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딜 수 없어지기 1초쯤 전에
무라야마 유카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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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견딜 수 없어지기 1초쯤 전에(무라야마 유카: 소담, 2014)

상반된 두 청춘이 펼쳐나가는 성장 이야기

"내가 왜 하필 여자로 태어났는지, 이 세상에 나온지 1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해할 수가 없다."(14)

만물이 푸른 봄철이라는 의미를 빗대어 10대후반에서 20대에 걸치는 인생의 시절을 '청춘(靑春)'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청춘'이 늘 푸르기만한 건 아닌거 같습니다. 사람에 따라 청춘은 보다 다양한 색깔을 표현할때가 많으며 그 색 또한 '푸르름'과는 전혀 다른 색이 될 경우가 더 많답니다. '방황', '갈등', '고민', '불만', '불안', '혼란'. 무수히 많은 '청춘의 길'을 가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예찬'이 될 수 있는가 하면 한편의 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어지기 1초쯤 전에>와 같은 책이 쓰여질 수 있는 것이겠죠.

무라야마 유카 (村山由佳)는 일본 출신으로 현재 에쿠니 가오리, 요시모토 바나나, 미야베 미유키 등 일본에서 가장 왕성한 활동을 보이는 여류 작가 그룹에 속하는 작가입니다. '첫눈에 사랑을 느끼지 못했다면 사랑이 아니다'라는 당돌하고도 가슴 떨리는 문장을 품은 <천사의 알>, <천사의 사다리>로 국내 팬들에게 알려져 있는 그녀의 작품들은 2010년 <더블 판타지>를 잠시 소식이 없었기에 4년만에 국내 발간된 <견딜 수 없어지기 1초쯤 전에>는 그녀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과 관심있는 이들에게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견딜 수 없어지기 1초쯤 전에>는 일본 발매 당시 무라야마 유카의 전작들과는 다른 주제와 분위기로 유쾌함과 감동을 고루 갖춘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이 책은 '노는 물'이 다른 남녀 주인공이 우연한 계기로 얽혀 서로를, 그리고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린 '청춘 성장 소설'입니다.

책의 내용을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자타 공인 모범생 '후지사와 에리'을 하던 중 남모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같은 학교 학생인 '미쓰히데'와의 만남입니다. 바다 외에는 무엇에도 관심없는 열혈 서퍼이기도 한 '미쓰히데'는 푸른 바다와 그 바다를 밀어내는 바람만 있으면 세상이 가득찬 것처럼 느끼던 소년이었으나 암으로 인해 세상을 떠나는 아버지를 목도하는 운명 가운데 삶의 균열을 경험하고 그 사이로 들어온 '에리'와의 만남으로 인해 '에리'와는 다른 '성장기'를 경험하게 됩니다.

이 둘은 서로를 마주하면서 때로는 자신을 그리고 때로는 상대의 '청춘'을 바라보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점차 깨닫게 되는 '성장기'를 보내게 됩니다. 작가는 두 사람의 성장기를 마치 바다와 같이 '때로는 밀려오는 감동'으로 '때로는 멀어지는 아쉬움'으로 표현하며 서로 다른 두 청춘을 통한 '청춘의 다채로운 색'을 표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의 이야기들은 바다처럼 푸르르고 파도처럼 다채롭고 그 내음은 특유의 향기를 머금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겠습니다.

역시나 있을 수 없는 일이 의외로 태연히 일어나는게 이 세상인 모양이다. 하지만 설마 이런 식으로 그 말이 증명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에리가 나를 똑바로 응시한 채 불쑥 말했던 것이다. "미쓰히데, 나하고 ...... 잘래?"(105)

있을 수 없는 사건이 태연히 몰려오는 현실의 파도 속에서 '무라야마 유카'는 두 인물의 관점에서 '청춘'의 시기를 보내는 두 남녀의 '성장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두 청춘의 남녀가 가지고 있던 문제의 해답이 성에 안찰지도 모르지만 성장를 보내는 두 남녀의 고백에 가슴이 설레였던 것은 '그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이야기'와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이겠죠.

