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놈들 - 하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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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모토세이초는 1960년대에 많은 장르물을 낸 작가다.

일본에서 비로소 번영을 구가하던 시대의 혜택을 입었다고나 할까.

그의 작품을 별로 읽지 않은 것은,

그만큼 시간이 흐른 작가로 여겨졌기 때문인데,

읽어보면 조금 진부하긴 하지만, 묘사가 긴박하고 실감난다.

 

상권에서 뿌려놓은 악의 씨앗들이

하권에서 발아하면서 뿌리가 엉긴다.

 

다 죽어버렸던 사람들이

주인공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증거들이 드러난다.

그 와중에 사라져버린 다카코와 친구 변호사...

 

도대체 책이 다 끝나가는데,

다카코와 변호사 녀석은 어디로 갔는지... 했더니,

마지막 페이지에 두 이름이 나란하다.

멋진 작품이다.

 

머릿속에 이런 작품을 그려가면서

연재를 한다는 작가의 뇌 구조라는 것은 어떤 걸까, 몹시 궁금해진다.

지금처럼 작가 군단이 있는 시대와는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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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놈들 - 상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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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루이 야츠라...는 남녀를 모두 일컫는 말인데,

아무래도 나쁜 놈들은 남자들을 지칭하는 뉘앙스가 크다.

 

아무튼,

의사 도야는 바람둥이다.

아내와 이혼을 앞두고 있으면서,

아버지의 여자였던 수간호사 도요와 관계를 맺고,

돈을 뜯어낼 목적으로 만난 다쓰코의 남편의 '위약'을 만들어 주고,

또 돈이 목적인 연상의 여인 지세에게 매달리지만,

결국 다카코라는 여인을 차지하기 위해 애쓴다.

 

후반으로 가면서는 다쓰코의 남편의 죽음과 다쓰코의 죽음,

그리고 도요의 죽음에까지 관여하게 되면서

다카코와 친해지는 듯한 모습까지도

도야의 몰락을 예견하게 한다.

 

사람의 죽음에 있어서

이렇게 행정적으로 허술할 수가 없었다.

의사를 신뢰하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너무나 무책임한 절차였다.(190)

 

그래서 병원에서는 늘 안락사냐 살인이냐가 문제가 된다.

 

범인마다 각기 선호하는 수법이 정해져 있다고 했다.

그건 범인의 개성이기도 해서

자신이 가장 하기 쉬운 방법을 되풀이한다고 한다.(262)

 

그래서 결국 꼬리를 잡히게 되지만,

병원 내에서 중환자를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다면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오히려 좋다고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당신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지만,

같은 여자라서 잘 알아요.

당신은 속고 있어요.

그 여자한테 당신이 지금 뭘 하려고 하는지 난 다 알고 있어요.

부탁이니 그 여자한테 현혹되지 말아요.(332)

 

이런 건 복선일 것이다.

결국 높을 고자를 쓰는 다카코에게 도야는 당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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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8-09-20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쓰모토 세이초는 사회적인 이슈나 현실에서 미궁으로 빠진 사건들을 즐겨 다룬 작품들이 많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일본추리의 거장들 중 한 명입니다
 
8월의 6일간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민경욱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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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등산을 간다.

산 여자가 되어서...

이런 저런 사람도 만나고,

며칠간을 혼자서 걷는다.

 

소리없는 세계의 담 위를 걷는 것 같다고나 할까.

상상할 수 없을 만큽 아름다운 광경을 계속 보고 있다는 행복감과

몸을 부들부들 떨게 하는 적막감.

이 두 감정이 한류와 난류처럼 교차한다.(34)

 

일본의 북알프스는 아름답다. 사진으로만 보아도 그렇다.

그곳을 걷는다.

위험한 순간들도 있지만, 멋지다.

 

그 아이...

마치 목이 아플 때 수증기를 내뿜는 가습기처럼 손을 뻗어주곤 했어.(75)

 

아, 아름다운 사이다.

그런데, 그 사이가 돌연, 단절된다.

그래서 더 아프다.

등산가는 친구에게 '못 돌아오면 새해 입었던 그 코트, 나 줘야 해.' 라고 말해 놓고, 먼저 갔다.

