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틀리
알렉스 플린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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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현대판 미녀와야수 

  <비스틀리>의 작가 알렉스 플린은 오랜 시간을 걸쳐서 여러나라에서 회자되어온 미녀와 야수 이야기를 현대에 재현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남자, 마녀, 저주, 변신, 여자, 사랑, 그리고 저주가 풀어지고 해피엔딩으로 가는 공통된 소재와 진정한 사랑이라는 주재는 진부해보이지만 책을 읽는다면 진부할지도 모른다는 판단이 얼마나 큰 실수였는지를 깨닫게 됩니다. 
  미국 내 또 다른 나라 뉴욕, 상상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이뤄질 수 있다는 그곳에서 펼쳐지는 현대판 미녀와 야수의 이야기. 저자 알렉스 플린은  진정한 사랑을 찾는 야수의 변화를 현대적 감각과 wit로 멋지게 펼치면서 판타지와 현실이 만들어낸 세계로 독자들을 초대합니다. 

  진실한 사랑을 이야기 하는 그들의  또 다른 이야기

  <비스틀리>의 영화 개봉 소식과 카피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미 현대판 '미녀와 야수'라는 사실을 모두 알기 때문에 이미 다 아는 내용과 스토리를 어떻게 펼치느냐는 매우 중요한 부분일 것입니다. 기승전결의 내용을 다 아는 독자들에게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에 대한 저자의 과감한 도전은 책 속의 또 다른 이야기 바로 채팅룸이야기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동화 속 변신의 주인공들을 위해 만들어진 채팅룸에는 뉴욕야수(비스틀리의 주인공), 침묵소녀(인어공주), 개구락지(개구리왕자), 앤더슨(채팅룸의 주인), 회색곰남(흰눈과 붉은장미의 주인공)들이 등장해서 자신들의 상황을 소개하고 앞으로 어떻게 될것인지를 말합니다. 각각의 인물들은 앤더슨을 제외하고 모두 변신과 관련된 인물들입니다. 그들은 저주 혹은 마법에 의해서 타의적으로 변신된 이들이지만 스스로 변신을 요구하는 이 또한 있습니다. (인어공주) 그리고 이들은 자신들이 만나야할 그리고 찾아야할 진정한 사랑에 대한 소탈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책 속의 또 다른 이야기이자 스토리라인을 이끌어 가는데 중요한 전환점들을 제공하는 채팅룸 이야기는 현대적 감각에 맞춘 동화 속 이야기 흐름을 요약한 축약판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오탈자 투성이(변신을 한 이들이기에 발톱으로 채팅하고 물갈퀴가 방해하는 등의 악조건)이인 채팅룸 이야기이지만 그들의 글 속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불신이 점차 변화해하가는 모습을 확인하며 또 다른 즐거움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외적인 면과 내적인 면의 가치의 기준

  <비스틀리>를 읽으면서 외적인 면이 중요한가 내적인 면이 중요할까라는 질문을 남겨봅니다. 겉으로 보기에 완벽한 주인공 카일은 금발에 푸른눈 그리고 상류층 집안에서 자라난 완벽함을 자랑하지만 내적으로는 평범함을 넘어선 우월주의의식과 자기중심적인 성격을 가집니다. 뻔한 내용이고 뻔한 질문인듯 보이지만 자신의 오만함과 자기중심적인 생각을 마녀의 저주를 받게 되었고 야수의 삶을 살아가면서 외형은 망가졌지만 내적인 면은 성숙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주인공의 내적인 성숙함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가요?우리는 내면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해피엔딩을 바라보면서 진정한 사랑이란 이런것이다를 말할 수는 있지만 실제적인 삶에서도 그것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요?
  '인과응보'에 의해서 받게 되는 변신의 저주가 모두에게 임하지 않더라도 그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무엇을 통해서 깨달을 수 있을까요? 책을 읽으면서 생성되는 다양한 질문들은 책 속의 인물들이 서로 갈등하며 위기를 넘기면서 좀더 구체적이고 뚜렷해집니다. 만일 내가 야수가 된다면 그리고 제한된 시간내에 진정한 사랑을 찾아야만 한다면 나는 과연 불균형적이고 '인과응보'를 씻어낼 수 있을까요?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비스틀리>가 담고 있는 가치의 기준을 발견하기 위한 단서를 책 속에서 찾아보는 것도 좋을듯 싶습니다. 

