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만나러 갑니다 - 춤추고 노래하는 그림 있는 이야기
정재아 지음 / 들녘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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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시를 만나러 갑니다.(정재아: 들녘, 2012)

춤추고 노래하는 그림 있는 이야기

 

  철학에 예술의 혼을 불어 넣은 것이 바로 '시'입니다. -정재아

 

  대한민국 남녀 직장인 1년 평균 독서량은 14.8권 연령이 낮아질 수록 독서량이 많아 진다고 하는데 연령에 상관없이 도서의 주제를 묻는 질문에 대해 '소설/시/문학'등 순수 문학이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고 합니다.

  '시'를 선호한다는 사람들의 말에 잠시 고민을 해봅니다.

 

  "'시'의 매력은 무엇일까?"

 

<좋아하면 이기는 거란다. 무지해도 상대를 이해할 수 있을까?>

 

  아이들과 시로 놀때 가장 행복한 시를 사랑하는 국어 교사 '정재아'가 들려주는 '시 이야기'에는 '시의 매력'이 있습니다. '시'와 뒹굴고 웃고 놀면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가 바로 '시'란 사실을 배운 작가는 자신이 배운 방법대로 시를 '관습적인 공부법'이 아닌 '완벽한 스토리 텔링'기법으로 느끼고 상상하는 시 읽기를 가르쳐 줍니다. 필자는 새로운 시 읽기를 통해 시의 매력에 빠진 초보 시 사랑 독자랍니다.

<나도 박남수 시인의 '바다'에서 파도를 보고 파도의 기세를 느낄 수 있을까?>

 

   <스토리 텔링>이란 단어, 이미지, 소리를 통해 사건,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법입니다. 기존의 '시'학습법과는 많이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시'를 암기식으로 학습용으로만 접해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자가 말하는 '스토리텔링'기법의 시 읽기는 '시'를 읽고 상상하면서 '시' 속에 펼쳐진 이미지를 그리고 '시상'을 파악하고 독자가 스스로 '시'를 주조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필자에게 있어 '시'문학은 그동안 어렵게 느껴졌던 그리고 친하지 않았던 장르였습니다. 하지만 <시를 만나러 갑니다>를 통해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하고 만나는 '시'문학은 기존에 갖고 있던 편견과 오해를 희석시키고 도리어 "'시'는 재미있는 장르였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가을은 책을 읽기 좋은 계절입니다. 짧은 시간을 활용해서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긴 장편'보다는 '짧지만 여운'이 남는 '시'는 장소와 시간 활용 면에서 좋은 대안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필자는 태생적으로 좋아하고 싫어하는 장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문학을 좋아한다면 모두가 시를 읽을 수 있답니다. 단지 '시'를 어떻게 즐길지를 우리는 모르기에 '시'가 어려운건 아닐까요?

 

  지하철 역마다 '희망의 메시지'와 함께 '지하철 시'가 있습니다. 아침 마다 타고 이동하는 교통 수단에서 만나는 '시'를 보면 반갑게 느껴지는건 <시를 만나러 갑니다>이후 필자의 가장 큰 변화일 것입니다. 오늘도 어제와 다른 칸에 올라타면서 또 다른 시를 읽습니다. 아침을 열고 하루를 마감하는 시간을 '시'와 함께하는 것 '시'의 매력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지요. 시가 제 마음에 그림을 그려 주듯이 당신의 마음 속에도 그림을 그려주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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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엘리 위젤 지음, 김하락 옮김 / 예담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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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나이트 (엘리에젤: 예담, 2007)

'홀로코스트' 속에서 만나는 하나님

 

  바벨론 포로 유수 이후 유대인들에게 최악의 수난기록으로 이름난 홀로코스트20세기 최악의 대량학살이며 600만명 이상의 유대인들이 종교, 정치, 인종차별이라는 이름으로 희생된 사건입니다. 20세기 최대의 학살로 손꼽히는 사건인 만큼 이 사건을 주제로 한 영화, 소설, 다큐멘터리 등이 많이 있습니다. 임레 케르테스의 <운명>이나 , 아트 슈피겔의 만화 <> 그리고 자전적 수기로 <안네의 일기>와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 영화 <피아니스트><쉰들러 리스트>등은 대표적인 홀로코스트 장르에 속한 작품들입니다.

