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때문에 일기 쓰는 여자 - 내 인생 최악의 날들의 기록
로빈 하딩 지음, 서현정 옮김 / 민음인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케리’의 인생이 망가졌다. 

  꼬여도 제대로 꼬였구나라는 느낌을 주는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우유부단, 소심, 히스테릭, 자기비하, 성적 콤플렉스와 잘못된 스트레스 해소법, 대인관계의 불안정성과 망상까지 작품 속 주인공의 모습을 표현할 수 있는 용어들입니다. 
  어릴적 동경하던 남자친구와의 첫 키스의 설레임을 실현시킬 절호의 찬스인  ’진실과 도전’게임. 주인공 케리가 동경한 제임스는 키스 대신 진실을 선택하고 수치를 용기있게 고백(?)을 하며 그녀의 삶을 뒤집어 놓습니다. 주인공의 성적인 콤플렉스는 이후에도 몇차례 거듭해서 등장합니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커리어 우먼인 케리의 고백은 그녀의 삶이 망가지게 된 원인이 무엇이며 극복해야할 대상이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인생의 최악의 순간들이 오늘의 최악의 순간을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보면서 그녀에게 동정을 보냅니다. 

컴플렉스가 미래를 망치고 있다.

  <남자 때문에 일기 쓰는 여자> 작품 속 주인공 케리는 직장에서의 동료들과도 엉망, 남자관계도 엉망, 친구들과의 관계도 무언가 비정상적이며 가족과도 마찰 투성이, 끝이 보이지 않는 저하된 바이오리듬은 회복의 기미는 잠깐일뿐인 바이오 그래프를 가지고 있습니다. ’케리’에게 주어진 심리 치료사가 권장한 일기쓰기는 그녀의 현재 모습이 잘못되게 된 원인의 근본원인을 찾고자 하는 과정입니다. (물론 그녀 자신은 일기쓰기를 매우 무익하고 수치스러운 과정으로 여기지만 말이죠) 
  당사자는 알지 못하는 컴플렉스를 일기를 보는 독자들이라면 빠르게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통과의례일 법한 과정을 실패로 채워나간 케리의 청춘이 기가막힐 따름이지만 실패로 인해 10년이 넘는 세월을 실패와 좌절 가운데 살아갔을 삶을 생각하면 위로를 해주고 싶습니다. 

변화는 획기적인 완벽함을 목표로 하지 않습니다.

  <남자 때문에 일기쓰는 여자>는 일기를 통해서 삶이 변화되는 여성이야기라는 섣부른 견해를 보류해야 하는 작품입니다. 물론 작품의 주인공 케리는 일기를 쓰면서 자신의 문제들을 회고하면서 자신을 돌아보지만 그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알지 못합니다. 도리어 일기가 기억의 저편 속 자신의 수치와 약점을 드러낸다고 생각하며 무익한 일이라고 까지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현실의 실패를 위한삼아줄 군것질 거리가 일기 쓰기보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글이 계속 될수록 그리고 꼬여버린 관계를 하나하나 정리하면서 그녀는 작은 변화를 경험하게 됩니다. 비록 위기의 순간들은 매번 새롭게 다가오지만 그 위기를 통해 그녀는 자신과 타인에게 솔직해지고 성작해갑니다. 어쩌면 그녀의 말대로 변화는 완벽한 사람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닌 정서적으로 심리적으로 육체적으로 무사히 넘기는 목표로 다가서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콤플렉스도 극복되기를

  케리가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는 우리 모두 한가지씩을 가지고 있습니다. 키, 몸무게, 몸매, 지적능력, 신체능력, 외모, 경제능력, 스킬, 가족, 학력, 직업등 세상에 모든 것들로부터 완벽한 인물이 있다면 그 사람은 정말 대단한 사람일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사실 평범한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평범함이야말로 우리가 성장하면서 그리고 살아가면서 통과해야할 과정이기도 합니다. 
  케리의 컴플렉스는 평범함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그녀의 삶을 옭아매고 있습니다. 그녀의 일기가 그것을 말해줍니다. 우리모두가 느끼고 두려워 하는 것들로부터 도망가기 급급할때 그것들은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삶을 지배하며 우리를 실패와 좌절감의 반복되는 상황속으로 밀어 넣는 것입니다. 
  <남자 때문에 일기 쓰는 여자>를 읽으면서 그녀의 최악의 날들은 이미 극복하시거나 경험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웃음과 의문점으로 남을 것입니다. 왜 그것이 최악의 순간일까? 잠깐의 수치 아닌가? 라는 질문도 던질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 깊이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실수도 있을 것입니다. 보는 사람마도 서로 다른 느낌을 받겠지만서도 무엇보다 분명한 것은 케리의 삶을 왜곡시킨 컴플렉스가 남긴 상처가 치료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미래는 희망적입니다. 그녀가 마지막 장에 기술한 최악의 시간 혹은 최고의 시간의 현장에서 보여준 변화된 그녀의 마음과 생각이 이를 증거합니다. 수많은 군중앞에서 핑크빛 드레스로 공주처럼 분한 모습을 하고도 당당히 서서 사람들에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며 호감의 대상이었던 이와 생각을 공유하는 순간들을 보며 희망과 독자로서 그리고 필자로서 기쁨의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케리’의 인생의 변화를 축하하며 그녀의 앞길에 영광있으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누비처네 (양장) - 목성균 수필전집
목성균 지음 / 연암서가 / 201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목성균 작가의 '삶'을 읽다. 