  해피엔딩으로 가는 여정

  <비스틀리>가 현대판 미녀와 야수이며 청소년들을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새웠다는 점 그리고 진정한 사랑을 주제로 택했다는 사실은 <비스틀리>가 해피엔딩임을 유추할 수 있는 근거가 됩니다. 그렇다면 뻔한 내용의 결말을 아는데 왜 책을 읽어야 할까요? 과거를 오늘로 재현한다는 것을 단순히 복제한다면 큰 의미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비스틀리>의 저자 알렉스 플린은 자신의 글들을 통해서 과거의 주제를 현대적 감각에 맞게 재현한다는 점에 중점을 둡니다. 즉 책은 진정한 사랑이 중요한 주제이지만 동시에 진정한 사랑을 얻기까지의 스토리에도 깊은 관심이 반영되고 있습니다. 
  이미 해피엔딩임을 알고 있는 독자일지라도 책을 읽어봐도 좋을듯 싶습니다. 저자가 만들어낸 새로운 세상은 과거가 아닌 오늘을 가리키며 그리고 사실과 허구가 절적히 섞여져 독자들에게 새로운 느낌과 즐거움을 선사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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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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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보고 싶다.

  <달팽이 식당> 발매당시 요시모토 바나나 선생님의 <키친>을 잇는 요리를 소재로한 문학작품이라는 평가가 줄을 이었던 작품입니다. 두 책 모두 요리를 소재로 하고 있고 요리를 통해 과거를 회상하고 앞으로 나아갈 희망을 찾는 과정등은 일견 비슷해 보입니다. 하지만 글의 전개 방식과 요리의 풍성함과 세심함은 <달팽이 식당>이 단순히 <키친>을 잇는 작품이라기 보다는 또 다른 ’요리’를 소재로한 치유와 행복의 레시피를 담고 있는 책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하루 한 팀만을받고 어딘가에서 본 적이 잇는 것 같은, 하지만 한편으로는 난생 처음 보는 듯한 신비한 공간을 꿈꾸던 장소. 귀여운 킬림을 바닥에 깔고 와인 상자를 잇대 만든 소파 베드에서 누워 쉴수 있는 향긋한 요리내음의 그곳의 음식을 먹어보고 싶습니다. 

  목소리, 필담 그리고 요리

  <달팽이 식당> 의 주인공 링고는 인도출신의 애인이 떠나면서 얻은 충격으로 목소리를 잃습니다. 애인과 함께 꿈을 바라보고 가보지 못한 인도를 동경하고 그리던 그녀가 자신의 소중한 꿈을 보관해둔 장소가 텅 비어버린 그곳에서 가져나온 것은 자신의 소중한 기억이 담겨져있는 할머니의 겨된장 뿐입니다. 고향으로 귀향하면서 그녀는 자신의 목소리를 대신할 글을 적어 사람들과 소통을 시도합니다. 고향마을에 돌아온 그녀가  ’목소리’를 잃은 그녀는 ’글’과 ’요리’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의 내면은 목소리로 서로 이야기를 나눌때 보다 더 큰 소리가 되어 서로를 연결 해 줍니다. 
  ’목소리’를 잃어버린 현실은 그녀의 상처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필담’은 그녀가 ’상처’를 간직한채 사람들과 소통하는 방법입니다. 글은 그 자체로 ’그녀의 마음과 생각 그리고 소망’을 담은 목소리가 됩니다. 그리고 ’필담’과 ’요리’가 서로 어울려 사람들과 소통하게 될때 나타나는 기적을 바라보면서 ’요리’와 ’필담’이만들어내는 가슴 깊은 감동의 이야기로 와닿습니다. 