  이들 작품 가운데서 엘리 에젤의 자전적 수기인 <나이트>는 저자가 15살에 직접 경험했던 홀로코스트의 기억을 바탕으로 쓰여진 작품입니다. 저자는 1년간 포로생활을 경험했으며 4군데의 수용소를 이동하였고 그 가운데서 가족이었던 아버지와 엄마 그리고 누이들을 잃었습니다.(13녀의 가족가운데 저자는 3남이었다.)

 

 

  저자는 이 책을 홀로코스트의 증인으로서 증언하는 마음으로 집필했다고 말합니다. 작가의 말이 사명을 감당하는 사명자의 굳은 결의처럼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아마 과오와 선택의 순간을 기억하고 보존하고 있는 역사를 사람들에게 전해야 하는 자들의 무게감을 공감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이트>(엘리에젤: 예담, 2007)는 내용은 짧지만 그 어떠한 두꺼운 책들보다 무겁고 불길한 내용을 가진 책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절망’, ‘두려움’, ‘공포’, ‘광기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잉태하고 있는 죽음<나이트> 전반에 걸쳐서 독자들에게 전해지는 불길함과 무거움의 원인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필자를 괴롭게 하고 아프게 만든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우리의 영적인 어두움입니다.

 

  ‘엘리 에젤은 이 작품을 15살 소년의 시점으로 이야기 합니다. 소년은 영적인 것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낮에는 탈무드를 읽고 밤에는 유대교의 회당에서 무너진 성전을 향해 울먹이는 모이셰를 영적 스승으로 모신 소년에게 있어 영적인 세계는 현실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기도의 의미를 배우고 하나님과의 교제를 위해 노력하는 소년에게 있어 신은 보이지 않지만 분명 함께 하는 분이십니다. 소년은 자신의 영혼 깊숙 한 곳에 자리한 하나님의 메시지를 찾기 위해 날마다 노력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하나님과 찾아가는 여정에 빠져 있던 소년에게 있어 홀로코스트는 분명 충격적인 사건일 것입니다. 특별히 그것이 전해들은 이야기가 아닌 현장에서 경험되어지는 사건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을 경험하는 것과 가축보다 못한 취급을 당하면서 인간의 모든 권리가 박탈되고 학대와 폭력의 현장에서 경험되어지는 모든 사건들은 소년의 신앙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기에 충분하고도 차고 넘치다고 생각됩니다. 공의를 사랑하시고 언제나 은혜주시는 하나님 하나님의 선택받은 백성들이 경험해야할 사건으로 홀로코스트가 선택되어진 것은 분명 15살 소년에게는 충격이었을 것입니다.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죽지 않기 위해 오늘을 살아가는 비참함을 경험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것을 온전히 이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소년이 가지게 된 하나의 질문 하나님은 어디에 계시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공감을 느낍니다. 왜냐하면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 모든 것에는 질문이 숨어있고 질문에는 하나님의 뜻과 의중이 있다는 이들이 말하는 고난의 여정과 보상은 현재의 고통과 슬픔 속에서 모두 사라지는 것을 경험하면서 필자 또한 하나님은 어디에 계시는가?”를 질문 해보았기 때문입니다.

 

<나이트>를 읽은 후 필자는 오랜만에 욥기서와 시편을 읽습니다. 그리고 눈물을 훔칩니다.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나를 버리지 마시옵소서.”

