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아침, 리모컨을 누르다가 모처럼 KBS TV <체험 삶의 현장>에
채널을 고정시켰다.
탤런트 임현식이 된장인지 고추장인지 전통장을 순 우리 식으로 만드는 곳에 나가
특유의 너스레를 떨고 있었다.
그런데 일당 7만 원, 성금 15만 원, 도합 22만 원이 든 두 개의 봉투를 흔들며
공중의 목마에 올라타는 게 아닌가.

<체험 삶의 현장>은 <전국노래자랑>과 함께 내가 꽤 오래도록 좋아한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사회 저명인사나 인기 연예인이 허름한 옷으로 갈아 입고, 혹은 앞치마를 두르고
땀을 뻘뻘 흘리며 논밭에 엎드려, 혹은 식당 같은 데서 일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일에 서툰 그들이 실수라도 할라치면 일당에서 제하겠다느니 호통을 치고 놀려먹는
주인이나 관리자의 모습도 유쾌했다.
하루의 노동에서 풀려난 연예인이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몇 푼 안 되는 일당을 받고
환호하는 모습이나, 함께 일한 사람들과 얼싸안고 악수하는 모습은 또 어떤가.
(그 중에서도 내가 제일 고대한 장면은 점심이나 새참이 나오는 순간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한 개 두 개 거슬리는 점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자기 가게나 공장 등 일터로 직접 왕림한 연예인의 '딱 하루 혹은 한나절 노동'에
지나치게 감읍하는 태도라든지, 너무나 작위적으로 인간적인 모습을 연출하는
출연자의 모습은 그렇다고 치고.
제일 수상한 건 언제부턴가 등장한 일당 외의 봉투이다.

땀을 뻘뻘 흘리고 궂은 일을 하고 돌아가는 연예인에게 미안해서인지,
혹은 불우이웃돕기라는 프로그램의 정신에  공감해서인지 일당 외에
목욕값, 맥주 한잔 등의 명분으로 의뢰자들이 봉투를 하나 더 챙기기 시작한 것이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처음에 1만 원 내외였다.
그런데 점점 그 액수가 커지더니 이번주 오랜만에 봤을 땐 일당의 두 배를
거뜬하게 뛰어넘은 것이 아닌가.
임현식에 이어 뻘밭에서 연근 캐는 일을 하고 돌아온 방송리포터 조영구와
그 멤버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불우이웃을 돕는 데 한푼이라도 더 보태는 건 좋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좀 이상하다.
유명인사의 육체노동, 정당한 노동의 댓가로 불우이웃을 돕는다는 게
이 프로그램의 취지였다.
일당보다 높은 성금 액수 때문에 마음이 불편한 사람도 적지 않을 듯.
아무도 모르게 슬금슬금 잠식해 들어와 뿌리를 내리는 잘못된 전통은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구축되는 것일까.

그 또 하나의 봉투는 '성금'이라는 이름으로 예쁘게 포장되었지만,
내 눈엔 상품값보다 비싼 팁을 지불하는 것처럼 어리석고 우스워 보인다.
모쪼록, 그들이 자기 일터의 식구들도 그렇게 후하게 대접하기만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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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9 1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20 10: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19 13: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20 1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20 1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네꼬 2008-03-20 0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러니 이렇게 추천이 넘치지요. 이렇게 좋은 글이니.

로드무비 2008-03-20 09:57   좋아요 0 | URL
네꼬 님, 정말 어여쁘셔라.^^*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이렇게 짧은 글로 정리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님께 칭찬도 받고요.

조선인 2008-03-20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의 배배꼬인 마음을 탁 짚어주시는 어여쁜 우리 님!
그 성금 낼 돈으로 노동자 임금 올려주면 얼마나 이뻐요.

로드무비 2008-03-20 15:46   좋아요 0 | URL
조선인 님, 보고 있으면 마음이 불편해지는 프로그램이 얼마나 많은지.
조선인 님도 그러셨군요.
저만 배배 꼬인 게 아니었다니 위안이 됩니다.^^

하얀마녀 2008-03-20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그 봉투 출연자들이 자비로 내는 거 아니었나요?
제가 너무 오랫동안 티비를 안 본 듯.

