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탈진 음지 - 조정래 장편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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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으로 개작된 <비탈진 음지>

  벽하나 건너편 무슨일이 일어나는지 아무도 모르는 고시 바로 도시라고 했던가요? 한 세대 건너뛰었을 뿐인데 예전일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라는 푸념아닌 푸념을 하는 현대사회에서 새로 탄생한 장편 <비탈진 음지>가 가져다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테이크 아웃 커피를 들고 길을 걸으며 패스트푸드와 패밀리 레스토랑의 음식을 즐겨 찾는이들이있는가 하면 길하나 건너편에서는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용역과 몸싸움을 벌이며 연신 눈물 짓는 상인과 사람들의 이야기가 공존하는 서울. 도시의 빈민 또한 서울의 시민이자 우리의 삶의 모습이거늘 상처와 아픔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지워지고 외면되어진채 오늘도 반복되어지고 있습니다.

우리시대 외면해선 안될 우리의 또 다른 모습

  <비탈진음지>는 1973년 처음 발표되어진 책입니다. 발표 당시에는 중편으로 나왔으나 2011년에 장편으로 개작되었습니다. <비탈진음지>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변화 속에서 삶의 터전을 등지고 '무작정 상경'을 감행한 '무작정 상경 1세대'입니다. 오늘날 국민 소득 2만불 시대의 이면에는 88만원 세대가 있고 그보다 더 적은 최저 생계비 시대가 존재하듯이 <비탈진 음지>의 작품은 60년대 도시 빈민들의 모습을담고 있습니다. '굶주리는 사람'의 모습은 언제나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슬프게 하지만 사회적 무관심과 외면의 시선 또한 함께합니다. 외면해선 안되는 이유를 찾으라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외면해야 하는 이유를 찾으라면 그것은 결코 찾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하고 싶은말도 많고 나누고 싶은 말도 많기에 중편이 장편이 된것은 당연하다.>

도시 빈민의 증가와 아픔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도시의 급격한 팽창은 화려하고 웅장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그 이면에는 수많은 문제들이 야기되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문제는 도시라는 거대한 공동체가 탄생하고 성장하면서 복잡해질 수록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합니다. '무작정 상경1세대'로 불리우는 칼갈이 '복천 영감의 삶과 식모살이 아가씨 떡장수 아줌마와 복권파는 소녀 이들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은 도시의 화려한 이면에 눌리워진 사회 빈민의 삶이자 도시의 사회문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국민의 소득은 계속 증가하지만 추락하는 사람들의 비참함과 슬픔 또한 계속 증가하는 현실의 모습은 우리 부모들의 세대, 우리의 이웃의 현재의 모습을 함께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지 한세대 지나갈 뿐이지만 기억하는 사람들도 없고 공감하는 사람도 없어지는 현대사회에 <비탈진 음지>는 어떠한 의미를 갖고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요?
 시대의 아픔이 계속되는 현실의 답답함, 외면해온 그들의 아픔, 삶의 터전의 위태로움 속에서도 생을 이어가는 모습은 도시의 야박함과 난폭함 그리고 잔혹함을 비추는 도구일까요? 하고 싶은 말도 많고 나누고 싶은 말도 많기에 중편이 장편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 시대의 양심과 도덕을 일깨우기 부활한 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새로 탄생하여 우리 곁에 돌아온 <비탈진 음지>가 말하는 그것은 시대의 아픔이 요구하는 목소리이자 호소이기 때문이라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가난한 것은 죄가 아닌데도 가난한 사람은 그리도 모진 설움과 학대를 벌로 받아야 하는 것이었다. 옛날 자신이 그러했고, 지금 그 아가씨가 또 당하고 있었다. 자신이 당했던 아픔도 아픔이었지만, 그때의 나이가 아가씨와 비슷했고 더욱이 당한 일이 흡사해서 더 분하고 기가 막히는 것이었다. 본문 247

