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달콤한 재앙
케르스틴 기어 지음, 함미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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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이토록 달콤한 재앙(케르스틴 기어: 소담, 2013)

사랑에 관한 유쾌한 수다

 

 '무라카미 류'의 <5분 후의 세계>이후로 '타임슬립'이라는 말은 이제 문학작품 가운데 다소 흔하고 익숙한 판타지 코드가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독일 출신의 여류작가 '게르스틴 기어'에게 있어서의 '타임슬립'이라는 판타지 코드는 '현실'과의 공명을 통해 '독특하고 유쾌한 분위기의 소설 아닌 소설'을 만들어 냅니다.

  평생을 함께하기로 한 사람과 새롭게 찾아온 또 다른 사람과의 사랑 사이에서 자신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한 주인공의 '선택의 기회'. 만일 당신에게도 이러한 기회가 온다면 여러분은 어떠한 결정을 내릴지 궁금합니다.

 

  <이토록 달콤한 재앙>은 독일 출신의 작가 케르스틴 기어(Kerstin Gier)의 작품입니다. 케르스틴 기어의 작품 가운데 '시간 여행'을 소재로한 작품은 이 작품 말고도 있기에 잠시 언급 해봅니다. 2012년과 2013년에 걸쳐 '시간을 여행하는 소녀'시리즈로 각각 <루비레드>, <사파이어 블루>, <에메랄드 그린>이라는 제목으로 '영림 카디널'에서 출간된 적이 있습니다. 이 시리즈물 가운데 <루비레드>는 2013년 3부작 가운데 첫편으로 국내 개봉되기도 했지만 '할리우드 영화 주류 흐름'과 '불친절한 스토리 진행과 황당 엔딩' 덕분에 국내 흥행에서는 그다지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답니다.(원작을 읽은 분들은 영화의 한계다라고 지적하지만 낮은 평점을 높이는데는 큰 도움이 안되었죠)

   하지만 원작의 인기와 소재로 인해 영화화 되었다는 특징 외에도 '케르스틴 기어'의 작품들은 베스트 셀러와 스테디 셀러에 오른 책들이 여럿 있답니다. 그리고 <이토록 달콤한 재앙> 또한 베스트 셀러와 스테디 셀러 목록에 오른 책이기도 하고요.

 

  <이토록 달콤한 재앙>의 스토리는 남편인 펠릭스와의 결혼 생활 가운데 찾아온 '회의감'을 안고 살아가던 '키티'라는 여성이 우연히 만난 '마티아스'와의 새롭게 시작한 사랑에 빠지게 되고 불의의 사고를 당한 주인공 '키티'가 5년전 남편 '펠릭스'와의 만남의 시점으로 '타임슬립'(여기서는 과거로 갑니다.)을 경험하면서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 이미 결정되어졌던 '운명'과의 전쟁을 치루는 내용입니다.

 

  '타임슬립'이라는 다소 진부한 이야기라는 평가도 있지만 그녀의 소설은 세간의 평가대로 '독자와의 공감대'를 폭 넓게 형성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에서도 어김없이 이러한 특징이 잘 나타나고 있답니다. '부부 혹은 연인의 관계변화 와 갈등'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으며 '회의감'가운데 찾아오는 '일탈'(이라 쓰고 불륜이라 읽는 사람도 있음)의 상황 속에서 경험되어 지는 미묘한 심리 묘사는 '케르스틴 기어'의 디테일하고 위트 넘치는 문장과 더해져 '사랑의 실체'에 관한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이러한 질문이 일상 속 무료함과 권태를 경험하는 이들의 마음에 적잖은 파문을 일으켜 공감대를 형성하게 됩니다.

  '타임슬립'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이 책이 여타의 '하이틴 판타지 소설'과 다른 이유는 바로 '현실감'과 '사랑에 관한' 삶의 이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성 독자이면서도 그녀의 일상 속 '일탈'에 관한 메시지는 꽤 흥미로운 메시지였답니다.)