 

허영과 오만으로 점철된 나의 삶을 반성하고 나의 죄를 심판하실 그 순간을 필자는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생각합니다. 이 두려움은 근거 없는 두려움이 아닙니다. 필자가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유대인 민족에게 경험되어졌던 홀로코스트가 내게 경험되지 않는다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분명 나는 21세기를 살아가고 있고 안정된 가정을 소유하고 있으며 회개의 삶을 살았다고 믿지만 동시에 나 자신의 죄가 날마다 더해지는 가운데 회개를 위해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진 고난과 슬픔이 다시 내게 찾아오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듭니다. 나는 분명 두려움을 모르고 살았지만 죄에서 비롯된 심판과 징벌로 인한 두려움은 나의 마음을 어둡게 만듭니다. 빛이 없는 밤은 모든 것을 가리지만 그와 동시에 나의 하나님을 가리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밤이 두렵습니다.

 

  15살 소년의 눈으로 보는 홀로코스트이야기는 오늘의 나와 과거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를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시간도 공간도 민족도 다르지만 홀로코스트는 분명 우리 모두에게 전해져야할 이야기이고 우리의 역사 가운데 영향력을 행사하시는 하나님의 주권과 존재하심을 각자에게 묻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소년의 영적 스승이자 시게트의 유대인들에게 위기를 경고하였던 모이셰의 말로 질문의 답을 피력해봅니다.

 

모든 질문에는 답이 감추어져 있으며 사람은 묻고 싶은 질문을 던짐으로써 하나님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은 하나님의 대답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대답은 우리 영혼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우리가 죽을 때까지 그곳을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p. 31-32)

 

답을 찾기 위한 질문을 날마다 하고 있나요? 필자는 모이셰와 같은 질문할 수 있는 능력과 힘그리고 답을 깨달을 수 있는 영적인 각성의 기회를 간구합니다. 심판에 대해 늦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필자로 하여금 더욱 절박한 간구를 더하게 합니다. 나의 주님 응답하여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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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강 탐구하기 - 프랑수아즈 사강의 불꽃같은 삶과 문학
마리 도미니크 르비에브르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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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사강 탐구하기(도미니크 르리에브르: 소담, 2012)

불꽃같은 삶과 문학을 안겨준 사강과의 만남

 

  프랑스의 여류 소설가이자 극작가 프랑스와즈 사강, 본명은 프랑수와 크와레라고 합니다. 부유한 실업가를 아버지로 두고 남 프랑스의 카자르크에서 출생헤서파리에서 성장한 그녀는 1955년 발간된 <슬픔이여 안녕>을 통해 지난 50년 동안 최연소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름을 남긴 작가이기도 합니다.

  만인의 연인이자 문화 아이콘으로 성장했던 그녀는 1992년 마약복용혐의로 재판에 회부되었으며 재판 가운데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면서 나는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한 내 자신을 파멸시킬 권리가 있다"고 주장해 전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작가의 예술 활동이나 사상을 연구하고 비평하는 작가론에 있어 프랑스와즈 사강은 매력적인 대상입니다. 그녀에 관한 수많은 책들은 그녀를 다재다능하고 다면적인 인물상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사강 읽기가 이뤄졌고 그 가운데서 또 한권의 책이 나왔습니다.

  사강을 좋아하는 독자들 그녀의 작품 세계와 내면을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감히 이 책을 조심스럽게 추천하는 것은 <사강 탐구하기>가 이룩한 완성도 때문입니다. 전기 작가인 마리 도미니크 르비에브르가 만나고 이야기한 모든 기록들은 우리가 알지 못한 그리고 궁금해 했던 사강의 삶을 가감없이 보여줍니다.

