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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프린트
샤를로테 케르너 지음, 이수영 옮김 / 다른우리 / 2002년 12월
평점 :
품절
황우석이 한 짓이 얼마나 무모한 짓이었는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나는 황우석이 실패한 것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황우석이 애초에 없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복제 인간. 아무리 인간이 세포와 유전자의 단위까지 과학을 발달시켰다 치더라도, 인간을 만들어 내는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자식을 갖고 싶다거나, 어떠한 이유로든 말이다.
이리스는 유명짜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인데, 다발성 경화증을 앓게 되고 머지않아 자기가 피아노를 그만둘 운명에 처해있음을 알게 된 후, 자기의 복제품을 만들기로 한다.
그래서 그 아이에게 자기의 모든 노하우를 쏟아 붓고 싶어하지만, 새로 탄생한 아이는 결국 <나는 나> 선언을 하게 된다.
<나는 너, 너는 나>라는 쌍둥이 놀이는 처음엔 재미있고 신기했지만, 시리가 자라나면서 <자아>의 개념을 형성하게 되자 불편하고, 불안하고, 불가능한 놀이로 발전한다.
이런 상상력은 충분히 현실화 될 것이 자명한 것처럼 보인다.
난 복제양 돌리의 이름이 가수 '돌리 파튼'의 가슴이 큰 것을 보고 붙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몸서리친 적이 있다. <복제>를 대하는 과학자들의 '태도'에서 전혀 경건함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난자를 어떻게 조작하여 인간을 만들려던 황우석의 시도가 한국에서나 가능한 이유는 이 책을 읽어 보면 잘 나와 있다. 도덕적으로 책임질 일이 없는 나라. 돈만 되면 용서가 되는 나라. 빨갱이만 아니면 정치적 바람을 타고 학문도 구부릴 줄 아는 유연한 나라. 곡학아세가 판치는 매판 자본의 나라. 대한민국.
황우석이 <거짓 천사 가브리엘>의 역할을 실제로 수행해 냈더라면, 그 번질거리는 얼굴에 얼마나 찬사를 보냈을 것인가 말이다.
어떤 사람을 둘로 나누는 것은, 그 사람을 죽이는 거예요, 그것을 모르셨나요, 박사님?
이렇게 물어 보는 시리는 황우석에게도 이 말을 들려 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것을 모르셨나요, 박사님? 하고...
황우석을 또 다른 누군가가 후원하여 실험을 하려 들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윤리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이익, 또 이윤>만을 추구하는 인간에게 저주를 퍼붓고 싶다.
이 책은,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문제 제기로는 재미있는 창의력이 돋보이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