동일한 사건을 양쪽의 시선으로 이야기하면서 소소한 반전을 품은 매력으로 그려내는 이야기 속에서 남자의 심리 그리고 여자의 심리를 함께 마주하는 묘한 매력으로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견딜 수 없어지기 1초쯤 전에>를 읽은 후 '다름'의 의미를 깨닫고 '성장'하는 과정으로 나아가는 흥미로운 시간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았음을 회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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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게 뭐야 1 알 게 뭐야 1
김재한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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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알 게 뭐야1(김재한: 소담출판사, 2014)

포화상태의 웹툰에서 만난 알짜배기 웹툰

"꿈이 없는 청춘, 불분명한 영역에 대한 도전"

여러 포털 가운데 특별히 인기 웹툰의 산실로 평가받는 '네O버' 웹툰 시장은 '웹툰 시장'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공간입니다. 하루 평균 20여편, 총 100여편이 연재되고 있기에 독자들의 선택권리는 제쳐두고 작가들에게는 그야말로 무한경쟁의 장이자, '개성'과 '실력' 그리고 '운'이 요구되는 장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웹툰을 즐겨보는 독자들의 클릭에 따른 '조회수', '댓글' 그리고 '펌' 숫자에 따른 인기는 '개성'과 '실력' 그리고 '운'을 반영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포화시장'이라는 평가 속에서 '네O버' 웹툰의 틈새를 공략하여 성공적으로 안착한 작품 <알게 뭐야>라는 작품은 제목만큼이나 도발적이고 도전적인 작품입니다. 평균 조회수 2만건이라는 기록에서 보여주듯이 이 작품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성장하고 있는 작품 가운데 하나이며 독특한 소재와 이야기 진행방식의 코드가 독자들과 맞아떨어진 '실력'과 '개성'이 인정받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알게 뭐야>는 '무료한 고3 수험생' 김원준이라는 청소년의 '성장 스토리'입니다. '힙합'이라는 뮤직장르에 도전하는 '김원준'의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이 외에도 과감한듯 세밀한 연출과 높은 퀄리티가 엿보이는 OST와 유쾌한 스토리 등이 작품의 '롱런'을 가능케 했다고 보여집니다.

고민만 많고 '행동하지 못하는 친구'에게 '알게 뭐야'라고 말한다는 작가의 이야기처럼 이 작품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청춘들에게 '알게 뭐야'라고 말하는 당당함이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불안불안 하지만 어쨋든 도전하고 볼일이라는 걸 보여주는 주인공 '김원준'의 이야기는 작가의 대중들을 향한 메시지라고도 합니다.

실패와 불안정한 성장을 두려워 하는 이들에게 있어서 '힙합'이라는 영역에로의 도전과 비상의 '김원준'의 성장이야기가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심정은 오늘날 한국 웹툰의 기능이 단순히 '잡기'가 아닌 청소년들의 '고민'과 '방황' 그리고 '갈등'을 어루만져주고 미래를 선도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 한다는 점에서 이제 웹툰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전환점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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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시간
파비오 볼로 지음, 윤병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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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내가 원하는 시간(파비오 블로: 소담, 2014)

잃어버린 후에 알게 되는 소중한 사람들의 의미

늘 곁에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깨닫지 못하는 의미를 품은 대상들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그 대상의 의미를 깨닫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그 대상의 의미를 깨닫지 못한 사람이기도 합니다. 저는 전형적으로 후자의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 의미를 깨닫지 못한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늘 품고 살아가기에 <내가 원하는 시간>과 같은 종류의 책을 읽기를 좋아 합니다. <내가 원하는 시간>과 같은 책은 제게 늘 작은 행복들을 선사해 준답니다.

<내가 원하는 시간>의 작가 파비오 볼로는 이탈리아 출신의 작가입니다. 하지만 그는 작가이면서 동시에 여러 분야 예를 들자면 영화배우이자 소설가이며, 텔레비전 및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이자 성우,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합니다.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한다고 하여 그의 작품 능력이 고만고만한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의 소설 작품은 2011년도에 이탈리아에서 500만부가 팔렸으며 여러 사람들로부터 호평을 받기도 합니다. 혹자는 그를 가리켜 "평범하기 그지 없는 작가"라고 합니다. 하지만 평범한 작가가 수많은 찬사를 이끌어 낸다면 이 또한 그에게 분명 특별한 무언가가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내가 원하는 시간>은 1인칭 시점에서 진행되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작품 속 화자인 '나' 로렌초의 삶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늘 곁에 있지만 미처 깨닫지 못한 소중한 존재들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작품의 줄거리를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남들에게 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의 집안에서 출생한 로렌초는 자신의 재능을 알아본 노신사의 제안에 따라 일을 하게 되면서 성공의 가도를 달립니다. 하지만 새로운 일을 위해 아버지를 버렸다는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면서 아버지와의 관계가 멀어지고 사랑의 의미를 알지 못하는 가운데 만난 연인을 떠나 보내면서 삶의 위기가 고조되어 갑니다. 아버지와의 화해와 연인과의 사랑의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에 관한 질문의 답은 책을 읽으실 독자분들을 위해 남겨놓습니다.