<누구도 사강을 이토록 깊이 있게 접근한 적은 없었던것 같다.>

 

  저자 마리 도미니크 르비에브르는 유명 저널리스트이자 전기작가입니다. 살아서 전설이었으며 죽어서는 신화가 되어버린 사강에 대한 이야기를 재해석하는데 그녀가 누구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는 사실은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만남과 기록이 대변해 줍니다. 사강과 가장 절친했던 친구 플로랑스 말로와 베르나르 프랑크 사강의 비서와 마지막 동행인, 아들, 주치의, 출판업자를 비롯해 가정부까지 거의 모든 사강의 주변 인물들과의 만남의 기록들을 정리한 그녀는 사강의 목소리와 삶의 생생한 현장까지도 <사강 탐구하기>에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사강 탐구하기>는 전체적으로는 전기물이라기보다는 한편의 여행기처럼 주변 인물과 삶의 흔적들을 방문하면서 사강에 관한 솔직한 느낌과 인물평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문화 아이콘으로 추앙받고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그녀의 삶에서 진정한 사강의 모습은 무엇인가에 대한 논쟁과 논의보다는 사강이라는 인물 삶 그 자체를 표현하기 위한 작가의 노력은 가장 가까이에서 사강을 바라보는 느낌을 살리는데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프랑스 현대 문학을 이해하는데 있어 프랑수아즈 사강은 결코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영화와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녀가 단지 문학의 분야에서만 영향력을 남긴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동의하시리라고 생각합니다.

  필자 또한 사강의 몇몇 작품들과의 만남이 인연이 되어 그녀의 작품 세계와 삶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관심을 갖고 살펴 보던 중 그녀의 삶이 곧 문학이 되고 그녀의 문학이 시대 정신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러던 가운데 사강을 보다 이해하는 과정은 깊어만 갔고 프랑스 젊은이들의 정서와 삶을 대변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사강에 대한 설명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녀의 삶에서의 진정한 민낯은 무엇일까요?

  누구보다 뜨겁고 누구보다 격정적이었던 그녀의 삶의 그림자가 투영된 수많은 작품들 그리고 작품들 속의 진정한 주인공을 알고 있는 사람들의 기록이 모여진 <사강 탐구하기>는 사강을 좋아하는 팬이라면 그리고 사강의 문학을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하고자 한다면 꼭 한번쯤 보아야할 책이 아닐까라는 생각해봅니다. 기존에 출간된 여러 책 가운데서도 으뜸으로 여겨지는 <사강 탐구하기>가 사강을 만나길 바라는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선물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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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 향기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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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수박향기(에쿠니 가오리: 소담출판사, 2012)

어느 기묘한 여름날의 이야기들

 

  자포자기의 심정일 수도 있고 혹은 순진함일 수도 있습니다. 때로는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없던 시절의 치기로 기억될 수도 있는 어린 시절의 기억들. 기억은 일상의 저편에 묻혀 있다가 특정한 시기와 상황이 되면 다시 선명하게 떠오르기도 합니다. 혼자만의 비밀,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하지만 잊혀지지 않는 선명한 기억가운데 존재하는 이야기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수박향기>는 미스테리한 느낌을 주는 어릴적 기억에 관련한 이야기 단편집입니다. 몽환적이고 애달픈 감정을 느끼게 하는 작가의 글은 한 여름 무더위 속 그늘과 같은 서늘함과 안식을 전해 줍니다.

<등골이 오싹하고 잔혹하고 위험했던 상황을 마주한 어릴적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저자 에쿠니 가오리 (江國香織) 는 청아한 문체와 세련된 감성 화법이 특징인 일본을 대표하는 여류 작가입니다. 동화적 작품을 비롯해 연애 소설, 에세이, 미스테리 분야등 폭 넓은 영역에서 활동하는 그녀는 오늘날 많은 독자층을 확보한 '에쿠니 가오리만의 작품 세계'로 다양한 작품을 통해 한국의 독자들과 만남을 가지고 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 작가의 신작 <수박향기>는 에쿠니 가오리 작품 영역 가운데 미스터리 소설로 분류할 수 있는 단편 작품 모음입니다. 수박향기, 후키코 씨, 물의 고리, 바닷가 마을, 남동생, 호랑나비, 소각로, 재미빵, 장미 아치, 하루카, 그림자라는 열한편의 이야기들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자신만의 '비밀'과도 같은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나는 음산한 아이였다. 거짓말도 잘했다. 학교를 싫어했다. 다른 아이들이 싫었고, 철제 창틀과 천장의 형광등도 싫었다. 운동장도 발판도 가정 실습실도 교내 방송을 시작할 때와 끝날 때 들리는 지지직 하는 소리도, 나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아이였다고 생각하다. 얌전했고, 성적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아이들 속에서 숨을 죽이고 가만히 있으면 그만이었다. - 소각로 p.100

