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몸값 1 오늘의 일본문학 8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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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소설에서 웃기는 이야기를 주라고 생각했는데,

남쪽으로 튀어!에 이어 '올림픽의 몸값'에서는

사회에 대한 애정과 고뇌가 듬뿍 담긴 것을 볼 수 있다.

 

패전의 책임도 지지 않고,

반성도 하지 않는 일본,

 

패전의 슬픔만 기억하는 나라.

가해자로서의 잔인함은 편리하게 잊는 나라.

 

그러면서 한국전쟁을 기회로 재기를 꿈꾸며

1964,10.10 도쿄 올림픽을 기획하던 시기의 일본에 오쿠다 히데오가 한방 먹인다.

 

천황제는 이런 때 참 편리하구나.

완전하신 공인이 정점에 있어주는 덕분에 이 나라 지배층은 언제라도 봉공인이라는 입장으로 도망칠 수 있었다.

민주주의의 가혹함과 맞서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다.

천황제는 일본인의 영원한 모라토리엄인 것이다.(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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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 아케이드 오가와 요코 컬렉션
오가와 요코 지음, 권영주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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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질의 낭독회'에서 잔잔한 감동을 읽은 뒤라,

오가와 요코의 이름을 만나 반갑게 빌려왔다.

 

sai hate arcade...

 

작고 시시해 보이는 아케이드에서 배달 담당 소녀인 주인공과 얽히는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는 유쾌하기도 하고 짠하기도 한 울림을 준다.

 

어찌 보면 우리의 하루하루가

짠한 순간과 시들한 순간을 합하면서

유쾌한 민트 향이 가미된 기억으로 남는 것처럼...

 

백과사전을 읽는 소녀와 아피아 가도를 잊을 수 없고,

고리집 결혼 사기범인 도넛 자세를 보여준 체조 선수도 기억에 남는다.

 

오가와 요코의 세계는 다정하다.

두번 다시 되돌아오지 않을 시간,

두번 다시 만나지 못할 사람,

인간이 근원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슬픔을 살며시 보듬어 준다.

그것을 해소해주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해소가 가능하지 않은 인간의 근원적 조건이기에...(238, 옮긴이의 말 중)

 

인간은 아무도 발을 들여놓은 적 없는 캄캄하고 습한 동굴에 사는 황갈색 과일박쥐를 생각하는 인생.(208)

 

인생은 알 수 없는 것이기에 그만큼 더 매력적이다.

흔히들 가치를 매기는 숫자와는 무관하게 말이다.

 

유발 레이스는 쉽사리 풀고 다시 뜰 수 없다.

한번 뜨고 나면 머리카락에 자국이 남는 탓에

다시 떠도 모양이 예쁘게 나오지 않는다.(185)

 

망자가 남긴 모발...

그걸 기억하기 위해 레이스를 뜬다.

이 소설에서 가장 오래 남는 여운이 그런 것이다.

유발 레이스라는 상관물에서 느끼게 되는 감정 같은 것...

그래선지, 일본 출판물에서는 커다란 유발을 보고 있는 소녀를 담았다.

 

세계의 우묵한 구멍같은 아케이드에 숨겨진

또 하나의 나의 우묵한 구멍.(136)

 

손잡이 가게 안의 우묵한 구멍은

이 소설이 겨냥하는 목적지인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어느날 문득 참가한 모임에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는 사람을 그린 '인질의 낭독회'처럼,

작은 세상 가장자리의 우묵한 아케이드에서,

사람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 오늘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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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난폭
요시다 슈이치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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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작위적이기도 하지만,

모모코의 남편이 바람이 났다.

모모코의 일기와 바람녀의 일기가 재미있다.

역시, 남의 일기를 보는 일은 재미있다.

작가는 그걸 안다. ^^

 

요시다슈이치의 글은

빠져들며 읽게되는 특징이 있다.

 

아이를 유산하게 되는 일에 대하여

모모코와 바람녀가 공감하고 있어 마음 아팠다.

 

남편 마모루의 책임감 없음이 한심하지만,

그는 중심 인물이 아니어서 화가 날 정도는 아니다.

 

모모코와 시어머니의 보이지않는 전쟁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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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지나가고 쏜살 문고
고레에다 히로카즈.사노 아키라 지음, 박명진 옮김 / 민음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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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지나가고... 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 발표된 영화.