사랑을 갈망하지만 사랑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로렌초는 이 시대의 감정의 결핍과 상실을 경험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대변합니다. 평범하다고 말할 수 있는 '로렌초'라는 인물이 독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오는 첫번째 이유는 바로 '로렌초'의 모습이 곧 우리들의 모습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작가는 친근하면서도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들로 '로렌초'를 이야기 하는데 이 또한 우리들의 평범함 모습을 표현하는 더할나위 없는 표현방법이라고 보여집니다.

<내가 원하는 시간>을 읽노라면 행복을 구성하는 것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닌 우리의 가까이에 있는 대상에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단지 안타까운 사실이 있다면 우리들이 지각을 사용하는 것이 서투르다라는 점일것입니다. 로렌초가 안고 있는 약점들은 우리의 약점이기도 하기에 그가 점차 마음의 벽을 허물고 의미들을 깨닫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의 마음 또한 함께 치유되고 성장되어가는 것일테죠.

<내가 원하는 시간>에서 이야기되어지는 두개의 시간은 아버지와의 시간과 연인과의 시간입니다. 이 두개의 시간축에서 서로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나 실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개의 시간은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때로는 갈등과 상처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회복의 단초를 제공해줍니다. 우리의 삶 속에있는 수많은 시간의 축들 속에도 이렇듯 서로 영향을 주는 것들이 많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로렌초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삶의 순간들 속에 함께한 대상의 의미를 발견해 나가는 것. 수많은 독자들이 걸어간 그 길을 걸어면서 그 과정들을 함께 나누는 시간을 함께 해보는 건 어떨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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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아이 -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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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울지 않는 아이(에쿠니 가오리: 소담, 2013)

울지 않는 아이가 우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울고 있는 딸 아이를 바라보면서 문득 어릴적 유년시절의 나를 돌아봅니다. 단편적인 기억들을 모아서 과거의 유년시절을 회상해보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흐린 기억에도 불구하고 '갈증'의 느낌은 또렷히 남아 있습니다. 무엇에 대한 '갈증'이였을까요?

  '갈증'에 대한 막연한 물음의 답이 떠오른 것은 에쿠니 가오리의 <울지 않는 아이>(소담, 2013)의 작가 후기를 읽고 나서였습니다.

 

  "나는 잘 우는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도중에 울지 않는 아이가 되었죠. 초등학교 때입니다."

                                                                                                              작가 후기 -中-

 

  아버지와 어머니로부터 받고 싶은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어른스러운 아이'처럼 행동했던 내 모습들이 떠오릅니다. 울면 사람들이 싫어할거라는 생각에 숨죽여 울고 어른 스럽게 행동했던 유년시절이 떠 올리면서 딸 아이에게는 '갈증'을 남겨주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울지 않는 아이>는 에쿠니 가오리가 작품 활동 초기에 쓴 8년 치 에세이입니다. 에쿠니 가오리의 성장 에세이이기도 한 이 책은 '어른아이'로 유년시절을 보낸 시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던 유년시절을 갖고 있는 제게 있어 이 책은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갖고 다가온 책입니다.

 

  웅크린 어린아이를 가슴 속에 품고 있지만 이제 저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제게는 '가족'이 있습니다. 아내가 있고 딸 아이가 있고 아내의 뱃 속에는 둘째 아이가 자라고 있습니다. 이들은 제게 있어 어릴적 그토록 갈망했던 '갈증'. 즉 진정으로 마음을 나누고 싶은 장소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어릴적 '어른스러움'을 연기했다면 지금은 자연스럽게 어른이 된거 같습니다. 때로는 흔들리기도 하지만 '가족'은 흔들리는 저의 버팀목이 되어준답니다.

  에쿠니 가오리는 <울지 않는 아이>에서 자신의 '울수 없었던 시절'을 돌아봅니다. 그리고 그녀의 돌아봄을 따라서 저 또한 어린 시절을 돌아봅니다. 정체성의 혼란을 헤치고 나와 '진짜 어른'이 된 그녀의 글이 현재의 나와 연결되면서 특별하고도 설레는 경험을 해봅니다. 늦은 밤 왜 글을 읽고 글을 쓰는지를 누군가 묻는다면 이 특별하고도 설레는 경험을 잊기전에 남기고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서라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다른 멋진 표현도 많겠지만 지금은 이렇게 밖에 쓸수가 없습니다.