 

  얌전하고 성적이 평범한 아이로 기억되는 소녀의 불안전한 감정과 사고 그리고 자기 인식을 담담하게 보여주는 독백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이 작품은 1인칭 시점에서 주인공이 직접 자신이 간직한 비밀 이야기를 하나씩 독자들에게 전해줍니다. 자신의 내면과 경험에 관한 솔직한 고백은 때로는 위태롭고 애달프기도 하고 위험천만한 상황을 묘사하는데 이 가운데서 에쿠니 가오리만의 독특한 문장력은 소녀들의 이야기를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느낌을 가미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가 원하는 대로 손을 내밀자 매우 커다랗고 마른 것이 내 손안에 툭 떨어졌다. 바삭바삭한 애처로운 감촉. 그것은 짙은 갈색의, 턱없이 큰 죽은 매미였다. 나는 공퐁에 질린 나머지 소리도 내지 못했고, 손이 굳어 그것을 버리지도 못했다. - 물의 고리 p.48

 

  무더운 여름이 계속 되면서 쏟아지는 햇살에서 어지러움을 느낍니다. 그리고 햇살로부터 벗어나고픈 모두의 마음이 간절하듯이 어릴적 기억을 되짚어 보면 도망치거나 피하고 싶은 상황들이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비밀의 기억들'이 차려져 있는 향연을 마주하면서 어릴적 순수했지만 누구보다 잔혹했던 시절. 그리고 시간의 늪 속에 봉인했던 기억들을 다시 마주 봅니다.

 소녀들의'비밀 이야기'를 모두 읽고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오면 우리는 다시 여름을 추억하겠죠. 무더웠던 햇살 아래에서 벌어졌던 일들과 한 여름밤의 추억 가운데 비밀이 되어버린 경험과 기억을 간직한채 조금씩 성숙해 나가는 소녀들의 이야기는 어떻게 기억될까요?

  무더운 여름 순수하지만 잔혹하고 피하고 싶은 비밀 이야기 속으로 더위를 피해 떠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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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
소피 오두인 마미코니안 지음, 이혜정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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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찬(서울: 소담출판사, 2010)

고통은 끝도 없이 되풀이 된다.

 

  Septem peccata Capitales는 그 자체가 죄이면서 동시에'사람이 자기 자신의 뜻에 다른 지은 모든 죄'의 근원이 되는 일곱 가지 죄를 의미합니다. 교만, 인색, 시기(질투), 분노, 음욕, 탐욕(탐식), 나태 이 가운데서 '탐욕'(탐식)은 정신력의 약화와 게으름, 건강상실을 가져오는 음식을 과도하게 탐하는 것입니다.

  <만찬>(서울: 서울, 2010)의 검은 바탕의 표지 가운데 조심스럽게 들려올려진 포크의 끝에서 떨어지는 붉은 핏물. '고통은 다시 시작될 것이다. 끝도 없이 되풀이 되어'라는 여운을 음미하면서 '소피 오두인 마미코니안'의 만찬으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그로테스크한 범죄 스릴러 작품 '만찬'이 전하는 초대장을 받아 보셨나요?>

 

   타라 덩컨 시리즈로 국내에 알려진 소피 오두인 마미코니안이 쓴 작품 가운데 <만찬>은 국내에 출판된 유일한 범죄 스릴러 작품입니다. 범죄 스릴러인 <만찬>은 15,000천권의 책을 읽은 독서광이자 아르메니아 왕위 계승자라는 독특한 이력과 12개국에서 번역된 타라덩컨 시리즈만으로는 작가를 재능과 특징을 설명하기란 부족하다는 이유가 됩니다.

