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생각법
하노 벡 지음, 배명자 옮김 / 갤리온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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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ld denkt nicht!

 

denken은 생각하다, 의도하다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 원제목은 돈은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의도도 없다~ 이런 의미렷다.

 

부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와 이 책은 큰 관계가 없다.

 

이 책은 최근의 경제학 동향인, 경제 심리학의 근저를 많이 다룬다.

뜻밖에도 2003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카네만이란 학자는 심리학자였다.

통념적으로 경제학을 전공하는 사람은 심리학자와 전혀 별개일 것으로 여기는 데

일침을 가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재미있는 인간의 경제심리 이야기라고 본다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돈을 벌 수 있을까?

이런 태도로 읽으면,

이 책을 산 만큼 15,000원 만큼 돈을 소비한 것일 따름. ㅋ~

 

돈을 버는 사람들은 아껴 쓴다.

이런 뻔한 이야기가 나온다.

 

증권에 투자해서 며칠 안에 떼돈을 번 사람 이야기도 들리지만,

증권에 돈 잃은 사람 이야기가 더 많다.

 

언제 증권이 급격히 오르는지를 정확히~! 판단하는 것은

그 최적의 시기를 통계적으로 아무리 계산해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다만, 그런 사람, 기관, 회사를 믿는 것 뿐. ㅋ~

 

증권 투자해서 돈을 버는 유일한 방법.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것이다.

그래서 언제가 될지 모르는 최적의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장기 투자는 투자의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방법이다.(313)

 

장난하나?

싶을 정도지만, 이 책의 작가는 진지하다.

돈은 아무 의도도 없다니깐?

돈은 생각하지 않는다니깐?

 

그러니 돈을 벌 의도로 통계표를 작성하고,

최근 동향을 아무리 따져대도,

돈은 의도도 생각도 없으니, 그 동향이나 통계표와 다르게 흘러갈 뿐.

 

인간은 어떤 때 안정적인 이익을 선호하며,

어떤 때 위험을 무릅쓰고 도박에 마음을 돌리는지,

인간의 심리와 확률, 기댓값 등의 재미있는 재료들로 이 책은 가득하다.

 

그저 돈을 벌려는 사람은 이 책을 읽을 것이 아니라,

한 시간 더 아르바이트를 할 노릇이다.

 

많은 재산이 있다면,

장기 투자를 할 수도 있고,

한국 같은 곳에서는 부동산에 투자를 하든 투기를 할 수도 있지만,

하루벌어 하루 먹는 삶들에게

돈이란 돌고 돌지 않는,

마셔도 마셔도 갈증만 더해가는 이슬방울 같은 것이다.

 

오늘은 월급날이다.

지갑으로 들어오는 돈은 거북이 같고,

나갈 땐 토끼 같은 돈.

 

돈에 얽매이면 인생은 참 초라하다.

인간의 심리가 '들어오는 건 조금 더 빨리, 많이 들어오길, 나가는 건 좀 더 천천히 적게 나가길' 바라는 게

인지상정.

 

일확천금을 버는 법이 이 책에 있을 거라 생각한다면 오해다.

다만, 경제적 원리와 인간의 심리는 상관관계가 있고,

내 돈을 노리는 자들의 심리를 아는 만큼,

헛된 소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조금, 아주 조금 유익하다.

왜, '조금'이냐 하면, 이미 우리는 그 기법들을 다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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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는재로 2013-12-17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드안쓰기,가전제품사고부속품사지않기,한번더 생각하고 소비하기등 지키수있지만지키기어녀운해동들
 
위로하는 정신 - 체념과 물러섬의 대가 몽테뉴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유유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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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을 위해 이성적으로 남아 있기,

비인간성의 시대에 인간적인 사람 되기,

미친듯이 패거리짓는 한가운데서 자유롭게 남아있기...(36)

 

몽테뉴는 이념이 극단으로 대립한 시대에 중립적 태도와 뛰어난 지적 균형으로 온건한 중도의 삶을 살았다.(15)

 

전쟁의 광증에 휘말린 유럽 대륙을 떠나

중도의 삶을 아름다이 표현하려 한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의 유작이다.

슈테판 츠바이크가 왜 에라스무스나 몽테뉴 같은 이에게 매료되었는지를 짧은 지면을 통해 잘 보여준다.

 

몽테뉴의 '수상록'을 읽다가 지루해서 던져 버렸는데,

언제 기회가 된다면 찬찬히 읽어보고 싶게 만든다.

지나치게 스스로를 이성적으로 관조하는 시선이 싫었는데,

오히려 그것이 몽테뉴의 매력이라니... 시대를 고려해가며 읽을 일이다.