  시대의 아픔과 애통함이 계속되는 한 <비탈진 음지>와 <황토>와 같은 책은 계속해서 나오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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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큘라
브램 스토커 지음, 홍연미 옮김, 찰스 키핑 그림 / 열림원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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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말의 전설이 다시 살아나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두 작가의 만남이 가져온 효과는 한 여름 밤의 정취를 더욱 배가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1847년 더블린에서 태어나 수많은 작품들을 통해 리메이크 되어지고 재해석되어진 <드라큘라>의 원작가인 브램스토커와 20세기를 대표하는 세계적그림작가 찰스 키핑의 그림이 만나게되어 음침하고 진뜩한 밤의 정취에 어울리는 분위기를 자아내는 최고의 작품으로 승화한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한여름 밤의 꿈과 같은 고혹적이고 신비로운 매력을 느끼고 싶은 독자라면 흡혈을 하는 캐릭터의 대표격이자 가장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드라큘라>의 고혹적인 매력의 깊은 바다 속에서 원작의 뛰어난 감성과 깊은 내면의 발견을 경험해보시길 권장하는 바입니다.


<찰스 키핑의 일러스트는 브램스토커의 드라큘라의 분위기를 더욱 배가 시키고 있다>

우리는 왜 드라큘라의 매력에 빠져 드는가?

  불멸의 고전으로 현대인들에게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 <드라큘라> 문학 뿐만이 아니라 영화, 음악, 뮤지컬, 연극 등의 다양한 장르에서 재해석되고 각색되어진 '드라큘라'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다른사람의 피를 취함으로 젊음을 유지하고 오로지 자신의 불사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들을 희생시키는 폭력적인 면은 악의 화신 그 자체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독자들을 매료시켰으며 반 헬싱의 치열한 사투는 음침한 고성과 마을을 배경으로 숨가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한 사람의 화자가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이 아닌 다양한 인물들이 기록한 일기, 편지, 전보와 신문기사등은 하나의 사건에 얽혀들어가는 주인공들의 다채로운 심리적 상황을 경험하게 하며 서서히 빠져들어가는 악몽같은 느낌의 사건의 전개는 인간의 욕망의 극단적인 형태를 보여줍니다. 추악한 드라큘라의 욕구가 지배하는 고성과 마을에서 펼쳐지는 사투에 담겨진 사회모순과 추악한 인간의 욕망이 가지고 있는 폭력성과 부당함은 1세기를 건너뛰어 오늘날에도 최고의 악역이자 원조의 지위를 굳건히 자리하는 브램 스토커의 작품 <드라큘라>의 매력인듯 싶습니다.

고전의 매력을 현대에 맞게 되살린 작품

  작품의 큰 줄거리는 트란실바니아의 드라큘라 백작이 자신의 활동영역을 런던으로 옮기기 위해 조너선 하커를 은밀히 초대하고 그를 이용해 런던으로 가려합니다. 드라큘라는 조너선 하커의 약혼녀인 미나의 친구 루시를 이용하지만 루시의 변화는 드라큘라의 존재를 좇는 반 헬싱 무리들을 불러들이는 계기가 되어 음침하고 수상한 고성과 마을은 공포와 불안의 연속된 사건 속으로 빠져듭니다. 
  1897년도 작품을 현대인들이 재미있고 흥미롭게 읽게 하기 위한 작업은 원작의 묘미를 최대한 살리는 것과 동시에 20세기를 대표하는 찰스 키핑의 일러스트를 함께 조우시키는데서 절정을 이룹니다. 페이지를 넘기다가 만나는 일러스트는 여러 인물들의 다양한 시점과 심리상황을 더욱 생생히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희대의 악역 드라큘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작가의 글과 일러스트의 만남이 가져오는 한 여름밤의 악몽과도 같은 이야기. 1세기가 흘러도 사라지지 않는 인기는 불사의 드라큘라의 존재를 재 확인하는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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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미친 바보 - 이덕무 산문집, 개정판
이덕무 지음, 권정원 옮김, 김영진 그림 / 미다스북스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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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없는 삶 속에서 답을 찾는 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자 문인인 지은이 이덕무(1741-1793)는 박학으로 유명한 학자입니다. 어릴적부터 죽기까지 읽은 책이 무려 2만권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져올 정도로 다독을 즐긴 이덕무이기에 규장각 검서관(서적의 교정 및 선사등의 업무를 보좌하는 직책)이라는 직책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됩니다. 책을 사랑하는 마음과 문(文)의 깨달음에서 삶의 기쁨을 발견한 조선의 대표적인 문인 이덕무. 사람들이 '책에 미친 바보'라고 말할때에도 진심으로 웃으며 마주 대하는 자세를 보여준 '이덕무의 삶'에서 정답없는 삶 속에서 삶의 정도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생각해봅니다.


