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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
가네시로 카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내 대학 시절이 그랬다. 국가라는 괴물이 너무도 혐오스러워 그넘과 싸우다 보면, 어느덧 나 자신이 괴물이 되어버린 가위눌림에서 한 순간도 벗어나지 못하는 꿈속같던 시절... 그래서 빨리 졸업하고 안일한 교사 생활을 바랐건만... 왜 내가 발령받자마자 두 달만에 전교조가 생기는 건지...
아직도 학교에서 전교조 교사라는 자리는 승진을 위해 관리자들과 좋게좋게 지내는 사람이 아니라 관리자들과 소닭보듯 또는 때론 갈등하며 지낼 일들이 더 많은 듯 하다. 학교 안의 디아스포라라고나 할는지...
일본 땅에서 태어났지만 일본인이 되지 못하고 외국인 취급을 받는 <재일 조선인>들의 이야기들이 요즘 왜 이렇게 눈에 들어오는지 모르겠다. 서경식의 디아스포라부터 박치기, 우리 학교 같은 영화들... 그리고 오늘 읽은 소설, Go...
땅에 두 발을 단단하게 딛고 설 수 있는 자만이 챔피언이 될 수 있다는 아버지의 권투 교습은 마치 그렇게 살아오지 못하고 하와이로, 노르웨이로 가버리고 싶다는... 오로지 go, go...하는 막연한 꿈만 존재하는... 그러나 현실의 세계는 아직도 땅을 굳건하게 딛고 서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인 모습을 표상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 소설의 이야기들은 마음 짠하게 하고, 심장 상하게 하고, 가슴 아프게 하지만... 가네시로 가즈키의 이야기는 가볍다.
그러나, 그의 가벼운 말투는 삶의 무게까지도 가볍게 해 주진 못한다. 눈물 질질 짜던 웃대들의 모습이 싫어서 냉소적으로 그리고 가볍게 생각하려 하겠지만, 결국 그들의 현실은 괴물과 싸우는 괴물의 모습을 반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쿠라이로 형상화된 현대 일본인들과 재일 조선인들 사이엔 상당한 접근도 이루어지고 있어 보인다. 그렇지만 아직도 <조선인도 일본인도 아닌 부초>로 살아가야하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메마른 입 안을 씁쓸하게 만든다. 정지용이 '고향'이란 시에서 그랬듯이... 메마른 입술만 쓰디 쓰다고...
다시 야만의 시대가 한국땅에서 시작되려는지, 국민들의 집회를 경찰(엄밀히 말하면 정부)이 막고 나서겠다고 설친다. 괴물을 대하는 괴물이 되어야 하는 상황이 목전에 도래한 건지도 모르겠다.
아, 나도 그저 어디론가, 가고 싶다. 야생마처럼 달려서... go, go!!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