로드무비 2008-03-21 09:40   좋아요 0 | URL
하하, 자비 봉투라니!
하얀마녀 님 티비 오래 안 보신 것 맞네요.
그 시간에 뭐하셨으까?=3=3=3

2008-03-23 0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24 1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는 오늘도 유럽 출장간다 - 글로벌 마켓을 누비는 해외영업 실전 매뉴얼
성수선 지음 / 부키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책이 도착한 건 어제 오후.
책상 위에는 요즘 번갈아 읽고 있는 책이 서너 권 가로세로 얽혀 있어
이 책은 언제나 읽을꼬, 페이지를 잠시 열어본 것이 사단(?)이었다.

'학창시절 깍쟁이 같은 친구가 있었다'로 시작하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126쪽)
배가 고프지 않다며 피자 한 조각을 시킨 친구가 저자가 시킨 라자냐를
맛있다며 널름 반도 넘게 먹어치우고는 계산할 때 달랑 자기 피자 값만 냈다.
그때 느낀 황당과 격분 시추에이션의 코믹하고 리얼한 묘사와 함께
인간관계의 기본인 '기브 앤 테이크', 협상시 '윈윈 기술'의 필요성을
자연스레, 아주 귀에 쏙쏙 들어오게 풀어 나가고 있었던 것.

"쇼핑 좋아하세요?"
난 내 귀를 의심했다. 앞에 앉은 맞선남이 쇼핑을 좋아하냐고 물었던 것이다.(123쪽)
'윈윈의 기술'을 재미있게 읽고 나서 앞으로 몇 장 페이지를 넘겼다가
또 꼼짝없이 발목이 묶여버리고 말았다.
맞선을 보러 나와서 엄마에게 발발이 전화를 거는 마마보이 이야기를 시작으로
외국 바이어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걸핏하면 상사에게 전화를 걸어 의견을 물어보는
영업사원을 솜씨좋게 버무리고 있었던 것이다.

'해외영업인은 이웃 나라에 왕의 서신을 전하러 간 사신도 아니고,
편지를 물고 전쟁터를 날아다니는 비둘기 같은 메신저도 아니다.
출장을 갔으면 바이어와 주체적으로 협상하고 결정을 내릴 줄 알아야 한다.'(124쪽)

유쾌하고 재치있는 표현에 웃음을 터뜨려 가며 읽는 것도 고마운데,
세일즈와 상관없이 삶의 자세랄까 인간관계 노하우 등 떨어지는 떡고물도 수북하다. 
심지어 출장가방 싸는 방법까지 꼼꼼하게 메모하고 있는 이 책은
해외영업 실전 매뉴얼뿐만 아니라 바이어의 마음을 얻는 감성 테크닉까지 전수하고 있다.
글쎄, 그 감성이라는 게 과연 테크닉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지만.
비즈니스 파트너로 만나 어느새 그녀의 친구가 되어버린 세계 각국의 바이어들과
다정한 모습으로 찍은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하고......

결국 바쁜 일이 있는데도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한 나는
어젯밤과 오늘 오전, 두 번이나 커피를 식혔다가 데워서 마셔야 했다.
본격적인 독서에 앞서 나는 머그잔에 한가득 뜨거운 커피를 준비하는데
이 책을 읽다가 그만 커피 마시는 걸 깜빡한 것이다.
먹을 것을 무지 밝히는 나로서는 흔치 않은 일이다.



***한마디 덧붙이면 책 제목을 너무 가볍게 잡았다. 
잘못 들으면 유럽출장을 이웃집 마실 가듯 할 수 있다고
뽐내는 것 같기도 하고 유혹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런 척도로 성공한 삶을 규정하는 듯해서다.
저자의 의도(아마도!)와는 다르게.
평이하게 잡은 소제목들도 좀더 신경을 썼다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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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8-03-07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리뷰가 맛깔나요. ㅋㅋ
무엇으로 간을 내십니까... 귓말로 알려주쎄용.

로드무비 2008-03-07 17:52   좋아요 0 | URL
라주미힌 님, 님께만 특별히 알려드리리다.
속닥속닥.=3=3=3

릴케 현상 2008-03-07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등

로드무비 2008-03-07 17:56   좋아요 0 | URL
우왓, 두 분의 꽃미남께서 우짠 일로.^^*

twoshot 2008-03-07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에는 플레져님의 리뷰가 올라오더니 오늘은 로드무비님의 리뷰가 올라왔군요. 이거참 생각지도 못한 뽐뿌가...