 

  자녀에게 아픔을 주고 싶은 부모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와 비슷한 유년시절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 가운데 방황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방황을 마치고 '마음의 안주할 곳'을 찾은 작가와 저는 진정 행복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제가 느끼는 행복을 방황하는 사람들도 어서 빨리 느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방황을 마치고 안주할 그곳을 찾을때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그 여정 가운데 <울지 않는 아이>가 함께 했음 좋겠습니다. 왜냐하면 이 책은 당신에게 위로와 격려가 되어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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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렌 켈러 인 러브
로지 술탄 지음, 황소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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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헬렌 켈러 인 러브(로지 술탄: 소담, 2013)

외면된 헬렌 켈러의 진정한 모습

 

  "서른일곱 살, 귀머거리에 맹인이자 벙어린 내게 애인이 생겼다. 나는 사랑을 하고 있다. 나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떳떳하게 결혼할 수 없다. 선생님과 어머니가 반대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무조건 나를 곁에 붙들어두려고만 한다."(8)

 

  서른 일곱살 헬렌 켈러의 삶을 이야기 하고 있는 <헬렌 켈러 인 러브>(소담, 2013)의 이야기 시작은 마치 첫사랑의 열병을 앓는 이의 독백을 보는듯한 느낌을 줍니다. 불행과 행복 하지만 다시 불행과 절망으로 연결되어지는 위 문장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알고 있던 헬렌켈러의 이미지와 적잖은 충돌이 기다리고 있음을 예감해 봅니다.

 

  <헬렌켈러 인 러브>는 '살아 있는 성녀' 혹은 '신체적 장애'에 관한 이야기에서 꼭 접하게 되는 '헬렌켈러'의 삶을 배경으로 쓰여진 책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눈과 귀거 먼 벙어리 소녀 헬렌 켈러의 어릴적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에게 진정한 '헬렌켈러'의 모습을 '한 여인'의 입장에서 서술합니다.

 

  이 책의 내용은 화자인 헬렌켈러와 그녀의 주변 인물들과의 이야기들을 통해 헬렌켈러를 둘러싼 '이미지'의 허구와 실상을 다루고 있습니다. 37살의 나이에 사랑에 빠진 헬렌의 이야기 뿐만이 아니라 가족과의 사회 그리고 영혼의 동반자로 알려진 '애니'(설리번 선생님)와의 긴장과 갈등이 있어 '헬렌켈러'의 후반부의 이야기에 관한 색다른 면을 선사합니다.

 

  "애니는 자기가 내 옆을 지키는 한 내가 다른 사람들과 의사소통할 필요가 없을 거라고 말했다. 내가 알아야 할 것은 그녀가 모두 말해 줄 거라고, 나는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고, 애니는 자신의 외로움 때문에 나를 옆에 두고 싶어 했다. 사람들은 우리 둘 모두 기적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기적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외톨이기도 했다. 이제 나는 나이가 더 들었다. 닳고 닳은 이야기 외에 새로운 이야기를 갖고 싶다."(62) 

 

  <헬렌켈러인 러브>의 가장 큰 줄기를 형성하는 '헬렌 켈러'와 '피터 페이건'의 이야기의 상당 부분은 작가의 상상력에서 비롯되었지만 두 사람의 연애는 진짜였다고 합니다. 비록 두 사람 사이를 입증해줄 공식 기록은 없지만 두 사람과 관련된 여러 자료들은 둘 사이의 관계를 '연인'으로 생각토록 하며 이 책은 이러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쓰여진 책입니다.

 

  어릴적 '헬렌'과 '설리번 선생'과의 만남 그리고 물 펌프를 앞에두고 나눈 세상과의 첫번째 소통인 'w-a-t-e-r'에 대한 기억이 지금까지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이 기억은 '헬렌 켈러'의 삶에 관심을 갖게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헬렌 켈러 인 러브>를 읽은 후 필자는 '헬렌 켈러'를 둘러싼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헬렌 켈러'의 삶은 오늘도 반복되고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회는 '사회적 약자' 혹은 '소수자'들 가운데서 '영웅'을 갈구합니다. 하지만 그분들이 원하는건 '영웅'의 모습이 아닌 '한 사람'으로서의 삶의 권리를 요구하지는 않을까요? 어쩌면 그들의 '영웅'적인 모습이야 말로 '우리들이 원하는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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