 

  혹자는 일상의 불만족과 권태를 가리켜 인생의 일부분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작가는 여주인공 '키티'의 운명과의 싸움을 통해 '불만과 권태'의 삶이 일부분이 되어야 하는가라고 묻습니다. 발칙하고 도발적인 돌직구 같은 질문을 내포하고 있는 이야기이에 더 의미있고 재미있는 책 <이토록 달콤한 재앙>.

  견고한 일상의 권태를 극복하기 원하는 여러분은 지금 어떤 책을 찾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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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버리기로 한 날 밤
알베르트 에스피노사 지음, 김유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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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리뷰] 세상을 버리기로 한날 밤(알베르트 에스피노사: 소담출판사,2013)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기회를 잃지 마, 네가 결정하는 곳이 바로 네 세상의 경계란다."

 

  절망의 끝자락에서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SF형식을 빌어서 설명하고 있는 책, <세상을 버리기로 한날 밤>은 바르셀로나 출생의 배우이자 영화감독 그리고 작가이기도 한 '알베르토 에스피노사'의 첫 번째 소설입니다.

  책의 줄거리가 책 뒷편에 잘 요약되어 있지만 보지 못한 분들을 위해 말하자면

 

  "세계적인 발레리나인 어머니의 죽음을 경험한 주인공 마르코스는 절망감 속에서 삶의 변화와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슬픔을 덜기 위해 영원한 잠을 포기하기로 합니다. 하지만 약을 수령하고 이를 투여하기로 한 그 날 외계인이 나타났다는 보도가 터져나오고 급기야는 외계인의 정체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마르코스는 생각지 못한 '새로움'을 접하게 되는데....."

 

  약간의 네타와 섞어서 책의 줄거리를 정리해보았습니다.

 

  <세상을 버리기로 한날 밤>에 등장하는 초능력, 외계인으로 의심되어지는 '낯선자'(그의 정체를 알 수 없기에 언론은 그를 외계인으로 국가는 '낯선 자'라고 부릅니다.), 잠을 자지 않게 해주는 약,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여행 등의 SF요소들이 이 책을 흥미롭게 만들어 주는 SF요소들이라면 전생, 삶과 죽음,  생의 기억들과 전승과 소실, 사랑과 이별 등의 요소는 이 책을 '색다른 SF소설'로 만들어주는 철학적인 요소들이라고 보여집니다.

 

  "약을 맞으면 잠을 자지 않게 되고 자네 몸의 움직임도 원래 상태로 천천히 회복될 걸세, 하지만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그렇게 될 거라고 자네가 스스로 인식하는 것이라네, 인생에서 모든 것이 다 그렇겠지만 무엇보다도 자네 머리가 먼저 그 변화를 받아들여야 하지."(52)

 

  "눈앞에 있는 문손잡이를 돌려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하면서도 낯선 자를 만나보려고 하자 초능력이 그것의 진정한 의미를 뿜어내는 것 같았다."(132)

 

  "우리는 죽으면 다른 별로 가게 돼요.... 죽을 때마다 당신은 좀 더 즐겁고 유쾌한 곳으로 향하게 돼요. 당신의 이전 삶과 관련이 있는게 아니라, 당신이완성해야 하는 집단과 관련이 있는 것예요."(252-263)

 

  "우리는 서로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우리는 한목소리로 질문했다. 소년은 그 질문이 엄청난 실수이고 평생 후회하게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듯 물끄러미 쳐다보았다."(271)

 

  친숙한 세계관(배경만으로는 시대를 갸늠하기 어려운 미래와 과거 그리고 현재가 공존하는 사회) 속에서 조금은 어색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엉켜있다 풀어지는 스토리라인이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책 속에 담겨 있는 메시지. 즉 절망으로 인해 이탈한 삶이 다시 중심으로 돌아오게 되는 치유의 여정이라는 코드는 최근 유행하는 힐링 메시지와 복고적인 '사랑'에 닿아있기에 낯설음만이 있는 것은 아니랍니다.