로드무비 2008-03-07 21:39   좋아요 0 | URL
twoshot 님, 생각지도 못한 뽐뿌라니, 저랑 잠깐 말씀 좀 나누실까요?
저기 으슥한 데로.^^

2008-03-07 21: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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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07 22: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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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08 06: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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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07 23: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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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08 06: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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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3-08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의 부제 "실전"이라는 표현이 로드무비님 리뷰를 통해 부각되고 있사옵니다.^^

로드무비 2008-03-10 04:36   좋아요 0 | URL
메피스토 님, 저도 그리 생각하옵니다.^^
(수선 님의 글은 책으로 읽으니 또 묘한 맛이 있더군요.)

2008-03-08 1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3-10 04:3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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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8-03-09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이닷! 서재브리핑에 로드무비님 글이 올라오기만 해도 왜 이리 반가운지요.
저는 이 책의 저자와 거의 같은 일을 하는데, 반대의 성격인 거 같아요.
비즈니스 하다가 친구 되는거 별루 안 좋아하는 저는,
해외 바이어들하고 혹시라도 친해질까봐 거리를 팍팍 두고 싶어하거든요.(물론 속으로) ㅋㅋ
에효, 이런 제가 왜 이런 일을 하는지, 참 알다가도 모르는게 세상 일이죠.

로드무비 2008-03-10 04:28   좋아요 0 | URL
친해질까봐 거리를 팍팍 두는 그 심리 저도 알지요.
반갑습니다, 치니 님.^^
전 기술자와 영업인들이 그렇게 유능해 보여요.
구체적인 성과가 팍팍 눈으로 보이잖아요.
존경합니다.^^
(참 알다가도 모르는 게 세상 일이라는 생각, 하루에 한두 번은 꼭 하게 돼요.)

2008-03-10 04: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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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니 2008-03-10 09:33   좋아요 0 | URL
속삭여주신 님,
맞아요 맞아, ㅋㅋ 근사하긴 개뿔, 정말 노가다가 다반사죠.
그리고 만에 하나, 제가 책을 낸대도, 역시 얼굴을 내지 않겠죠.

로드무비 2008-03-10 10:32   좋아요 0 | URL
치니 님, 제가 만약 치니 님의 얼굴을 가졌다면
전단을 만들어 뿌리겠습니다.
표지에 싣는 것으로도 모자라.=3=3=3

L.SHIN 2008-03-10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에~ 오랜만에 먹는 로드님의 리뷰, 역시 맛있군요. 깔끔한 맛.
커피를 준비해놓고 마시는 것을 깜박한다는 그 기분 - 공감합니다.^^

로드무비 2008-03-19 10:55   좋아요 0 | URL
Lud- S 님, 으흥.=3
반갑다는 인사입니다.^^
이 책 참 재밌게 읽었어요.
책 읽다가 싸늘하게 식은 커피 안 데우고 그냥 드시죠?
다 압니다.=3=3=3

2008-03-13 06: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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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3 15: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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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6 12: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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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6 12: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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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6 13: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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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6 19: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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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5 01: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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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9 12: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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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19 17: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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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2 17: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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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2 23: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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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5 10: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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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5 11: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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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30 17: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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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30 22: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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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1 08: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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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1 09: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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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1 17: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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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끝별의 밥시 이야기
정끝별 지음, 금동원 그림 / 마음의숲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홀로 되어
자식 같은 천둥지기 논 몇 다랑이
붙여먹고 사는 홍천댁

저녁 이슥토록
비바람에 날린 못자리의 비닐
씌워주고 돌아와

식은 밥 한 덩이
산나물 무침 한 접시
쥐코밥상에 올려놓고

먼저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흙물 든 두 손 비비며

(고진하 詩 '쥐코밥상' 전문, 163쪽)

시인이자 평론가인 정끝별이 밥시들을 한 군데 모아
한 편 한 편에 알뜰하게 자신의 단상을 곁들였다.
그런데 어째 몇몇 찬들은 신통찮다.
내 입맛이 바뀌었나?