 

그러고 보면 세상은 늘 혼돈 속이다.

요즘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유행이다.

대학에서 시작한 자기 반성이 고등학교에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자신을 냉철하게 관조하는 관점의 반성적 시선은 날카롭고 반갑지만,

이런 글들로나 드러나는 비실천적인 세상이 안타깝다.

 

인문주의에서 야만성으로의 추락,

그것이 몽테뉴가 살던 16세기의 삶이었다.

 

유럽의 내란, 신대륙의 살육은 몽테뉴처럼 뛰어난 공감 능력을 가진 영혼에게는 충격이고 비극이었다.

 

나의 자아가 어떻게 하면,

외부에서 정해주는 척도를 따르는 태도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타인의 광증이나 이익을 위해 희생당할 위험에서

어떻게 나의 본래의 영혼과 오직 내게만 속한 물질인 내몸, 내 건강, 내 신경, 내 생각, 내 느낌을 지킬 수 있을까.(33)

 

이처럼 몽테뉴가 추구한 것은

국가나 가족, 시대, 상황, 돈, 소유 등에 속하지 않는 자신의 참된 자아였다.

괴테가 치타델레라고 불렀던 내적 자아. 아무도 그 안으로 들어올 수 없는 자아.(84)

 

괴테의 '격언과 반성'에 나오는 말처럼,

생각하는 인간에게 찾아오는 가장 아름다운 행운은

탐구할 수 있는 것을 탐구하고,

탐구할 수 없는 것을 조용히 숭배하는 일이다.(86)

 

탐구와 숭배의 자유를 위해 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 그가 취한 태도는 수상록을 쓰는 일이었다.

 

인간은 가르칠 수 없으며,

오로지 인간이 스스로를 탐색하도록,

자기 자신의 눈으로 바라보도록 안내할 수 있을 뿐이다.

그 어떤 안경이나 알약도 없이...(112)

 

수상록은 가르치는 책이 아니란다.

스스로를 탐색하는 책이고, 그런 일을 안내하는 책이다.

 

그의 논지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와 같다.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경험은

자기가 저 자신임을 이해하는 것이다.(115)

 

인간은 지위, 혈통, 재능 등으로 고귀하다고 착각하던 시대.

개성과 자신의 삶을 지키는 일을 중시하던 사람.

'수오재기(다산)'를 썼던 우리 조상들이나 마찬가지 생각을 가졌던 모양이다.

 

나를 지키는 일...

험한 세상에 가장 어려운 일...

그것은 나만을 지키는 것이 아닌, 삶에 대한 올바른 응시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깊은 반성은 그래서 인간이 쓰러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이 씁쓸한 사회에서,

고등학생들이 그런 글을 붙였으니,

처벌하라고 교육청에서 공문이 내려오지나 않을는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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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3-12-17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은 젊어서 경험이 부족하거나 좌절을 겪은 적이 없는 사람은 몽테뉴를 제대로 평가하거나 존중하기가 어렵다. " 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말처럼 지금 내게 몽테뉴는 더 없이 찌질해 보이기만 한다 . 나 아직 부족한게 많은가보다... > 라고

리뷰를 썼었네요. 제가.....

고등학생들도 대자보를 썼군요. 몰랐네요.
처벌하라고 교육청에서 공문 내려 올까 걱정해야하는게 참.....






정부미 2015-01-13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오재기 를 찾아서, 편집후 수첩에 오려붙였습니다. 가슴을 파고 드는 글을 통해 자신을 추스리는 다산의 심정이 느껴집니다. 언제 이렇게 부지런히 독서를 하시고, 서평을 올려두시는지, 존경스럽습니다. 감사합니다.

글샘 2015-01-14 11:20   좋아요 0 | URL
하도 잊어버리길 잘 해서... 적어두는 것에 불과합니다. 서평이라기엔... ㅋ
 
고미숙의 몸과 인문학 - 동의보감의 눈으로 세상을 보다
고미숙 지음 / 북드라망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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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사주명리학, 들뢰즈 등의 용어를 뒤섞어 쓰면서, `아프냐? 난 안 아프지롱` 이러는 것처럼 현학적으로 이야기하는 기분이 들어 읽으면서 `칼럼집인 줄 알았음 안 읽었을걸` 이런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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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였던 그 발랄한 아가씨는 어디 갔을까
류민해 지음, 임익종 그림 / 한권의책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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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책의 저자는 알라딘에서 불량주부란 닉넴으로 글을 쓰던 이다.

서른 여섯.

전업 주부로서 그이는 악전고투 고뇌의 밤을 지샌다.