 

부편집장이라는 것도 어정쩡한 불편한 입장이라 생각해왔다.

그런데 '부'자가 떨어지자 다른 스트레스가 찾아왔다.

아래서 위를 보고 한심해하거나 분노하며 부들부들 떨 때가 그립다.

위에 곤란한 사람이 있는 것도 싫지만 위에 있는 것도 힘들다.

약한 펀치를 계속 맏는 것처럼 충격이 온다.

그러다가 결국 내가 해버리는 게 훨씬 낫겠다, 고 생각하고 만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드는 것도 경험이 쌓였기 때문이다.

아랫사람을 키우는 데는 기다리는 인내심이 꼭 필요하다.

그래야지만 위에 설 수 있다, 라는 이야기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답답함이 힘들다.(115)

 

관리자가 되면 그런 느낌을 갖는다.

답답함이 힘들다.

잊고 어디론가 갈 곳이 필요하다. 세상이 그렇다.

산이든, 게임이든, 술이든...

 

길을 잃어버렸을 때는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헤매고 있는 곳에서 옆으로 조금 벗어나 본다.(123)

 

그런 것이 길이기도 하지만, 길을 잃고 조난당할 수도 있다.

뭐, 삶 자체가 그렇다.

 

이 사람, 산에 가는데 꼭 얇은 책 세 권을 챙겨 간다.

어떤 때는 기차에서 읽고, 어떤 때는 그냥 가져 온다.

 

옛날에 읽은 책은

옛날 공기를 가지고 있다.(133)

 

책을 가지고 오세요?

책이 없으면 마음이 안정이 안 돼요.

그래도 무겁잖아요.

마음의 안정을 대신할 순 없죠.(163)

 

산 여자가 바다로 한 번 갔다.

작가의 미스테이크다.

 

팔라우에서는 벤또(도시락)도, 고이비또(연인)도, 아지다이조부(맛있다)도, 쓰카레나오스(피로가 풀리는 - 차)도 있다.

2차 대전의 흔적이다.

작가는 그게 재미있었나보다.

피해자에게는 치욕적이고 치떨리는 떠올리기 싫은 과거인데...

바다는 안 갔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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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냥한 수업 - 하이타니 겐지로와 아이들, 열두 번의 수업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양철북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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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빈 서판'이라고,

그래서 거기다가는 무엇이듯 휘갈겨 쓰면 된다고 말하던 오만도 있었지만,

내 생각은 하이타니 선생님의 생각에 더 가깝다.

아이들은 비어있지 않다.

아직 부족한 나이이긴 하지만, 아이의 생각 안에서도 배울 점이 많다.

그걸 짓누르는 것이 교사여서는 안 된다는 반성이 있다.

 

시행착오의 진폭이 클수록 어린이는 꿋꿋하게 성장(83)

 

코르네이 추콥스키의 말을 인용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성장'에 있다.

 

성적의 좋고 나쁨은

아주 제한된 범위 내에서

어떤 대응에 숙련되어 있느냐 그렇지 못하냐에 따른 것(128)

 

그래서 성적은 성장과 나란히 가지 않는다.

물론 성적이 좋은 아이들이 잘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

성적이 좋지 못한 경우 성장에 어딘가 문제가 생긴 경우도 많다.

그렇지만 한국 학교는 성장에는 관심이 없고 경쟁에서 이기라고 하는 시스템이다.

그것 뿐이다.

아쉽다.

 

상냥함이란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을 갖고 있을지도 몰라요

하고 말했지만,

나는 반드시 변화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154)

 

4학년 앞에서 수업한 내용을

아이가 적은 것이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면,

그것은 교육이고, 성장에 도움이 된다.

그것이 아니라면, 아이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다.

나를 반성한다.

얼마나 송곳으로 아이들을 찔러댔던가를...

 

수업이 좀 어려워서

처음에는 재미없겠다고 생각했지만

나중에는 꽤 재미있었고

마지막엔는 엄청 재미있었다.

처음엔 뭐가 뭔지 몰랐지만

나중에는 대충 다 이해할 수 있었고

마지막에는 아주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서 재미있었던 거다.(157)

 

물론 특강이었으니 아이들이 귀 쫑긋 하고 들었겠지만,

아이들은 이해할 수 있고, 재미있다고 여길 수 있다.