  소망의 실현, 상처의 회복
  
  <달팽이 식당>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장소로 소문이 납니다. 하지만 무조건적인 기적을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곳의 요리가 백퍼센트 모든 방문객의 마음을 치유하거나 좋은 평가만을 얻는 곳은 아니라는 사실을 작가는 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는 ’달팽이 식당’에서 일어난 ’소망’의 실현과 ’마음의 치유’를 목격하며 ’요리사와 요리’가 만들어내는 기적이 있다고 믿게 됩니다. 
  주인공 ’링고’양이 가지고 있는 간절한 마음과 소망이 담긴 요리가 만들어 낸 기적 아닌 기적의 힘은 손님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소망을 들어주며 독자들의 마음에 행복과 희망을 선사합니다. 우리는 모두 무언가를 항상 먹습니다. 슬픔, 아픔, 사랑, 그리움, 추억등 다양한 것들을 먹으면서 살아갑니다. 그리고 먹은 ’요리’에 따라 상처입기도 하고 치유되기도 한다는 것을 <달팽이 식당>의 사람들이 보여줍니다. 오늘 당신이 먹은 ’요리’는 어떤 것인가요? 만일 ’요리’를 먹고 상처 입었다면 치유의 효과가 있는 ’요리’를 먹어보시길 권장합니다. 

  죽음을 헛되이 하면 안되.....

  <달팽이 식당>의 주인공 링고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것은 ’요리’이고 요리는 다른 무엇인가의 생명을 요구합니다. 생명의 무게를 생각한다면 요리 재료 하나하나의 의미도 달라집니다. 만일 우리가 재료가 가지고 있던 생명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죽음을 생각한다면 헛되이 그것을 보내서는 안될것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될것입니다. 
  ’생명’과 ’죽음’ , ’시작’을 위한 ’종결’의 장처럼 이 둘은 서로 맞물려서 끝없이 함께 돌아갑니다. 그리고 그것을 확인했을때 우리 마음 속의 희망 또한 다시한번 살아나는듯 싶습니다. ’달팽이 식당’ 모두의 마음을 보듬어주고 사랑하는 이들의 마음이 전달되는 그곳에서 ’목소리를 잃었던’ 그녀가 만들어낸 또 다른 ’요리’들을 기다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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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삼국지 - 고전과 함께하는
구주모 지음 / 채륜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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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별화된 삼국지  

  <수필 삼국지>는 저자의 통찰력이 눈에 띄는 고전 문학을 테마에 맞춰 발췌하여 다른 고전과 엮거나 혹은 정사와 야사를 중심으로 저자가 깨달은 바를 수록한 책입니다. 독자들의 애서인 삼국지는 크게 연의와 정사라는 두가지 버전이 존재 합니다. <수필 삼국지>는 기본적으로 연의와 정사 모두에서 이야기를 발훼하지만 때로는 테마에 따라 다양한 고전을 가져오기에 책 한권에 담겨진 이야기는 삼국지를 중심으로한 고전을 오늘날 우리가 읽기 좋게 다시 재편집하여 내놓았습니다. 
  <수필 삼국지>의 장르는 저자의 통찰력으로 우리의 실생활에서 접목시킬 수 있는 테마를 반영한 에세이 혹은 산문입니다. 기존의 삼국지와는 다르지만 <수필삼국지>의 독특하고 매력적인 문체와 다양한 이야기는 독자들로부터 충분히 사랑받기에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인물열전? 씨줄과 날줄의 연결점 보기 

  그물의 가로세로줄을 가리켜 씨줄과 날줄이라고 말합니다. 저자는 삼국지를 씨줄로 동양고전을 날줄로 하여 수필집을 엮었다고 말합니다. 삶의 경험을 통해 선택의 기로에서 혹은 우리가 취해야할 자세와 생각을 생각하며 저자는 씨줄과 날줄의 큰 이야기 속에서 필요한 이야기들을 배치합니다. 예를 들면 1부 지혜파트의 '위를 헤아리고 아래를 포용하라'는 경영 연구가인 마이클 해머의 <아젠다>를 인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정사와 연의에 소개된 양부의 이야기를 말합니다. 그리고 이해를 돕기 위해 양부에 대한 평가자료로 반고의 <백호통의>와 동진시대 사람인 원굉의 <자치통감>의 이야기를 수록합니다. 
  양부의 이야기가 정리된후 저자는 다시 오나라 손권과 제갈근, 승상 고옹, 위나라 진군, 을 비롯해 전한 사람 유향이 지은<신서>와 주원장의 이야기까지 여러편의 이야기를 하나의 테마 안에서 논의하고 깊이 숙고합니다. 즉 한권의 책 안에 36가지의 시선이 담아내는 방대한 자료가 각각의 테마안에서 잘 조화되어 독자의 이해를 돕고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킵니다. 
  저자가 보여주는 뛰어난 통찰력은 상기의 각각의 내용을 축을 중심으로 연결하여 이야기의 흐름을 매끄럽게 전개시키는 가운데 더욱 부각된다는 점을 전하고 싶습니다. 