<2004년 초판 이후 2011년 개정판 1쇄가 나온 '책에미친바보' 현대적 감각이 느껴진다.>


우리는 읽는 다는 것에는 어떠한 의미를 두고 있을까요?

  책을 읽는 이유는 정신을 기쁘게 하는 것이 으뜸이고, 그 다음은 받아들이는 것이며, 그 다음은 식견을 넓히는 것이다.(p.51) 이덕무가 말하는 책을 읽는 이유입니다. 무릇 책을 벗삼아 노니는 선비는 고지식하고 친구가 없을듯 싶으나 북학파의 대표적인 학자들인 홍대용, 박지원, 유득공과 같은 당대의 인물들과 깊은 교류를 맺으며 왕으로부터 인정받고 청렴함을 통해 동료들의 깊은 신뢰를 쌓은 인물이니 읽은 내용을 삶에 적용시켜서 살아가는 것에 마치 표리일체를 옮겨놓은듯한 인상을 줍니다. 
  단순히 지식을 쌓기 위한 스펙을 위해서 책을 읽고 쓰지도 못할 내용으로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주먹구구식으로 낭비하는 이들에게 이덕무의 깨달음의 깊이와 삶의 자세는 '안빈낙도'란 저런 삶이었구나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덕무의 삶과 깨달음이 우리의 삶의 정답이 될 수는 없을지라도 삶 속에서 얻어진 깨달음은 오늘날 가진것이 부족하다 말하며 억지로 무언가를 소유하기 위한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는 힘이 있습니다.

세상에 놓여진 수많은 진리 가운데 진리라 말할 수 있는 것들

  시대가 아무리 흘러도 변하지 않는것이 바로 진리입니다. 깨달음의 깊이가 더해질 수록 우리는 원칙의 가치를 생각하고 삶의 중심을 바라보게 됩니다. 우리가 스스로 가치있다고 여긴 것들이 깨달음이 더해질수록 가치없는 것으로 변화할수도 있으며 가치없다고 생각한 것이 소중한 것이었음을 깨달게 되는 순간도 있습니다. 수많은 진리가운데 진정한 진리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몇 안되리라고 생각됩니다.
  이덕무의 글이 시대를 넘어서 우리곁에서 전하는 메시지 또한 사람들에 의해서 소중한것이라고 받아들여질수도 있고 가치없는 글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당대의 선비들이 그를 존중하고 그와 벗하기를 즐거이했던 이유는 이덕무의 삶 그 자체를 동경하고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책에 미친 바보>를 통해서 조선 후기 문인의 삶 가운데 이상적인 삶의 모습을 바라보게 됩니다. 
  선비란 입신양명의 삶을 최고의 가치로 여겨진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고매하고 도도한 삶의 자세를 말하며 세속적인 것을 멀리하고 정신적 가치만을 우선시한다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무엇이 정답인지를 찾기 앞서 먼저 시대가 흐르면서 전해져 오는 소중한 것들을 찾기를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이덕무의 삶에는 기쁨과 소중함을 고스란히 담겨져 있습니다. 그가 남긴 글들을 선별하여 모아놓은 산문선집을 통해 느림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책읽기의 즐거움과 그 가운데서 발견되는 진리로의 걸음을 떼며 책을 읽는 모든 독자분들과 함께 수많은 진리 가운데 진리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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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하늘 방송국
나카무라 코우 지음, 박미옥 옮김, 미야오 가즈타카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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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별처럼 쏟아지는 저녁 밤을 그리며