 

  원치 않는 이별, 바라지 않았던 능력들, 삶의 다양한 문제로 이뤄진 수많은 벽 속에서 신음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현실의 삶 속의 짐을 어떻게 덜어내고 어떻게 안고 살아갈 수 있는가를 말한다고 합니다. 책 속의 이야기를 빌려서 말하자면 작가가 말하는 '삶이란 무엇인지'를 알고 싶다면 지금 '문손잡이를 돌려야'겠지요. 이 책이 여러분에게 삶의 비밀을 알려주지는 못하더라도 삶의 도움을 제공해주리라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당신이 지금 많은 생애들 중 하나, 그중 아래에 있는 힘들고 어려운 단계를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마음이 한층 평안해지고 엄청난 기쁨을 느끼게 될 것이다."(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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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배진수 글.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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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금요일(배진수: 소담, 2013)

반전의 연속, 갈등과 선택의 기로에서 딜레마에 빠지다.

 

  "전문 도박꾼, 타짜들이 하는 말이 있지. 정교하게 설계된 사기 도박판에서 가장 무서운 불청객은 도박의 베테랑도, 똑똑한 사람도, 의심많은 사람도 아닌 아무 생각 없는 초보자라고. 룰을 파괴하는 자라고!"-퍼펙트 월드 中-

 

  오늘 소개할 작품은 '규칙'이 가져다 주는 '선입견'에 의한 '베드앤딩'을 그리는 이들에게 멋진 '반전'을 선사하는 작품 <금요일(禁曜日)>입니다. <금요일(禁曜日)>은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장면을 배제한 채,' 일상->긴장->압박->긴박->선택->반전-베드앤딩'의 공식만으로도 충분히 사람들에게 '공포감'내지 '오싹함'을 느끼게 하는 책입니다.

 

   <금요일(禁曜日)>의 작가 '배진수'님에 관한 정보가 적습니다. 작품도 <금요일(禁曜日)>한편 뿐이구요. 약력에 보면 하이텔, 나우누리 등의 PC통신 시절 'ZINUS'라는 닉네임의 아마추어 작가로 활동했으며 대학입시준비와 동시에 절필 이후 직장생활과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하다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 이후 창작에 어려움을 경험하다 몇몇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웹툰을 모아 <금요일(禁曜日)>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현재 네이버 웹툰 정식 연재작가이기도 한 작가는 이 작품에 대해 '조각나고 흐려진 꿈의 단편을 굳건한 의지로 끌어모아 빚어낸 뜻깊은 성찰물'이라는 말로 애정을 표합니다.  

 

  <금요일(禁曜日)>은 1부 DILEMMA와 2부 IRONY, 그리고 3부 CHAOS로 분류되어 있으며 총 15편의 작품들이 수록된 단편 모음집입니다.

  이 책은 '선택'의 순간을 앞두고 피할 수 없는 배드엔딩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압박감'과 '긴장감' 속에서 독자들에게 경험 시킵니다. 단편 웹툰 특유의 빠른 전개 속에서 '긴장'과 '갈등'의 고조감을 늦추지 않는 다는 점이 참 좋습니다.

 

  시나리오 작가로서 여러편의 작품들 가운데 선별한 작품이여서인지 하나의 기둥에서 어지럽게 뻗어나온 수많은 가지들을 보는 느낌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의 백미는 그 가운데서도 제한된 정보 속에서 부조리한 선택의 기로에서 어쩔 수 없이 택한 길 마저도 다른 길에는 또 다른 베드앤딩이 준비되어 있지 않았을까라는 의심을 하게 만드는 '과정'과 '결과' 그리고 '반전'입니다. 불편함 속에서 경험하는 각 작품들은 공포라는 하나의 장르를 추구하기 보다는 한편의 '블랙코미디'와도 비슷한 엔딩의 작품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점도 좋아 보입니다.

 

  강한 자극을 주는 작품들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금요일(禁曜日)>은 분명 흐름에 역행하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역행이야 말로 이 작품을 다른 여타의 작품과는 구별되게 만들어 주면서 동시에 이 작품이 갖는 매력 즉 불편함과 꺼림직함을 구성합니다. 

  현실의 일상을 통해 경험되어지는 것들에 대하여 약간의 상상력을 첨가함으로써 뒤틀어 버리는 작가의 솜씨도 좋고 '공포만화'가 가지고 있는 룰을 깨는 '반전'도 마음에 드는 이 작품이 '마니아'분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자못 궁금합니다. 지루함을 깨기 위해 더 강한 자극을 찾고 그 가운데서 만족을 모르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분명 색다른 재미를 이 작품을 통해서 발견하실 겁니다.