아이를 기르면서 우울증 시기를 겪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육아 스트레스는 이 단편적 핵가족 사회의 '뇌관'이다.

그 육아 스트레스를 부모가 감당하면 부모가 병이 들고,

부모가 내팽개치면 아이가 병이 든다.

 

박완서의 '나목'을 생각했다.

한국 전쟁 후 극도의 가난 속에서 '이경'은 예술가 '옥희도'의 삶에 끌리지만,

현실적인 전기공 '황태수'와 결혼한다.

옥희도 유작전에서 본 '나목'은 젊은 시절 봤던 '한발 속의 고목'이었는데,

그 고목 속에서 봄을 부르는 희망의 '나목'을 발견한다.

대조적으로 현실적 인물 남편은 삶을 착실하게 살아가지만, 이경의 갈증은

마치 공원의 '어린 나무들'처럼 그 간격을 좁힐 수 없는 삶으로 되돌려준다.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 역시 그런 소설이다.

삶에서 현실과 갈등을 일으키는 마음을 어쩔 수 없다.

어떤 직장을 가지든, 자아를 실현할 수 없다면 날마다 삶에 무릎꿇는 느낌이 들 것이다.

 

그럴 때면, 자신을 인정해주지 않는 세상에 대하여 소리쳐야 한다.

나이 들어 대학원을 다니거나, 공부 서클에 기웃거리기도 한다.

하다못해 주말마다 '산악회'에 가서 산을 오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 가슴 떨리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세상에는 '색'으로 가득한데,

특히 '주부'는 현모양처란 이름으로 <계>안에 갇히라 한다.

현모양처에서 쏙 빠진 것은 <자아>다.

 

이 책은 현모양처의 <자아 찾기>를 도와주는 책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그 좌충우돌 분투의 현장이 재미난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나의 욕망의 바닥에는 무엇이 있을까?

가만히 들여다 보면 결국 남는 것은 인정 욕구였다.

고미숙 선생은 인정 욕구는 필연적으로 불안과 연계된다고 한다.

인정 욕구는 심리적 브레이크 장치인데, 브레이크를 자주 당기다 보면 만사에 확신이 없게 된다고 했다.

불안을 없애야 심리적 브레이크가 풀리는데 불안을 없애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타인의 인정이라는 것.(253)

 

이론상 명쾌한 것들이라도,

김어준이나 법륜 스님, 강신주의 충고대로, 이혼해~! 이것이 답이 아님은 더 명확하다.

이혼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고민하라는 뜻이다.

마음 속에 인정받지 못하고 사는 틀을 스스로 깰 수 있어야 한다는 충고고 조언이다.

 

각자의 결핍으로 사랑을 선택해서

그 사랑으로 서로가 행복하다면 그게 무슨 문제란 말인가.(112)

 

그러려면, 성숙해야 한다.

자신의 삶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하고,

사랑한다고 해서 주변의 사람들을 슬프게 해서는 안 된다.

 

살기 참 팍팍하고, 힘들다.

그럴 때, 이렇게 온몸으로 정면으로 세상을 돌파하는 사람도 있음은... 우리에게 힘이 된다.

작가가 조금 더 공부가 깊어져서 책을 낸다면,

다른 '책팔이들'의 서평집보다 깊이있는 사색의 조합을 이룰 싹수가 보인다.

(그 싹을 높이 쳐서 별을 하나 깎았다. 다음에 가득 차기를 기대하며...)

 

불량주부 님의 건필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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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3-11-25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 님의 관심이 우리의 관심을 환기시키네요.
이 책, 읽어 보려고 찜해 놓았는데... 구입할 때 한꺼번에 해야겠어요.
알라디너들의 책은 무조건 관심 가요. ㅋ

글샘 2013-11-27 10:42   좋아요 0 | URL
여기 서재 하시는 분 중에 작가도 꽤 되져.
맘에 드는 작가도 있고 별로인 작가도 있지 않겠나요? ㅎㅎ
 
사람 보는 눈 - 손철주의 그림 자랑
손철주 지음 / 현암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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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란 소설이 있다.

현실적으로 직업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데(6펜스) 예술적 감성을 감추지 못하고 자꾸 튀는(달) 주인공이 나온다.

 

박완서는 '나목'에서 주인공 이경을 등장시켜,

존경하고 사랑하는 화가 '옥희도'와는 맺어주지 않고,

지극히 현실적인 전기공 '황태수'와 살게 하는데,

주인공은 영원히 메워지지 않을 허전한 마음을 '뚝 떨어진 나무들'로 그려내고 있다.

 

예술가의 '필선'은 그냥 무미건조한 줄이 아니다.