쌀값 폭락했다고 데모하러 온 농사꾼들이 먼저
밥이나 먹고 보자며 자장면집으로 몰려가자
그걸 지켜보던 밥집 주인 젊은 대머리가
저런, 저런, 쌀값 아직 한참은 더 떨어져야 돼
쌀농사 지키자고 데모하는 작자들이
밥은 안 먹고 뭐! 수입밀가루를 처먹어?
에라 이 화상들아
똥폼이나 잡지 말든지

나는 그 말 듣고 내 마음 일주문을 부숴버렸다.

(이중기 詩 '그 말이 가슴을 쳤다'  전문, 58쪽)

글쎄, 밥집 주인으로서야 생계가 달린 일이니 그렇게 말할 수도 있다지만
그 말이 뭐 그리 대단한 거라고 시인은 마음의 일주문을 부숴버렸다느니
가슴을  쳤다느니 수선을 떨까?
우리 쌀 지키자고 데모하러 갔다가 자장면을 사먹을 수도 있는 거고
칼국수든 쫄면이든 먹고 싶은 걸 사먹을 수 있는 것 아닌가.
아니 참, 시인을 이해 못할 것도 없겠다.
죽이 됐든 밥이 됐든 가슴을 쳐야 시가 한 편 나오는 거라면.

흰쌀밥을 보고 별이라느니 꽃이라느니 감탄하는 시들이 더이상 감탄스럽지 않다.
쥐코밥상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나물 한두 가지에 밥 한 그릇의 밥상'이다.

분식집에서 혼자 사나운 얼굴로 라면과 김밥과 만두를 시켜
혼자 우적우적 먹는 여자를 놀라서 바라보았던 적이 있다.
그 옆에서 친구들과 후룩후룩 낄낄 해장라면을 먹으며......
그런데 며칠 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가 바로 그 여자가  아닌가.
어쩌다 내가 이 꼴이 되었을까!
천양희 시인이 웃으며 쪽지를 내민다.
"궁지에 몰린 마음을 밥처럼 씹어라."(詩 '밥' 106쪽)

나는 읽는다 너는 가고

네가 남긴 책갈피에서
머리카락이
아침 국그릇에 떨어졌다

호수처럼 국물이
출렁, 하더니

곧 잠잠해졌다
(이성미 詩 '추모합니다' 전문, 70쪽)

7, 8년 전, 친한 후배가 집에 들렀는데 서울대 병원에 병문안을 가야 한다며 일찍 일어섰다.
누구냐고 물었더니 이윤림 시인이란다. 
그 며칠 후 시인은 세상을 떠났다.
("맛없는 인생을 차려놓은 식탁에 / 아무도 초대하지 않았다."로 시작하는 시. 총 4행.)

가고 없는 누군가의 책갈피에서 머리카락이 툭 떨어진 것처럼, 내 국그릇에,
가슴이 철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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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와 연우 2008-02-15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꾹질을 하다가 조바심이 나서 물한컵을 들이마시고, 그래도 멎지 않아 큰숨을 후후 들이 마십니다.
무어 그리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봄인데, 문득 따뜻한 햇살이 가슴 철렁하게 합니다.
나이를 먹어가니 봄이면 생명의 설렘보다 스러지는 시든것들이 아찔하게 눈에 밟힙니다.
로드무비님의 글은 여전히 마음속으로 잘도 들어옵니다.
올 한해도 건강하시길...

로드무비 2008-02-16 11:44   좋아요 0 | URL
건우와 연우 님, 그러니까요. 저도 이상하게 지난해 올해 부쩍......
그것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분발해야 한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말 휴일 잘 보내고 계시죠?
건강 잘 챙기시길.^^

니르바나 2008-02-16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직생활중 현재 병으로 쉬고 있다."
알라딘에는 아직 이윤림시인이 생존하신 것으로 소개되어 있네요.
하실 일이 많으셨을텐데, 지을 詩도 많이 있으실텐데,
읽을 책도 많이있으실텐데, 벌어야 할 돈도 있으셨을텐데...

로드무비 2008-02-16 11:36   좋아요 0 | URL
니르바나 님, 더구나 시인은 독신이었답니다.
이승이라는 개똥밭에서 누리는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즐거움들이
부쩍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알라딘 책소개는 가끔 너무 무성의해요.
책에 적힌 걸 그대로 베끼는 경우도 많아요.