  역사와 인간 그리고 오늘의 해석

  삼국의 시대 및 고전 기록들에 담겨진 역사와 재담가들이 만들어낸 이야기는 많은 교훈을 담고 있지만 해석에 따라 그 진의를 바로 이해하거나 왜곡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삼국지를 정사로 읽던 연의로 읽던 어느쪽이 더 재미있다고 말하는 것은 각각의 취향 나름이겠지만 그 안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느냐는 전적으로 독자의 성향과 통찰력을 기초로 합니다.
  같은 사건에 대해서도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해석은 분명 다른 시대에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서로 다른 해석이야 말로 삼국지에서 무궁하고도 풍성한 가르침을 이끌어 낸다고 생각합니다. 삼국지 처럼 다양한 판본과 역본 그리고 다양한 버전은 삼국지와 고전들이 그만큼 인기있고 내용이 중하다는 것을 방증합니다. 
  저자 구주모의 통찰력과 혜안은 독자들에게 역사와 인간을 생각하게 하고 그리고 오늘의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들에 대한 함의를 좋은 글가운데 표현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다양한 삼국지를 읽어왔던 독자로서 <수필 삼국지>는 분명 특이하지만 매력적이면서 독특한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인간사가 만들어낸 깊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등장했던 수많은 사건들을 재해석하면서 우리의 삶과 선택에서 좋은 영향력을 많이 미칠 수 있는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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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에서 살아남기
아르토 파실린나 지음, 이수연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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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상상력이 우리를 유쾌하게 만든다. 

  아르토 파실린나는 <기발한 자살여행>으로 국내에 폭 넓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북유럽 작가입니다. 아르토 파실린나를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wit'가 살아있는 작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무거운 주제를 한없이 가볍게 만들며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상황을 연출하는 작가의 작품 세계는 독자의 의표를 찌르고 유쾌함을 선사합니다. 
  사후세계를 현실세계와 동일선상에 놓고 서로 다른 차원에서 서로 불간섭하는 세계관에서 살아가는 이들을 보며  독자로서 그리고 필자로서 <저승에서 살아남기>와 특별한 세계를 발견해봅니다. 

불편함 그게 어때서

  <저승에서 살아남기>는 여성의 다리에 관심이 많은 남성이 우연이 길에서 만난 여성을 좇다가 불의의 자동차 사고로 죽으면서 시작됩니다. 살아 있는 주인공의 등장은  초반 2페이지 이후로는 죽어버린 주인공의 영혼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게 됩니다.  흥미로운 것은 작가는 주인공 남성의 죽음을 고통도 슬픔을 생략하거나 약화시켜 설명한다는 점입니다. 죽은자의 세계로 입문하게 된 주인공은 자신의 죽음을 짜증스럽게 생각하는 정도이고 아내는 그의 죽음을 잠깐 형식적으로 슬퍼할뿐 별 반응이 없습니다. 사후세계에서 만난 이들은 말할 것도 없으며 현실세계의 사람들도 단순한 죽음으로 받아들입니다. 
  작가는 현실과 사후세계를 육체와 영혼의 세계. 즉 현실 세계에서 산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서로를 간섭하지 못하는 이중차원의 공간으로 설정합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르면 정신력이 약하거나 지능활동을 하지 않는 이들의 영혼부터 차례대로 분해된다고 말합니다. 
  <저승에서 살아남기>의 세계에는 수많은 성인들이 제자들과 함께 거닐고 교황, 정치인, 군인, 일반인에 동물들의 영혼까지 등장해서 길거리를 배회합니다. 작품에서 신은 따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예수님은 추종자들을 피해 목성의 어느별 구석에서 숨어 지내시는 소문이 들리고 하나님은 아무도 보지 못했다고 말합니다.(그마나모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기보다는 역사적인 인물로 등장합니다.) 이정도 상황 설정이면 막장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종교인들은 불편하게 들릴수도 있겠지만 이 작품의 상황은 모두  'wit'가 살아있는 작품의 특징으로 보면 됩니다. 
  작가는 불편함을 고의적으로 유발시켜 불편함을 신경쓰지 못하도록 막장 설정이 계속 더합니다. 불편해 하지 말길 바랍니다.  이 작품은 종교의 사상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말그대로 작가가 설정한 사후세계를 통해 현실에서 우리가 해야할 일들을 논하고 있다는 점을 포커스를 맞추기를 권하는 바입니다.