  <별하늘 방송국>은 어떤 방송국일까요? 작가 나카무라 코우의 순수한 상상력이 빚어낸 세상의 따뜻함과 미야오 가즈타카의 감성을 자극하는 그림이 만들어낸 세편의 이야기는 밤 하늘을 달리는 혜성을 보는듯한 신비로움과 따뜻한 감성을 지닌 이야기 입니다. 감동의 여운이 짙은 세편의 작품들이 <별하늘 방송국>이라는 제목의 한권의 책으로 나왔다는 사실이 기쁩니다. 책을 읽는 동안 순수의 상실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감동과 감성의 물결이 세상 곳곳에 퍼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타인에게 감사하고 힘이 되어주고픈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세편의 이야기는 비록 내용은 짧지만 여운은 분량에 비례하지 않음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온 세상에 행복이 눈처럼 흩날리던 그날'의 아름다움을 생각하며 책을 읽는 동안 가장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은 나에게 힘이 되어주고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책을 통해서 삶을 살아가며 힘이 되어준 사람들을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나 또한 다른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주고 행복을 전해주는 이가 되고 싶다고 말이죠.


<잃어버린 별이 빛나는 밤 비록 보이진 않아도 별은 언제나 그곳에 있습니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무리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습니다. 

  우유로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는 우유를 좋아하는 소녀가 먼 도시의 학교로 돌아가기 위해 길을 떠나기전 남긴 편지 이야기 '부치치 않을 편지', 우리 속에서 보름달을 그리워 하며 기다리는 토끼를 위해 스스로 달이 되고자 밤 하늘을 날아간 까마귀 이야기 '달로 날아간 까마귀', 우유를 좋아하던 소녀의 고양이가 소녀의 소망을 들려주기 위해 별을 띄워주는 이야기 '별하늘 방송국' 이 세편의 이야기는 모두 나 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전하는 존재들의 야이기입니다. 우유를 좋아하는 소녀는 자신에게 항상 좋아하는 청년에게 감사하고 까마귀는 홍당무를 나눠준 하늘을 날 수 없는 토끼를 대신해 달님을 찾으러 길을 떠납니다. 그리고 멀리서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픈 소녀를 위해 소녀의 고양이는 밤하늘에 별을 띄워보내기도 합니다. 밤하늘의 별이 빛나는 밤을 도심 속에서 보기 어렵습니다. 어릴적 시골에서 보았던 은하수와 쏟아질듯한 별무리의 아름다운 모습은 보이지 않는 도시의 밤하늘 너머 그곳에 있지만 언제부터인지 그것을 잊고 지내며 어두운 밤하늘을 당연히 하는 날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밤하늘이 아름다웠던 이유는 별무리 속에 숨겨져 있던 행복이었던 그 시절 처럼 작품 속 따스한 감성들은 나아닌 다른 누군가를 위해 무언가를 전하는 존재들과 그러한 존재들을 따뜻하게 알아봐주는 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삶 속에서 잊지 말아야할 소중한 존재들을 생각나게 하는 <별하늘 방송국>을 보며 온 세상의 행복이 밤하늘의 별 무리 속에 흩날리던 모습에 있다고 생각했던 어릴적 감성을 느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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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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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 - 망각의 저편에 있던 시대의 자화상을 보여주다. 

  [황토]는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의 뿌리를 담은 책입니다. 이념의 논쟁의 시작과 길등 그리고 충돌이 만들어 내는 비극, 같은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세대를 바라보면서 아픔과 답답함을 느낍니다. 세대를 연결해주던 기억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황토]의 '점례'가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시대의 자화상을 통해 현재의 우리를 다시 생각해봅니다. 


<망각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들려주는 근현대사의 아픔>

  [황토]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외세와 이념에 짓밟힌 한국의 자화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작품속 인물들은 일제시대 말기 부당한 처우와 압도적인 폭력에 숨막히는 한 맺힌 가슴앓이를 하였던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한채 해방이라는 뜻 밖의 사건을 맞이하고 이후 냉전의 시대의 두 주인공인 미국과 소련*중국을 배경으로한 한국과 북한의 갈등이 폭발한 6.25를 겪는 과정까지를 숨가쁘게 달립니다. 빠른 시대 진행시간 속에는 격동의 시대를 살아오면서 어떻해서든지 살아남아 세 자식을 키워나간 굴곡진 여인의삶이 [황토]의 중심에 있습니다. 비극적인 역사 속 주인공 '점례'의 삶은 한국의 근현대사의 뿌리 깊은 문제와 연결되어 있기에 작품은 단순히 한 여인의 굴곡진 인생 이야기가 아닌 시대의 자화상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잃어버린 기억의 고리를 연결하는 숙제를 안겨주다. 