원제목은 '우미요리모 마다 후카쿠' - 바다보다도 더 깊이...이다.

 

등려군의 노래의 한 구절인데...

노래에서는 '난 당신을 바다보다도 더 사랑한다...'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그런 사랑은 힘들다.

특히 애증이 교차하는 가족 사이에서는...

 

찌질한 남자, 소설을 쓴다고는 하지만,

남의 뒷조사를 하다가 삥이나 뜯는 하류 인생인 주인공 료타.

헤어진 아내와 아들을 뒷조사나 하는 한심이...

 

누군가의 과거가 될 용기를 가져야 다 큰 남자라는 거다.(124)

 

다 큰 남자라는 환상에 갇혀 살았던 구세대와 달리,

다 큰 남자의 감성에도 섬세한 터치를 보여주는 감독이 돋보인다.

아니, 오히려 다 큰 남자의 마음 속에는 겁이 많다는 걸 말하지 못하는 두려움이 더 크다는 것을...

 

자기는 겁이 많다는 걸 알면서

왜 솔직하게 살지 못하는지 참...(184)

 

료타는 어린 시절 친구들과 급수대에 올라간 이야기를 떠벌이지만,

결국 소방차를 부르게 한 건 본인이었다.

다 큰 남자들의 허세에는 '겁'이 담겨있다.

'누군가의 과거가 될 용기' 따위 없는,

'다 큰 남자'가 된다는 것에 대한 겁이...

 

 

베란다에서 태풍에 세차게 흔들리는 귤나무.

나와 비슷한 귤나무들과

그 귤나무에 찾아온 것을 청띠제비나비라고 믿고

언제나 돌아와 주기를 기다리는 어머니...(202)

 

이런 모정은 흔하지만 사실은 귀한 것이다.

기다려주고 믿어주는 사람, 드물다.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이번에 <어느 가족>이란 영화가 한국에서도 개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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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가 된 독자 - 여행자, 은둔자, 책벌레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양병찬 옮김 / 행성B(행성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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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얼마나 멋진가...

그런데 내용은...

독자의 메타포로 쓰이는 '길'이나 '상아탑', '책벌레' 등에 대해 병렬적으로 늘어놓고 있다.

장강명은 여기 반가움을 표한다.

장강명이 똑똑하거나, 내가 안 그렇거나다.

 

그들이 한 동족임을 왜 미처 몰랐을까.

햄릿, 보바리, 돈키호테, 안나 카레니나...

그들도 책이라는 무시무시한 덫에 걸려

인생을 망쳤다며 이를 갈고 있었다.(뒤표지)

 

그런데 가격이 15,000원이라니...

그 반 가격이면 좋겠는데, 하드커버가 될 의미도 별로 없는 얇은 책인데...

 

메타포도 신선하다기보다,

길가메시 서사시부터 신곡에 거쳐,

율리시즈나 햄릿 등

거의 dead metaphor 사은유가 되어버린 수준의 설명이라 식상하다.

 

망구엘... 실망했다.

 

우리의 영혼에는 발이 두 개 있습니다.

하나는 지식과 인지이고,

다른 하나는 정서와 사랑입니다.

올바른 길로 가려면 양쪽 다리를 모두 사용해야 합니다.(54)

 

이건 아우구스 티누스.

그리고 단테.

 

나의 오른발이 늘 짧다.(55)

 

상아탑은 안식처가 아닌 망루이다.(119)

 

마르크스야말로 책을 '도끼'로 활용한 대표자다.

그람시 역시 그렇고... 책을 읽고 벌레로 전락한다면 책의 가치는 낮지만,

도끼로 얼어붙은 바다를 깨뜨릴 동력이 된다면, 책은 국지전이나 전면전의 최첨단의 망루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중간에 전자책에 대해서는 오해가 있는듯하다.

 

플로베르는 자신을 여행자로,

책을 여행 지도로 간주했다.

살기 위해 읽는다고 말한 것으로 유명한데,

독자는 인생의 도제라는 메타포로 여행자, 상아탑, 책바보를 꿰뚫는다.(155, 에필로그)

 

책 속에 길 없다.

그렇지만, 인류의 가장 가치있는 창조물인 책을 통해

네비게이션처럼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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