  창작활동이 막히지 않고 계속되는 가운데 '매너리즘'과 '포퓰리즘'에 빠지지 않고 지금의 모습을 잘 발전시킨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길 바라며 '배진수'작가를 응원하는 글로 <금요일(禁曜日)>에관한 소개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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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약 - 프랑수아즈 사강의 환각 일기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베르나르 뷔페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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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독약(프랑수아즈사강: 소담, 2013)

독약과도 같은 세상에 부치는 사강의 이야기

 

  "1957년 여름, 교통사고를 당한 나는 석 달 동안 불쾌한 통증의 포로로 지내야 했다. '857'(팔피움)라는 모르핀 대용약제를 매일 처방받을 정도였다. 석 달 뒤에는 약물중독 증세가 심해져 결국 전문 의료 시설에 입원할 수밖에 없었다. 입원 기간은 짧았지만 그때 일기를 썻고, 며칠 전 그 일기를 우연히 발견했다."

   <슬프미여 안녕>, <한달 후, 일년 후>,<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등으로 프랑스 문학계에 전무후무한 영향력을 행사한 사강은 자유분방한 생활(도박, 자동차 경주, 약물중독 등)로 인한 스캔들과 50대의 나이에 서게된 법정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는 말을 남겨 파문을 일으키기도 한 굴곡많은 삶을 살다간 프랑스 출신의 여류작가입니다.

  사강에 대한 삶의 이야기는 이미 수많은 기록들을 온라인에서 찾아볼 수 있으므로 생략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파격적인 삶의 단면들은 여전히 흥미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지금도 종종 필자는 사강의 내면에 관한 이야기들을 자주 찾아봅니다.

  사강의 책 <독약>은 사강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사강 자신의 글이라는 점에서 사강과의 깊이 있는 만남을 가능케 합니다. 이 책은 사강이 20대의 나이에 당한 교통사고와 치료에 따른 약물 처방에 의한 약물중독을 치료하기 위한 병원생활을 기록한 일기를 정리한 책입니다. 이 책에서 사강은 자신을 관찰하고 자신이 경험하는 고독, 고통, 중독, 욕망, 갈등, 우울 불안 등의 다양한 감정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심장이 나를 때린다. 속이지 않으려 아무리 애를 써도 생각만 하면 시작된다. 유일한 해결책은 제대로 고통스러울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신경을 건드리지 않으면 된다. 나는 나를 감시한다. 나는 다른 짐승을 감시하는 짐승이다." -p010 

  사강의 약물 중독 치료 기간 동안 쓰여진 일기이기에 이 책의 분위기는 대체로 치료에 따른 현상들(아픔과 불안감, 고독감)이 자주 나타납니다. 하지만 이 책이 부정적이거나 사강의 고통과 고독으로만 점철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자면 치료 전에 경험하고 있던 고통과 고독이 가져오는 상처로부터 회복되는 흐름도 있답니다.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나는 알고 있다. 나를 사랑하고, 나를 돌보고, 햇볕에 몸을 그을리고, 근육을 하나하나 키우고, 옷을 차려입고, 끝없이 나를 달래고, 나에게 선물을 하고, 거욱 속의 나에게 불안한 웃음을 지어 보여야 한다. 나를 사랑해야 한다." p034

 

 

  "내가 취하는 모든 태도가 도피가 되는 이 방에서, 혹은 피난처인 내 침대에서 지낸 이후로 처음 취한 '편안한' 자세" p078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사강이 4개월간의 치료를 마치고 떠나는 내용으로 마무리 됩니다. 그녀는 이 치료기간을 두려움의 기간이라고 말하면서 두렵다는 것이 지겹다라고 말합니다. 이 치료기간은 분명 사강에게 있어 두려움의 기간이었지만 희망이 함께 하는 시간이었다는 점을 주목합니다. 사강자신도 말하듯이 이 기간 동안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이 얼마만큼 글쓰기를 좋아하고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는지를 발견하듯이 우리 또한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는 건 어떨가요?