그 굵기의 정도와 빛의 농담, 차근차근 그린 필획과 재빨리 그린 필획의 차이가 화폭에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런 것을 굳이 말로 풀어낸다는 일은 <사족>일 것이나,

그 일도 손철주 정도 눙치는 재주가 뛰어난 사람의 말이라면 듣는 재미도 푸지다.

 

손철주의 말 속에는 조곤조곤 읽어주는 '그림에 대한 독법'도 있고,

우리말의 맛깔난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신선한 해석'도 있고,

시조나 한시에서 가져온 '화제 풀이'도 있어서,

그림을 더 풍성하게 음미할 수 있게 해주는 '감칠맛'이 가득해서 좋다.

 

술 마시는 사람은 술집에 가서 이런저런 삶의 얼룩을 주절주절 떠들지 않는 법이다.

그저 술 이야기, 안주 이야기만 오갈 뿐.

술도 주류 불문, 안주 불문, 청탁 불문, 남녀 불문, 원근 불문

주어지는대로 부어라 마셔라 하면서

잔을 주고 받을(수작 酬酌) 뿐.

 

그림을 드리워 두고, 혼잣말을 주절거리는 사람은

술집에서 윗사람 뒷담화나 떠드는 사람처럼 별로다.

술맛이 입에 착착 붙으려면, 이런 저런 말 없이,

싱긋이 웃거나 헤실헤실 웃으면서 술잔 부딪는대로 떠끔떠끔 마시는 게 좋은 상대이듯,

그림에 대해서도 자기가 아는 것이라고 많이 늘어놓는 사람은 별로다.

 

안주에 찰싹 들러붙는 맛있는 이야기를 늘어 놓고,

오늘의 재미난 술자리를 즐기는 사람과 마셔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최북의 '풍설야귀인'을 읽는다.

더 말이 필요없다.

 

눈보라가 생애를 쓸고 간 사람만이 그릴 수 있는 그림이다.

날이 차가워서가 아니라,

마음이 시리면 절로 불우해진다.(58)

 

이 정도면, 이 대목에서 한 잔 부딪칠 만 하다.

 

김정희의 '죽로지실'을 풀이한 대목도 일품이다.

 

'대나무 화로가 놓인 방'

척 봐도 차 달이는 김이 모락모락 난다.

대나무는 곧은 것과 비틀린 것이 섞였고,

화로는 다리굽이 네 개인데 불씨가 겨우 살아 있다.

지에서 향기로운 훈김이 피어오르고,

실에서 찻주전자가 놓여 있는 방이 금세 떠오른다.(261)

 

그림에서 방의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지게 읊었다.

 

 

술이 한 순배 돌고 나면,

질펀한 남녀의 사랑 이야기로 접어들 만도 한데,

임제와 한우의 이야기는 참으로 명문이다.

 

북천이 맑다커늘 우장 없이 길을 나니

산에는 눈이 오고 들에는 찬비 온다

오늘은 찬비 맞았으니 얼어 잘까 하노라.(임제)

 

 

어이 얼어자리 무슨 일 얼어 자리

원앙침 비취금을 어디 두고 얼어 자리

오늘은 찬비 맞았으니 녹아 잘까 하노라.(한우)

 

우리 말을 이렇게 자유자재로 부려 쓴 사람들도 굉장하지만,

이런 것들을 적재적소에서 불러오는 재주도 대단한 힘이다.

기녀 한우의 이름을 빗대 '찬 비'를 맞았으니 '얼어 자고 싶다'(운우지정을 나누고 싶다)고 둘러 말하는 남자나,

얼어 자다를 못 알아 들은 체 눙치면서, '녹아 잘까' 하는 시를 읊는 여인네도 고단수다.

 

또, 이런 화제라면,

정지된 스틸 컷의 한 장면이어도,

그 아련한 마음이 영화 2시간 분량의 마음으로 묵지근하게 남아있을 수도 있을 듯.

 

혼이 그대를 따라가 버리니

텅 빈 몸만 대문에 기대네.

 

나귀가 더뎌 내 몸 무거운 줄 알았더니

하나가 더 실려 있었구려, 그대의 혼.(206)

 

그의 글을 읽노라면,

푸지게 한 잔 걸치고 난 기분인데,

그의 말투를 빌리자면,

<사랑옵기> 그지없는 그의 글을 계속 읽기 위해서,

그의 건필을 빈다.

 

Cheers~!(웬 건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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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3-11-14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캬아~~

글샘 2013-11-14 13:04   좋아요 0 | URL
감상을 남기셔야지, 술만 한잔? ㅋ

아무개 2013-11-14 13:19   좋아요 0 | URL
글맛이 좋아 캬아~ 입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