   2010년 한국 수필문학 코너에 낯설지만 친근한 느낌이 드는 <행복한 고구마>와 <돼지불알>이라는 작품을 뒤로한채 1년이 채 못지난 오늘 두 작품이 목성균 작가의 수필집임을 늦게나마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작가 목성균의 전집<누비처네>를 읽었습니다. 목성균 작가의 글을 보며 깊은 공감과 작품성에 눈을 뗄수 없는 자신을 보며 고등학교 졸업이후로 수필을 멀리했던 지난 시간의 안타까움을 회상해봅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문학의 흐름도 변합니다. 독자들의 느낌도 변하고 작가들의 글도 변합니다. 하지만  목성균 작가의  글은 더이상 변하지 않습니다. 유작이 되어버린 전집에 실린글에서 진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필자는 <누비처네>에서 현대 수필 문학을 보았습니다. <누비처네>를 읽으면서 필자가 가지고 있던 수필의 틀이 얼마나 좁았나를 생각합니다.

 
 '삶'의 돈독함이 느껴지는 수필
 
  <누비처네>는 57세에 등단한 황혼기의 작가의 글은 서정적이며 아름답습니다. 작가의 글은 어릴적 과거와 현재를 잇고 미래를 과거에 넣음으로서 따뜻함과 아쉬움을 남깁니다. 삶을 회고하며 자신이 미처 깨닫지 못햇던 순간 순간들은 수필이라는 특징과 소설과도 같은 인물들의 연결고리가 만들어낸 분위기와 합쳐져 이야기 됩니다. 작가의 추억속에 등장하는 아버지, 어머니, 아내, 증조부, 부대장 내외 등 삶에서 만난 이들은 과거의 인물들이지만 작가의 현재의 삶을 형성하고 이를 회상하는 과정 가운데 돈독함이 드러납니다.
 
  '삶'이 그대를 외롭게 할지라도
 
  <누비처네>에는 작가의 삶의 순간들과 작가의 감정이 담겨있습니다. 오래된 누비처네를 통해 작가의 가장 아름다웠던 작가가 꿈꾸던 이상적인 돈독함이 반영된 삶의 순간을 회상하는 신을 읽을때는 작가의 행복이 고스란히 전해져 옵니다. '옹기와 사기'편에 등장하는 조부의 그릇을 깨는 장면과 그릇을 엎는 장면에서는 소싯적 작가의 당혹스러움과 안타까움이, '생명'편에서 아버지의 손과 자신의 손을 겹쳐 보면서 생명의 전달과정을 깨달은 작가의 마지막 글에서는 '생의 의미'를 '휴게소에서'드러나는 고민과 갈등은 독자의 삶과 작가의 삶에서 연결됩니다.
  삶이 외롭고 고단할때 위로받고 싶은 글을 만나고 싶어 수필을 읽습니다. 누군가의 글을 읽으며 잠시 쉬어가고 싶을때 목성균 작가의 글을 찾게 될듯 싶습니다. 비록 고인을 만나볼 순 없지만 <누비처네>에 담겨진 작가의 삶이 작가를 대신하여 삶과 깨달음을 함께 나누는 소중한 친구가 될듯 합니다.
 
  아내는 애를 업고 나는 술병과 고기 둬 근을 들고 걷기 시작했다. 아내 옆에서서 말없이 걸었다. 달빛에 젖어 혼곤하게 잠든 가을 들녘을 가르는 냇물을 따라서 우리도 냇물처럼 이심전심으로 흐르듯 걸어가는데 돌연 아내 등에 업힌 어린것이 펄쩍펄쩍 뛰면서 키득키득 소리를 내고 웃었다. 어린것이 뭐가 그리 기쁠까. 달을 보고 웃는 것일까. 아비를 보고 웃는 것일까. 달빛을 담뿍 받고 방긋방긋 웃는 제 새끼들 업은 여자와의 동행, 나는 행복이 무엇인지 그때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알았다. - 누비처네 p.27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치코 서점
슈카와 미나토 지음, 박영난 옮김 / 북스토리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칠정이 담겨 있는 기묘한 이야기 
 
  기쁨, 성냄, 근심, 두려움, 사랑, 미움, 욕심을 가리켜 불교에서는 칠정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칠정이 흔들려서 얻게 되는 담을 가리켜 '기담'이라고 합니다. 기묘하고도 몽환적인 색으로 뒤덮인 작품 속 배경의 마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보다 기담이 느껴지네요.