  "나라 잃은 서러움을 아는 사람은 오직 그 시대를 살아본 사람 뿐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시대에 두 부류의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전쟁을 겪지 못했던 사람들과 전쟁을 겪은 사람들 나라를 잃어버린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이들 두 세대의 연결고리가 되어야할 기억이 사라져버리면서 두 세대는 서로 단절되어 버렸습니다. [황토]에는 이들 두 세대의 연결고리가 되어야할 기억이 있습니다.

  주인공 "점례"의 굴곡진 인생과 근현대사의 아픔 그리고 시대의 흔적이자 상처인 세 자식과 열매 맺지 못한 죽어버린 아기의 모습에서 시대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바라봅니다. 상처를 가슴에 안고서 살아가는 어머니의 인생을 통해 작가는 사회의 내부적인 모순의 근본 뿌리와 책임져야할 이들의 잘못된 자세를 통렬히 비판하며 아픔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소망하지만 이미 잃어버린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 과연 작가의 생각처럼 그 아픔을 다시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가라는 생각을 남겨봅니다. 누군가는 말해야하고 누군가는 들어야 하지만 말하는 입과 보여주는 글로부터 벗어나버린 현대인들의 모습이 더욱 안타깝습니다.

책속의 한줄

왜 조선 사람들이 몇 년 전부터 줄기차게 징용이며 징병을 끌려가야 하는 것인지 점례는 다시금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답은 간단하고, 자명했다. 나라 없는 백성이라서. 나라 없는 백성……. 그럼 어째서 나라가 없어지게 되었는가……. 힘이 약해서 빼앗긴 것이라고 했다. 그럼 왜 힘이 약해진 것인가. 나라를 다스린 임금이며 양반들은 무엇을 어찌 했길래 나라를 뺏길 정도로 힘이 약한 나라가 되게 했다는 것인가. 그 답을 알고 싶었다. 오래 전부터 속시원히 그 내막을 알고 싶었지만 가르쳐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눈치 보아가며 아버지에게 어렵게 물었지만, 이 애비가 무식한 데다가 저 머나먼 한양에서 높으신 대감 양반들께서 하신 일이니 그 깊은 속을 어찌 알겠냐. 또, 그런 것 시시콜콜이 알려고 해서 신상에 좋을 것 하나도 없느니라. 그 켯속 다 알아낸다고 해서 나라 찾아지는 것도 아니니 다 팔자소관이거니 하고 그냥 살아라. 그게 신간 편한 일이다, 아버지는 쓸쓸하게 웃었다.   <안보이는 흠> 82-83쪽

여러분, 해방이 되었다고 해서 우리가 바라는 모든 것이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해방은 새로운 시작일 뿐입니다. 우리에게는 새 나라를 새롭게, 강건하게 세워야 할 책임이 주어져 있습니다. 왜정 시대에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이 조선이었듯이 이제 여러분 한 분, 한 분은 새로 세울 새 나라이고, 새 나라의 주인입니다. 그러니 새 나라를 바로 세우고 강하게 세우려면 바로 주인인 여러분들이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합니다.  <짧은 사랑, 긴 정> 158쪽

큰 아들이 5년이나 직장생활을 하며 한 번도 생활비를 내놓은 적이 없으면서도 결혼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이 참 어이없도록 당황스러웠고, 어머니가 평생 혼자벌이로 집안을 꾸려왔고 앞으로도 두 동생의 뒷바라지가 남아 있다는 것이 그렇게 서운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인생 헛살아온 것 같은 허탈감을 이겨내기가 어려웟다. 그러나 그녀는 큰 아들을 샤옥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자식들은 모두 부모에게 무한정 바라기 마련이고, 그 바람을 들어주지 못하는 것이 부모의 잘못일 것이었다. <인생, 그 굽이굽이>2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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