이승에서는 못찾았지만 저승에서 찾았습니다.

  <저승에서 살아남기>에서 주인공과 중심인물들은 영혼들입니다. 모두 죽은 자들이죠. 작가가 설정한 사후세계에는 영혼이 분해되어 사라지는 것이 진정한 최후입니다. 즉 죽음이란 이승에서 영혼이 빠져나온 과정일 뿐이라는 생각을 해볼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주인공 엘자의 주인공을 향한 힐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생'의 의미를 무시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죽음을 짜증내는 주인공의 모습과 자기중심적인 성격들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문제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죽음을 뛰어넘는 가치의 발견을 찾기 위한 힌트는 영혼의 상태에서 만난 엘자를 볼때 느낀 얼굴이 붉은색을 띄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붉은색이란 생기를 의미한다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주인공 남성이 느낀 감성은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에서 계속 비교되면서 마지막 예수님의 등장과 설교를 뒤로한채 함께 떠나는 장면에서 정점을 이룹니다. 

현실 세계를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것

  <저승에서 살아남기>의 주인공 남성은 삶과 죽음이후중 어느것을 더 좋아했을까요? 주인공이 죽었을때 약간의 혼란을 겪을뿐 상황 자체를 불평하지만 나름대로 빠르게 적응합니다. 결혼도 하고 직장도 가지고 있지만 그에게 있어서 삶의 소중함을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주인공 남성은 사후에 겪는 패널티보다 새롭게 얻어지는 능력들 예컨대 생각하는 대로 어디로든지 이동할 수 있거나 벽을 통과하는 능력 배고픔과 고통을 겪지 않는 점과 지적 활동과 사회적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행동을 누리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현실보다 사후세계를 즐깁니다. 
  하지만 진정 주인공이 겪게되는 참다운 행복은 사후에 만난 엘자입니다. 모든 사람이 고대하던 예수님의 설교를 뒤로한채 그녀의 손을 잡아 끌면서 나가는 모습은 그의 새로운 삶의 시작을 여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현실에서 아무감정없이 함께 살던 아내에게서 찾지 못했던 감정을 만일 현실에서도 찾았다면 그 또한 죽음을 슬퍼했을 것입니다. 
  <저승에서 살아남기>는 저승에서 우리가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설정이 흥미롭게 펼쳐지면서 동시에 우리가 현실세게에서 잃어버리거나 소홀하게 다룬 것들에 가치를 재발견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저승도 이승도 별 다를게 없지만 저승이 특별하고 소중한 세계가 될 수 있는 이유를 생각해본다면 우리의 이승을 특별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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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 세트 - 전2권
이윤기 지음 / 민음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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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니즘 신화에서 헤브라이즘으로 향하는 길목에 서서 

  서양사상은 크게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에 의해영향을 받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서양사상이라고 말하는 것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상의 근원을 먼저 살펴보아야 합니다. 서양 사상의 수많은 곁가지의 몸통이자 뿌리인 두 개의 축은 어디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은 축의 시작을 찾아 떠나는 여정입니다. 

