했지만 모든 글의 만남은 언제나 아름다

워야 한다는 마음이었다(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중)

 

남의 자서전을 쓴 경험이 묻어 있다.

철저히 남인데, 그 경험은 전이된다.

 

가슴 벅차고 설레는 주말이었다.

몇몇 치졸한 자들의 옹졸한 잡소리는 다들 비웃고 말 정도의 무게였다.

 

 

 

푸른 빛으로 ㅁ 을 그린 구절은 '서로 사맛디'이며

붉은 빛으로 ㄱ 을 그린 구절은 '맹가노니'였으니

남북의 음양의 태극을 상징하고 문재인과 김정은의 이니셜이기도 한 구절을 합해 읽으면

서로 통하게 만들자~는 의미가 되었으니, 이런 것이 창의적 메타포가 아닐까...

 

찬비로 흰 속옷을 적시던 시절을 지나

이제 당신들의 이름으로 며칠은 든든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행복한 나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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