 <사치코 서점>은 70년대 도쿄에 위치한 한적한 동네에서 발생한 7가지 사건들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고 있습니다. 그리움과 연민은 <사치코 서점>의 기묘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대표적인 감정입니다. 


  그리움과 연민 그리고 따뜻함

  살해당한 아버지가 아내와 딸을 지켜주기 위해서 서있는 '수국이 필 무렵', 도깨비 낙서를 소재로 친형제는 아니지만 형제보다 더 진한 형제애를 보여주었던 형을 회상하는 '여름날의 낙서', 지옥에서의 한철-랭보를 주제로 한 책을 사이에 두고 펼쳐지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은 사랑이야기 '사랑의 책갈피',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의 죽음 앞에 선 여자의 마음이 선택한 비극적 결말 '여자의 마음', 꿈을 좇아 상경한 만화가 지망생이 겪는 고양이 영혼과의 동거 '빛나는 고양이', 죽음의 운명을 사인으로 볼 수 있는 사내의 회상 '따오기의 징조', 사치코 서점 주인의 애달픔에 답하기 위한 소식을 전해주기 위해 돌아온 어린아이 '마른 잎 천사'

  아카시아 상점가의 오래된 '사치코 서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각각의 이야기들은 산자와 죽은자를 연결하며 연민을 불러 일으키지만 동시에 따뜻함을 담고 있습니다. 특별히 비록 친형제는 아니지만 누구보다 동생을 사랑하고 동생을 위협하는 정체불명의 사인에 맞서다가 행발불명된 형'아사이 히데노리'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동생의 이야기를 담았던 '여름날의 낙서'와 '여자의 마음'편에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은 어린 마치코가 다시 등장하는 '마른잎 천사'편은 그리움과 연민 그리고 따뜻함이 절정에 이르는 시간들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노스탤지어 호러(고향을 그리는 마음을 소재로한 신세대 공포장르)

  누구나 마음 속 깊은 곳에 그리움을 담아가고 살아갑니다. 작품 속 등장인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작가인 슈카와 미나토는 마음 속 깊은 곳 마치 고향과도 같은 감정에 호러를 접목한 장르를 개척하면서 미스테리함을 담아내는 추리적 요소를 가미한 독특한 작품성을 표현한 작가입니다.

  소설과 나오키 산주고를 기념하여 제정된 나오키상을 수상한 작가다운 유려한 문체와 제10회 호러대상소설 단편상을 수상한 '호러소설의 대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슈카와 미나토'가 들려주는 <사치코 서점>이야기. 한 겨울 추운 밤 외로운 시간을 보내기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말이죠, 약간 기묘한 일도 일어나긴 합니다만..... 그것도 뭐, 좋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어 (100쇄 특별판, 양장)
안도현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한장의 사진에서 펼쳐지는 상상의 나래 

  아이들과 아내에게 들려주고픈 이야기를 찾다가 만난 <연어>는 자연이 담고있는 가르침이 작가의 상상력으로 따뜻하게 수놓아져 있는 작품입니다. 연어의 생태 습성은 '모천회귀'라고 하는데 이는 강에서 태어난 연어가 바다에서 성장하여 다시 알을 낳기 위해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돌아가는 습성을 말합니다. 바다에 가라앉은 비행기 동체를 연상케 하는 연어무리가 이동하는 한장의 사진에서 시작된 작가의 상상력은 '연어'의 모천회귀의 여정 속 이야기와 자연이 전한느 메시지를 그려냅니다. 

  <연어>는 인간과 자연, 생명체의 의미, 그리고 희망에 대한 노래등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어떠한 주제가 더 중요한지는 독자들의 판단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제목과 소재에 사로잡혀 작품을 단정짓지 않기를 필자는 희망합니다. 책을 읽지 않고 글을 말하기에는 작품이 매우 섬세하고 아름다워 부셔질까 걱정됩니다. 


  은빛연어와 눈맑은연어의 여정


  작품 속 주인공은 '은빛연어'입니다. 다른 일반 연어와는 다른 '은빛연어'는 무리로부터 별종이라는 소리를 듣습니다. '은빛연어'의 누나에게서 자신의 몸체가 은빛이라는 소리를 전해들은 '은빛연어'는 자유를 소망하는 연어입니다. 무리짓는 것과, 자신의 몸을 감싸는 물, 그리고 알을 낳는 행위, 모천회귀를 하면서 행위의 의미를 생각하는 은빛연어는 마치 '구도자'를 닮았습니다.