  <만찬>에서 그녀는 전작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필치와 사건 묘사로 그로테스크한 범죄 현장으로 독자들을 초대합니다.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인간의 탐식에 대한 단죄와 단죄의 과정을 요리의 조리과정과 식사와 비교하면서 단죄마저도 또 다른 죄로 이어지는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고통의 묘사라고 생각합니다.

 

  거친 옷감이 그의 몸에 난 상처들을 스쳤다. 고통스럽기는 했지만 동시에 위안이 되었다.

고통은 그가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마지막 감각이었다. -p.16

 

  이 소설에서 음식은 사건을 유발하는 동기인 동시에 하나의 트라우마입니다. 살인자는 어릴적 음식으로 고문을 당한 학대를 경험하였고 성장 후 뚱뚱한 피해자들을 고문하면서 요리를 만듭니다.

 

  소년은 남자가 목구멍으로 쑤셔 넣은 사탕을 곧바로 뱉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날카로운 메스를 보았을 때도 아이는 즉시 비명을 지를 수가 없었다.

-중략-

  더 이상 그는 힘없는 소년이 아니었다.

그는 훨씬 커졌고 훨씬 강해졌다. 그래, 훨씬 강하다. -p. 65

 

  스물 세번의 식사과정은 식욕을 돋구기 위한 술 '아페리티프'로부터 시작됩니다. '아페리티프'로 사용된 프랑스의 고급 샴페인인 벨리니, 아무르 드 되츠 샴페인은 작품의 품격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독자들을 살인 현장에서 함께 그들의 고통의 만찬에 초대되었음을 알립니다.

  가축 도살장에서 벌거벗은 시체로 발견된 거구의 사내가 너무 큰 껍데기처럼 늘어진 피부에 두개의 갈고리에 메달려 머리는 피부의 주름에 파묻히고 손은 잘려나간 상태로 발견되는 것을 시작으로 사건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범죄의 대상은 고도 비만의 거구들만 노리는 범죄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죽음에는 인간의 탐식과 추악한 범죄의 기록들이 있습니다. 사건 현장에 남겨진 시와 피해자들의 기록을 단서로 형사반장 필리프와 소아정신과 의사인 엘레나의 미궁의 사건을 좇는 과정에서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범인은 왜 사건 현장에 다음 범죄를 암시하는 시를 남겼을가요? 그리고 왜 뚱뚱한 사람들을 납치할까요? 형사반장인 펠리프와 엘레나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범죄는 범인이 그들 주변에 있음을 암시합니다. 독자들은 상처와 고통의 삶을 살아간 이들의 서로 다른 모습과 결과를 통해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학대의 끝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들의 범죄를 보면서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자신이 경험한 고통을 타인도 겪기를 원하는 범인의 모습을 보면서 최근 폭력이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어 또 다른 범죄가 된다는 현상이 연상됩니다. 상처 받은 사람은 상처를 안거나 피하거나 전가시키는 사람이 됩니다. 우리가 그들을 외면할때 그들은 자신들만의 상처의 대처법을 익혀 나갑니다. 극단적인 범죄가 많아진 요즘 <만찬>을 주목하는 것은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 속에 우리의 무관심과 적절하지 못한 행동들이 또 다른 살인자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그들의 범죄를 힐난하고 공격하기 이전에 그들이 왜 범죄자가 되었는지에 주목하는 것은 단죄의 중요성 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요?

  여러분은 <만찬>을 보면서 상처에 따른 세 인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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