2008-02-19 22: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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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0 11: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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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9 18: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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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7 16: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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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9 18: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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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6 15: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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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7 15:4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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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9 18: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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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9 23: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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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7 06: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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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7 15:4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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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9 18: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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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9 23: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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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인 대행 2012-05-18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w w w .g a g a 4 2 .c o m★에서 돈 받고 SEX 봉사 하실 남性분들 모셔요~

나이,미모,조건없이 20~50대 이뿐 여성들과 잘 하실 남자면 오케~

물건 좋은 남자도 대환영!!


♥◈잘 주는 그녀들
 

"고독하지 않나?
미안하네, 이상한 소릴 지껄여서.
그냥 내가 요새 고독해서 말야.
문득 돌아보니 마누라는 뚱뚱한 아줌마가 돼 있고.
아들은 미국 갱단 흉내낸다고 애비더러 "YO!" 이러질 않나."

"말해 주겠어. 난 아버지고, 남자고, 역시 나는 나고, 그 외에 아무것도 아니라고."
(<아사노 이니오 <이 멋진 세상> 2권, 에피소드 13편 '잘 자요' 68쪽)

"정말 싫어. 지긋지긋해! 일하는 보람도 없고, 윗대가리들은 하나같이 바보고,
보너스만 받으면 당장 때려치울 거야, 이 따위 회사."
"그래그래, 이 지랄 같은 세상 거저 준대도 안 갖는다. 그럼 우리 둘 사랑의 도피라도 할까?"

"아가씨, 가족은 안녕하십니까? ...애인은 있습니까?
...그 정도면 충분한 것 아닙니까."
(2권 에피소드 14편 '달과 어묵' 중에서.)


.......................

지지난해인가 7천 원짜리 미니어처 인형을 주문했더니
어찌된 일인지 인형은 안 오고 달랑 가발(가로세로 5센티 정도)만 왔다.
그 미니어처 인형 전용의......
(당연히 나에겐 그 인형이 없었다.)

옛날옛적 처음 상경했을 때 청계천에서 "청바지 500원!"이라는 노점 상인의 말에 혹해
청바지를 하나 골라들었다가 오백 원이 아닌 오천 원임을 알고
뒤통수가 뜨끈했던 때보다 100배는 더 무안했다.

도처에 구멍이다.
시덥잖은 쇼핑에서 낭패를 보는 것 정도는 애교에 속한다.
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게 없다.(고 엄살을 떨지만 사실 그럭저럭 잘 살고 있다.)

1980년생 아사노 이니오.
필명 '이니오'는 집에 있던 보험증의 여러 기호에서 따온 것이라고.
(책날개에 그렇게 소개되어 있으니.)

함께 주문한 단편집 <빛의 거리>보다 <이 멋진 세상> 1, 2권이 더 마음에 들었다.
장래 꿈이 만화가(화가에서 만화가로 바뀌었다)인 딸아이를 위해
책값이 좀 비싸더라도 출혈을 감수하고 쟁여 두어야 한다는 생각.=3=3=3

연작도 아니고 옴니버스도 아니고 아무튼 좀 묘한 형식을 취하고 있는 이 만화.
예를 들어 에로 잡지 창간작업에 동원된 30대의 카스카베와
그를 불러들인 마흔 혹은 오십줄 중견 편집자의 대화(순서는 거꾸로)가
에피소드 13편 '잘 자요'라면,

에피소드 14편의 위에 소개한 장면은 거리 한 모퉁이의 라면 포장마차가 배경으로,
술이 떡이 되어 거리에서 헌팅되어 온 아가씨가 취하여 내뱉는 대사이고
라면을 말던 노인이 "그 정도면 충분한 것 아니냐"고 한 마디 툭 던지는데.
등장인물들은 가족이나 친구, 혹은 사돈의 팔촌이거나 스치고 지나가는 행인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제법 익숙한 형식이지만 나는 늘 참신하다고 느낀다.)

그런데 이 페이퍼를 쓰는 중요한 이유.
--문득 돌아보니 마누라는 뚱뚱한 아줌마가 돼 있고.

영악한 초등학생, 사춘기의 소년소녀, 미혼남녀, 무능한 중년,
노인의 고독과 애환이 각 에피소드로 거의 망라되어 있다면
그 뚱뚱한 아줌마의 이야기만 쏙 빠진 것이다.