  그런 '은빛연어'에게 정체성을 일깨워주고 죽음에 이르는 누나와 누나의 빈자리를 대신하는 '눈맑은 연어'는 '은빛연어'의 정체성을 완성하기 위한 동행하는 이의 역할을 합니다. 작품은 두 마리의 연어의 모천회귀를 중심으로 이뤄지며 작가는 두 연어의 여정에서 자연을 엿보고 그 안에 숨겨진 여러가지 의미를 담아냅니다.


  인간의 길, 연어의 길


  필자가 가장 감명 깊었던 것은 '은빛연어'가 말하는 '연어의 길'이라는 것입니다. 인간이 만들어놓은 편한 길을 가고자 하는 연어들과 달리 '은빛연어'는 고통스럽고 위험한 '폭포'를 거스르는 길을 제시합니다. 편한길을 가고자 하는 이들은 언젠간 도태에 빠지게 됩니다.

  '연어의 길'로 불리우는 길을 가는 것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그것은 후대에 전해지는 의지의 전승이자 자연 속 연어를 생명력 있게 만드는 의식입니다.

  인간의 길에 대한 의미와 그리고 연어의 길에서 독자로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연어의 길'이 곧 우리걸어야 할 길이고 우리가 생각해야 할 길이라는 것입니다. 안전한 것만을 찾아 주저앉아 도전하는 이들을 외면하는 우리의 모습은 '은빛연어'의 말에 반대하는 연어들의 모습이 아닐런지요.


  여정의 끝자락에 서서


  '은빛연어'는 여정 끝에서 희망을 찾았을까요? '은빛연어'는 희망을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아무런 희망도 마음 속에 품지 않은채 살아가는 연어들에 비하면 은빛연어의 삶이 아름답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마음 속에는 어떠한 소망과 희망이 자리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리의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길을 걷게 하지는 않는지요. '은빛연어'는 우리의 아이들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모습에서 희망과 소망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들이 다른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길에 익숙해진 도태된 삶을 살아가기 때문은 아닐가라는 질문을 남겨 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차가운 밤 세계문학의 숲 4
바진 지음, 김하림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40년대 허무주의와 무력감이 휘몰아친 중국의 사회 풍조를 있는 그대로 세밀하게 묘사한 뛰어난 작품. <차가운 밤> 작품 속 주인공은 전쟁의 여파로 인해 겪게되는 극심한 고통 가운데 무력한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에게는 지식인이었던 아내 청수성과 늙은 어머니가 함께하지만 두 사람은 극심한 갈등을 보인다. 구세대로 대변되는 어머니의 사고방식과 신세대 지식인을 대변하는 며느리인 청수성 그리고 이 둘 사이에서 어떠한 선택도 내리지 못하는 무력한 주인공의 모습은 시대의 충돌과 혼돈 그리고 무력하고 비참한 우유부단한 지식인의 단발마의 비명소리를 들려준다.
  전쟁이라는 외부적 환경 가운데 경제적 고통과 아내와 어머니의 관계 그리고 건강의 악화는 죽음이라는 결말을 향해 주인공을 천천히 내몬다. 희망도 빛도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작품 속에서 밤마다 울려퍼지는 공습경보와 등화관제에 의한 어둠은 '밤'을 더욱 차갑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이 차가운 느낌의 소설 속 에서 주인공은 우유부단한 자세를 취하며 갈팡질팡한다. 주인공의 지식인의 사고는 질병으로 정지되었고 어눌한 말투는 그의 사고를 외부로 나가지 못하게 막아버렸다. 질병의 고통 속에서 조차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하고 비참하게 죽어가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작가 '바진'의 냉혹한 현실 비판이 느껴진다.


  빈곤, 갈등, 질병, 이혼, 그리고 죽음을 소재로 세 사람의 인물 구도는 특별한 복선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저자는 독자의 사고와 관점을 비극적 결말에 강하게 못박는다. 그들의 불행한 결말은 당사자들의 책임일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시대의 아픔 속에서 무력한 인간의 모습을 냉정하게 묘사한 <차가운 밤>은 중국 현대 문학사의 거장인 바진이 전하는 중국 민중의 비분과 억울함이 강하게 드러난다. 갑갑한 현실 속에서 그의 작품을 읽을 수록 빛으로 포장된 위선의 웃음소리가  냉소적으로 들린다.


  발가벗겨진 냉혹한 현실 속에서 우리의 희망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바진의 작품이 내게 주는 씁쓸함과 뜨거움을 어딘가로 쏟아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