  자신의 삶의 의미와 목적을 발견하려는 노력과 절망 속에서 희망을 써내려간 사강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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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인데 어두운 방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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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한낮인데 어두운 방(에쿠니 가오리: 소담, 2013)

설레임과 고민 그리고 시원함

 

  "미야코씨는 알지 못하는 일이지만 이 집이 설 당시, 근처 사람들은 '군함도 아니고 저게 뭐야'라고들 수군거렸습니다. 뭐, 야유인 셈이죠. 그런 집의 대체 어디에 나무며 꽃을 심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러나 미야코씨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역경에 처하면 없던 힘이 솟는 타입입니다." p14

 

  청아한 문체와 세련된 김성 화법으로 작품성과 대중성 모두를 겸비한 일본의 여류문학작가로 유명한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은 국내에도 많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답니다.

  비록 윤리적으로 옳치 않은 관계를 묘사하거나 때로는 어긋난 사랑을 묘사하는 일로 거부감을 갖게된 이들도 있지만서도 '성숙함'으로 대표되는 성장과 관련된 '삶의 이야기'라는 관점에서 볼때 그녀의 소설은 항상 흥미롭습니다.

 

  <한낮인데 어두운 방>의 중심인물은 히로시-미야코-존스 입니다. 작가는 이들 세사람의 관계를 줄곧 3인칭 시점에서 설명하는데 복잡하게 얽혀있다기 보다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관계변화를 묘사한답니다.

  각각의 인물들의 성향과 작품의 줄거리를 은유적으로 표현할때 주인공 미야코는 '새장 속 새', 히로시는 '새장', 그리고 존스는 '새장의 문을 여는 이방인'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줄거리를 짧게 요약하자면 평범한 생활의 질서를 중시하고 전업주부로서의 삶에 충실한 미야코가 존스를 만나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세상 밖으로 발을 내딛다 결국 세장 밖으로 날아가는 이야기랍니다.  

 

  "신선한 밤공기를 들이마시며 우산을 폅니다. 우산을 멀찍히 비껴들고 얼굴을 들어 내리는 비를 맞아봅니다. 기분 좋다. 여전히 분노로 몸이 떨리다 못해 폭발할 지경이었지만 미야코씨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바깥은 기분이 좋아." p151

 

   자기중심적이고 마초적인 성향의 남편의 등장은 물론이거니와 그런 남자를 뒤로한채 자신을 찾아 떠나는 여자의 등장은 에쿠니 가오리 소설의 대표적인 패턴이지만서도 '2010년 중앙공론 문예상'을 수상한 경력이 말해주듯 이 작품은 작품성과  색다른 느낌이 묻어나는 매력을 탐독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것 봐, 역시 난 세상 밖으로 나와버렸어." p180 

 

  피할 수 없는 결말로 치닫는 이야기 속에서 결국 불편한 내용을 담고 있는 불온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 책의 매력은 무엇일까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리고 책을 덮고 난 뒤 '미야코'의 감정의 변화와 표출을 되짚어 보니 아마도 주인공 미야코를 통한 '일탈'과 '해방감'의 카타르시스가 이 작품을 탐독하게 만드는게 아닐까라는 결론을 내려봅니다.

 

  "이제 나는, 진짜 말 그대로 불륜녀가 되고 말았어, 그렇다면 제대로 된 불륜녀가 되자."  p227

 

  질서를 거스르는 행동을 비판하는 것은 그러한 행동이 가져올 혼란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필자는 자아찾기가 꼭 '일탈'로부터 시작된다고 보지 않기에 이러한 불온소설에 대한 불편함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을 처음 부터 끝까지 읽는 것은 질서에 대한 거부와 무력감 그리고 일탈을 꿈꾸는 마음이 필자에게도 있기 때문일까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책이 가져다 주는 카타르시스를 많은 사람들이 내심 바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질서에 예속되는 것이 본능이라면 '질서를 넘어선 자유'를 바라는 것 또한 우리의 본능이기 때문입니다.

 

  "미야코 씨는 존스 씨 눈에 더 이상 작은 새처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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