아사노 이니오의 다음 작품에서 그녀를 꼭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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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1-25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싸 보관함으로 골인...헤트트릭입니다..세권이다 보니.

로드무비 2008-01-26 09:08   좋아요 0 | URL
앗싸, 헤트트릭이라니!^^
요즘은 자살골 연속이었는디.=3=3=3

2008-01-25 1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26 0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twoshot 2008-01-25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마 전에 읽은 책인데 어째 저 주옥같은 대사들이 저에겐 남아있지가 않네요-_-;;
기억력과 감수성....부럽습니다.

로드무비 2008-01-26 08:58   좋아요 0 | URL
twoshot 님, 바로 어제 읽은 책이니 기억력이 좋은 건 결코 아니고,
책을 맛있게 읽는 능력은 타고난 것 같아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답니다.
잊을 만하면 나타나시는군요. 반가워요.^^

2008-01-25 2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26 0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8-01-26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보관함으로 넣어요. 호감이 모락모락해요. :)

로드무비 2008-01-27 22:42   좋아요 0 | URL
다락방 님, 그 '호감'을 믿으시라요.
김까지 모락모락 난다니.^^

2008-01-29 04: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30 14: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29 1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30 14: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10 06: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13 1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11 2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13 1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2-13 19: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 멋진 세상 1
아사노 이니오 지음, 천의성 옮김 / 애니북스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나라는 인간은 얼마나 변덕스러운지,
제 입으로 좋다고 난리를 친 작가의 신작이 나와도 한동안 딴청을 부린다.
몇 안 되는 믿어 의심치 않던 것으로부터도 거리를 두는 이 몹쓸 습관이라니.

--솔직히 난 니가 아니니까 니 인생 따윈 몰라.
그렇지만 말이야. 살다보면 나쁜 일도 있지만 좋은 일도 반드시 있는 법이거든.
그러니까 일단은 열심히 살아보란 말야
.(아사노 이니오 <빛의 거리> 85쪽)

"일단은 열심히 살아보란 말이야" 라는 말 따위가  
앞이 보이지 않는 저마다의 구체적인 문제에 맞닥뜨린 인생에 위로가 될 리 없다.
그런데 때로는 그 어떤 심오한 말보다 힘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

--그런데 지금 이대로 괜찮을까?

 이것은 아사노 이니오의 전 작품 ('소라닌'이나 '빛의 거리'나 '이 멋진 세상' 등)을 
관통하는 질문이다.
짐작건대 그의 이 질문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그냥 이렇게 살다가 인생 종쳐도 괜찮을까?)

어른의 세계로 오래 전 진입한 주제에 감기 시럽을 달고 살아서
'시럽'이라고 불리는 녀석이 있다.
어쩌다 저쩌다 대학 4수 중인 두 녀석과 만나 친구가 되었는데.
대학이니 뭐니 자신의 꿈을 접고 가업인 생선가게를 잇겠다고 선언한 녀석이
언제나 카메라를 목에 걸고 다니는  친구에게 악을 쓴다.

"우리 같은 평범한 떨거지들에겐 말야, 꿈을 논할 자격조차 없단 거 몰라?"

씩씩거리며 옥상에 오른 미래의 사진작가는 차마 자신의 카메라를 던져버리지 못한다.
그 꼴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삶에 아무런  관심도 애착도 없는 시럽의 한 마디.

--무리하지 마라. 각자 살아가는 법이 있고,
그게 맞는지 어떤지 불안하고 초조해서 어쩔 줄을 모르는 거야.
너희 둘 다 그냥 그대로 좋은 거야.(194쪽)

요시다 슈이치의 <동경만경>을 읽었을 때와 흡사한 감흥이 차올랐다.
'청춘의 만화'로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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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3 12: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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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3 13: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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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4 04: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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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4 12: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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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우와 연우 2008-01-24 0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끝이 가늠되지 않는 터널같았던 청춘이 있었습니다.
이젠 그시절에게도 어깨를 두드려주고 싶은 나이네요...
뒤늦은 새해 인사!
건강하세요^^

로드무비 2008-01-24 12:24   좋아요 0 | URL
건우와 연우 님, 반갑습니다.^^
그런데 그 터널은 끝이 없네요.
더 길고 컴컴한 터널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님도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08-01-24 13: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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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4 20: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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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4 23: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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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1-25 13: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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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16 00: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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