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브라질
장 크리스토프 뤼팽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15세기, 신대륙에 광기의 열풍이 불어닥칠 때였다. 신대륙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발을 디딘 이들이 포르투갈과 스페인 사람들이었다. 다만 성공이란 말이 <결과>만을 의미한다면...

원주민을 다 죽이고, 파괴하고, 자기들의 욕심을 채운 사람들...

거기 프랑스 사람들도 끼어 있었다. 결국 식민지를 만드는데 실패하고 말았지만.

너무도 많은 것을 누리고 있던 프랑스 사람들에게 중남미는 너무도 멀었던 것일까? 가까운 아프리카는 잘도 집어 삼켰으면서 중남미에서는 제대로 맥을 못 춘것을 보면 말이다.

콜롱브처럼 자연스럽게 그저 함께 살아가는 법을 인간들은 배우지 못하고 지구가 멸망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심어준 소설이었다.

인간의 탐욕과, 헛된 욕망과, 무지와 갈등들이 지루하게 펼쳐진 소설.

테라로사라던가, 붉은 땅 브라질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한 프랑스인들에게, 재미를 보지 못한 역사를 들이미는 이 책은 그들이 굳이 부정하던 과거의 잔인한 역사를 잘 보여준다.

이런 침략의 야만적 개척사를 읽노라면, 선진국이란 그네들 낯이 좀 더 붉어지지 않을까? rouge하게...

방학 중에 이사하면서 읽었던 책의 리뷰를 한 달이 다 되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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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5
다나베 세이코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조제또 토라또 사카나 다치...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보다 운율이 느껴지는 산뜻한 제목이다.

문학이란 이런 산뜻함 빼면 아무 것도 안 남는다. 그래서 번역의 한계가 큰 것이다.

나는 <조제와 물고기... >보다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어> 쪽이 훨씬 좋았다.

자유분방하고 직선적인 여동생과 수줍고 암된 언니의 이야기.

이름도 미도리는 명랑한 반면 고즈에는 왠지 자격지심이 덕지덕지 묻어나는 듯 하다.

조제...는 영화로 만들어 졌더랬는데 보지 못해서 아쉽다. 이 단편으로는 영화가 어떤 것일는지 감도 잡기 어렵다. 모티프만 제공했을 뿐이겠지. 그래도 오아시스보담은 훨씬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고즈에와 조제의 마음 속에 가득한 2% 부족한 열망을 무엇이라 이름붙이면 좋을까.
늘 자신이 없고 뭘 해도 기가 죽어 있고, 꿈만 꿀 따름인 사람들을...

그런 사람들을 이렇게 겉으로 드러내 주어서 다나베 세이코씨는 인기가 많은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여인의 욕망과 만족을 드러내는 글들을 대하면, 글쎄, 잘 모르겠다. 좋은 글인지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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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콩 2006-08-03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는 정말 좋았답니다. 무엇보다 두 남녀 주인공, 특히 조제역의 그 배우 (이름은 몰라요)가 너무 당차게 나와서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지요. 꼭 보시길 권합니다. 개인적으로 '메종 드 히미코'보다 '조제~'가 더 좋았답니다.

글샘 2006-08-04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영화는 재미있었다던데요. 소설은 좀 별로였습니다.

파란여우 2006-08-04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영화도 별로였습니다.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넘지 못하는 설정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요. 도대체 영화에서라도 뭔가 되어야지! 하고 투덜거렸습니다.
너무 많은 걸 기대하면 영화는 재미없는거 맞죠?^^

글샘 2006-08-06 0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애를 어떻게 넘을 수 있을까요? 그래서 오아시스가 멋진 영화 아니겠습니까? 문소리가 장애인에서 갑자기 호로록 일어서서 빙글빙글 돌고 하는 상상력을 제시하는... 그러면서도 아무리 심한 장애를 가졌어도, 가진 그대로 사람임을 보여주는 공주와 설경구... 영화에 너무 많은 걸 기대하면 재미를 떠나서 부담스럽겠죠. 물론 재미도 덜할거구요. ^^
 
블루프린트
샤를로테 케르너 지음, 이수영 옮김 / 다른우리 / 2002년 12월
평점 :
품절


황우석이 한 짓이 얼마나 무모한 짓이었는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나는 황우석이 실패한 것을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황우석이 애초에 없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복제 인간. 아무리 인간이 세포와 유전자의 단위까지 과학을 발달시켰다 치더라도, 인간을 만들어 내는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자식을 갖고 싶다거나, 어떠한 이유로든 말이다.

이리스는 유명짜한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인데, 다발성 경화증을 앓게 되고 머지않아 자기가 피아노를 그만둘 운명에 처해있음을 알게 된 후, 자기의 복제품을 만들기로 한다.

그래서 그 아이에게 자기의 모든 노하우를 쏟아 붓고 싶어하지만, 새로 탄생한 아이는 결국 <나는 나> 선언을 하게 된다.

<나는 너, 너는 나>라는 쌍둥이 놀이는 처음엔 재미있고 신기했지만, 시리가 자라나면서 <자아>의 개념을 형성하게 되자 불편하고, 불안하고, 불가능한 놀이로 발전한다.

이런 상상력은 충분히 현실화 될 것이 자명한 것처럼 보인다.