 

하야시 다케지 선생은

생명에 대한 경외감이 동반되지 않는 교육은 교육이 아니라고 늘 말씀하셨습니다.(169)

 

우리도 이오덕 선생이나 권정생 선생 같은 이에게서 배웠지만,

잊고 말았다.

아이들이 죽고싶게 만드는 건 교육이 아니다.

 

성적도 하나의 데이터입니다.

그걸 전부 무시하라는 건 아닙니다.

단지 사람의 마음이 없는 교육이라면,

그 교육은 아이들 속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점을 말하고...(192)

 

아, 하이타니 선생님...

상냥한 수업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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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몸값 2 오늘의 일본문학 9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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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서는 시점도, 시간 운용도 긴박하게 잘 이끌어간 반면,

2권에 오면서 급격히 긴장감이 떨어진다.

 

1권의 사건을 2권에서는 해설하는 느낌이어서,

이미 알고 있는 사건의 트릭을 설명해주는 부분을 읽는 일은 싱겁다.

그렇지만 사랑스런 반항아 구니오(國男- 오ㅡ 나라의 남자라는 이름이라니...)의 안위를 걱정하며

그가 어떻게든 해피엔드를 맞기를 바라는 독자는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다.

 

별로 앞뒤가 안맞더라도, 구니오가 돈을 벌어서

탁발승이 되어 아오모리까지 걸어가는 모습으로 끝을 맺는 것도 나름 멋질 텐데... 하는 아쉬움.

 

나는 국가따위 어떻게 되건 관심 없습니다.

예전에 민중을 전쟁터로 몰아넣은 지배층은

이제는 사람들을 경제의 노예로 몰아넣으려 하고 있어요.

일본의 올림픽 개최는 그런 의미에서도 근대사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겁니다.(64)

 

도쿄만 느닷없이 근대도시로 얼렁뚱땅 꾸며놓고

도대체 무엇을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는 것인가.(17)

 

그래도 시골은 가난해요.

부는 도쿄에만 집중되어 있죠.

이익을 중앙으로 빨아들이기 위한 체제가 착착 완성되고 있는 거예요.(336)

 

이런 비판적인 시선은 신선하다.

서울 올림픽 역시 그런 것이었다.

그렇지만, 서울 올림픽 개최 덕분에 1987이라는 열린 공간이 가능했던 것이다.

아니었다면, 다시 계엄의 어둠을 겪었을는지도...

마치, 올림픽이 끝나자, 전국 교장단회의에서 아이들 교복을 일제히 입히기 시작했던 것처럼...

 

도쿄대에 들어갈 만큼

머리 좋은 아이니까

제발 세상 좀 바꿔줘.

우리 같은 일용직 인부가 희생물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할 거 아니냐.(363)

 

전쟁을 반성할 줄 모르는 일본의 정치가들에게 기대할 것은 없다.

그렇지만, 공산주의 이론 투쟁의 전선에서 투쟁한 경험 뿐,

현실적으로 얻은 것은 없는 일본의 정치에 대고 외치는 외침은 슬프지만 공허하다.

 

그래서, 나라국, 사내남을 쓰는 구니오란 사내는

자신의 영달을 위해 도쿄대 경제학과를 이용하지 못한다.

 

마음 속이 온통 스르르 무너져 형태를 이루지 못하는 마른 모래 같다.(137)

 

필로폰을 맞으면서 섬세해지는 감각을 느끼는 구니오,

그럴수록 현실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는 상태를

마른 모래가

스르르 무너져 형태를 이루지 못하는 것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슬프다.

 

한국으로 원정 경기를 간 일본인 복서 같은 심정(302)

남을 열정적으로 도와주는 건 조선민족의 특징일까.(322)

 

일본과 조선의 관계에 대해서도

피상적이지만 관심을 보이는 오쿠다의 관점도 흥미롭다.

 

 

*** 번역을 해야하는 말...

 

히에라르키라는 말을 번역하지 않고 여러 차례 쓰고 있다.

hierarchy는 위계, 계급 등으로 해설할 수 있는데... 해설없이 히에라르키라 쓰는 것은 좀 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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