  영웅들의 대표인물인  약관의 나이에 등장한 알렉산드로스가 이룩해낸 업적은 대단히 기념비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이룩한 업적은 단순히 정복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흩어진 문명의 힘을 하나로 묶어낸 초석을 다졌다는 점입니다. 이런 초석을바탕으로 오늘의 서양문명을 이룩하는 헬레니즘 문화가 탄생합니다. 신화는 국경의 한계를 극복하고 길을 따라 지중해에 위치한 수많은 사상가들에게 영감을 불어 넣었습니다. 정적인 위치에 서서 사유하는 것을 즐긴 그리스의 사상이 지중해로 퍼져나가는 현장에서 우리는 많은 인물들을 만나게 됩니다.

신화의 시대 인간의 시대

  신화시대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이질적인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그것은 우리의 이야기가 아닌 외국의 이야기이며 우리의 전설이 아닌 그들의 전설이라는 생각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수간에 미쳐지는 수많은 서양 사상들이 근원을 찾아 올라가다보면 신화는 빼놓을 수 없는 영역가운데 하나입니다. 우리가 신화를 보고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옛 이야기를 읽는 것이 아닌 오늘 우리 곁은 서양사상을 읽는 것이기도 합니다. 저자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열전>은 서양 사상의 근원이 된 그리스 로마 시대를 다루고 있습니다. 여정의 갈길이 멀기에 출발점은 미궁의 정복자 테세우스로 설정합니다. 신화와 인간 영웅의 사이에 서있는 테세우스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헬레니즘 문화를 다룰때 독자는 신화가 사상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스-로마 영웅의 모습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가 가지고 있는 주제는 영웅입니다. 그것도 그리스-로마시대의 영웅들입니다. 하지만 영웅들에 대한 이미지와 정의에서 약간의 혼란을 가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1권에 등장한 테세우스와 알렉산드로스 그리고 스파르타의아버지 뤼쿠르고스는 분명 우리가 생각하는 영웅의 범주에 들어가지만 대현자 솔론과 아테나이의 의인 아리스테이데스의 등장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듭니다. 2권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철학자들로 생각할 수 있는 이들이며 그 가운데 몇명은 정치와 관계된 인물들입니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에서 등장하는 영웅의 기준과 우리의 기준의 조금 다를 수 있습니다. "태생적 한계와 고난의 세월을 이겨내고 사회에 영향을 미쳐 시대의 흐름을 바꾸고 오늘날 까지도 영향을 미친 인물들"이라는 설명을 필자는남겨봅니다. ’영웅’하면 떠오르는 인물들과 철학자들이 나란히 설수 있는 이유는 영웅에 대한 기준때문입니다. 

헬레니즘을 지나는 기나긴 여정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에 등장하는 영웅들은 우리 곁에서 오늘까지도 살아 숨쉬고 있습니다. 서양한 다양한 문물들과 문화의 유입에서 우리는 직간접적으로 서양사상을 접하게 됩니다. 2권에 등장하는 퓌타고라스의 정리를 수학시간에 배우듯이 삶을 살아가면서 만나게되는 영웅들은 무수히 많습니다. 2천년이 넘는 시간을 너어서 이야기 되는 그들의 이야기를 정리하여 오늘의 서양 사상으로까지 연결하고자 했던 저자 이윤기씨의 여행은 또다른 서양 사상인 헤브라이즘 까지는 도착하지 못합니다. 
고인의 죽음이 <그리스 로마영웅 열전>을 마지막 작품으로 만들었습니다. 누구보다 서양사상을 잘 이해하고 동양적인 우리 정서에 맞게 변화시킨 문체가운데 이해에 도움을 주었던 작가 이윤기님의 여정의 마침표는 헬레니즘의 신화시대에서 인간 영웅의 시대까지입니다. 
 쉼없이 달려서 함께 해온 동반자이자 지침서가운데 하나였던 이윤기 선생님의 마지막 작품을 소장하며 진한 아쉬움을 남겨봅니다. 고인이 되신 작가분의 여러 글들 그 가운데서도 그리스-로마신화에 관한 다양한 글들을 보며 한국에 미쳐진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영웅이 쓴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이라는 제목도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영웅이 전해주는 그리스 로마의 영웅열전 그리고 열전 속에 드러나는 교훈과 사상에 대한 이해가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수 있음을 이야기하며 짧고 부족한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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