난 복제양 돌리의 이름이 가수 '돌리 파튼'의 가슴이 큰 것을 보고 붙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몸서리친 적이 있다. <복제>를 대하는 과학자들의 '태도'에서 전혀 경건함을 느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난자를 어떻게 조작하여 인간을 만들려던 황우석의 시도가 한국에서나 가능한 이유는 이 책을 읽어 보면 잘 나와 있다. 도덕적으로 책임질 일이 없는 나라. 돈만 되면 용서가 되는 나라. 빨갱이만 아니면 정치적 바람을 타고 학문도 구부릴 줄 아는 유연한 나라. 곡학아세가 판치는 매판 자본의 나라. 대한민국.

황우석이 <거짓 천사 가브리엘>의 역할을 실제로 수행해 냈더라면, 그 번질거리는 얼굴에 얼마나 찬사를 보냈을 것인가 말이다.

어떤 사람을 둘로 나누는 것은, 그 사람을 죽이는 거예요, 그것을 모르셨나요, 박사님?

이렇게 물어 보는 시리는 황우석에게도 이 말을 들려 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것을 모르셨나요, 박사님? 하고...

황우석을 또 다른 누군가가 후원하여 실험을 하려 들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윤리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이익, 또 이윤>만을 추구하는 인간에게 저주를 퍼붓고 싶다.

이 책은,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문제 제기로는 재미있는 창의력이 돋보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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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7-29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읽어보고프네요

글샘 2006-07-31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습니다. 사서 봐도 될 정도로...
 
뽀뽀 상자
파울로 코엘료 외 지음, 임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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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파울로 코엘료란 이름에 혹해서 혹시나 하고 본 책 치고는 재미있다. 어떤 아이가 도서관에서 빌리고는 방치해 둔 것을 주워서 본 책.

프랑스의 에이즈 아동 보호 연대에서 기획한 책이다.

'뽀뽀 상자'처럼 아이는 사랑을 가득 받고 자라야 한다.
'선생님은 여자'처럼 어린이는 어떤 상황도 이해받아야 한다.

'빠르면 빠를 수록 좋아'처럼 빠르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님을 어른들을 깨달아야 하며,
'... 스틱스, 라이카'처럼 아이들이 동물을 좋아할 권리도 존중되어야 한다.

'기차를...', '그날 밤'처럼 아픈 아이들을 치료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고,
'나무 속의 여신'처럼 아이들의 상상력을 짓밟지 않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간혹 인터넷에서 만나는 아프리카의 아이들의 주린 얼굴, 그 퀭한 눈동자에는 삶에 대한 희망이 전혀 없다.
인권을 위한 책이긴 하지만, 이 책 역시 무시 당하는 아이들의 인권을 보호하기엔 너무도 미약하다.

뽀뽀가 튀어 나오는 상자를 아이들에게 사다 줄 것이 아니라, 직접 아이를 안아 주어야 할 일이다.

아, 날마다 학원으로 쳇바퀴를 돌아야 하는 우리 아이들을 위하여 오늘도 아무 일 하지 못하고 하루가 간다.
놀이터에서, 골목길에서 신나게 공놀이를 하고 술래 잡기를 해야 할 아이들이 점점 태어나지 조차 못한다는 새로울 것도 없는 뉴스를 들으며, 어린이의 소중함과 아이들의 안쓰러움을 새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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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 2006-07-30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척 읽어보고 싶어지는데요. 이 책....^^*

글샘 2006-07-31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고, 좀 덜한 것도 있지만... 암튼 아이들에 대해 곰곰 생각해볼 기회를 주는 책입니다.
 
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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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어디선가, 가시처럼 컥!하고 걸리는 놈이 있다.

일이든, 사람이든, 관계든, 컥! 하거 걸린 것은 나의 기를 질리게 하고,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억압 기제가 되고, 끊임없이 되살아나 나를 괴롭힌다.

그럴 때, 이 소설을 읽으면 어떨까?

이라부는 정신과 의사면서, 얼핏 정신과 환자처럼 보인다. 코미디에서나 가능한 설정이지만, 치료라고는 비타민 주사 한 방이고, 가슴 파인 복장의 게으른 간호사는 주사맞기 싫어하는 남자들에게 가슴을 보여준다.

살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싶지 않은 이가 누가 있으랴마는...

또 이라부같은 사람과 같이 생활한다면 또 얼마나 짜증나는 일이겠는가마는...

아무튼 소설 속에서는 이라부가 저지르는 황당한 것들이 치료로 이어진다.

삶을 진지하게 사는 것과, 아버지가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삶은 어차피 1회용이니 진지하게 대해야 하지만, 인생을 즐기는 해소법이 꼭 필요한 것이다.

책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이들도 간혹 이처럼 가벼운 소설을 읽는 것도 비타민 주사 한 방 만큼이나 효과가 있을 것이다.

처음 이야기 하나를 읽고, 시시하다고 생각해서 더 읽을 필요가 있을까를 생각했는데, 공중 그네를 읽으면서는 이야기에 폭 빠져들게 되었다. 이라부의 진지하지 못함이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은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신경정신과적 질환의 해소에 큰 시사점이 되지 않을까?

지나치게 진지함과 진지하지 않기, 진지하지 못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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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당연필 2006-06-24 0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가볍지 않을까...생각했던 책인데 한번 읽어봐야겠군요.

글샘 2006-06-24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볍습니다. 가벼운데 그냥 가벼운 게 아니라, 왜 가볍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경쾌함이 들어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